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연구원의 잡담

이대로 단편소설집

이대로 지음

북랩 2024년 11월 14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14일 출간

작품소개

책소개

2050년 기계와 대화하고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개인과 기업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생존할 것인가!

공학도 출신 저자가 풍부한 과학 지식과 상상력으로
그려낸 2050년 근미래의 연구소와 인간살이

이 소설은 2050년대를 살아가는 선박연구소 연구원의 다양한 탐구의 모습을 담고 있다. 기계와 나누는 이야기나 일반인의 생각을 통제하는 거대한 지배 구조의 모습에 흥미를 느끼면서도 현재와 같은 조직의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기계인 자동차와 나누는 ‘정감 어린’ 대화와 사람들과 토의할 때의 ‘건조한’ 대화 방식에서 ‘인간적’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모든 생각을 통제하는 인공지능의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흔한 공상과학 소설일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설이라기에는 꽤 깊은 과학적 지식과 공학 이론이 들어 있다.
과학으로 무장한 독자는 읽어 나가는 쾌감이 있을 것이다.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새로운 발상과 상상력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다 보면 앞으로의 세상에 대해 예측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시절에 공상과학 소설을 읽던 소년이 되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로 읽어 나간다면 어느새 주인공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게 될 것이다.

- 주인공 차에 탑재된 Roadia 3.0
아이고! 이런 글들이 출판된다고요? 제 이야기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 좋게 봐 주세요. 우리 주인님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참 많이 해요. 이야기하다 보면 주제가 어디로 튈지 몰라요. 여러분들도 생각회로에 안전벨트 매시고 읽어주세요. 다양한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여러분의 생각이 넓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저에게 연락하고 싶으시다면 종이에 써서 연구소 문서보관창고에 맡기시면 됩니다. 2050년에 읽고 답장을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살아 계셔야 해요!

목차

서문
인공지능
무중력
직업병
공학과 과학
모형시험
Art

책 속으로

아니, 선박에 대한 배경도 지식도 없이 그냥 선박을 잘 몰기만 하면 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나는 빈정상하여 말하였다.
글쎄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가….
젊은 인간 위원이 이야기하는 것을 자르고 다시 물었다.
우리 중급공동위원회 관할 항구에서는 어떻습니까?
아직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MS가 국소적으로 감당 못 할 만큼 증가한 사례가 몇 건 발생하였습니다. 물론 국소적 증가라서 다른 기계들이 역할 분담을 다시 하고 MS를 낮추어 아직은 문제없이 대처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우리도 사고가 날 것으로 판단하시는 거죠?
예상 발생확률이 점점 증가하여 현재 2%를 넘었습니다.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젊은 인간 위원이 다시 끼어들었다.

50쪽


따라서 타이어 소음이 아직 해결되지 못한 상태이지만, 타이어 소재가 발전하면서 소음은 많이 줄어든 상태이다.
목포 시내에 들어섰다. 연안 여객선 부두 근처에 있는 전부터 알고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 식당은 세발낙지 전문 식당이다. 바로 옆집은 홍어전문 식당이다. 목포에 오면 꼭 홍어를 먹는데, 이번에는 출장 후 휴가를 내서 남도에서 휴식을 취할 것이기에 오늘 점심은 세발낙지로 결정했다. 세발낙지는 발이 가늘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발이 세 개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세(細)’와 ‘발’이 붙여진 말이라 참 이상한 말이다. 한자와 한글의 조합이라니, 이러니 오해가 많지. 나는 통째로 낙지를 먹지는 못한다. 예전에 한 번 도전해 보았는데, 목구멍으로 넘기기가 겁나 계속 씹고만 있었던 기억이 있다. 따라서 백반과 ‘탕탕이’를 주문하였다. 낙지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게 마음 놓고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탕탕이로 하여도 낙지는 계속 꿈틀거린다. 예전에 이것은 동물 학대라고 목포 식당들을 전부 고소한 유명한 일도 있었었다. 참기름으로 만든 소금 기름장에 찍어 먹는다. 고소함과 꼬들꼬들, 참 어울리는 맛이다. 전에 TV에서 보았는데, 낙지 채취는 예전의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100쪽

관성력으로 무차원수를 나타내면 Froude Number가 되는데, 실선과 모형에서 같은 Froude 수가 되도록 실험을 세팅하면 실선과 모형선에서 중력과 관성력의 비가 같아져서 중력에 의하여 발생하는 모든 현상이 동일해진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것은 선박이 만들어 내는 파도인데, 파도는 중력에 의하여 진행되며 만들어지므로 Froude 수가 아주 중요한 무차원수가 된다. 그 외에 점성의 영향을 나타내는 Reynolds 수가 있으며, 압력에 관계된 캐비테이션 수도 있다. 이런 무차원수가 같게 되도록 모형선의 속도를 선정하고 시험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회의가 시작되었다.
우선 이 회의에서 다룰 내용은 다들 전해 들으셨지요?
회의를 주재하는 분이 말을 시작하였다. 오늘 다룰 내용에 관하여서는 벌써 일주일 전에 자료가 발송되어 다들 읽어보고 왔을 것이다.
오늘 이야기하여야 하는 것은, 현재 모형시험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는데, 우리 연구소에서 꼭 유지하여야 하는 모형시험에 관한 것입니다. 이것은 현재 필요한 것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에 미칠 영향도 고려하여야 합니다

150쪽


이제는 나도 만년필 글씨가 익숙해져서 보기에 괜찮다. 공책의 끝머리에 다음과 같이 적어 놓았다.
나는 Technology는 보았는데, 아직 Art는 보지 못했다네.
중간쯤이려나?
너는 Art를 볼 것이다.
괜히 더 쓰고 싶었다. 잡보장경의 ‘지혜로운 이의 삶’을 옮겨 적었다. 그리고 또한 호라티우스의 명언도 써넣었다.
‘어떠한 충고일지라도 길게 말하지 말라!’ (Horatius, 65-8 B.C)
맞아 맞아! 솔선수범을 해야 하는데, 말이 길었나? 누군가 계속 이어가리라! 그래도 요즘 기계들의 도움 없이 이론을 발전시키려는 젊은이들이 조금 보인다. 고단한 여정이겠지. 문서 보관실에 가서 내가 가져간 공책을 맨 마지막 칸에 정성껏 꽂아 넣었다. 바깥으로 나오니 햇볕이 따사롭다.

199쪽

작가정보

저자(글) 이대로

저자는 국방 관련 연구소, 조선소 등에서 일을 하였으며, 최종적으로 대전에 있는 선박 관련 연구소에서 정년퇴직하였다. 퇴직 전 소설을 출간하기로 마음먹었으나, 여의치 않아 이제야 출간하게 되었다. 저자는 공학, 과학, 인문학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조금 색다른 생각들이 이 소설에 묻어있다. 대상으로 설정한 독자군은 공학자, 이공계연구소 젊은 연구원, 이공계 대학원생들이다. 그렇다고 대상이 아닌 사람들이 읽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벼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독자들을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