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공간
2024년 10월 2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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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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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공간》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디자이너로 출발해 창의성의 최전선에서, 현재 수십 개에 달하는 브랜드의 고객 경험과 크리에이티브를 맡고 있는 저자는 더 좋은 생각, 더 나은 생각, 더 정제된 생각을 고민하기 전에, 스스로 가장 자연스러운 생각을 꺼낼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오늘날 일어나는 치열한 생각의 경쟁에서 인위적인 생각은 빠르게 탈락, 대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
저자가 말하는 창의성은 태도이자 욕구다. 그는 언어의 탈을 쓰고 있는 생각이라는 ‘욕구’를 발휘할 때 비로소 용감한 창의력이 시작되며,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머릿속 생각의 공간을 자유롭게 채워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책 《생각의 공간》은 익명의 디자이너로 일해온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이자, 크리에이티브로 더 큰 가치를 만들어가는 브랜드와 일에 대한 생각이다. 창의성을 재료 삼아 일하는 디자이너나 기획자뿐 아니라, 브랜드 설계의 또 다른 가치를 고민하는 사람들, 자기만의 관점으로 창의성을 해석하고 발휘해야 하는 이들에게 자극과 동력이 되어줄 책이다.
1장. 발상
강이 어는 과정
스마트와 크리에이티브
트렌드와 펀더멘털
소비자, 사용자, 고객, 타깃
아트와 디자인이라는 운명
지키고 싶은 것
‘Why’의 뒷면
노포 사장님과 취향
기억해줘
디지털과 아날로그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
바위는 베라고 있는 것인가
언어가 디자인하는 시대
작은 영화관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1평의 경험
증명사진과 디자인 리뉴얼
2장. 공명
공명
어리광
선물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국문학과와 웹툰 작가 지망생
디자이너의 의견은 무엇인가요?
대화 상대
최면을 거는 목소리
노안과 빙의
리얼 배틀그라운드
예스맨
메이의 두 마음
검은 고양이 옐로와 테슬라
의사결정에 임하는 자세
익명성과 창의성
떠나는 디자이너에게
오크통
어느 경기장의 오후
닫는 글. 어떤 춤을 출 것인가
생각의 연결 고리는 이제 크리에이티브의 가치를 끌어들이고 싶어 한다. 하나의 크리에이티브가 강이 어는 과정을 거쳐 단단하게 얼게 된 순간, 창작의 과정을 거쳐 세상에 등장해 새로운 가능성을 펼쳐나가는 순간, 그 크리에이티브가 창출하는 브랜드 가치와 영향력은 상당하다. 하나의 제품, 하나의 공간, 하나의 서비스를 넘어, 브랜드나 회사에 전혀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는 자신감과 배경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가 온전히 세상에 드러나기 전까지는, 얼고 있는 과정에서는 그 포텐셜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 ‘강이 어는 과정’ 중에서
크리에이티브는 결과에 대한 언어가 아니다. 무언가를 새롭게 또는 다르게 떠올려보는 딱 그 ‘과정’에 대한 언어이다. 그리고 떠오른 그 무언가를 드러내고 표현했을 때 비로소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어떡하지.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오르기는 했는데, 상당히 별로일 수 있다.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봐도 좋다. 생각은 기억과 자극을 매개로 제멋대로 흘러왔다 흘러갈 뿐,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을지는, 떠오른 생각에게는 관심사가 아니다. 그 생각을 표현할지 여부는 결국 자기 검열로 결정된다. 검열 과정에서 수많은 아이디어와 생각이 탈락한다. 자기 검열의 확고한 기능에 기대기보다, 불확실성을 안고서라도 표현하고 드러내는 용기를 발휘하는 것이 크리에이티브가 아닐까 싶다.
- ‘스마트와 크리에이티브’ 중에서
브랜드에 따라 변화의 방향과 정도는 다양하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기도 하고, 입던 옷을 리폼해서 새로운 느낌을 가미하기도 한다. 변화에 크게 개의치 않고 지금까지 입어온 옷을 계속 입는 경우도 있다.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 스타일이라면, 스타일을 바꾸지 않음으로써 훨씬 강력한 인상을 쌓아갈 수도 있으니까. 옷을 어느 정도로 갈아입을지는 브랜드의 선택이지만, 중요한 사실은 어떤 옷을 입든지 뚜렷한 스타일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자주 갈아입지는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애매한 스타일은 스타일로 인정받지 못하고, 스타일을 자주 바꾸면 스타일이 없는 브랜드가 되어버리고 만다. 스타일에 정답은 없다. 내가 자신 있게 입어서 나다운 스타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 ‘지키고 싶은 것’ 중에서
디자인을 바꾸는 성형은 그 범위가 커질수록 브랜드가 그동안 쌓아온 강력한 무기의 화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킨다.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브랜드가 끊임없이 태어나고 있지만, 시간을 압축해서 쌓아갈 방법은 없다. 브랜드는 고객에게 인사하고 선택받은 시간만큼 그 얼굴과 함께 기억되고 추억된다. 고객의 관심과 애정은 온라인상에서도 그 얼굴과 함께(고객이 찍어준 사진이 많을 테니) 차곡차곡 쌓여간다. 브랜드는 고객에게 단 한 명의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가 아니다. 언제든 사귈 수도 헤어질 수도 있는 존재이다. 고객이 지금 사귀고 있는 다른 브랜드의 얼굴을 계속 힐끔거리다 보면, 그와 비슷해지고 싶은 욕구가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가 갖추어야 할 얼굴은 이상형이 아니라, 자기애를 바탕으로 한 또렷한 인상이다.
- ‘증명사진과 디자인 리뉴얼’ 중에서
디자인이 아름다운 멜로디라면, 디자이너를 넘어서는 공명을 음악과 연주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라고 상상해 본다. 어떤 연주자에 의해, 어떤 악기 편성으로, 어느 무대에서 연주될 것인가. 이 모든 선택과 준비 과정을 거쳐 음악은 관객을 만난다. 그 무대는 작곡가, 편곡자, 연주자, 공연기획자를 거치고, 시점을 더 넓히면 악기 제작자, 무대 연출가, 극장 건축가 등 수많은 사람이 담아낸 가치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그 음악과 연주는 상품의 모습을 하고 있을 수도, 공간이나 서비스의 모습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공명의 첫 음이 디자인에서만 발현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역할이든 공명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고, 공명하는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당연하게도, 모두가 함께 공명할 때 최고의 연주가 펼쳐진다.
- ‘공명’ 중에서
가장 어려운 대화 중 하나는 구성원들과의 대화다. 동일한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직급이 달라지는 순간 말의 무게와 영향력은 달라진다. 아무리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들,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편하게 이야기하라고 하지만, 그 내용이 추가적인 업무나 부정적 평가로 되돌아올 수 있는(그렇게 느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구성원들의 대화 상대가 되기를 지향하고는 있지만, 지향만 하고 있을 뿐 실제로는 어떤지 감히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대화 상대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의 끈을 놓지 않는 건 창의성에는 직급이 없기 때문이다. 파릇파릇한 발상은 떠오른 상태에서 편안하게 말로 표현되지 못하면, 그대로 자취를 감추고 만다. 창의성의 손실이 발생하는 순간이다. 회사를 위해서도 개인을 위해서도 이러한 손실은 적을수록 좋다. 특히 창의성이 발현되어야 하는 조직에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구성원들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이끄는 리더들이 부럽다. 아마도 대화법의 스킬을 넘어서는 인성과 성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 ‘대화 상대’ 중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생각을 하고 있나요?
“기억에 남을 만한 생각을 하고 있나요?”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아마도 이 질문이 아닐까. 오늘날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생각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그 생각이 ‘누군가의 기억’에 남을 것인지의 여부다. 고객은 기억에 남을 만한 제품을, 브랜드를, 서비스를 만나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우리가 찾아헤매는 창의성이나 특별한 생각 역시 고객의 기억에 남을 만한 생각으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
“브랜드는 기억되지 못하면 소멸되는 운명이다. 그래서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를 펼쳐나갈 때면, 기억되고 싶다는 나의 욕구를 브랜드로 옮겨본다. 그 욕구는 상당히 깊이 자리 잡고 있어서, 창의성을 펼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기억되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나는 순간, ‘어떻게 할까’ 하는 발상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어떻게 하면 오래 기억될 수 있을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이디어가 펼쳐진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의 저자 허정원은 대기업 인하우스 디자이너를 거쳐, 현재는 아모레퍼시픽에서 크리에이티브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자는 가장 창의적인 작업마저 AI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지금,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어떻게 펼쳐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평소 차곡차곡 쌓아온 생각을 전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은 감각이나 스킬이 아닌 누구나 갖고 있는 욕구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결국 이 책에서 전하는 창의성은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이며, 결과가 아닌 과정에 가까운 행위로 해석된다.
《생각의 공간》을 발상과 공명이라는 두 개의 주제로 나눈 것도 이 때문이다. 생각은 스스로를 생각이라 소개하지만 사실은 언어라는 탈을 쓴 욕구이며, 생각을 경계 없이 마음껏 펼쳐야만 창의성의 싹을 틔울 수 있다. 발상은 다시 공명으로 이어진다. 창의적인 생각은 혼자 척척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내놓은 의견, 아이디어에 공명하며 생각의 크기가 눈덩이처럼 커질 때, 생각은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힘을 발휘한다.
이 책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는 시대에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생각은 무엇일까?’라는 과제를 남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쥐어짜듯 내놓은 생각이 아니라, 거침없이 생각을 꺼내는 용기와 창의적으로 일하는 태도가 아닐까. 고객의 본능에 자연스럽게 공감하며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창의성이며, 그러한 욕구는 이미 우리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다. 아직 발휘하지 않았을 뿐.
내 안의 생각을 깨우는 ‘대화 상대’가 되어줄 책
물론 생각도 창의성도 각각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다르기에, 당연히 저자의 생각과 경험을 정답처럼 받아들일 수는 없을 터. 하지만 저자가 긴 시간 동안 쌓아온 순간순간의 감정과 감상, 고민과 계획, 아이디어와 바람을 따라가다 보면, 창의성에 대한 생각, 발상과 공명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하나둘 자리하게 된다. 이 책을 생각의 욕구를 깨우는 자극이자, 생각의 대화 상대로 보는 이유다.
대화의 주제와 내용은 다양하다. 스마트함과 크리에이티브의 차이, Why와 취향, 사용자와 고객과 소비자와 타깃에게 말을 거는 방식,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브랜드, 디자인을 하면서 겪은 뿌듯하고 설레는 순간, 감성과 생각의 차이, 복잡한 이해관계, 일하면서 지켜야 할 것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어떻게 하면 더 창의적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등, 창의성을 계속 발휘하며 살아온 사람이 할 법한 거의 모든 생각을 담았다.
이 책의 부제는 ‘창의적인 욕구를 다루는 법’이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자기 분야에서 창의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식의 조언이나 현실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책을 마친다.
“생각의 공간에서 창의성이라는 욕구를 잘 다뤄보고 싶다는 바람 이전에, 매 순간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출발점이다. 사실은 그것뿐인지도 모르겠다. 각자에게 주어진 생의 모든 순간이 음악이다. 어떤 춤을 출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그래도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춤을 안 출 수는 없지 않나요?”
나에게 맞는 것을 찾고 있다면, 무엇이든 얽매이지 않는 데서 모든 것은 시작된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창의적인 생각으로 내 일의 가치를 키워가고 싶다면, 생각하는 습관을 키우고 싶다면, 창의적인 조직을 꾸려가고 싶다면, 이 책 《생각의 공간》이 든든한 대화 상대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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