시체들을 끌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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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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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들을 끌어내라』는 1535년 가을부터 1536년 여름까지, 헨리 8세의 두번째 왕비 앤 불린이 몰락해가는 기간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비천한 출신임에도 왕의 신임을 받는 크롬웰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정적들은 그를 제거할 기회를 노리고, 크롬웰은 자신이 모시던 울지 추기경의 죽음에 일조한 왕비와 그 측근들에게 복수할 날을 기다린다. 제목 ‘시체들을 끌어내라’는 반역죄로 기소된 죄인을 재판정으로 데리고 나오라는 뜻으로, 선고를 받기 전부터 이미 죽을 운명에 처한 죄인에게 떨어지는 최종 심판과도 같은 말이다. ‘시체’가 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크롬웰과 앤 불린의 대결은 한쪽이 운명의 형장에 오르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가계도 12
1부
I 매. 1535년 9월 19
II 까마귀. 1535년 가을 61
III 천사들. 1535년 크리스마스~1536년 새해 168
2부
I 블랙북. 1536년 1월~4월 249
II 유령들의 배후 조종자. 1536년 4월~5월 375
III 전리품. 1536년 여름 611
작가의 말 619
감사의 말 623
해설 | 필력과 권력, 그 덧없고 찬란한 절정의 기록 625
힐러리 맨틀 연보 635
그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흠잡을 데 없는 예의범절과 차분한 태도를 지켰고 잉글랜드의 국사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충심을 드러냈다. 변명에 급급하지도 않았다. 자기 성공을 떠벌리는 버릇도 없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이 서광을 비출 때면 어김없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서 있었다. 단단히 문턱을 지키며 행운의 여신이 문짝을 살짝 스치기만 해도 문을 활짝 열어젖힐 채비가 되어 있는 사내였다. 24~25쪽
백성은 시험하거나 절박한 궁지로 몰아넣지 않는 편이 좋다. 그들이 번성하게 하라. 남아도는 것이 많아지면 사람들은 관대해진다. 넉넉히 부른 배가 신사의 매너를 낳는다. 쓰라린 굶주림은 괴물을 만든다. 66쪽
앤은 남달리 새까만 눈을 활용해 굉장한 효과를 내는데,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남자의 얼굴을 흘긋 보고는 신경 안 쓴다는 듯, 무관심하다는 듯 이내 눈길을 홱 돌린다. 그리고 잠시 기다린다. 숨 한 번 들이쉬고 내쉴 정도. 그러고 나서 서서히, 어쩔 도리가 없다는 듯이, 다시 눈길을 남자에게 돌리는 거다. 69쪽
왕과 흥청망청 즐겁게 지낼 수는 있다, 농담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토머스 모어가 입버릇처럼 말했듯이, 그건 길들인 사자와 함께 노는 것과 같다. 갈기를 쓸어주고 귀를 잡아당길 수는 있지만, 줄곧 생각해야만 한다. 저 발톱, 저 발톱, 저 무서운 발톱을. 326쪽
살면서 재앙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은 사실 진짜 참사가 아닐 수 있어. 거의 모든 일이 반대로 역전될 수 있지. 시궁창에 떨어져도, 잘 찾기만 하면 길이 트이곤 하니까. 433쪽
일단 협상과 타협의 절차를 끝내고 나면, 원수의 파멸을 확실히 정하고 나면 파괴는 신속하고 철저해야 하네. 적수가 있는 쪽으로 눈길도 돌리기 전에, 이미 영장에 그의 이름을 적어놓고, 퇴로가 될 항구를 막아놓고, 그의 아내와 친구들을 매수해놓고, 그 후계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그의 돈을 내 금고에 넣어놓고 그의 개가 내 휘파람에 춤을 추게 만들어놔야 하네. 그가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에, 손에 도끼를 들고 서 있어야 하는 거야. 538쪽
그레고리가 “그들은 유죄입니까?”라고 물었을 때는 “정말 그들이 그런 짓을 했습니까?”라는 뜻이었지만, 크롬웰이 “그들은 유죄인가?”라고 물을 때는 “실체적 진실과는 무관하게 법정에서 유죄라고 판결이 났나?”라는 뜻이니까. 법률가의 세계는 인간성을 벗겨내버린, 철저히 자족적인 세계다. 565쪽
‘하지만’이란 말은 의자 밑에 숨어 있는 도깨비 같다. 아직 보지 못한 말이 적히게 하고, 글이 페이지를 가로질러 가장자리까지 계속 뻗어가게 한다. 끝은 없다. 끝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끝의 속성을 잘 모르는 것이다. 끝은 모두 시작이다. 이것도 그렇다. 616~617쪽
맨부커상, 코스타북어워드, 브리티시북어워드 수상작
뉴욕 타임스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100’
퍼블리셔스 위클리, 워싱턴 포스트 선정 ‘올해 최고의 책 10’
타임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힐러리 맨틀의 유머와 상상력,
학식과 문학적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가 문학에 미친 영향력은 헤아릴 수 없다. _부커상 심사위원
영국문학의 대가 힐러리 맨틀의 두번째 부커상 수상작
권력을 향한 인간의 몰락을 그린 기념비적 소설
『시체들을 끌어내라』는 전작 『울프홀』의 마지막 장면에 이어서 크롬웰이 시모어 가문의 저택 울프홀에 당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1535년 가을, 캐서린 전 왕비는 저택에 구금중이고 캐서린의 딸 메리도 같은 처지이다. 반면 왕의 총애를 등에 업은 앤 불린은 기세등등하여 딸 엘리자베스를 왕위에 올릴 궁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앤의 유산과 왕위를 이을 아들이 없는 상황으로 인해 헨리 8세의 인내심은 다 타버린 심지처럼 짧아지고, 결국 왕은 앤 불린의 시녀인 제인 시모어에게 눈길을 주기 시작한다.
왕의 마음이 바뀐 것을 감지한 크롬웰은 제인을 새 왕비로 추대하기 위한 모의를 꾸민다. 그러나 헨리 8세가 종교개혁을 하면서까지 앤을 왕비로 맞이했기에, 앤을 끌어내리는 명분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크롬웰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정적들까지 한 번에 처리할 계획을 세운다. 거미가 먹이를 향해 다가가듯, 느리지만 확실하게 적들의 머리 위에 철퇴를 가하는 크롬웰의 복수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다.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양털깎이, 하인, 용병, 상인 등을 거쳐 냉철한 법률가이자 내무장관으로 거듭난 크롬웰은 헨리 8세의 신임을 받으며 정치적 기반과 부를 축적한다. 하지만 크롬웰은 “운명은 변하고 적이든 친구든 최후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늘 상기한다. 변덕스러운 왕의 심중을 세심하게 읽고, 정적들의 술수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책략과 방법을 동원해도 언젠가는 끝이 찾아오리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끝을 조금이라도 미루기 위해, 크롬웰은 끊임없이 기소문을 쓰고 회계장부를 정리하고 음모를 계획한다.
과거로부터 재탄생한 토머스 크롬웰의 삶
역사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은 최고의 역작
토머스 크롬웰은 비천한 신분에서 왕의 오른팔까지 출세한 인물로, 역사적으로는 교활하며 잔인한 지략가였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힐러리 맨틀은 역사가 기록하지 않은 그의 이면에 주목해, 기회주의적이고 냉철한 면모는 살리면서도 때로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복합적인 캐릭터로 재해석했다. 또한 “실직자들에게 급여를 주고 도로를 수리하고 항만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우며, 타락한 가톨릭을 개혁하고 잉글랜드의 안위를 생각하는 크롬웰의 행보를 통해 올곧고 충직한 관료로서의 모습도 그려냈다. 이와 같은 작가의 독창적인 해석과 현대적인 감각 덕분에, 절대 군주 헨리 8세와 그의 아내들에 대한 익숙한 역사는 색다른 이야기로 변신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치밀한 역사 고증과 역사의 빈 공간을 채우는 뛰어난 상상력으로 두번째 맨부커상을 거머쥔 『시체들을 끌어내라』는 코스타북어워드와 브리티시북어워드를 수상하고 〈뉴욕 타임스〉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100’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울프홀』과 함께 연극과 드라마로 제작되어 예술성과 상업성 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었다. ‘크롬웰 삼부작’의 마지막 권 『거울과 빛』으로 대단원을 장식한 크롬웰의 이야기는 전 세계에서 500만 부 이상 팔렸으며 41개 언어로 출간되었다. 빛바랜 역사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어 과거를 현대로 소환한 『시체들을 끌어내라』는 감히 역사소설 가운데 최고의 역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현대문학에서 가장 뛰어난 역사소설. 워싱턴 포스트
맨틀은 무엇을 선택할지, 어떻게 하면 생생한 장면을 만들고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을지를 안다. 한마디로 말해 미친 재능을 타고난 작가다. 뉴요커
이 작품으로 부커상 수상이라는 문학적 위업을 두 번 달성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여기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토머스 크롬웰이 아니라 힐러리 맨틀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허핑턴 포스트
이 소설은 작가의 가장 대담한 최고작일 뿐만 아니라 그가 영국 최고의 소설가 중 한 명이라는 명성을 재확인시켜준다. NPR
힐러리 맨틀이 받아 마땅한 인정을 받기까지 부끄럽게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의 작품
은 처음부터 놀랍도록 독창적이었고 지적이었다. 세라 워터스(소설가)
작가정보
Hilary Mantel
1952년 영국 더비셔주에서 태어났다. 런던정경대학교와 셰필드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사회복지사와 백화점 점원으로 일했다. 1977년 남편과 함께 보츠와나로 이주한 후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해 1985년 첫 소설 『매일이 어머니날』로 데뷔했다. 보츠와나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십여 년을 보낸 뒤 1987년 영국으로 돌아와 잡지 〈스펙테이터〉에서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며 집필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소설 『플러드』 『보다 안전한 곳』 『기후 변화』 『사랑 실험』, 회고록 『유령을 포기하다』 등을 발표했으며, 2005년 『비욘드 블랙』으로 처음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2009년 토머스 크롬웰의 삶을 조명한 소설 『울프홀』로 맨부커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월터스콧상을 수상했고, 2012년 『울프홀』의 속편 『시체들을 끌어내라』로 두번째 맨부커상을 받으며 역대 세번째 2관왕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안았다. 2020년 『울프홀』 삼부작의 마지막 권 『거울과 빛』이 부커상 후보에 올라 삼부작이 모두 후보에 오르고 그중 두 편이 수상한 최초의 작가가 되었다. 영국문학을 빛낸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사령관 훈장(CBE)과 영국 사령관 여기사 훈장(DBE), 영국 아카데미 메달, 영국 왕립문학협회가 수여하는 최고상 ‘문학의 동반자’를 수상했다. 2022년 지병으로 엑서터주의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번역 김선형
서울대학교에서 현대 드라마와 르네상스 영시를 공부해 문학박사가 되었다. 영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솔로몬의 노래』 『프랑켄슈타인』 『가재가 노래하는 곳』 『시녀 이야기』 외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2010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유영번역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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