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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한국사

박광일 지음
생각정원

2024년 10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1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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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8.85MB)
ISBN 979119381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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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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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스토리텔러이자 유튜브 ‘이강민의 잡지사’ 최강 패널인 박광일 작가의 첫 한국사 이야기. 유튜브, 예능, SNS에까지 한국사 이슈는 단골손님이다. 역사를 모르면 대화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대한민국은 역사에 진심이다. 그러나 뜨거운 한국사 열풍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저자는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짧은 한국사’ 대신, 전반적인 흐름과 넓은 관점에서 접근하는 ‘긴 호흡의 한국사’ 읽기를 권장한다. 《선 넘는 한국사》는 선사 시대부터 대한민국의 탄생까지,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한국사를 다룬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에 포함하려는 속셈, 미국이 한반도 평화에 적극적인 이유, 일본이 독도를 고집하는 근거 등,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와의 역학 관계를 조명하는 한편, 신라와 페르시아의 만남, 한국 독립운동을 도운 스코필드 박사의 활약, 쿠바 한인 노동자들이 독립자금을 보낸 이야기 등, 국경을 넘은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 한국사의 경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책은 한반도에 갇힌 한국사가 아니라 다양한 문화, 정치적 흐름 속에서의 한국사를 통해 오늘 대한민국의 자리와 민족의 정체성을 재확인한다. 5천 년 역사를 이어온 한민족의 뜨거운 민족애를 강조하면서도, 우월의식은 조심스럽게 경계하는 것은, 역사를 하나의 관점으로만 해석하는 고정된 편견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다. 여전히 오늘 그리고 미래로 이어진다. 한국사는 이제 세계와 나, 그리고 타자와 세계를 읽어내는 시각을 키우는 바로미터로, 미래를 바라보는 지혜로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프롤로그: 우리 안의 선을 생각하다

1부 한반도의 후예들, 동아시아를 넘나들다
_종횡무진 한국사의 탄생

1 5,000년 역사가 전부는 아니다 / 선사 시대와 전곡리 유적
2 청동검을 쥔 한국사 최초의 지배자 / 고조선과 단군
3 강대국들 사이에 낀 부여, 조선보다 장수한 비결은? / 부여의 중국 외교
4 천하의 질서에 맞짱 뜬 동아시아의 다크호스 / 고구려의 균형 외교
5 태초의 강남인, 생존을 위한 투쟁 / 백제의 한성 시대
6 신라가 외교에 진심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 신라의 전방위 외교
7 철의 왕국, 칼보다 더 무서운 무기의 실체는? / 가야의 연맹체와 공존
8 고구려 영토를 두 배 넓힌 해동성국의 비법 / 발해의 다민족 통합
9 대륙을 정복한 몽골, 몽골에 맞선 고려 / 위기에서 기회를 찾은 고려
10 이상국가에 다가간 조선 VS 세계에 눈 뜬 동아시아 / 조선의 성리학과 사대교린 외교

2부 백두에서 한라까지, 한반도는 어떻게 완성했을까?
- 늘리고 버티고 되찾은 한국사의 공간

1 고조선의 광활한 영토를 되찾기 위한 핫스팟은? / 미천왕의 서안평 점령
2 고구려가 한국의 역사라는 명확한 증거 / 장수왕의 평양 천도
3 신라가 동해의 해상권을 장악한 까닭은? / 지증왕의 우산국 복속
4 약소국이 강대국을 이기는 단 한 가지 방법 / 김춘추의 삼국 통일
5 거란을 대하는 고려의 탁월한 전략 이중주 / 서희와 강동 6주
6 제국이 된 금나라가 고려와 전쟁을 하지 않은 이유는? / 윤관의 동북 9성
7 몽골과 명나라는 왜 탐라국을 탐했을까? / 탐라국과 말
8 세종, 오늘날의 한반도 라인을 완성하다 / 세종과 4군 6진
9 동아시아 역사를 바꾼 최후의 해전 / 이순신의 노량해전
10 독도 논쟁을 종식한 마지막 사건 /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3부 경계 밖의 한국인, 경계 안의 외국인
- 국경을 가로지르며 만들어낸 강한 한국사

1 삼국이 목숨 걸고 뛰어든 강한 나라 만들기 프로젝트 / 삼국의 귀화정책
2 처용과 페르시아 왕자가 ‘바실라’에 온 이유는? / 신라의 서역 교류
3 조선과 네덜란드의 만남, 왜 교류하지 못했을까? / 제주도에 온 하멜
4 장보고가 당나라에 만든 비밀 네트워크의 실체 / 산동성의 신라인
5 조선인 121명이 ‘겨울 없는’ 하와이로 떠난 까닭은? / 안창호와 한인합성협회
6 쿠바 한인들,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보내다 / 임천택과 대한인국민회
7 가출 소년, 러시아 독립운동의 대부가 되다 / 최재형과 연해주 도회소
8 스탈린의 잔인한 강제 이주, 6,000킬로미터의 한인 대장정 /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9 한인 노동자 35명이 파리에 정착한 사연은? / 황기환과 재법한국민회
10 윤동주와 송몽규가 태어나고 자라고 묻힌 곳 / 연변조선족자치주와 명동학교

4부 ‘제국’의 선을 넘어 ‘민국’을 탄생시킨 생각들
- 자유와 독립, 인간다운 삶을 향한 거침없는 도전

1 곤장 100대를 각오한 원주 소녀의 선 넘는 여행 / 조선의 여성 이동 금지법
2 1896년 뉴욕, 민영환은 어떤 세계를 보았는가? / 조선 근대화의 염원
3 전봉준이 죽음을 각오한 재판을 강행한 이유 / 자유와 인권을 누릴 권리
4 노예로 살 것인가, 자유민으로 죽을 것인가 / 정미의병이 꿈꾼 국가
5 에비슨이 조선의 방역 책임자가 된 사연은? / 근대 의학과 에비슨의 인류애
6 34번째 민족대표라 불리는 사나이, 석호필 / 스코필드의 독립운동
7 ‘조선의 병합은 잘못’임을 고발한 일본 변호사 / 후세 다쓰지의 양심 변론
8 식민지 청년이 비행학교를 세우려 했던 이유는? / 안창남의 못다 이룬 꿈
9 일본은 왜 조선의 여성 비행사를 암살하려고 했을까? / 권기옥과 한국비행대 작전 계획
10 조선의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허하라 / 나혜석과 유럽 여성참정권

러시아의 한인 노동자를 구출하여 파리에 정착시킨 황기환 선생. 한동안 그의 활동 내용은 물론이고 존재도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뉴욕 한인교회의 장철우 목사가 우연히 교회 신도 명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황기환 선생의 묘지가 뉴욕에 있음을 확인한 것입니다. 장철우 목사는 황기환 선생의 묘지를 찾아 여러 곳을 헤맨 끝에 뉴욕 퀸즈의 마운트 올리벳 공동묘지에서 무덤을 찾아냈습니다. 그 묘비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대한인 황긔환지묘 민국오년사월십팔일영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대한인으로 살았던 것입니다. _235쪽. 〈한인 노동자 35명이 파리에 정착한 사연은?〉

윤동주 시인의 생가터 앞에 표석에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 윤동주 생가’ 한국인이라면 ‘조선족 윤동주’라는 낱말에 충격을 받게 됩니다. (중략) 독립유공자들의 국적과 명예를 회복하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그분들의 정체성을 찾아드리는 일이고, 조국을 위해 헌신한 그분들께 예의를 갖추는 일입니다. _237쪽, 243쪽. 〈윤동주와 송몽규가 태어나고 자라고 묻힌 곳〉

김금원은 14살 되던 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남장을 합니다. 이는 단순히 여행의 편리함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조선시대 여성은 ‘여행을 하는 것’만으로 처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중략) 《호동서락기》는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김금원이 여행한 지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호’는 제천과 단양 일대를 가리키는 호서지역, ‘동’은 금강산과 관동 8경의 관동지역, ‘서’는 평양과 의주를 포함하는 관서지역, 마지막으로 ‘낙’은 낙양서울입니다. 김금원이 책을 지은 이유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문장으로 써서 전하지 않는다면 누가 오늘날 금원이 있었음을 알겠는가.” _249쪽, 252쪽. 〈곤장 100대를 각오한 원주 소년의 선 넘는 여행〉

민영환 사절단은 조선이 일본과 중국 등에 비해 변화가 늦었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그러나 캐나다와 미국을 직접 본 그는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처음 탄 엘리베이터에 놀랐다면 뉴욕에서는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빌딩, 기차, 호텔, 큰 상점들, 센트럴 파크 등과 함께 한 도시에 300만 명이 산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민영환이 진짜 충격을 받은 곳은 유럽이었습니다. 런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은 500만이다. 거리와 시가의 상점, 집들, 차와 말 등이 뉴욕과 비슷하나 그 웅장함이 더하다. 땅은 좁고 사람이 많아 곳곳의 거리 위에는 땅을 파고 지하도를 몇 층으로 만들었다. 그 속에 또한 사람 사는 집이 있다.” _257-258쪽. 〈1896년 뉴욕, 민영환은 어떤 세계를 보았는가?〉

1907년 영국의 종군기자 메켄지가 수소문 끝에 경기도 양평에서 정미의병을 만났습니다. 매켄지가 남긴, 의병들과 나눈 대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 있습니다. 매켄지는 의병들에게 궁금한 것이 있었습니다. 러일전쟁에서 세계 최강의 러시아를 물리친 일본군에 비해 보잘것없어 보이는 의병들이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입니다. 이 질문에 의병들은 독립전쟁 전선에 뛰어든 비장한 심정을 이렇게 밝혔습니다. “우리는 어차피 죽게 되겠지요. 그러나 좋습니다. 일본의 노예가 되어 사느니보다는 자유민으로 죽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_272쪽. 〈노예로 살 것인가, 자유민으로 죽을 것인가〉

3.1운동과 제암리 학살 사건 당시 사진을 찍어서 일본의 부당함을 전 세계에 알린 스코필드 박사. 34번째 민족대표라 불리는 그는 서울대 수의과대학에서 교수로, 고아원 등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한국과 인연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1970년 4월, 국립의료원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서거하기 1달 전, 〈조선일보〉에는 그가 보낸 ‘한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글이 실렸습니다. “‘1919년 당시의 젊은이와 늙은이들에게 진 커다란 빚을 잊지 마시오.’ 이 몇 마디는 내가 오늘의 조선 청년들에게 주고 싶은 말이다. 국민은 불의에 항거해야만 하고 목숨을 버려야만 할 때가 있다. 그럼으로써 일종의 노예 상태에서 해방되고 조금은 광명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독립운동가였던 박사의 묘지는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의 애국지사 묘역으로 정해졌습니다. _285쪽. 〈34번째 민족대표라 불리는 사나이, 석호필〉

대한민국 최초로 조선의 하늘을 날았던 안창남. 그는 고국에서 비행하며 한국인이라는 자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그가 비행에 대한 감상을 정리한 부분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독립문은 몹시도 쓸쓸해 보였고 무악재 고개에는 흰옷 입은 사람이 꼬물꼬물 올라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중략) 서대문 감옥에서도 자기네 머리 위에 뜬 것으로 보였을 것이지만 갇혀있는 형제의 몇 사람이나 거기까지 찾아간 내 뜻과 내 몸을 보여주었을는지. (중략) 어떻게나 지내십니까 하고 공중에서라도 소리치고 싶었으나 어떻게 하는 수 없이 그냥 돌아섰습니다.” _296-297쪽. 〈식민지 청년이 비행학교를 세우려 했던 이유는?〉

영국의 여성참정권 운동 시위를 현장에서 보고, 기고를 통해 조선 사회에 알린 나혜석. 그는 시대를 앞서간 발언으로 온갖 공격에 시달리며 고통받았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삶이 의미가 없다고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혜석은 자기의 삶을 평가하는 듯한 글을 남겼습니다. “내 몸이 불꽃으로 타올라 한 줌 재가 될지언정 언젠가 먼 훗날 나의 피와 외침이 이 땅에 뿌려져 우리 후손 여성들은 좀더 인간다운 삶을 살면서 내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_311쪽. 〈조선의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허하라〉

6.25 전쟁 때는 빨치산을 토벌하기 위해 당시 작전권을 가지고 있던 미군이 공군 폭격기 조종사였던 김영환 대령에게 해인사 폭격을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김영환 대령은 해인사 뒷산 너머 적군의 보급품 저장소만 공격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는 명령 불복종으로 상부에 호출되었지만, 당당하게 말했다고 합니다. “영국 사람들은 ‘셰익스피어와 인도를 바꿀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팔만대장경은 셰익스피어와 인도를 다 주어도 바꿀 수 없는 보물 중 보물인데, 전쟁으로 이것을 불태울 수 없었습니다.” 김영환 대령의 대답에 미군은 수긍을 했다고 합니다. _319-320쪽. 〈동아시아 불교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세계기록유산〉

경계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단단한 한국사가 보인다!
한국사, 넓고 깊게 읽는 법

역사에 진심인 나라 대한민국, 우리는 지금 ‘역사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한국사를 필수 과목으로 배우고, 유튜브, 예능, SNS에까지 한국사 이슈는 단골손님이고, 현안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른바 역알못(역사를 알지 못하는 이들)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역사 지식은 우리 사회에서 필수 상식이 되었다.
한국사를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지식을 넘어 지혜의 관점으로 보는 법이다. 한국사는 수십만 년 동안 한반도라는 공간을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삶을 평가하고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면 한국사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역사는 정답이 아니라 관점이 중요하다. 역사학자인 E. H. 카도 역사적 사실이란 ‘역사가에 의해 창조된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결국 같은 사건을 보더라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 넘는 한국사》는 한국사를 풍부하게 이해하기 위해 풀어쓴 ‘한반도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부와 2부는 ‘한반도’라는 영역의 선을 넘어 중국과 북방 유목민족, 그리고 일본과의 국제 관계 속에서 한반도의 국가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쇠퇴하면서 오늘날의 한반도 지형을 만들었는지를 살핀다. ‘고구려가 중국사라고?’ ‘일본이 고려대장경을 필사적으로 구하려고 한 까닭은?’ ‘고려 원종이 픽한 몽골의 차세대 황제는?’ 등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서슴지 않았던 막강한 세력들 사이에서 ‘생존’은 무엇보다 중요했고, 국가 생존의 힘은 군사력만이 아니라 외교와 문화 등 다양한 선택지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부와 4부는 한국사에 영향을 준 ‘경계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페르시아 왕자가 바실라(신라)에 온 이유는?’ ‘34번째 민족대표라 불리는 스코필드의 활약은?’ ‘쿠바 한인 노동자들이 독립자금을 보낸 사연은?’ 등 ‘한반도의 한국인’이라는 선을 넘어 한국사에 큰 영향을 준 외국인과 세계 곳곳에 거주하며 한국을 알린 한국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반도의 안과 밖에서 자유와 독립, 인권을 외쳤던 ‘경계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더 단단하고 강한 한국사를 만날 수 있다.
5부는 동서양과의 교류 속에서 만들어낸 가장 한국적인 문화를 담았다. ‘동아시아 불교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세계유산은?’ ‘태극기가 중국 중심의 질서를 깬 사연은?’ ‘조선이 독립에 헌신한 외국인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은?’ 등 한국사는 수많은 인적, 물적 교류의 역사이다. 교류의 맥락으로 역사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오늘날 한국이 세계의 국가들과 어떻게 관계 맺으며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준다.
역사의 해석은 독자들의 몫이다. 다만 이 책의 저자는 역사의 올바른 관점을 키우기 위해 ‘짧은 한국사’가 아닌 ‘긴 호흡의 한국사’ 읽기를 권한다. 한반도에서 동아시아, 한반도 안팎의 외국인과 한국인까지, 넓고 깊게 역사를 들여다보면 우리 안의 고정된 편견과 선 긋는 우월의식에서 벗어나 세계와 나, 그리고 타자를 읽어내는 넓고 깊은 시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존의 힘은 강한 것이 아니라 유연한 것에서 나온다
동북아시아라는 지정학적 관점으로 역사 보기 _ 긴 호흡의 한국사1

한반도의 역사는 동아시아의 공간 속에서 파악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한반도는 무인도에서 홀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북쪽으로는 중국과 북방 유목민족, 남쪽으로는 일본과의 관계 속에서 치열하게 성장과 쇠퇴를 거듭한 역사다. 이웃 세력의 흥망에 따라 우리는 예상치 못한 여러 위기를 겪어야 했고, 강한 군사력과 의로운 명분 외에도 생존과 성장을 위한 다각도의 해법이 필요했다. 이렇게 동아시아라는 지정학적 관점으로 역사를 들여다보면 ‘한 국가의 힘’이 단순히 군사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반도의 국가들은 군사적 힘뿐만 아니라 약소국과의 연합, 실리와 대의명분 등 다양한 외교 전략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흥망이 좌우되었다. ‘신라의 삼국통일은 동족을 배신하고 당나라에 의존한 결과였다, 고려는 몽골의 힘에 눌린 수난의 역사였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역사를 단순히 군사력의 논리로 바라본 결과다. 그러나 생존의 관점으로 보면 다르게 보인다. 삼국 중에 최약체인 신라가 백제의 위협 속에서 고구려와 왜에 연합을 제안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당과의 연합은 신라가 국가와 국민을 구하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었다. 또한 몽골은 아시아는 물론 유럽을 아우르는 최강 국가였다. 몽골의 강력한 군사력에 맞서 끝까지 나라를 빼앗기지 않은 고려의 외교력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반도의 국가들은 일본뿐 아니라 중국과 북방 유목민족의 강력한 힘에 맞서 백 년에 한 번씩은 큰 전쟁을 치르면서 생존해왔다. 이렇게 단단한 한국사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군사력 못지않게 외교력이 중요했다. 생존의 관점으로 보면, 항상 군사력이 강한 나라가 승리한 것은 아니었다. 약소국과의 연합, 실리와 명분의 교섭 등 다자간의 유연한 대화와 외교가 한 국가의 힘을 좌우한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시간을 확장하면 보이는 단단한 한국사
‘한국 근대사’의 시각을 넘으면 보이는 것들 _ 긴 호흡의 한국사2

한반도의 역사는 유물의 관점에서 보면 구석기 유물이 전해지는 70만 년 전부터이고, 기록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 측 사서에 고조선의 기록이 남아있기에 5000여 년 전부터 시작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 근대사 즉, 조선사와 일제강점기 역사에 편식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날의 우리와 가장 근접한 시간이고 현안들과 연결된 것들도 있어서 관심을 둘 수밖에 없으나, 이 시기의 역사를 근거로 한민족의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한국사는 조선에서 현재까지의 700년이 아니고, 중국 측 자료인 고조선을 제외하더라도 우리 기록이 남아있는 삼국시대에서 현재까지의 시간으로 보면 2000여 년 이상의 역사이며 이 흐름으로 한국사를 파악한다면 우리의 정체성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흔히 한국사를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역사라고 말한다. 조선시대 유교가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장자 상속과 남존여비를 우리의 전통적 질서로 일반화하는 것에서 비롯된 착각이다. 일례로 삼국시대에는 성을 바꾸는 것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있었다. 먼저 어머니의 성을 따르게 했고 그 다음이 친할머니, 그래도 같은 성씨가 나오면 외할머니의 성을 따르게 했다. 모계의 성을 이은 것이다. 또한 고려시대에는 부모의 재산을 자녀가 남녀 구분없이 균등하게 상속받기도 했다. 모계와 남녀평등의 사례들은 다수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사를 모계 사회라고 말할 수 없듯이, 가부장적 사회라고도 말할 수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한반도는 쇄국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조선 말에 성리학적 이상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명나라에 사대하고 이웃 국가와의 관계가 보수적인 것, 대한제국 시기에 쇄국정책을 시행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한국사의 긴 시간으로 볼 때 일부에 불과하다. 고구려와 백제, 신라는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귀화인 정책을 시행했다. 중국과 북방 유목국가들의 능력자를 등용하여 선진문물을 수입했다. 고려 때에는 동아시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불교 대장경을 집대성했으며, 몽골 문화도 받아들였다.
한반도의 국가들은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잘못된 제도와 사상은 소멸되고 새로운 것들로 채워지며 성장해왔다. 한국 혹은 한국인의 정체성이 가부장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생각은 특정 시기를 부각해서 일반화하려는 잘못된 역사 인식에서 나온 것이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경계 밖의 한국인, 경계 안의 외국인
민족과 영토의 경계를 넘어 한국사에 영향을 준 사람들 _ 긴 호흡의 한국사3

한국사는 ‘한반도의 한국인’ 외에도 큰 영향을 준 사람들이 있다. 첫 번째는 한반도 안에 머물렀던 외국인이다. 조선에 근대 의학을 전수한 에비슨 박사, ‘조선의 병합은 일본의 잘못’임을 고발한 일본인 다쓰지 변호사, 일제의 만행을 취재한 베델 〈대한매일신보〉 사장, 대한제국의 애국가를 작곡한 에케르트가 그들이다. 특히 34번째 민족대표라 불리는 스코필드 박사는 3.1운동과 제암리 학살 사건 당시 사진을 찍어서 일본의 부당함을 전 세계에 알린, 한국인이 기억해야 할 인물이다. 그는 서거하기 한 달 전인 1970년 4월에 한 신문사에 ‘한국민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글을 실었는데, ‘1919년 당시의 젊은이와 늙은이들에게 진 커다란 빚’을 잊지 말라고 한국의 청년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두 번째는 한반도 밖에서 한국에 영향을 준 한국인이다. 러시아에서 의병을 지원한 최재형, 쿠바에서 한국에 독립자금을 보내준 임천택,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의 외교 고문 스티븐슨을 암살한 장인환 등 많은 이들이 있었다. 특히 임시정부의 외교 업무를 담당한 황기환 선생은 러시아의 한인 노동자 35명을 구출해서 프랑스 파리에 정착할 수 있게 도운 분이다. 그의 행적은 한동안 알려지지 않다가 훗날 서른일곱의 젊은 나이로 뉴욕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묘비에는 ‘대한인 황긔환지묘 민국오년사월십팔일영면’이라고 적혀있었다. 한국은 그를 알아주지 않았지만 그는 마지막까지 대한인으로 살았던 것이다.
이렇듯 한국사는 민족과 영토의 경계를 넘은 다채로운 역사의 총합이다. 일제에 강점당한 한반도를 돌려주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살랐던 경계 안팎의 외국인과 한국인 즉 ‘경계인’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의 한국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금기의 선을 넘어 한국을 만든 생각들
자유와 독립, 인간다운 삶을 향한 거침없는 도전 _ 긴 호흡의 한국사4

어느 시대나 그 시대를 살아가는 법과 도덕이 있다. 그러나 시대 상황이 바뀌면서 이러한 규칙은 옛 것이 되고 새로운 생활방식을 요구한다. 조선 세종 때는 여성이 ‘여행하는 것’만으로 곤장 100대의 처벌을 받았다. 풍속을 해치고 사치를 조장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처벌을 무릎 쓰고 용기 있는 여행을 시도한 여성이 있다. 김금원은 14살 되던 해부터 여행을 했고, 나중에 《호동서락기》라는 기행문을 남겼다. 그는 “문장으로 써서 전하지 않는다면 누가 오늘날 금원이 있었음을 알겠는가.”라고 책을 쓴 이유를 적기도 했다.
금기에 대한 도전은 일제강점기 화가 나혜석의 모습에서도 발견된다. 영국에 머물렀을 때 여성참정권 운동 시위를 본 그는 조선에도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글을 기고했다. 그의 발언은 조선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온갖 공격에 시달리며 고통받았다. 신경쇠약증에 걸리고 노년에는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한 그이지만 자신의 삶이 의미가 없다고 본 것은 아니었다. 나혜석은 자기의 삶을 평가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내 몸이 불꽃으로 타올라 한 줌 재가 될지언정 언젠가 먼 훗날 나의 피와 외침이 이 땅에 뿌려져 우리 후손 여성들은 좀더 인간다운 삶을 살면서 내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김금원, 나혜석 외에도 자유와 독립, 인권을 구속하는 금기에 대한 도전은 여러 형태로 일어났다. 부패한 관리와 일제에 대항했던 전봉준과 동학농민군이 대표적이며, 식민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강력한 무기였던 비행술을 익혀 일제에 대항하려 했던 안창남과 권기옥이 그들이다. 금기의 선을 넘기 위해 처벌과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들. 이들의 거침없는 도전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한국은 상상하기 힘들다.


경계를 넘나들며 만들어낸 가장 한국적인 것의 탄생
동서양의 교류 속에 탄생한 한국 문화 _ 긴 호흡의 한국사5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신라의 석굴암 이전에도 중국의 석굴사원이 있었고 고려의 팔만대장경 이전에도 대장경은 존재했다. 하지만 다름의 차이는 있다. 서로 다른 자연과 문화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위대한 문물이나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실현 불가능하거나 비효율적인 것들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우리 현실에 맞게 다듬고 수정해서 가장 한국적인 것들이 탄생한 유산들이 있다.

외국과 다른 언어체계를 고려해서 만든 한글, 조선인의 검소함을 담은 조선 왕릉, 동아시아의 불교 네트워크를 집대성한 팔만대장경, 한국의 자연환경에 맞는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는 칠정산과 앙부일구,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악지형에 맞게 고안된 석굴암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유산들이 위대한 이유는 특정 계층의 이익보다는 사람들 누구나 혜택을 누리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글을 배워서 능력을 키울 수 있고, 시간과 계절에 따지며 씨를 뿌리고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었다. 또한 백성이라면 누구나 부처의 말씀을 되뇌이며 수많은 전쟁과 질병의 고통을 위로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선 넘는 한국사》는 중국과 북방 유목민족, 그리고 일본 등 지정학적 관계 속에서 한국사를 살피고, 한반도 안팎에서 자유와 독립, 인권을 외쳤던 ‘경계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수많은 인적, 물적 교류 속에서 탄생한 가장 한국적인 문화도 담고 있다. 이렇게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들 속에서 역사를 살피다 보면 어느새 더 단단한 한국사를 만날 수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광일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서강대학교와 아주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역사 체험학습의 모델을 만든 역사여행 전문기획사 ㈜여행이야기와 역사 콘텐츠를 만드는 공간 역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KBS 「이슈 픽 쌤과 함께」, EBS 「문화유산 코리아」, MBC 「같이펀딩」, JTBC 「세계의 다크투어」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과 「이강민의 잡지사」, 「허지웅 쇼」, 「김태훈의 프리웨이」 등 다양한 라디오, 유튜브에 출연해 역사 대중화에 앞장서왔다.

작가의 말

“역사에 대한 올바른 관점이란 무엇일까요. 이 책은 우리의 인식과 지식을 확장하여 열린 마음으로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태도를 제안합니다. ‘선을 넘는다’라는 것은, 우리 안의 편견과 경계를 짓는 우월의식에서 벗어나, 세계와 나, 타자를 바라보는 더 넓고 깊은 시각을 갖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이 역사이고, 우리가 역사를 만들기 때문에 역사를 바르게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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