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서는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다
2024년 11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3월 0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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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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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말하듯이 열정과 사랑만 있다면 나머지 모든 것을 내걸 수 있다는 타고난 흥쟁이의 나라, 쿠바 사람들의 순수한 무모함. 원시적인 인간애. 고난 속에서도 몸에 밴 낙천적 흥(Fun). 이것이 쿠바에서 저자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우리가 다시 돌아가야 할 모습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쿠바노들이 사랑을 얻으려 할 때 쓴다는 그들다운 러브리한 문장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쿠바의 낭만을 전한다.
“당신은 의사가 처방해준 약이에요.”
“당신의 눈만 있으면 어둠 속에서도 랜턴이 필요 없어요.”
-그리운 쿠바 냄새
-쿠바에서는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다
-마리포사, 쿠바 혁명의 꽃
-쿠바 여자들은 자기 욕망에 당당하다
-당신은 의사가 처방해준 약이에요
-아바나의 상징이 된 슬픈 사랑의 심볼
-쿠바노들만의 사랑의 기술, 히네떼로/라
-벨키스와 시칸
-쿠바에서는, 개나 고양이도 살사를 춘다
-살사, 가르쳐 드릴까요?
-지글거리는 태양 아래 농익은 춤
2장 매혹적인 쿠바의 눈동자
-말레꼰의 노란빛 낭만 가로등
-없어서 불안한 것이 아니라 없어서 만들어지는 나의 것
-라이터 충전해주는 아저씨
-모르는 것도 안다고 하는 사람들
-쿠바에서는 아플 수가 없다
-쿠바의 물부족 문제
-쿠바에서 생활하려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쿠바에서 만난 시리아 여인
-쿠바에서의 집짓기
-닭이 벌어다 주는 돈
-진짜 남자는 수프를 마시지 않는다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정원 쿠바의 언어
3장 크리스탈 카브리해, 반짝이는 섬
-노을이 지는 쿠바의 저녁 바다에서 수영
-문득 쿠바의 바다에서 해녀로 살고 싶었다
-실망도 태양빛에 녹아내릴 섬
-쿠바에서 만난 무릉도원
-쿠바의 빗방울 소리에는 원시 부족의 북소리가 살고 있다
-쿠바에도 겨울은 있다
-쿠바에 부는 사하라의 바람
-쿠바노들은 허리케인보다 강하다
-창문으로 불어오는 둥근 바람
4장 고통 끝에 피어난 아바 나의 꽃
-쿠바의 느린 시간
-께 볼라(Que Bola)
-자애의 마리아, 사랑의 신 오슌
-미국의 쿠바 경제 봉쇄 정책
-슬픔과 절망의 바다
-쿠바노, 떠나는 자들
“남녀가 만나 함께 사는데 책임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랑이 중요한 것 아니야? 우리는 사랑에 책임감을 부여하지 않아.”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에 대해 쿠바노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 p23 〈쿠바에서는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다〉 중에서
*
“당신은 너무나 달콤해 보여서 당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살이 찔 것 같아.”
한국에서는 자칫 성희롱으로 간주될 수 있는 문장들이 거리에 넘쳐났다. 그들은 허공으로 흩어질 의미 없는 말들을 무심히 내뱉고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길을 갔다. … 쿠바에서는 이러한 찬사를 ‘피로포(Piropo)’라 부른다. 스페인에서 온 문화인 피로포는 옛 시절에는 낭만이 넘치는 시적인 표현들이 많았다. 그 시절, 문학적 감수성이 충만한 그들의 피로포는 여성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 p39 〈당신은 의사가 처방해준 약이에요〉
*
살사는 나에게 솔직한 몸의 언어이다. 몸으로 표현하는 것은 저속한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예술 행위이다. 살사를 추는 쿠바노들의 얼굴에는 슬픔이 없다. 춤을 추는 동안 현실의 어려움을 던져버리고 음악과 상대에게 몰입하게 되는, 쿠바의 아름다운 언어. 그것이 살사이다.
-p75 〈쿠바에서는 개나 고양이도 살사를 춘다〉 중에서
*
쿠바 친구들이 집에 놀러와 대화를 하게 되면 대화 도중 늘 이렇게 말한다.
“음악은(La musica)?”
익숙하게 음악을 틀고 볼륨을 높인다. 대화를 하다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올 때는 서로 눈치 보지 않고 일어나 춤을 추기도 한다.
-p79 〈살사, 가르쳐드릴까요?〉 중에서
*
관광객들도 쿠바노들도 바다와 얼굴을 보랏빛 붉은빛으로 물들이는 석양이 질 무렵이면 말레꼰 앞으로 모여든다. 말레꼰에는 오늘만이 존재한다. 사랑과 눈물, 삶의 좌절과 그리움이 밀물처럼 물든 곳. 쿠바섬을 떠난 가족이 그리워 얼굴을 파묻고 밤바다를 서럽게 바라보는 사람과 바닷바람에 연인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주는 손길과 그 다정한 눈빛들이 서려 있는 곳. 1930년대 말레꼰이 만들어진 이후, 수많은 아바네로와 아바네라에게 노스탤지어를 선사한 말레꼰은 떠난 이들을 바라보는 곳이자 떠난 자들이 바라보는 곳이다.
-p103 〈말레꼰의 노란 빛, 낭만가로등〉 중에서
*
오후 늦게 바다에 나서면 온통 붉은빛으로 물든다. 이 저녁 무렵의 시간이 내가 순해지는 시간이다. 바다 앞에 웅크리고 앉거나 누워 있어도 편안한 시간. 예전처럼 밤바다에서 나신으로 수영을 하면 바다와 나는 더욱 농밀해진다. 쿠바의 바다와 나는 예전보다 지금이 더 가깝고 친하다. 잠시라도 쿠바 밖으로 떠나게 되면 쿠바의 바닷속이, 그 부드럽고 잔잔한 물살이 그리워진다. 쿠바 그 바다를 봐야 가슴이 탁 트일 것만 같은 갑갑함을 느낀다. 쿠바의 바다는 쿠바의 바람이 있어야 하고 구름도 함께여야 한다. 특히 저녁 무렵의 황혼으로 물드는 바다에서 수영을 할 때마다 완벽하고 찬란한 순간을 맞이한다.
-p181 〈노을이 지는 쿠바의 저녁 바다에서 수영〉 중에서
*
콜럼버스가 쿠바에 처음 발을 디디고 이곳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그들의 대답처럼. ‘쿠바’ 혹은 ‘꾸바’, 목을 울리며 나오는 소리. ‘아바나’, 관능이 살아 있는 원주민의 언어.
-p210 〈쿠바의 빗방울 소리에는 원시 부족의 북소리가 살고 있다〉 중에서
*
“…영화로 비유하자면 한국에서는 필름을 빨리 감기 하는 것 같고 쿠바에서는 시간이 슬로우모션으로 흘러가는 듯하거든요. 저는 햇빛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쿠바의 투명한 태양 아래서는 슬픔도 녹아내리는 것 같아요. 건강한 생명체로서의 나를 느끼죠.”
-p243 〈쿠바의 느린 시간〉 중에서
▶ 불굴의 여성 장희주의 아름다우면서도 뜨거운 쿠바살이!
쿠바의 우기는 5월 중순부터이다. 거의 매일 한낮의 일정한 시간에 비가 퍼붓듯 내린다. 우산도 소용없다. 외출도 못 하고 꼼짝없이 집에 있던 저자는 쿠바를 온몸으로 맞기 위해 거리로 달려나간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흠뻑 맞고 돌아오면 마음까지 청량해지는 것 같다. 쿠바의 빗방울 소리는 무감각해졌던 내 온몸의 세포를 깨운다. 때로 그 속에서 원시 부족들이 두드리던 북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몇 시간씩 춤을 추며 두드리는 그들의 북소리.
-본문 〈쿠바의 빗방울 소리에는 원시 부족의 북소리가 살고 있다〉 중에서
인디오들이 살던 원시 정글이었던 쿠바. 저자는 그곳 사람들과 자연에서 원시적 생명력을 느낀다고 한다. 퍼붓는 빗방울, 과거와 미래를 뒤바꿀 듯 불어오는 허리케인, 작열하는 태양, 파란 하늘……. 그것이 쿠바의 매력이라고 말하며 그 속에서 몸의 감각이 깨어나는 것을 느끼며 사는 이야기들을 전한다.
철인3종 경기 제주 아이언맨 대회에서 수영 3.9km, 싸이클 180.2km, 마라톤 43km를 15시간대에 완주했던 저자는, 철인답게 쿠바의 바다를 아무 장비 없이 2km 넘게 수영하고 돌아오곤 했다. 그때 펼쳐지는 노을 지는 카리브해의 풍경 사진과 글을 읽다 보면 당장이라도 쿠바에 가고 싶어진다. 삶은 카리브해처럼 아름답고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그것들을 즐기고 누리기 위해 부딪혀야 할 생존법과 힘겨운 것들을 이겨나가고 극복해나가는 강인한 정신력을 저자는 이 책에서 온몸으로 보여준다.
▶ 자기 욕망에 당당한 쿠바 여성의 사랑법을 배우다!
“쿠바에서는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다.”
제목으로 쓰인 이 말은 쿠바의 가정법원 앞 담벼락에 쓰여 있는 글이다. 쿠바에서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사랑은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의지로 하는 것이며 사랑할 때 그들은 자유를 배운다. 그 자유로움 속에서 사랑은 깊어지고 커지는 것이라며 저자는 오히려 자기 욕망에 과감하고 대범한 쿠바 여성의 또 다른 사랑법을 이 책에서 이야기한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쿠바나들. 그들이 걷는 모습은 마치 춤을 추는 것만 같다. 볼록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굴곡진 몸매,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춤을 추듯 걷는 독보적인 쿠바 여성들의 걸음걸이는 어디서 배운 것일까. 쿠바에서는 이런 여인네들의 걸음걸이에 담긴 리듬을 ‘산둥게라(Sandunguera)’라고 한다. ‘산둥가(Sandunga)’라는 아프리카에 기원을 둔 쿠바 리듬의 일종이지만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허공 중에 흐르는 리듬을 타며 골반을 가볍게 흔드는 유혹적이고 매혹적인 걸음이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나를 잡아 봐. 하지만 쉽게 잡혀주지 않아”라고 무언의 눈길을 주는 쿠바나들.
-본문 〈쿠바의 여자들은 자기 욕망에 당당하다〉 중에서
그리하여 저자는 제목에서도 썼듯이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 사랑을 지키러 쿠바에 왔다. 그리고 배웠다. 쿠바에서는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다는 것을.’
관능은 쿠바의 공기 어디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들의 느슨한 걸음걸이와 춤을 통해 전해지는 몸짓, 피하지 않고 응시하는 눈길, 심지어 하늘의 구름과 바다에서 야자수를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 대화하며 과도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제스처와 목소리, 쿠바의 매력은 그 야릇한 느슨함에서 온다. 집착 없이 흘려보내고 다시 받아들이는 것.
- 본문 〈지글거리는 태양 아래 농익은 춤〉 중에서
▶ 쿠바, 하면 떠오르는 것들!
쿠바는 헤밍웨이와 마르케스와 같은 수많은 예술가가 영감을 받고 작품을 쓰고 영혼의 안식처로 삼으며 사랑했던 나라다. 또한 우리에게 쿠바,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것들이 있다. 피델 카스트로. 혁명가 체 게바라. 헤밍웨이. 올드카, 재즈. 모히또, 살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카리브해. 말라꼰의 낭만 가로등….
장희주가 쓴 〈쿠바에서는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다〉에는 비단 그런 것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쿠바의 의료와 진료 체계. 물 부족 문제. 쿠바의 미술과 색채감. 쿠바 춤의 역사, 쿠바에서의 집짓기. 정치. 경제. 종교와 신앙. 언어 등 총체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과 결핍을 승화시키며 그들만이 쓰는 표현들을 읽다 보면 쿠바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고 그들과 친밀감을 느끼게 해준다.
노 아이(No hay): 없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라는 것
세 아카보(Se acabo): 다 팔렸으니 편안하게 다음을 기다리는 것
노 세 푸에데(No se puede): 할 수 없지만 존중해 주는 것.
루차르(Luchar): 치열하게 산다는 것.
레솔베르(Resolver):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
안 되는 일에 스트레스받는 일이 거의 없는 쿠바사람들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명쾌한 삶의 방식이다. 그래서 포기도 빠르지만 해야 하는 문제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포기를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쿠바사람들이 쓰는 이런 용어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독자들이 쿠바를 더 알기 쉽게 그들만의 동지애, 동료의식 그리고 그 속에 들어있는 문화와 삶의 철학을 말해준다.
▶ 없어서 불편한 것이 아니라
없어서 새로 만들어지는 나라, 쿠바!
타고난 흥쟁이의 나라 쿠바의 자유로운 몸짓과 자연과 합일되어 호흡하며 살아가는 가운데에서도 저자는 쿠바의 역사와 아픔, 애환들을 이 책에서 낱낱이 드러내며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어려워서 불안하고 불편한 것이 아니라, 그래서 더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는 쿠바 사람들의 정겨운 생존을 조명한다.
지금 쿠바는 최악의 시기를 관통하고 있다. 미국이 쿠바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막고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한 정책으로 인해 점점 사람들의 형편이 어려워지고 많은 사람이 쿠바를 떠나고 있지만 그럴수록 살아있는 쿠바의 모습을 찾아내며 타자인 쿠바노들의 삶이 아니라 오히려 저자 본인의 삶이 되어 쿠바 친구들과 이웃들과 함께 씩씩하고 건강하게 오늘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미국의 대쿠바 정책의 영향으로 식료품 구하는 일뿐만이 아니라 가솔린의 부족과 전력난으로 2019년 이후 생활이 많이 불편해졌다. 총체적인 난국 속에 살고 있지만 생활은 가까스로 이어나가고 있다. 전기가 자주 나가지만 그러려니 하고 가솔린을 넣으려면 7시간 넘게 줄을 서야 하고, 대중교통이 줄어 자전거를 타고 다니게 되기까지 내 생활의 불편함에 정치적 이슈가 바로 반영되다 보니 뉴스에 더 촉각을 세우게 되었다.
-본문 〈미국의 쿠바경제 봉쇄 정책〉 중에서
특히 저자가 바라보는 쿠바의 시각은 미술사학 전공자답게 미술과 역사를 통해 독자들의 시각을 넓히고 이해를 돕는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쿠바의 대표적 미술작가 요안 카포테(Yoan Capote)의 그림 〈바다〉를 설명하며 바다를 통해 가족을 떠나보내고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과 기약 없는 미래, 좌절, 분노를 이야기한다. 쿠바라는 섬의 지형적 특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섬에 사는 사람들의 고립감, 바다를 바라보고 살아야 하며 때로는 바다를 넘어서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그들의 숙명적 삶의 원형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또 다른 시각에서 쿠바를 바라보게 한다.
작가정보
(Ángela)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문 해설사로 근무한 적이 있으며, 쿠바 국립미술관 해설 투어와 쿠바 여행 가이드를 하고 있다. 한국어 교원 자격증 취득 후, Distrito Cultural de Plaza(플라자 데 레볼루시온 지자체) 승인/등록, 한국 문화 프로젝트인 ARTCOR와 한글학교에서 한국어 수업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2022년 한국 외교부 주관 ’쿠바 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로 쿠바 영화를 한국에 소개하기도 했다.
우연히 쿠바에 갔다가 영혼 깊숙이 훅 밀려오는 쿠바의 햇살과 향에 알 수 없는 그리움에 빠져들었다. 한국에 돌아와 다시 배낭을 메고 무작정 쿠바로 떠나 아바나 대학에서 잠시 스페인어 공부를 했다. 제주 국제 아이언맨 대회(철인 3종)에서 수영 3.9㎞, 싸이클 180.2㎞, 마라톤 43㎞를 15시간 대에 완주해 ‘국제 아이언맨’ 인증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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