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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말

미시마 유키오 지음 | 유라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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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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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8.55MB)
ISBN 9788937477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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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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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일본 작가
국내 초역으로 베일을 벗는 미시마 유키오 최고의 걸작

순수한 청년과 사랑, 음모와 배신이 소용돌이치는
‘풍요의 바다’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달리는 말 7

작품 해설 514
작가 연보 519

검도를 전혀 모르는 혼다도 이누마 소년의 자세가 얼마나 바른지는 알아볼 수 있었다. 어떤 격동의 찰나에서도 그의 형체는 남색 형지(型紙)를 공간에 붙인 것처럼 흐트러짐이 없었다. 몸이 공기의 진흙에 빨려 들어 균형을 잃는 일이라고는 없었다. 그의 주변 공기만 뜨겁고 질척한 진흙이 아니라 거침없이 흐르는 맑은 물처럼 보였다. (42쪽)

폭포에 다가간 혼다는 문득 소년의 왼쪽 옆구리를 보았다. 그리고 왼쪽 유두보다 바깥쪽, 보통 때는 팔 위쪽에 가려지는 부분에 작은 점 세 개가 모여 있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혼다는 전율하여 물속에서 웃고 있는 소년의 늠름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물 때문에 찡그린 눈썹 아래 연신 깜박이는 눈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혼다는 기요아키의 작별인사를 떠올렸던 것이다.
“또 만날 거야. 분명히 만나게 돼. 폭포 밑에서.” (55쪽)

순수란 꽃 같은 관념, 박하 맛이 강한 양치액 같은 관념, 자상한 어머니의 가슴에 매달리는 듯한 관념을 서슴없이 피의 관념, 부정을 베어 쓰러뜨리는 칼의 관념, 대각선으로 내리치는 동시에 튀어 오르는 피바람의 관념, 또는 할복의 관념으로 이어 주는 것이었다. ‘꽃처럼 지다’라고 할 때, 피범벅이 된 시체는 곧 향기로운 벚꽃으로 변한다. 순수란 얼마든지 정반대의 관념으로 전환된다. 그러므로 순수는 시(詩)다. (152쪽)

“태양이…… 동이 트는 낭떠러지 위에서, 떠오르는 해에 기도하고…… 반짝이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고상한 소나무 나무 밑동에서…… 자결하는 것입니다.”
“흠.”
이즈쓰와 사가라가 놀라서 이사오의 얼굴을 보았다. 이사오는 지금껏 누구 앞에서도, 친구 앞에서조차 이렇게 가장 속 깊은 고백을 한 적이 없었는데, 처음 본 중위 앞에서 오히려 이런 말이 서슴지 않고 나온 것이다. (160쪽)

“하나. 우리는 신풍련의 순수를 배우고 몸을 바쳐 간악한
신과 영혼을 정화할 것이다.”
이사오의 목소리는 어슴푸레한 신사의 흰 문에 부딪쳐 반향했고, 비장한 가슴에서 강하고 깊은 젊음의 몽환적인 안개가 솟아오르는 듯이 들렸다. 하늘에는 이미 별이 떠 있었다.
전철 소리가 멀리서 흔들렸다. 그는 다시 선창했다.
“하나. 우리는 막역한 우정을 나누고 동지끼리 서로 도와 국난에 맞설 것이다.”
(251~252쪽)

미운 사람을 죽이는 건 간단하다. 비열한 사람을 쓰러뜨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는 그런 식으로 적의 인간적 결함을 들어 스스로를 이해시키며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구라하라의 커다란 악은 자기 안전을 위해 세이켄 학원을 매수하는 작고 하찮은 악과 연결되어서는 안 됐다. 신풍련의 젊은이들도 구마모토 진대 사령관을 결코 그런 작은 인격적 결함 때문에 죽이지는 않았다.
이사오는 괴로움에 신음했다. 아름다운 행위란 얼마나 망가지기 쉬운가. 자신은 아름다운 행위를 할 가능성을 불합리하게도 송두리째 빼앗겼다. 그저 그 한 마디 때문에! (282~283쪽)

비로소 혼다는 마음이 진정되어 다시 기요아키의 묘 앞으로 갔다. 고개를 깊이 숙인다. 합장한다. 눈을 감는다. 방해하는 소리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그 순간, 의심의 여지 없는 직관이 덮쳐 혼다는 전율했다.
직관은 이 무덤 안에 아무도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331쪽)

혼다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기요아키를 구하려 했지만 구하지 못했던 것이 청춘의 가장 큰 원한이었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구해야 했다. 무슨 일을 해서라도 그를 위기와 오명에서 구해 내야 했다. 세간의 동정심도 기댈 만하다. 참가자들이 이례적으로 젊은 탓에 사람들이 이 사건을 증오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동정하는 분위기가 벌써 읽히고 있었다.
혼다가 결심한 것은 그날 밤 기요아키의 꿈을 꾸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였다. (380쪽)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던 전설적인 작품, 여러 번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었던 미시마 유키오의 ‘풍요의 바다’ 시리즈 두 번째 권 『달리는 말』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풍요의 바다’ 4부작은 메이지 시대 말기부터 1975년까지를 아우르는, 원고지 약 6000매 분량의 대작이다. 작가는 이 시리즈에서 환생을 거듭하는 한 영혼과 그를 추적하는 인식자의 궤적을 통해 20세기 일본의 파노라마를 펼쳐 냈다.

첫 권 『봄눈』에서 아름다움 그 자체였던 기요아키가 금기를 어기고 사랑을 갈구하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지 십팔 년, 기요아키와 깊은 우정을 나눴던 혼다 시게쿠니는 『달리는 말』에서 어느덧 서른여덟 살의 판사가 되었다. 그는 우연히 들른 삼광 폭포 아래에서 기요아키의 환생을 마주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열아홉 살의 이누마 이사오. 연약하고 부서질 듯 아름다웠던 기요아키와 달리 용맹하고 건강함이 넘치는 이 소년을 만나고 난 이후로, 지극히 논리적인 세계에서 법의 대행자로 살고 있던 혼다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고 이번만은 기요아키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이사오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게 된다.

‘풍요의 바다’ 시리즈 첫 권 『봄눈』에서 아름다운 젊은이들의 비극적 사랑을 우아하고 정교하게 그려냈다면 이번 두 번째 권 『달리는 말』에서는 순수한 소년이 품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맹목적인 정열, 이를 둘러싼 사랑과 배신, 음모가 긴박하고 박진감 넘치게 이어지며 미시마 유키오의 또 다른 진면목을 드러낸다. 이번 권은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유라주가 윤상인 교수의 배턴을 이어받아 번역했다. 민음사에서는 ‘풍요의 바다’ 시리즈 1권인 『봄눈』, 2권 『달리는 말』에 이어 나머지 3권 『새벽의 사원』, 4권 『천인오쇠』를 차례로 출간할 예정이다.


■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어른들의 세계와 대비해 순수한 소년 이사오의 결행
미시마 유키오 그 자체라고 평가받는 『달리는 말』
“이것을 읽으면 진짜 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미시마 유키오

혈맹단이라는 테러 단체가 정계와 재계 인물을 암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해군 청년 장교들이 군비 축소에 앙심을 품고 수상을 암살한 5ㆍ15 사건으로 사회가 어수선한 쇼와 7년(1932년).

혼다 시게쿠니는 오사카 항소원의 판사가 되어 “국가 이성을 대표하는, 마치 철골로만 이뤄진 구조물처럼 논리적으로 높은” 세계에 살고 있다. 그는 항소원장의 부탁으로 우연히 들른 오미와 신사의 검도 시합에서 아름답고 절도가 넘치는 한 소년에게 시선을 사로잡힌다. 그는 기요아키의 서생이었던 이누마 시게유키의 열아홉살 된 아들 이누마 이사오. 경기 이후에 혼다는 산속 삼광 폭포에서 이사오의 옆구리에 생전의 기요아키와 똑같이 세 개의 점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또 만날 거야. 분명히 다시 만나게 돼. 폭포 밑에서.”라는 기요아키의 말을 떠올린다. 그가 바로 기요아키의 환생이었던 것이다.
한편 이사오는 『신풍련사화』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고 자신도 비밀 결사를 결성하여 부패한 정치, 피폐한 나라를 정화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끝에 『신풍련사화』의 인물들처럼, “동이 트는 낭떠러지 위에서 (…) 바다를 내려다보며” 자결하기를 꿈꾼다. 그러나 그의 목적은 결행 직전, 누군가의 밀고에 의해 들통나고 이사오와 동료들은 전원 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미시마 유키오는 운동으로 잘 단련된, 용기 있고 자기희생의 의지가 철저한 소년 이사오를 통해 어른들의 이중성과 타락, 위선을 드러낸다. 또한 그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실제 장소를 답사하고 1876년 칼 착용 금지에 반발해 메이지 정부를 상대로 일어난 구마모토의 난, 즉 신풍련의 난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깊게 연구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달리는 말』은 쇼와 초기의 당시 사회 분위기를 잘 구현하고 있으며 작가 본인이 “이것을 읽으면 진짜 나를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듯이 미시마 유키오의 정수를 담고 있는 명작이다.


내가 삶과 세계에 대해 느끼고 생각해 온 모든 것을 여기에 담았다. - 미시마 유키오

전후 일본의 가장 문제적인 작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완성한 혼신의 대작

1970년 11월 25일, 미시마 유키오는 오랫동안 매달렸던 소설을 마침내 탈고했다. 그가 출판사에 건넨 원고의 마지막 줄에는 ‘『천인오쇠』 끝. 1970년 11월 25일’이라는 부기가 달려 있었다. 이 날짜가 가리키는 것은 소설이 완결된 날이자 작가 자신의 기일이 된 날이었다. 향년 45세의 일이었다.

미시마가 자신의 생과 함께 마감한 작품은 ‘풍요의 바다’ 4부작의 마지막 권이었다. 1965년 『봄눈』 연재를 개시해 1970년 『천인오쇠』로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5년간 그는 이 소설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풍요의 바다’ 시리즈의 배경은 메이지 시대 말기부터 1975년까지로, 미시마의 생애(1925~1970)는 그 한복판에 정확히 걸쳐져 있다. 그가 자신의 시대 위에 소설 속 시대를 겹쳐 올리며 묘출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풍요의 바다’ 시리즈는 11세기 일본 산문 문학인 『하마마쓰 중납언 이야기』(浜松中納言物語)를 모티프로 한 연작 소설이다. 윤회 전생을 소재로 한 ‘모노가타리’의 구성을 순문학 장편에 도입한 것은 당시 파격적인 시도였다. ‘풍요의 바다’ 1권의 주인공은 2권, 3권, 4권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환생해 다른 시대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시리즈 전체에 모두 등장하는 인물 혼다 시게쿠니는 후작가의 후계자, 정치에 빠져든 열혈 청년, 타이의 공주, 사악한 고아라는 네 개의 환생한 자아를 연결하는 고리로, 이들 모두를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미시마 유키오는 이 네 자아에 자신의 정체성을 나누어 녹여내고, 궁극적으로는 인식자 혼다를 통해 자신을 대변하고자 했다. 시리즈 마지막 권에서 노인이 된 혼다는 그간의 모든 일들이 실재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궁극의 허무에 도달한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이르렀다.’ 혼다의 이 깨달음을 최후의 문학적 전언으로 남기고 미시마 유키오는 목숨을 끊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그가 연출해 보인 정치적 쇼보다 더 그의 진실에 가까운 것이 아니었을까.

풍요의 바다 시리즈(전4권)
1권 봄눈(春の雪)
2권 달리는 말(奔馬)
3권 새벽의 사원(暁の寺) -근간
4권 천인오쇠(天人五衰) -근간

작가정보

三島由紀夫

1925년 도쿄에서 고위 관료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본명은 히라오카 기미타케(平岡公威). 저체중으로 태어나 병약했던 탓에 할머니의 과보호를 받으며 유년기를 보냈다. 일찍부터 문학적 재능을 보였고, 1941년 「꽃이 한창인 숲」을 문예지에 발표하면서 ‘미시마 유키오’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1944년 가쿠슈인 고등부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도쿄 제국대학 법학부에 입학했다. 1947년 대학 졸업 후 대장성의 관료가 되었지만 이듬해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 퇴직했다. 1948년 가와데쇼보의 의뢰를 받고 집필한 『가면의 고백』이 극찬을 받으면서 가장 유망한 신인 작가로 부상했고, 『파도 소리』, 『사랑의 갈증』, 『청의 시대』 등에서 독자적인 문체와 미의식을 구축했다. 1957년 『금각사』가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학적 절정기에 도달했다. 『금각사』의 성공 이후 미시마 유키오는 수차례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1970년 11월 25일 자위대 주둔지에 난입해 자위대 궐기를 촉구하는 연설을 마친 후 대중 앞에서 할복자살을 단행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1980년 출생. 번역가. 단국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히토쓰바시 대학원 언어사회연구과에서 ‘통치성으로 본 한국 시민사회의 형성과 전개’란 논문으로 박사 학위(학술)를 취득했다. 대학교 연구원과 관공서 행정원을 거쳤다. 옮긴 책으로 다와다 요코의 『개 신랑 들이기』, 『글자를 옮기는 사람』, 『여행하는 말들』, 그 외에 『에고이스트』, 『할머니들의 야간중학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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