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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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1장 당신은 의학을 믿습니까?
차별은 디스토피아를 만든다 14
거짓은 현대 의학을 흔든다 22
마음의 병은 없다 30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 38
돼지 독감과 백신 반대론 44
폴 브로카와 왕의 DNA 52
확증 편향과 집단 사고 59
2장 당신은 함께 사는 사회를 원합니까?
대유행이 남기는 것 68
그 사내의 이야기 75
응급실에서는 참아 주세요 82
내일은 오지 않는다 88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95
우리는 정말 선진국에 살고 있을까? 102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 109
3장 히포크라테스의 후예에게 고함
진료실 밖은 위험합니다! 118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123
‘요즘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130
크세노폰의 후예 137
정말 제도만 문제인가요? 144
H 선배의 제안 152
가식과 위선은 이제 그만 160
관행은 이제 그만 167
2024년 의료 대란을 겪으며 173
면도날이라 불린 남자 179
4장 우리는 모두 평범한 인간이다
바보들의 치킨 게임 186
오늘도 그들의 캐릭터는 붕괴한다 195
‘뇌피셜’은 이제 그만! 202
이단과 사이비를 구분하라 210
B 교수와 신경외과의 전성시대 222
유사 과학, 음모론, 확증 편향 그리고 집단 자살 232
닫는 말 마음을 다해 공존하기 241
우리는 모두 늙는다. 우리는 모두 다치거나 병들 수 있다. 거기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적 소수자에 관한 처우가 가혹한 사회는 ‘현실주의가 지배하는 효율적인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디스토피아’일 뿐이다. 그러니 거리에서 사회
적 소수자를 마주했을 때, 때때로 기본권을 요구하는 그들의 시위에 불편을 겪을 때, 불만과 혐오를 외치기에 앞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깊이 소망한다.
- p.20, 차별은 디스토피아를 만든다
과학이 발전하고 현대 의학이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질병을 징벌이나 저주로 판단하는 태도는 많이 사라졌다. 그 덕분에 많은 편견과 냉대가 힘을 잃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그런 편견과 냉대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질병이 아닌 것을 질병으로 규정하여 차별하는 움직임도 존재한다.
- p.40,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
병원에서 마주하는 간병인은 재중 동포와 중국 출신 이주민의 비중이 크다. 광역 버스를 타고 수도권 외곽으로 가면 낯선 외모와 생경한 억양을 지닌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들 대부분은 우리가 필요에 따라 부른 존재이며 그들이 없으면 우리 사회를 유지하기 어렵다. 앞으로 그런 경향은 더욱 짙어질 것이다. 그들의 이주를 허용할 것인지, 막을 것인지 따위는 이제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을 어떻게 우리 사회에 조화롭게 수용할 것이며, 그들과 우리가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 p.80, 그 사내의 이야기
갑작스러운 황달에 응급실을 찾았다가 담도암으로 추정되며 이미 수술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받은 노인, 1차 의료 기관에서 폐렴이라 진단받았으나 좀처럼 호전되지 않아 응급실을 방문했는데 폐암이며 이미 전이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통보받은 중년 남성, 가끔 정신이 멍하고 팔다리에 힘이 빠진다는 대수롭지 않은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아 시행한 MRI에서 악성 뇌종양이 발견된 중년 여성, 모두 너무 당황해서 놀란 표정조차 짓지 못했다. 그들에게 짧으면 몇 주, 길면 1~2년까지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주어질 것이나 안타깝게도 그런 상황의 환자를 교육하고 돌보는 기능이 우리 의료 체제에는 매우 부족하다.
- p.99,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2024년 의료 대란이 길어지며 이제 전문의도 사직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진료를 제한하자는 주장도 들린다. 그런데 ‘진료를 줄입니다’ 혹은 ‘입원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을 게시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임상과도 있겠으나 그럴 수 없는 임상과도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를 두고 감정적으로 구호를 외치기 전에 병원 안에는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 p.115,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
지난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인류를 괴롭힌 코로나19 대유행도 끝을 맺었다. 그러나 대유행의 끝이 평안의 시작은 아니다. 대유행을 구실 삼아 미루어 둔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할 시기가 도래했기에 오히려 새로운 혼란의 시작이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의대 정원의 증원, 공공 의료와 필수 의료, 보장성 확대, 강화된 면허 관리법 등 대유행을 구실 삼아 보류했던 문제가 수면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의료 제도를 두고 좀 더 본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 p.128,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정말 제도의 잘못일까? 수가만 올리면, 의사만 늘리면,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을까? 수가도, 의사도 대폭 늘리면 유토피아가 도래할까? 우리는 매우 쉽게 대부분의 비극이 제도에서 기인했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말하면 멋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을 비난할 필요도 없어 깔끔하다. 혹시 내게 비슷한 상황이 닥쳐도 제도의 잘못을 외치며 빠져나올 수 있으니 무의식적으로는 안전 장치처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온전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많지 않은 것처럼 제도의 잘못이라 변명할 수 있는 문제도 많지 않다.
- p.149, 정말 제도만 문제인가요?
의대 증원을 두고 시시콜콜한 주장을 펼칠 생각은 없다. 다만 정부와 의사 사회가 강 대 강으로 부딪혀 몇몇 언론이 은근히 그들의 갈등을 부추기고, SNS에는 혐오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병원에서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리고 싶다.
- p.177, 2024년 의료 대란을 겪으며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에는 뇌전증으로 고통받는 인물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그런 인물을 단순히 자주 등장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발작이 일어나는 순간을 매우 실감 나게 묘사한다. 그런 발작을 자주 목격했거나 직접 겪지 않고 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부분을 현실적으로 그린다. 비결의 이유는 간단하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뇌전증 환자였기 때문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측두엽 뇌전증’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 p.204, ‘뇌피셜’은 이제 그만!
의료계를 무턱대고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으나 그렇다고 의사는 나쁜 기득권층이라는 맹목적인 비난으로 인기를 얻고 싶지도 않다. 재기발랄하면서도 의료인과 시민, 모두에게 은근슬쩍 쓴소리를 던지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건전한 상식을 옹호하는 글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 p.242, 닫는 말
코로나19, 의료 대란을 거치며…
의사 곽경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질문을 던지다
지난 3년간 대한민국은 코로나19로 세상이 폐쇄되었고, 이후 2024년 의료 대란을 정통으로 맞으며 유례없는 혼란기를 겪고 있다. 집단 사직을 신청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가 단행되고, 수련 병원들이 하반기 전공의 모집 공고를 내면서 의료 대란 사태가 더욱 가속화되었다. 의료 공백으로 인해 장기 이식 수술 건수가 1년 새 18%가 줄어든 점입가경의 상황에서 저자는 의료인의 근본적인 역할을 묻고 대답하며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다. 더 나아가 ‘어떤 형태의 의료 서비스가 우리 사회에 적합한가?’, ‘현재 의료 제도의 장단점이 무엇인가?’, ‘사회적 약자를 돌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 시대를 관통하는 화두를 내던진다. 저자는 의료 대란 사태를 두고 어느 한쪽의 입장에 매몰되어 두둔하지 않는다. 양 측의 입장을 모두 고려한 균형 있는 자세로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핵심은 무엇이며,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질문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직시하려고 한다. “서로를 미워하고 악마화하기에 앞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의 다수임을 기억했으면 한다”는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혐오와 차별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지키며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결국 상식과 윤리를 잃지 않고
타인과 연대하며 나아가야 한다”
분투하는 삶 속에서 사람 곁을 지키기로 한
의사 곽경훈의 웅숭깊은 고백
“현실을 망치지 않으려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에 우리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조금씩이나마 전진한다고 생각한다”는 저자는 내뱉은 말을 지키듯 오늘도, 내일도 사람 곁을 지킨다. 많은 이들이 떠나간 병원에 끝까지 남아 목소리를 내는 일의 피로감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우리에게 솔직하고 담담한 고백을 건넨다. 더불어 병원을 넘어 우리 사회가 외면하는 이들에게도 기꺼이 손을 내민다. 재중 동포와 중국 출신 이주민의 병원 간병인과 어떻게 하면 조화롭게 공존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또한 “동성애는 취향일 뿐, 치료해야 할 질병이 아니”며 “의료인에게는 질병이 아닌 것을 질병으로 규정하여 차별과 증오를 선동하는 유사 의학의 실체를 밝힐” 의무가 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의료인으로서, 한 명의 개인으로서 중심을 잡고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현재 우리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을 통해 절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정보
1978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종군 기자, 연극배우, 인류학자 같은 다양한 꿈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파란만장한 학창 시절을 보낸 끝에 의과 대학에 입학했다. 의과 대학을 졸업한 다음, 당장 5분 후의 상황도 예측하기 힘든 응급실의 매력에 빠져 응급 의학과를 선택했다. 현재 응급 의학과 전문의 겸 작가로 활동 중이다. 위대한 명의는 되지 못하더라도 창피하지 않은 전문가로 살고자 오늘도 노력한다. 주요 저서로는 《응급실의 소크라테스》,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 《곽곽선생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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