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오니시모, 나폴리
2024년 10월 23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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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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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성별 무관, 같이 피자 먹고 재밌게 노실 분.’ 나폴리 여행 중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동행’ 글을 보고 모인 네 명의 남녀. 한 번도 경로에서 이탈하지 않고 살아온 ‘선화’는 결혼을 앞두고 파혼을 한 뒤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자유롭게 사는 삶을 꿈꾼다. 피자 장인이 되기 위해 나폴리에 왔다는, 여유롭고 너그러운 미소의 ‘한’. 일행들과 헤어진 후 한과 선화는 불 꺼진 어둑한 골목을 함께 걷는다. “한잔 더 할래요?” 선화가 남자에게 먼저 한잔을 청한 건 처음이다. 어느새 둘은 조금씩 호감을 느끼고, 서로 진솔한 마음을 나누던 그때, 한이 뜻밖의 고백을 한다.
작가의 말
정대건 작가 인터뷰
“정해진 경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안 될 것 같은 게 꼭 내 몸에 갇힌 기분이었어요.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닌 사고방식으로 평생 살다 간다는 게 싫었어요. 유난이죠?”
나는 쓸쓸하게 자조했다.
“아니요. 유난 아니에요. 저도 그래요.”
한은 공감하는 눈빛을 보내며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화 씨 말 듣고 좀 놀랐어요. 제 몸에 갇힌 기분. 저도 비슷한 걸 느끼거든요.”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살고 있는 듯 보이는 한이 그런 말을 하자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어느덧 우리는 헤어지기로 한 까르푸 마트 앞 건널목에 도착해 멈춰 섰다. 빨간불이 파란불로 바뀌었지만 그도 나도 그 자리에 서서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28~29쪽)
또 한 번 천사가 지나갔다. 한은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망설이는 듯했다. 그가아까 전 자신은 남성성이 부족하다고, 상대가 먼저 다가오길 바란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그가 입안에서 고르고 있을 어떤 말을 상상하며 기다렸다. 들어가서 차를 한잔하자고 권하거나, 자신의 방은 따뜻하다거나……. 그러나 그는 거기에서 멈추었다. 그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무안할 정도로 한참 흐르는 정적을 참지 못하고 먼저 깬 것은 내 쪽이었다. (35쪽)
“차오(Ciao-안녕)!”
내가 인사하자 핏제리아 안에서 준비하고 있던 한은 나를 알아보고는 놀란 얼굴이 되었다. 어떻게 된 거냐는 그의 물음에 나는 웃으며 열차 파업 소식을 전했다.
“사실 별로 로마에 가고 싶지 않았어요. 나폴리에 눌러앉아 피자나 실컷 먹으려고요.”
로마까지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었지만 나는 이것을 나폴리에 남으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탈리아에 왔는데 의무처럼 로마를 가지 않는다는 것, 관성으로 남들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속이 후련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그걸 선택했을 때 느끼는 드문 쾌감이었다. 나는 과거의 죽은 인간들이 남긴 유적을 보는 것보다는 살아 숨 쉬는 인간이 가진 경험을 동경했다. (38~39쪽)
“어찌 되었든 제게는 두 가지 길이 있었어요. 제가 원하는 방식대로 저를 사랑해줄 사람이 나타나길, 그런 행운이 일어나길 평생 기다리는 것과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세상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 이탈리아 속담에 이런 말이 있거든요. ‘기다림만으로 사는 사람은 굶어서 죽는다’.”
“그래서 뭘 했나요?”
“우선 틴더, 범블. 힌지 같은 데이팅 앱을 깔았고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한이 웃었다. 한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삶은 유한한 것이었고 계속 맞대어봐야 했다. 그는 데이팅 앱 프로필에 이렇게 적었다.
‘만지는 것보다 만져지는 걸 좋아해요. 세상이 정한 성 역할이 아니라 둘만의 사랑이 하고 싶어요.’ (54~55쪽)
“마음에 들어요. 이 방.”
나는 방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한은 초조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선화 씨는 저를 믿어요?”
나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저를 집에 초대하기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거짓말을 했어요?”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한이 내 입술을 바라봤다. 나는 기다렸다. 한은 망설이고 있었다. 그가 내게 고백했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다시 재생되었다. 저는 상대가 먼저 다가와야 불이 붙거든요. 나는 그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일어나서 그에게 다가가 키스해주기를.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 내게 그런 자각은 생소했다. (62~63쪽)
“저는 미래에서 보내는 신호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신호요?”
“엄청 행복할 때 과거에 내가 어떻게 그런 좋은 선택을 했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런 때 어쩌면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한테 신호를 보내는 걸 수도 있어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예감 같은 게 들 때요.” (……)
미래에서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어떻게 보일까. 지금의 나는 내게 불만족하고 있는 사람, 한 번도 경로에서 이탈하지 않고 살아왔지만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잘 모른 채 길을 잃은 사람이었다. 반면 한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는 듯했다.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미래를 낙관했다. 나는 그를 닮고 싶었다. (67~68쪽)
“생전 해보지 않던 짓, 어찌 될지 모르는 미친 짓을 저지르는 기분이었다.”
한순간의 선택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어떤 결정적인 순간들에 관하여
《급류》 《GV 빌런 고태경》 《아이 틴더 유》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정대건작가의 《부오니시모, 나폴리》가 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최근 출간한 나폴리 체류기 《나의 파란, 나폴리》의 소설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오니시모, 나폴리》는 나폴리를 배경으로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이 성별 무관, 같이 피자 먹고 재밌게 노실 분.’ 나폴리 여행 중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동행’ 글을 보고 모인 네 명의 남녀. ‘선화’는 자신을 회계팀 백선화 대리라고 소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모든 것을 벗어던진 자유로운 해방감을 느낀다. 한 번도 경로에서 이탈하지 않고 살아왔지만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도 잘 모른 채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대학 입학, 취업이라는 정해진 경로를 수동적으로 살아온 선화는 결혼을 앞두고 파혼을 한 뒤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자유롭게 사는 삶을 꿈꾼다. 피자 장인이 되기 위해 나폴리에 왔다는, 여유롭고 너그러운 미소의 ‘한’. 한은 20대 후반 교통사고를 크게 당한 후 남은 인생이 너무 짧게 느껴져 피자나 실컷 먹겠다는 생각에 나폴리로 떠나고, 사람들이 피자를 맛있게 먹는 표정, 그 단순한 행복을 보는 게 좋아 피자이올로(피자 장인)가 되려고 한다. 일행들과 헤어진 후 한과 선화는 불 꺼진 어둑한 골목을 함께 걷는다. 좁고 어두운 나폴리의 골목은 어쩐지 으스스하지만, 선화는 모험이라도 하는 것처럼 설렌다. “한잔 더 할래요?” 선화가 남자에게 먼저 한잔을 청한 건 처음이다. 어느새 둘은 조금씩 호감을 느끼고, 서로 진솔한 마음을 나누던 그때, 한이 뜻밖의 고백을 한다. 순간 미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낀 선화. 과연 한순간의 선택은 선화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구병모 〈파쇄〉,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최진영 〈오로라〉 등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며,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시즌 1 50편에 이어 시즌 2는 더욱 새로운 작가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즌 2에는 강화길, 임선우, 단요, 정보라, 김보영, 이미상, 김화진, 정이현, 임솔아, 황정은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한 시즌 2에는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작품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년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구병모 《파쇄》
이희주 《마유미》
윤자영 《할매 떡볶이 레시피》
박소연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김기창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이종산 《블루마블》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
김동식 《백 명 버튼》
배예람 《물 밑에 계시리라》
이소호 《나의 미치광이 이웃》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도진기 《애니》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
정혜윤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황모과 《10초는 영원히》
김희선 《삼척, 불멸》
최정화 《봇로스 리포트》
정해연 《모델》
정이담 《환생꽃》
문지혁 《크리스마스 캐러셀》
김목인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
전건우 《앙심》
최양선 《그림자 나비》
이하진 《확률의 무덤》
은모든 《감미롭고 간절한》
이유리 《잠이 오나요》
심너울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
최현숙 《창신동 여자》
연여름 《2학기 한정 도서부》
서미애 《나의 여자 친구》
김원영 《우리의 클라이밍》
정지돈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죽음들》
이서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
이경희 《매듭 정리》
송경아 《무지개나래 반려동물 납골당》
현호정 《삼색도》
김 현 《고유한 형태》
김이환 《더 나은 인간》
이민진 《무칭》
안 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조현아 《밥줄광대놀음》
김효인 《새로고침》
전혜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
김청귤 《제습기 다이어트》
최의택 《논터널링》
김유담 《스페이스 M》
전삼혜 《나름에게 가는 길》
최진영 《오로라》
이혁진 《가장 완벽한 주행》
강화길 《영희와 제임스》
이문영 《루카스》
현찬양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차현지 《다다른 날들》
김성중 《두더지 인간》
김서해 《라비우와 링과》
임선우 《0000》
듀 나 《바리》
한유리 《불멸의 인절미》
한정현 《사랑과 연합 0장》
위수정 《칠면조가 숨어 있어》
천희란 《작가의 말》
정보라 《창문》
이주란 《그때는》
김보영 《헤픈 것이다》
이주혜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정대건 《부오니시모, 나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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