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삶을 부유하게 만드는가
2024년 11월 0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0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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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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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최고 인기 고전 강의에서 출발한 이 책은 2008년판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의 개정판으로, 돈과 인간 사회를 둘러싼 도스토옙스키만의 철학을 밀도 있게 선보인다. ‘세계적인 대문호’라는 이름 뒤에 가린 너무나 인간적인 생애, 거의 매 쪽 돈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일곱 편의 소설을 넘나들며 그만의 통찰력이 빛나는 돈의 철학, 돈의 심리학, 돈의 해부학 속으로 독자를 깊숙이 안내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그의 인생과 소설 속 인물들에 비추어, 현시대에도 유효한 ‘돈의 가치’에 관하여 새롭게 정의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묻게 된다. 지금 내 삶에서 돈이 ‘자유의 도구’인지, ‘속박의 덫’인지. “희망이 사라져버렸을 때 도스토옙스키를 읽어야 한다”는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삶의 방향키를 잃었다면 도스토옙스키를 읽자. 내 삶에 필요한 진정한 풍요가 무엇인지, 당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들어가는 글 천재와 돈
1장 낭비가로 태어나다
절약하는 아버지
부자처럼 보이고 싶은 아이
낭비와 결핍
2장 가난뱅이도 사람이다
:: 『가난한 사람들』
가난의 심리학
인간은 베푸는 동물이다
돈과 자존심 1
부자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
돈과 사람 읽기
문학도 결국 돈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가난한 작가
3장 돈이 말한다
:: 『미성년』
돈, 보고만 있어도 즐거운 것
부자가 되는 첫걸음, 열망과 의지
투자보다는 저축이다
뭐니 뭐니 해도 현금이다
돈은 평등이다
돈은 자유다
4장 인생 역전, 그 백일몽
:: 『도박꾼』
‘죽음의 집’에서 돈을 생각하다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사연
투르게네프에게서 꾼 돈
도박꾼이 쓴 『도박꾼』
도박의 두 가지 측면
반드시 이기는 게임?
5장 돈에 죽고, 돈에 또 죽고
:: 『죄와 벌』
돈과 범죄 1
돈과 범죄 2
돈과 범죄 3
고상한 매춘과 아주 고상한 매춘
돈은 인간관계의 근원이다
돈은 시간이다
돈이 있어야 천당도 간다
처절한 소비
죽음을 재촉한 유산
6장 돈이 정말 원수인가
:: 『백치』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과 돈
인간 경매
원수 같은 돈, 불이나 확 싸지를까
그런데 돈은 왜 불타지 않는 걸까
돈으로 재능을 살 수 있을까
돈 때문에 사장되는 재능
가난은 창작의 원동력
팔리는 소설을 써라
7장 나눔에의 희망
:: 『악령』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갔나
재테크는 아내에게 맡겨라
딩크족, 거세된 돈
부의 재분배
자선의 의미
한 번에 한 사람
종말의 경제학적 비전
5코페이카어치의 보드카
8장 돈을 넘어서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3000루블
돈과 성(性)
돈과 자존심 2
돈에 관한 사실
돈에 관한 진실
낭비의 매력
갱생에 드는 비용
돈 vs 자유
돌을 빵으로 만들기
나가는 글 행복의 조건
참고 문헌
미주
『가난한 사람들』이 청년 도스토옙스키에게 가져다준 명성에 관해서는 모든 도스토옙스키의 전기에 자세하게, 어쩌면 약간의 과장과 함께 기술되어 있다. 그는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단하여 순식간에 문단의 총아가 되었다. 속된 표현으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그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이 소설은 극도의 낭비와 극도의 결핍 사이를 오가며 살아온 청년의 돈에 대한 사색을 반영한다. 이 소설에서 그는 돈을 단순히 부와 가난이 아닌 심리적 고찰의 대상으로 파악한다. 가난의 경제학, 가난의 사회학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던 시기에 도스토옙스키는 가난의 심리학을 가지고 위풍당당하게 문단에 등장했다.
_38쪽, 1장 「낭비가로 태어나다」 중에서
도스토옙스키는 평생 가난한 사람들, 학대받는 사람들, 소외당한 사람들에 대한 지고한 연민을 품고 살았다. 그러나 그 연민을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다. 가난한 사람을 착한 사람으로도, 순수한 사람으로도 만들지 않았다. 그들은 때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들은 어떤 때는 너무 불쌍해서 지긋지긋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나 도스토옙스키는 가난한 사람을 미화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그들이 ‘인간’임을 보여줄 수 있었다.
_46쪽, 2장 「가난뱅이도 사람이다」 중에서
도스토옙스키는 여분의 돈을 벌기 위해,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든 사람에 걸맞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이 될 만한 일이 있으면 무엇이고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혹시라도 돈이 될 만한 일이 있나 해서 항상 시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았다. 백과사전 작업도 하고 「상트 페테르부르크 통보」 같은 신문에 잡문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는 광적인 신문 애독가로 알려져 있다. 시사 문제에 대한 그의 첨예한 관심은 사회 평론이나 칼럼, 그리고 소설 속에 뚜렷이 반영된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그의 시사성이란 것도 사실은 애초부터 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_73~74쪽, 2장 「가난뱅이도 사람이다」 중에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의 끈인 돈을 현실에서 무시하거나 폄하할 수 없다. 이 점을 도스토옙스키는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가슴 아픈 일이고 인정하기 싫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현실주의자인 동시에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돈이 지배하는 현실적인 관계를 그리는 한편 끊임없이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다른 관계를 꿈꾸었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을 그리는 한편 돈이 다가 될 수 없는 다른 세상을 꿈꾸었다. 그의 작품이 철저하게 이중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_182쪽, 5장 「돈에 죽고, 돈에 또 죽고」 중에서
돈의 위력과 추악함을 아주 상세하게 소설화했지만 모든 부자를 부정적으로 그리지는 않았다. 일부 연구자들이 지적한 바대로, 그는 유산으로 물려받은 돈에 대해서는 상당히 묵인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의 불같은 화를 돋운 것은 오히려 가냐같이 치사한 인간, 루진 같은 인간, 쩨쩨한 소인배, 인색하고 옹졸한 상인들, 혹은 ‘한탕’을 갈구하는 범인들이었다. 또 그는 ‘가진 자(haves)’가 ‘더 많이 가진 자(have-mores)’가 되려고 몸부림치는 모습도 못 참아 했다. 반면 돈을 함부로 쓰는 등장인물들은 인간적인 혐오감을 별로 유발하지 않았다.
또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그는 열심히 노력하여 돈을 벌어 저축하되 인간적인 한계를 알고 지나친 욕심은 부리지 않는 인간 유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했다는 점이다. 설령 그가 고리대금업자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_266~267쪽, 7장 「나눔에의 희망」 중에서
한쪽에 돈이 주는 자유, 자유로서의 돈, 돈 덕분에 확보되는 자유가 있다면 다른 한쪽에는 돈이 있는데도, 아니 바로 돈 때문에 생기는 예속의 굴레가 있다. 이 경우에 자유는 오로지 돈의 속박에서 벗어날 때만 가능해진다. 두 가지 자유 중 어느 쪽이 진짜 자유이고 어느 쪽이 가짜 자유인가, 어느 쪽이 더 좋은 자 유이고 어느 쪽이 덜 좋은 자유인가, 이런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두 가지 자유는 다르다는 점, 그리고 어떤 자유를 추구하느냐는 각 개인의 결정에 따른다는 점만은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_334쪽, 8장 「돈을 넘어서」 중에서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보다 더 현대적인 고전 작품은 없다”
가장 통속적이고도 가장 현실적인 코드,
‘돈’을 통해 들여다보는 도스토옙스키 세계
세기를 뛰어넘는 철학과 사상, 예술을 빚어낸 도스토옙스키는 니체, 헤르만 헤세, 아인슈타인 등 전 세계 거장들에게 막대한 영감을 주었다. 이 위대한 문호가 수십 편의 걸작을 집필하게 만든 가장 큰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형편은 당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부유하게 살면서 돈 걱정 없이 소설 쓰기에 매진할 수 있었던 톨스토이나 투르게네프, 곤차로프와는 확연히 달랐다.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 민중을 교화하고 인류에게 신의 섭리를 전달하고 예술의 전당에 불후의 명작을 헌정하려는 거룩한 목적이 아니라 대부분은 당장 입에 풀칠하기 위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빚을 갚기 위해, 선불로 받은 원고료 때문에 소설을 썼다. 즉 그는 ‘팔리는’ 소설을 써서 ‘돈’을 벌어야 했다.
그래서 그는 늘 독자의 기호와 시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당대 사회와 일반 대중의 마음을 읽어내 그에 부합하는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다. 특히 평생 절실히 ‘돈’을 필요로 하고 돈과 인간과 사회를 읽어내는 데 천재적이었던 그는 놀라운 혜안으로 돈을 이해하고 당대뿐 아니라 미래의 인류 사회에서 돈이 수행하는 막강한 역할을 꿰뚫어 보았다. 그리고 가장 현대적이고 통속적이며 속물적인 소재인 ‘돈’을 ‘살인’과 ‘치정’과 함께 버무려 대중적인 추리소설과 멜로드라마의 기본 골격을 충실히 따르는 소설을 썼다. 그의 소설들이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구태의연하거나 식상하지 않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처럼 가장 통속적인 이야기들이 가장 심오한 주제와 어우러져 시공을 초월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러시아 문학 연구자 석영중 교수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등장하는 ‘돈’이라는 코드를 중심으로 위대한 작가 도스토옙스키에게 더욱 재미있게 다가가는 길을 안내한다. 복잡한 등장인물과 방대한 분량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던 도스토옙스키 고전에 재미를 붙이는 첫 번째 길잡이가 될 것이다.
“돈, 자유의 도구인가 속박의 덫인가”
도스토옙스키 생애와 고전에 대한 가장 대담하고 치밀한 해석
대문호가 남긴 돈의 철학을 통해 진정한 풍요의 의미를 고찰하다
나날이 돈에 울고 돈에 웃는, 오늘날의 우리처럼 평생토록 일확천금을 꿈꾸며 돈 문제에 시달리는 도스토옙스키의 삶을 들여다보면 신선한 충격에 빠지게 된다. 그의 생애에서 언제나 가장 큰 이슈였던 돈 이야기가 소설들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는 걸 발견하면 왠지 모를 친근감과 연민마저 느껴진다. 석영중 교수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들이 무작정 형이상학적이고 고리타분하며 어려운 주제를 함축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돈과 인간’의 메커니즘을 누구보다 예리하게 꿰뚫어 보았던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은 오히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날카롭고 실용적인 통찰을 선사한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백치』, 『가난한 사람들』 등 이 책이 다룬 일곱 편의 소설에서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을 타락시키는 부정적 요소’로서 돈을 바라보는 당대의 전근대적인 시각을 지양하고 돈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일절 배제한 채 ‘돈과 인간의 심리’를 본질적으로 파고든다. 나아가 돈이 필요하여 돈을 만들어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젠 돈에 얽매여 좌지우지되는 인간에 대한 도스토옙스키의 무한한 연민도 엿볼 수 있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의 끈인 돈을 현실에서 무시하거나 폄하할 수 없다. 이 점을 도스토옙스키는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가슴 아픈 일이고 인정하기 싫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현실주의자인 동시에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돈이 지배하는 현실적인 관계를 그리는 한편 끊임없이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다른 관계를 꿈꾸었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을 그리는 한편 돈이 다가 될 수 없는 다른 세상을 꿈꾸었다. 그의 작품이 철저하게 이중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 본문 중에서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이 갖는 막강한 힘을 우리는 결코 외면할 수 없고, 부의 양극화는 점점 더 극단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스토옙스키가 남긴 돈의 철학은 돈과 삶의 균형을 찾기 힘든 우리에게 자못 심오하고 어려운, 그러나 가장 필요한 사유의 실마리를 건넨다. 인생의 진정한 풍요는 무엇이고 진짜 가난은 무엇인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정답은 없겠지만 그의 소설을 읽는 동안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답을 찾게 될 것”이라고 석영중 교수는 말한다. 당신에게 돈은 무엇인가? 자유의 도구인가, 속박의 덫인가? 유구한 콘텐츠의 물결 속에서 고고하게 살아남은 도스토옙스키의 고전에서 오늘,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지혜를 만나보길 바란다.
작가정보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부터 2024년까지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부 및 대학원에서 ‘도스토옙스키’, ‘러시아 문학과 종교’, ‘러시아 문학 기행’을 강의했고,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과 한국슬라브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매핑 도스토옙스키: 대문호의 공간을 다시 여행하다』,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 『인간 만세!: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카의 형제」 읽기』, 『죽음의 집에서 보다: 도스토옙스키와 갱생의 서사』(공저),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도스토옙스키의 『분신』, 『가난한 사람들』, 『백야 외』(공역),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공역),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 『대위의 딸』, 체호프의 『지루한 이야기』, 자먀틴의 『우리들』,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 등이 있다. 푸시킨 작품집 번역에 대한 공로로 1999년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시킨 메달을 수여했고, 이듬해 제40회 한국백상출판번역상을, 2018년 고려대학교 교우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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