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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 이야기

세계문학전집 1
빛소굴

2024년 11월 22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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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0.94MB)
ISBN 979119363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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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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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문학의 거장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연작 단편소설집을 국내 초역으로 선보인다. 바질은 청소년기 특유의 종잡을 수 없는 감정기복과 예민하고 도취적인 성향으로 곧잘 문제에 휘말리고 마는 중산층 소년이다. 사랑에 빠지는 일에는 고수지만 사랑을 하는 일에는 어리숙해서 많은 실연을 겪고, 언젠가 화려한 미국 동부에 진출해 모두가 우러러보는 위인이 되리라는 야심에 잠겨 혼자 히죽이기도 한다. 피츠제럴드만의 감수성도 그대로 빼닮은 바질은 곧잘 사색과 문학에 심취한다. 무언가를 정열적으로 사랑하는 일에 거침없이 뛰어들고 그 씁쓸한 뒷맛을 홀로 감내하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피츠제럴드이면서 피츠제럴드가 아닌, 모든 10대 청소년을 상징하면서도 전연 색다르고 낯선 인물에 깊은 연민과 공감을 느끼게 된다.

피츠제럴드의 장편에서 두드러지는 요소, 즉 부와 계급의 퇴폐적 이면과 사랑을 향한 낭만적이고도 허황된 욕망, 젊음의 눈부신 야심을 떠올려보면, 『바질 이야기』는 일종의 프리퀄처럼 느껴진다. 노스탤지어, 낭만, 마법적 깨달음으로 가득한 풋내기 소년의 위태롭고 아름다운 성장기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그런 파티
스캔들 탐정단
박람회에서의 하룻밤
풋내기
걔는 자기가 대단한 줄 알아
포로가 된 섀도
완벽한 인생
전진하다
바질과 클레오파트라


옮긴이의 말
작가 연보

테런스는 유령을 보듯 물끄러미 돌리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제야 처음 깨달은 양, 그에게 돌리는 거의 시간과 날씨의 본질로 느껴졌다. 대기에 서리와 기쁨이 감돈다면 그녀가 바로 서리와 기쁨이었고, 여름밤 노란 창문에 어떤 신비가 있다면 그녀가 바로 그 신비였으며, 영감이나 슬픔이나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이 있다면 그녀가 바로 그 음악이었다. _17쪽

“난 네가 제일 좋아.” 바질은 열병에 걸려 헛소리를 지껄이듯 말했다. 위에서 분홍빛으로 어룽거리는 하늘의 무게를 견딜 수가 없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러운 대기를 뚫고 나아가는 동안, 얼어붙었던 피가 갑자기 녹아 몸 안에 따스한 샘물이 솟아나는 듯했고 바질은 자신의 인생 전체를 실어 그 물줄기를 이 소녀에게로 흘려보냈다. _34쪽

바질은 자기 때문에 블레어 부인이 겁을 집어먹고 바다로 떠났다는 사실을, 자기 때문에 특별 경찰관이 여러 날 밤 평온한 구역을 순찰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다만, 석 달의 기나긴 봄에 품었던 막연하고 들뜬 열망이 그럭저럭 충족되었다는 사실만은 알았다. 그 열망은 지난주 인화점에 도달했다. 확 타올라 폭발하고 재만 남았다. 바질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여름을 향해 미련 없이 고개를 돌렸다. _54쪽

부유하고 유쾌하며 매혹적인 이 사람들은 뉴욕의 화려한 댄스파티와 비밀스러운 카페에서, 혹은 가을 달 아래의 옥상 정원에서 이루어질 눈부신 만남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바질은 한숨 지었다. 이런 낭만적인 일에는 나중에 낄 수 있으리라. 먼저, 기지 넘치고 화술이 능란한 동시에 강인하고 진중하며 과묵한 사람이 될 것. 너그럽고 솔직하고 헌신적이면서도, 약간은 신비롭고 섬세하며 애수 어린 비통함까지 깃든 사람이 될 것. 밝으면서도 어두운 사람이 될 것. 이런 점들을 조화롭게 버무려 단 한 사람으로 녹여낼 것. 아, 그러려면 할 일이 있었다. 완벽한 인생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바질은 야망의 황홀경에 취하고 말았다. 잠시 더 그의 영혼은 질주하는 빛을 따라 대도시로 향했다. 그러다 그는 결연히 일어나 담배를 창턱에 비벼 끈 다음 전기스탠드를 켜고 완벽한 인생의 요건들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_181~182쪽

바질은 생전 처음으로 나이가 더 많았으면, 감수성이 덜 예민했으면, 쉽게 감명받지 않았으면 하고 절실히 바랐다. 이렇게 모든 향기와 광경과 곡조에 전율하는 대신, 심드렁하니 냉정을 지키고 싶었다. 아름다운 온 세상이 달빛처럼 쏟아져 내려 그를 짓누르는 듯한 비참한 기분이었다. 무수한 어른들이 인생의 수년을 바쳤을 청춘이 과도하게 넘쳐흘러 바질은 속수무책으로 허우적거리며 한숨을 쉬듯 짧은 숨을 뱉었다. _244쪽

미니는 바질을 올려다보며 처음으로 그를 냉정히 평가해 보았다. 그의 탄탄하면서도 우아한 몸, 햇볕에 그을린 피부의 선명하고 따스한 색깔, 그녀가 한때 무척 낭만적이라 생각했던 반짝이는 흑발. 미니는 그의 얼굴에서 다른 무언가도 느꼈다―바질을 싫어하는 사람들조차 느꼈듯이. 어떤 징조를, 운명의 암시를, 그리고 자신의 인장을 세상에 찍고야 말겠다는, 자기 뜻대로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 이상의 고집을. _247쪽

별들을 올려다본 바질에게 언제나처럼 그의 별들, 야망과 고투와 영광의 상징들이 보였다. 별들 사이로 부는 바람은 그가 항상 귀 기울여 찾던 높은 원음을 나팔 소리처럼 울렸고, 전투를 위해 찢겨 가늘게 흩어진 구름은 열병식을 거행하며 지나갔다. 비할 데 없이 찬란하고 장엄한 광경 앞에, 사령관의 노련한 눈만이 그곳에서 하나의 별이 사라졌음을 알아차렸다. _265쪽

노스탤지어, 낭만, 마법적 깨달음으로 가득한
한 풋내기 소년의 위태롭고 아름다운 성장기

영미문학의 거장 피츠제럴드의
가장 자전적 인물을 국내 초역으로 만나다

미국 재즈 시대와 로스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연작 단편소설집 『바질 이야기』를 국내 처음으로 소개한다. 『바질 이야기』는 피츠제럴드가 1928년 4월부터 1929년 4월까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연재한 연작 소설로 한 편당 약 3,500달러의 고료를 작가에게 안겨주었으며, 재즈 시대 미국 젊은이들의 생활과 문화적 면면을 탁월하게 녹여 냈다는 평을 받았다.

피츠제럴드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 대개 어느 정도 작가의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이 책의 주인공 바질은 유독 자전적 성격이 강한 인물이다.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는 인물이나 장소, 사건이 다수 등장하여 피츠제럴드의 청소년기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바질은 청소년기 특유의 종잡을 수 없는 감정기복과 예민하고 도취적인 성향으로 곧잘 문제에 휘말리고 마는 중산층 소년이다. 사랑에 빠지는 일에는 고수지만 사랑을 하는 일에는 어리숙해서 많은 실연을 겪고, 언젠가 화려한 미국 동부에 진출해 모두가 우러러보는 위인이 되리라는 야심에 잠겨 혼자 히죽이기도 한다. 곳곳에 녹아 있는 유머에서는 피츠제럴드의 장난스런 웃음이 느껴지는 듯도 하다. 피츠제럴드만의 고유한 감수성을 그대로 빼닮은 바질은 곧잘 사색과 문학에도 심취한다. 무언가를 정열적으로 사랑하는 일에 거침없이 뛰어들고 그 씁쓸한 뒷맛을 홀로 감내하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피츠제럴드이면서 피츠제럴드가 아닌, 모든 10대 청소년을 상징하면서도 전연 색다르고 낯선 인물에 깊은 연민과 공감을 느끼게 된다.


[본문에서]
“바질은 생전 처음으로 나이가 더 많았으면, 감수성이 덜 예민했으면, 쉽게 감명받지 않았으면 하고 절실히 바랐다. 이렇게 모든 향기와 광경과 곡조에 전율하는 대신, 심드렁하니 냉정을 지키고 싶었다. 아름다운 온 세상이 달빛처럼 쏟아져 내려 그를 짓누르는 듯한 비참한 기분이었다. 무수한 어른들이 인생의 수년을 바쳤을 청춘이 과도하게 넘쳐흘러 바질은 속수무책으로 허우적거리며 한숨을 쉬듯 짧은 숨을 뱉었다.”

『위대한 개츠비』나 『낙원의 이편』 같은 피츠제럴드의 장편에서 볼 수 있는 요소, 즉 부와 계급의 퇴폐적 이면과 사랑을 향한 낭만적이고도 허황된 욕망, 젊음의 눈부신 야심을 떠올려보면, 이 책 『바질 이야기』는 일종의 프리퀄(prequel)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내면만을 향하던 시선을 밖으로 돌려 사회를 인식하고 그 속에서 점차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바질은, 삶과 사랑의 지고한 환멸 속에서도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랑을 갈구하고, 끊임없이 방황하고, 오만과 열등감을 오가는 소년
미성숙과 미완성에서만 엿볼 수 있는 그 찬란함에 대하여

“유머와 통찰력이 깃든 작은 걸작. (…)
피츠제럴드는 청소년기의 연애와 허세를 묘사하는 데
언제나 기적적으로 능숙하다.”
- 『뉴욕 타임스』

소설은 총 아홉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간 순서대로 전개된다.
1장 「그런 파티」와 2장 「스캔들 탐정단」에서는 어린이의 순진한 시선과 이성에 갓 눈을 뜬 소년의 정열이 묘한 조합을 이루며 바질의 내면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키스 게임에 빠진 바질이 부모님 몰래 술수를 부려 무리하게 파티를 열다 파국에 치닫기도 하고, 동네 소녀에게 반하고 만 그가 소녀 주위를 맴돌며 어린아이답지 않은 조숙한 매력을 발산하는 한 재간둥이 소년에게 본때를 보여주리라 결심하여 복수 작전을 벌이기도 한다. 바질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일련의 소동은 우스꽝스럽고 어딘가 처연하기까지 하다. 바질은 호기심과 질투로 뒤덮인 한때의 치기 이면에 복잡한 감정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3장 「박람회에서의 하룻밤」과 4장 「풋내기」는 조금씩 삶의 쓴맛을 알아가는 바질의 고뇌와 불안을 그린다. 무모한 모험과 야심을 공유했던 절친한 친구와 미묘한 갈등을 겪고, 큰 꿈을 안고 입학한 낯선 지역의 사립 기숙학교에서 예기치 못했던 위기와 마주한다. 어설픈 자기표현과 예민한 감수성은 바질을 곧잘 함정에 빠뜨린다. 그럼에도 그에게 힘이 되어주는 건 예일대 풋볼팀에서 활약한 뒤 불세출의 위인이 되겠다는 원대한 야심과 사랑, 그리고 예술이다.

5장 「걔는 자기가 대단한 줄 알아」, 6장 「포로가 된 섀도」, 7장 「완벽한 인생」에서는 바질의 독특한 개성이 절정에 이른다. 청소년기로 접어드는 시기에 깊은 수렁에 빠졌다가 겨우 헤어나왔던 바질은 친구, 연인, 꿈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고 믿는 사춘기 소년 특유의 낙관주의와 기복, 허풍, 그리고 필연적 불안을 체험한다. 그는 동부(뉴욕)로 대표되는 상류 세계로의 진출을 끈질기게 욕망하며, 스물다섯 살에 최연소 미국 대통령이 된다거나 괴도 신사로 활약하겠다는 다소 허황한 꿈에 기대 주위의 비웃음을 사면서도 그 열정을 스스로 주체하지 못한다. 본인이 블랙코미디 속 주인공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8장 「전진하다」, 9장 「바질과 클레오파트라」에서 바질은 여전히 위태롭게 흔들리지만, 끝내 감상적인 사랑의 부질없는 꿈에서 깨어나 미래를 위한 노력을 다짐한다. 물론 바질은 아직 ‘미완성’이다. 그러나 나이가 많다고 해서 혹은 많은 경험을 했다고 해서 우리가 스스로를 완성된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가? 자신의 결핍을 직시하고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하려는 의지야말로 미완성 인간의 가장 찬란한 재능이지 않겠는가? 치열한 몸싸움 끝에 겨우 한 발자국 전진하는 풋볼처럼 성장은 느리게 이루어지지만 마침내 터치다운, 필드를 질주해 얻어낸 삶의 또 다른 풍경은 우리 모두가 한때 바질처럼 방황했음을, 그리고 그 방황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상기시킨다.

작가정보

1896년 9월 24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대학교 재학 때부터 문학과 연극 활동에 열중했고,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육군 소위로 입대했다. 제대 후 광고 회사에 다니다 관둔 후 글쓰기에 몰두하면서 여러 번의 개작 끝에 1920년 『낙원의 이편』을 발표해 큰 성공을 거둔다. 경제적 여유와 인기를 얻은 그는 과거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파혼당했던 상대인 젤다 세이어와 결혼에 성공하며 호화로운 사교계 생활에 빠져들었다. 1925년에 발표한 『위대한 개츠비』는 20세기 미국 소설을 대표한다는 평을 받았으며, 피츠제럴드는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그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에스콰이어』 등의 매체에 발표한 단편들도 역시 호평을 받았다. 이 책 『바질 이야기』 역시 피츠제럴드가 1928년부터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연재한 자전적 연작 소설로, 미국 재즈 시대 사춘기 소년의 모험과 달곰쌉쌀한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1920년대 후반 미국 대공황과 함께 피츠제럴드 부부는 불행한 시기를 보내게 된다. 피츠제럴드는 술에 빠져들었고 젤다는 신경쇠약에 시달리게 된 것. 고통의 나날 속에서도 집필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는 1934년 장편소설 『밤은 부드러워라』를 발표했다.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던 피츠제럴드는 할리우드로 옮겨가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썼고, 『마지막 거물의 사랑』을 집필하던 중 1940년 12월 21일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오늘날 피츠제럴드는 미국의 재즈 시대와 로스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작가로 불리며, 고통의 나날들 속에서도 펜을 놓지 않았던 그의 문학에의 열정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사회교육원 전문 번역가 양성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상황과 이야기』, 『걸 온 더 트레인』, 『쌤통의 심리학』, 『도둑맞은 인생』,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 3부작, 『엽란을 날려라』, 『신부의 딸』, 『숨 쉴 곳을 찾아서』, 『익명 작가』, 『코미디언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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