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허무는 어디에서 오는가
2024년 11월 0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08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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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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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러시아 문학 권위자 석영중 교수는 90편에 달하는 고전 작품 중 톨스토이를 가장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표 작품으로 『안나 카레니나』를 꼽는다. 세계 명작 리스트에 반드시 오르는 걸작이자 사랑, 결혼, 종교, 윤리, 예술, 죽음, 인생에 관한 톨스토이의 거의 모든 생각이 고스란히 투영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책 『인생의 허무는 어디에서 오는가』는 2009년 출간된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의 개정판으로,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중심으로 톨스토이의 드넓은 문학 세계와 인생론을 깊숙이 파헤친다. 책은 ‘톨스토이는 왜 안나를 죽였을까’라는 심오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안나 카레니나』는 톨스토이가 ‘위대한 작가’에서 ‘세기의 현자’로 거듭나는 인생 전환기를 예고하는 작품으로, ‘바른 삶’을 향한 톨스토이 사상의 변화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즉 그 유명한 안나 스토리는 로맨틱하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고민에 대한 톨스토이만의 진지한 대답인 것이다. 석영중 교수는 『안나 카레니나』를 비롯한 톨스토이 작품들을 토대로 ‘인간 톨스토이’의 번민과 모순, 인생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보여준다. 나아가 극도의 허무 속에서 처절하게 부여잡은 그의 도덕론을 매개로, 그 무엇도 예측할 수 없는 혼돈의 시대에 우리가 반드시 붙들어야 할 인생의 근본 가치를 모색하게 한다.
들어가는 글 톨스토이는 왜 안나를 죽였나
1장 나쁜 사랑
소피 마르소와 안나 카레니나
디테일에 강하다
불륜과 위선
리틀 블랙 드레스
엽기 남녀상열지사
성병 클리닉
비곗덩어리와의 정사
육체와의 전쟁
외모 콤플렉스
사랑에 목숨 걸지 마라
부부처럼 사는 연인들
2장 나쁜 결혼과 아주 나쁜 결혼
남자의 바람기
여자의 대리 만족
이혼의 한계
침실의 비극
나쁜 결혼도 꽤 오래간다
죽음이 그대들을 갈라놓을 때까지
소울 메이트의 등장
요란한 가출
콩가루 집안
최악의 결혼
3장 좋은 결혼
가정의 행복
부부 일심동체?
눈빛으로 통한다
남자만을 위한 결혼
자식은 속죄양인가?
암소 부인
좋은 결혼은 없다
4장 육식과 채식
육식과 육식성 인간
채식과 채식성 인간
식사는 도락이 아니다
도축장에서
술을 끊자
담배도 끊자
행복한 밥상
5장 도시와 시골
도시, 타락의 공간
귀농과 전원생활
풀베기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공산주의냐, 톨스토이주의냐
톨스토이표 실용
6장 예술을 박멸하자
예술과 도덕
치명적인 바이러스
알 수 없는 예술은 싫다
포르노
예술의 해악
예술은 없다
7장 죽음을 기억하자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공포
자살의 문턱에서
종교의 한계
파문
톨스토이교
나가는 글 어떻게 살 것인가
참고문헌
미주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나쁜 것인가. 안나와 브론스키 커플이 불륜을 저지른 일이 나쁜 것인가, 아니면 그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한 일이 나쁜 것인가, 아니면 자신들은 더 지저분한 일을 밥 먹듯이 저지르면서 불륜 남녀를 심판하는 사교계가 나쁜 것인가.
도덕가 톨스토이는 불륜 커플도 나쁘고 사교계도 나쁘다고 대답한다. 사교계의 위선은 추악하다. 그러나 나중에 다시 살펴보겠지만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 역시 조금도 아름답지 않다. 그들은 허위에 찬 사회와 맞서 싸우는 비련의 주인공들이 아니다. 그들은 나쁜 사회에서 ‘나쁜 사랑’을 저지르다가 고약한 파멸을 맞이할 뿐이다.
_36~37쪽, 1장 「나쁜 사랑」 중에서
거짓된 말의 대표적인 예가 ‘사랑한다’는 말이다. 그의 소설에는 진실하지 못한 사랑을 하는 연인들만이 ‘사랑한다’는 말을 밥 먹듯이 지껄여댄다. 앞에서 읽었던 브론스키의 애정 고백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진부하게 들리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가정의 행복』의 주인공은 연인끼리 주고받는 ‘사랑한다’는 말에 대해 노골적인 혐오감을 내보인다.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엄숙한 표정으로 말하는 인간들은 자기 자신을 기만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을 기만하고 있는 것인데, 그건 더욱 악질이라 볼 수 있지요.”
_152쪽, 3장 「좋은 결혼」 중에서
톨스토이는 궁극적으로 육식의 중단을 득도의 차원으로 연장시킨다. 육식이 정욕을 자극한다는 이야기는 앞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단지 그것뿐만이 아니다. 육식은 살아 있는 생명체의 수난과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나 가장 끔찍한 것은 인간이 자기 내부에 있는 최고로 거룩한 정신적 능력, 즉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불필요하게 억눌러야 한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내부에는 살생에 대한 거부감이 뿌리박혀 있는데 고기를 먹기 위해 그것을 억눌러야 하는 것은 지극한 모순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육식은 ‘자연에 거슬리는 행동’인 것이다. 그래서 톨스토이는 인간이 절식을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 즉 절식의 ‘첫걸음’은 육식의 중단이어야 한다고 딱 잘라 말한다. 이 점을 독자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톨스토이는 「첫걸음」에 도축장 체험을 집어넣었다. 도축 장면을 묘사한 이 부분은 너무 실감 나게 끔찍하다. 어떤 사람은 이 부분에서 중년의 위기 이후 억눌려 있던 대문호의 천재적인 문체가 일시에 되살아났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_193~194쪽, 4장 「육식과 채식」 중에서
「사람들은 왜 스스로를 마취시킬까」도 음주의 해악을 추적한다. 이 에세이에서 톨스토이는 술, 담배, 마약이 전쟁과 전염병보다 더 많은 인명을 파괴했다고 전제하면서 ‘도대체 사람들은 왜 술을 마실까’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고는 이 문제에 대한 술꾼들의 예상 답변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왜라니요?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모두들 마시잖아요. 즐겁자고 마시는 거죠.” 그러나 톨스토이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그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를 오로지 “양심을 뒤덮기 위해서”라고 단언한다. 마음속에 있는 양심을 눈멀게 하기 위해 사람들은 마취 물질을 이용해 뇌를 독살한다는 것이다. “아편과 해시시와 포도주와 담배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취향이나 쾌락이나 방탕이나 유쾌함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양심의 경고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다.”
_200쪽, 4장 「육식과 채식」 중에서
톨스토이는 매우 실용적인 사람이었다. 작가로서는 보기 드물게 사색보다 행동을 중시했다. 그는 햄릿처럼 생각하면서 돈키호테처럼 살기로 결심한 사람이었다. 그의 모든 저술은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저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쓴 것이었다. 그는 철학이나 형이상학이나 종교가 아닌 실생활의 영역을 위해 글을 썼다. 그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잘 살 것인가, 어떻게 제대로 살 것인가의 문제에 답하기 위해 글을 썼다. 그야말로 실용의 원조다.
_238쪽, 5장 「도시와 시골」 중에서
결국 ‘톨스토이교’, 혹은 톨스토이즘의 본질은 죽음의 자각과 맞물린다. 톨스토이가 중년의 위기 이후 도덕, 도덕 하며 큰 소리로 외치게 된 것은 모두 죽음 때문이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죽음 앞에서 대문호는 완전한 허무를 체험했다. 그러나 그는 그 허무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했다. 살아야 하는 이유,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 이 두 가지 모두를 그는 도덕에서 찾아냈다. 그의 도덕은 지극히 실용적인 정신과 여러 종교에 대한 학습과 죽음에 대한 공포와 육체에 대한 혐오감이 합쳐져 나온 결과물이었다
_299~300쪽, 7장 「죽음을 기억하자」 중에서
『안나 카레니나』로 들여다보는 ‘인간 톨스토이’의 고통과 절망
19세기 거장의 깨달음에 비추어 인생의 목적을 다시 찾다
우리는 왜 톨스토이를 읽어야 할까? 그 이유를 이 거장의 방대한 신화에만 묻기에는 어딘지 석연치 않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톨스토이를 통해 지금 시대에도 주효하고 실용적인 뭔가를 얻고 싶어 한다. 이 책의 저자 석영중 교수는 이러한 독자들의 욕구를 가장 정확하게 충족해온 러시아 문학 연구자로, ‘도덕’과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들고 톨스토이의 드넓은 문학 세계, 인생론을 생생히 전달해왔다.
톨스토이는 당대에도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했지만, 지금도 그의 문학을 사랑하든 아니든, 그의 도덕론을 긍정하든 아니든 그 이름은 누구나 알고 있다. ‘세계 최고의 문학작품’ 선정에서 항상 우선적으로 언급되는 그의 이름을 접하다 보면 어떻게든 그를 읽어보긴 해야겠다는 강박마저 갖게 된다. 하지만 톨스토이의 작품은 몹시 길고 방대하다. 모두 90권이나 되는 톨스토이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저자는 90권을 읽는 대신 소설 한 권으로 톨스토이의 모든 것을 꿰뚫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것은 바로 『안나 카레니나』다.
톨스토이는 중년의 위기를 겪은 후 ‘회심’을 계기로 ‘위대한 대문호’에서 ‘세기의 현자’로 거듭나게 되는데, 『안나 카레니나』는 그의 이런 인생 전환기를 예고하는 작품으로서 사랑, 결혼, 종교, 윤리, 예술, 죽음, 인생에 관한 그만의 가치관이 거의 다 녹아 있다. 이 책은 인류 최고의 문학 『안나 카레니나』를 중심으로 톨스토이의 대표적인 문학작품들과 인생 지침서들, 그리고 모순적인 생애를 넘나들면서 ‘톨스토이 인생론’이 탄생한 배경과 더불어 21세기에도 유효한 거장의 충고를 빈틈없이 걸러낸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처절하고 집요한 대답
이 책의 도입부를 여는 흥미로운 물음, ‘톨스토이는 왜 안나 카레니나를 죽였을까’는 그의 문학 세계와 인생론을 한꺼번에 들여다보는 첫 번째 열쇠가 된다. 석영중 교수의 해설을 듣다 보면 우리가 영화와 소설로 친숙하게 접해온 ‘안나 스토리’가 로맨틱하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도덕적인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결실임을 깨닫게 된다. 톨스토이는 안나의 죽음을 통해 상류층의 모든 것, 그들의 사고방식과 습관과 생활 태도, 사랑과 연애와 결혼, 그리고 심지어 예술관과 음식까지 비판하며 ‘잘’ 살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안나 카레니나』의 집필을 마친 이후 톨스토이는 실제로 그가 소설 속에서 비판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소박한 삶을 살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였다.
톨스토이는 예술가였지만 예술을 미워했고, 귀족이었지만 귀족을 미워했고, 90권의 책을 썼지만 말을 믿지 않았고, 결혼을 했지만 결혼 제도를 부정했고, 언제나 육체의 욕구에 시달리면서 금욕을 주장했고,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였지만 지성을 증오했다. 이 책은 이런 톨스토이의 고통스러운 모순이 남겨준, 시대를 초월하는 근본적인 가치와 진리에 이르는 길을 우리에게 안내한다.
허무에 맞서 가치 있는 삶을 만든다는 것
톨스토이는 가장 예술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했지만 매우 실용적인 사람이었다. 작가로서는 보기 드물게 사색보다 행동을 중시했다. 그는 햄릿처럼 생각하면서 돈키호테처럼 살기로 결심한 사람이었다. 그의 모든 저술은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철학이나 형이상학이나 종교가 아닌 실생활의 영역을 위해,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쓰였다. 즉 그는 언제나 이 세상에서 어떻게 잘 살 것인가, 어떻게 제대로 살 것인가의 문제에 답하기 위해 글을 썼다. 그는 자신의 천재적인 재능으로 이루어낸 예술성 높은 소설들을 통해 자신도 실천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실천하도록 설파한 ‘도덕적인 삶’으로 향한다. 그렇게 ‘위대한 대문호’는 ‘세기의 현자’, ‘위대한 교사’로 거듭난다.
석영중 교수는 톨스토이가 위대한 작가에서 세기의 현자로 거듭나게 된 가장 명백하고 강렬한 계기로 ‘죽음’을 꼽는다.
“톨스토이 도덕론은 죽음에서 시작한다. 죽음 앞에서 생은 의미를 잃었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우정도 한낱 먼지에 불과했다. 죽음만이 절대적인 진실이고 나머지는 전부 허위였다. 그는 이 지독한 허무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상의 모든 종교를 학습했지만 종교조차도 그에게는 위선처럼 여겨졌다. 방황하던 그는 결국 도덕에서 답을 찾았다. 선한 삶, 정직하고 성실한 삶, 절제하는 삶만이 허무의 늪에 빠진 인간을 구원해줄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 본문 중에서
죽음에 대한 강렬한 두려움과 그로 인한 극심한 허무감은 도덕에 대한 집요한 천착으로 이어진다. 나쁜 사랑과 나쁜 결혼의 묘사에서 시작해 음식, 공간, 예술, 종교 등을 아우르는 그의 인생론은 방향 없는 삶, 무방비한 욕망에 휘둘리는 삶은 결국 허무에 갇힐 수 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넌지시 암시한다.
이 책에 담긴 톨스토이의 설교에서 핵심적인 부분만 간추리면 결국 ‘절제’와 ‘나눔’과 ‘베풂’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것들은 시대를 초월하는 근본적인 가치들이다.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혼돈의 시대에 그래도 인간이 계속 생존하려면 근본적인 가치들을 붙잡아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너무나 비실용적으로 들리는 톨스토이의 도덕적인 가치들에서 가장 실용적인 삶의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작가정보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부터 2024년까지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부 및 대학원에서 ‘도스토옙스키’, ‘러시아 문학과 종교’, ‘러시아 문학 기행’을 강의했고,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과 한국슬라브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매핑 도스토옙스키: 대문호의 공간을 다시 여행하다』,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 『인간 만세!: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카의 형제」 읽기』, 『죽음의 집에서 보다: 도스토옙스키와 갱생의 서사』(공저), 『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도스토옙스키의 『분신』, 『가난한 사람들』, 『백야 외』(공역),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광인의 수기』(공역),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 『대위의 딸』, 체호프의 『지루한 이야기』, 자먀틴의 『우리들』,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년』 등이 있다. 푸시킨 작품집 번역에 대한 공로로 1999년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시킨 메달을 수여했고, 이듬해 제40회 한국백상출판번역상을, 2018년 고려대학교 교우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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