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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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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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는 서로 다른 지역, 언어,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8인의 작가들이 경계, 다양성, 고립, 차별 등 삶을 규정하는 기본적인 조건들이자 삶을 위협하는 실존적인 조건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을 수록했다. 외국인 노동자, 이민자, 난민, 선주민 혼혈아 등 지정학적 조건에서 발생하는 생의 부침에서부터 AI, 언어, 관습, 역사 등 시대와의 불화 속에서 거부되는 생의 지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란의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개인과 국민, 현재와 문화라는 경계 혹은 한계에 속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 너머의 세상을 보기 위해 열어야 할 문이 있다면, 이 소설들이 바로 그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 줄 것이다. _박혜진(문학 평론가)
어디에서 왔어요? _ 리사버드 윌슨 60
빗방울처럼 _ 김애란 88
머리 위의 달 _ 얀 마텔 134
테니스나무 _ 윤고은 154
보라색 뗏목 _ 조던 스콧 202
미션: 다이아몬드 _ 정보라 222
판사님 _ 킴 투이 262
작품 해설 _ 박혜진 288
처음 빛을 봤을 때 크리스마스는 다섯 살이었다. 크리스마스는 자기의 배꼽에서 흘러나오는 연둣빛을 수줍게 고백했다.
“엄마, 내 배꼽에서 빛이 나와.”
엄마는 크리스마스의 머리카락을 귓바퀴 뒤로 넘겨 주며 어르듯 말했다.
“꿈꿨니? 꿈에 그런 게 나왔어?” (김멜라, 「젖은 눈과 무적의 배꼽」에서, 13쪽)
○○아, 나는 내 이름을 가리거나 지우지 않을 거야. 네 케첩 빛은 나에게 쏟아져 다시 반사될 거야. 그게 내 빛이 될 거야. 나는 네가 빛날 수 있게 고요히 어두워질게. 그래, 나는 너에게만은 쉬운 사람, 누가 보건 말건 실컷 웃어대는 등대야. 웃는 게 빛나는 거니까. 배꼽에서 빛이 나오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뜨거우니까. 돌아오는 수요일, 나는 일찌감치 자리에 앉아 널 기다릴 거야. 그날도 여전히 우리는 우리 사이의 팔걸이를 비워두겠지만, 그 후로 우리는 어떤 공연장에 가든 가운데 팔걸이 아래로 손을 맞잡을 거야. 있잖아, 나는 그런 걸 기억해. 아직 오지 않은 우리의 미래를 기억해. 하지만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의 마음을 어떤 물질로 증명할 수 있을까. 내가 느끼는 이 일렁임을 어떻게 너에게 전하지? (김멜라, 「젖은 눈과 무적의 배꼽」에서, 50쪽)
“어디에서 왔어요?” 선주민들끼리는 늘 이 질문을 던져 상대방의 답변을 평가하고 서로 인척 관계가 있는지 확인하고 상대가 자기 배경을 얼마나 아는지 알아본다. 이 질문을 들으면 나는 늘 시험받는 느낌, 소속감을 테스트받는 느낌이 든다. 나는 사실 질문한 사람이 알고 싶어 하는 ‘어딘가’에서 왔다고 말할 수가 없다. 나는 ‘보호구역’이 아니라 도시에서 자랐다. 가끔은 내 배경이 선주민들 사이에서 흔히 듣는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에 도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꽤 오랫동안 나 빼고 다른 선주민들은 전부 보호구역 출신이라고 잘못 생각했고, ‘이상한’ 사연을 가진 사람, 입양되어 소도시 교외의 백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나뿐인 줄 알았다. 다들 자기가 어디 출신인지 잘 알 것 같고, 나만 그런 질문을 들으면 얼굴을 붉히면서 바보처럼 이런 소리를 더듬거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게요, 우리 엄마는 콰펠* 출신이에요. 조약 4호의…….” 그러다가는 내가 내 출신에 대해 거의 모르다 보니 더 할 말이 없어 말꼬리를 흐린다. (리사 버드윌슨, 「어디에서 왔어요?」에서, 65~66쪽)
강가에서 나는 몸을 돌려 해를 마주하고 눈부신 빛이 내 얼굴에 쏟아지게 한다. 나는 소리 내어 말한다. “고맙다. 고맙다.” 나 자신을 설득하려는 듯, 그게 사실이길 애원하듯. 나는 눈부신 둥근 해에게 내가 건강한 것이 고맙다고 말한다. 내 삶에 고맙다. 로이와 함께한 시간에 고맙다. 아름다운 로이가 내 삶에 있었던 것에 고맙다. 이날에, 숱한 추락에도 엄청난 슬픔에도 불구하고 고맙다. 내 삶과 무엇이 되었든 다가올 것이 고맙다.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고맙다. 한 걸음 앞으로. 진실을 알게 되어서 그리고 이번에는 박차고 일어설 준비가 된 것이 고맙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서. (리사 버드윌슨, 「어디에서 왔어요?」에서, 80~81쪽)
지수를 따라 안방에 도착한 도배사가 주위를 크게 둘러봤다. 각 벽면의 크기와 상태, 형광등과 콘센트 위치 등을 살피는 듯했다. 도배사의 시선이 문득 어느 한 점에 멈췄다. 얼마 전 소독과 건조를 마치고 새 석고보드를 댄 자리였다. 석고보드 자체는 새 거라 깨끗했지만 주변에 뜯긴 벽지가 지저분한 상태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여자가 정중하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한국어 기초 회화 교재에 나올 법한 문어체 문장이었다. (김애란, 「빗방울처럼」에서, 94쪽)
곁에 있던 시오가 열매 하나를 집어 들더니 그게 테니스공인 걸 모르는 사람처럼 “어느 나무에서 떨어진 걸까?” 하고 말했다. 나는 “그야 테니스나무지.” 하고 대답했고, 그렇게 우리는 테니스코트를 바라보고 서 있던 큰 나무 한 그루를 테니스나무로 지정했다. 테니스공들은 나무줄기에 매달렸던 기억이 없겠지만, 그날 저녁 나무는 분명히 테니스공의 출처처럼 보였다. 아침이 되면 공은 다시 코트 안을 날아다니다가 모든 경기가 끝나면, 호젓한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조금 더 라임빛으로 물들 테고. 풍성한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들처럼 뒹굴면서. (윤고은, 「테니스나무」에서, 159쪽)
-정부 기관이 비지구인을 발견하면 불법 체포 및 감금하고 실험을 한다고 들었소. 그건 당신들 중 어느 쪽이오?
“그것도 미국인들이에요.”
이번에는 내가 얼른 대답했다. 글렌이 옆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온코아 수장이 다시 책상을 들여다보며 표면을 손가락으로 두드려 기록했다.
“……그렇지만 내 나라 정부는 아마 기회가 생기면 똑같이 그렇게 할 거예요.”
내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글렌이 흠칫 놀라며 나를 쳐다보았다.
온코아 수장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수장의 검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들은 알아야 했다. (정보라, 「미션: 다이아몬드」에서, 250쪽)
너무도 평범하지만 너무도 복잡한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했을까? 이미 와 본 적이 있다고, 그때는 불법적으로 그의 영토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몰랐었다고 대답해야 했을까?
그게 아니면, 나흘 동안 바다 위를 떠다니다가 처음 눈에 들어온 육지의 모래에 매달렸을 뿐이라고, 겨우 십 미터 길이의 배가 때를 잘 맞추어 218명의 승객을 내려놓고 갔다고?
-1.5번째입니다. (킴 투이, 「판사님」에서, 276쪽)
■ 작품 해설 미리 보기
1 문화라는 경계 혹은 한계 너머의 세상을 보기 위하여
김애란의 「빗방울처럼」 은 고착된 방식으로 오고가던 시선을 전복함으로써 치유할 길 없어 보이던 상실에 위로를 더한다. 화자인 ‘나’는 ‘전세 사기’를 당해 낡은 집 한 채를 제외한 전 재산을 잃게 된다. 상실의 목록 맨 위에는 남편이 있다. 새 아파트로 가려던 꿈은커녕 원하지 않았던 허름한 집에, 그것도 혼자 살고 있는 ‘나’는 살아갈 힘도 살아갈 이유도 찾지 못한 채 절망의 심연을 헤맨다. 남편을 따라 죽음의 세계로 건너가는 것이 더 당연해 보일 무렵 ‘나’는 낡은 집 천장에 물이 찬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죽을 땐 죽더라도 천장 누수는 고치자는 마음으로 부른 도배사는 이민자 여성이다. 두 사람의 만남에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하는 소설은 그가 ‘나’에게 무심코 건넨 말 한마디로 정점을 맞는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 말에 ‘나’는 느닷없이 마음이 흔들린다.
얀 마텔의 「머리 위의 달」 에도 화자의 눈에 비친 한 사람이 등장한다. 겨울 스키를 타러 간 ‘나’는 리조트의 휴식 공간에서 일군의 무리가 왁자지껄 떠들며 나누는 얘기를 엿듣게 된다. 스키장 화장실에 빠져버린 한 소말리아 남자 ‘압디카림 게디 하시’의 사연이다. 사람들이 하는 말에 따르면 그 남자는 변기 구멍에 빠져서 밤새 정화조에 갇혀 있었다고 한다.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어떤 목소리를 다른 목소리가 덮는다. “똥오줌이 가득한 풀에서 수영하면서 암울한 밤을 보내긴 했지만 멀쩡해.” 그리고 이어지는 웃음소리. 누군가의 불운했던 밤이 웃음거리로 농락당할 때, 남자는 2년 전 다른 리조트에서 들었던 똑같은 얘기를 떠올린다. ‘나’는 그 남자의 이름과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애쓴다.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괴상한 일에도 정도가 있기 때문이다. 도저히 빠질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변기에 성인 남자가 2번이나 빠지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2 잃어버린 문화를 찾아서
누군가가 고립된다고 할 때, 그들의 고립은 자신이 소속되길 원하는 문화로부터의 고립일 가능성이 높다. 리사 버드윌슨의 「어디에서 왔어요?」는 동거인이 외도하고 있다는 의심에 사로잡힌 ‘나’의 혼란 속에서 전개된다.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을 마주할 때마다 난처해지는 ‘나’는 캐나다 선주민 혼혈인이다. 선주민 남성인 제이크와 ‘왕자 전하’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살고 있는 그녀에게 어느 날 불행이 찾아온다. 고양이는 병에 걸리고 제이크는 누군가와 바람이 난 게 틀림없다. (…) ‘나’는 예상 밖의 상황 속에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 모르는 혼돈 상태가 된다.
윤고은의 「테니스나무」 역시 자신의 문화와 연결되고 싶은 심리가 짙게 깔린 소설이다. 아마추어 마라토너인 ‘나’는 2년 전 마라톤 대회에 나갔다가 유명 인사가 된다. 42.195킬로미터 풀코스 중 41킬로미터를 돌파한 지점에서 40킬로미터 지점으로 역주행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들으면 못 믿을 얘기지만 ‘나’는 그때 자신과 닮은 얼굴을 보고 그 얼굴을 쫓아갔던 것이다. 한편 ‘나’의 회사는 인간들이 하던 고객 상담 업무를 AI로 대체한다.
끝도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AI의 생성의 세계에서 ‘나’는 미지의 얼굴을 보기 위해 역주행했던 시간을 상상하며 자신에게만 존재하는 ‘테니스나무’를 떠올린다. 나무 아래 떨어진 테니스공의 출처가 나무라고 생각하는 건 어딜 봐도 이성적이지 않지만 라임빛 테니스공에서 나무의 추억을 읽어내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시 정지’이다. 완주 1킬로미터를 앞두고 역주행하며 자신과 닮은 얼굴을 보려 했듯 우리는 자신의 것, 자신이 그리워하고 꿈꾸는 것을 지켜 내기 위해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다. 인간의 달리기는 역주행을 허락한다.
3 부서진 언어 이후에 오는 것들
김멜라의 「젖은 눈과 무적의 배꼽」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배꼽에서 빛이 나온다. 어릴 때부터 배꼽에서 나오는 빛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 크리스마스는 그 빛이 타인을 향한 사랑, 혹은 성적인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모든 사람들의 배꼽에서 같은 에너지를 가진 빛이 나올 리는 없다. “한 사람의 마음에서 새어나오는 마음의 고동”이 궁금했던 크리스마스는 “그 발광 원리를 밝혀내고 싶”어 자기만의 탐구를 이어가다가 ‘두루미’를 만난다. 태초의 말씀에서 비롯된 원칙으로서의 사랑이 아니라, 더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에너지로서의 사랑의 역사가 바로 김멜라의 소설 「젖은 눈과 무적의 배꼽」에서 시작된다. 아는 사랑에 앞서 보는 사랑, 연결되는 사랑이 있다.
김멜라 소설이 사랑의 전설을 다시 쓴다면 조던 스콧은 언어의 전설을 다시 쓴다. 「보라색 뗏목」은 언어가 부서진 뒤에 다시 오는 세계를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묘사한다. 언어 장애가 있는 작가인 아버지가 자녀 샤샤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뤄진 이 글에서 작가는 아이에게 “혀 위에서 한숨한숨, 높은 산에 피는 꽃처럼 밟아 으깨라고” 말하며 언어에 대한 관점에 자유로움을 준다. 이때 으깬다는 의미는 파괴와는 다르다. “꽃이 산을 뒤덮듯이” 밟아 으깬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가 다른 세계를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가 다른 세계와 포개어지며 새로운 생명의 순환을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언어로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퍼뜨릴 수 있을 때 우리의 언어는 매년 새로운 꽃으로 뒤덮이는 산처럼 끊임없는 변화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4 반성과 무감각을 넘어
비유적이고 은유적인 상상력으로 우리를 속박하는 개념들에 저항하는 한편, 보다 실천적이고 사회적인 상상력으로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균열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정보라의 「미션: 다이아몬드」와 킴투이의 「판사님」이 그러한 균열을 만드는 작품이다. 「미션: 다이아몬드」는 인간이라는 역사를 반추해 보게 하는 반사경 같은 소설이다. 한 중년 SF 여성 작가와 캐나다인이 지구의 친선 대표로 온코아 행성에 파견된다. 그들은 온코아 행성과 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다음의 설문에 답하게 된다. “다른 문명이 당신의 접근이나 진입을 거부하거나 자신들의 영토를 떠나라고 명령한 적이 있습니까?” “당신은 다른 문명을 침략하거나 지배하거나 멸망시킨 적이 있습니까?” “당신은 다른 인종을 학살하거나 노예 혹은 식민지로 삼거나 착취한 적이 있습니까? 혹은 그러한 행위를 도운 적이 있습니까?” 온코아인들과의 문답을 통해 화자는 지구와 지구인에게 내재된 폭력과 학살의 역사를 마주한다.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벌거벗은 정체를 확인하게 된다.
킴 투이의 「판사님」은 베트남 보트 피플로서의 경험과 캐나다 이민자로서의 삶을 통해 정체성 혼란, 새로운 사회에 소수자로서 적응하는 과정의 문화적 충돌 및 융화의 과정을 담담히 서술하는 소설이다. “아무것도 느끼지 말 것. 그 무엇도 마음에 담지 말 것.” 말레이시아에서 난민으로 생활하며 겪은 파멸의 경험이 남긴 트라우마를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이 이것 아닐까. 자신이 겪었던 난민 시절에 대해 말할 때 주인공은 자신의 뇌가 자신의 감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던 것에 깊은 안도감을 표한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세상의 모든 추악함을 다 들이마시고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가는 과정을 지켜봤을 거라면서. 그러나 우리가 그 말에서 읽어내는 것은 그의 무감각이 아니다. 오히려 외면할 수 없었을 감각의 무차별적 침투다. 감각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감각의 쓰나미를 거부할 수 없든 기억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의 삶이 얼마나 괜찮든, 과거는 불시에 나타나 빛의 속도로 그를 다시 휘어감는다.
■ 작가의 말 미리 보기
“사랑의 시작에 관해 쓰고 싶었습니다. 설렘과 두근거림, 혼자만의 기대와 짐작, 기약 없는 기다림과 이어지는 실망, 온통 한 사람을 향한 생각에 빠져 하루가 어떻게 시작하고 끝나는지도 모른 채 안절부절못하는 순간들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_김멜라
“광활한 평원 위로 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쳤지만 나는 내 안에서 솟아나는 무서운 슬픔을 달래기 위해 날마다 열렬하게 해가 뜨기를 기원했습니다. 슬픔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고, 해가 핵심입니다.” _리사 버드윌슨
“그러다 긴 헤맴 끝에 저를 구해 준 건 이 단편 안에서 도배사가 하는 우스갯소리 한 줄이었습니다. 농담. 계몽도 당위도 아닌 인간의 말. 앞으로도 저 말, 인간의 말과 농담의 힘을 기억하려 합니다.” _김애란
“이 단편을 쓸 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고향이 너무 그립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어떻게 실제로 돌아가지 않고도 (돌아갈 수가 없으므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전 삶의 일부를 어떻게 지킬까? 어떻게 새 삶에 적응할까? 다시 말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_ 얀 마텔
“그럼에도 뒤돌아보는 사람을 위해 꿈을 준비했어요. 꿈은 아주 얇지만 찢어지지 않는 소재로 이루어진 이불 같아서 일상의 틈새에 책갈피처럼 끼워 둘 수 있어요. 테니스코트 바닥에 뒹구는 공들이 꿈속에서라면 라임빛 열매가 되죠.” -윤고은
“수십 해 동안 나는 말더듬이로 사는 법을 익혔습니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합니다. 나는 기쁨을 안고 삽니다. 내가 느끼는 가장 큰 기쁨은 나의 두 아들 사샤와 로언과 사이에서 느끼는 유대, 우리가 사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섬의 장려한 자연으로 떠나는 나들이에서 옵니다.” -조던 스콧
“한국인은 어떤 국가와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 지구인은 어떤 문명을 만들어 가고 있는가. 같은 지구인을 살해하거나 착취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행성을 착취하고 파괴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정보라
“다양성, 형평성, 이민……. 나는 우리가 이런 문제들을 미리 각자의 자리가 정해져 있는, 식기와 냅킨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경계가 그어진 식탁처럼 다룬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다른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다 같이 하나뿐인 똑같은 향연을 다 함께 즐기고 있다고, 하나뿐인 똑같은 행성에서 다 함께 살고 있다고 말이다.” -킴 투이
작가정보
Lisa Bird-Wilson
리사 버드윌슨의 최신작 『아마도 루비(Probably Ruby)』(2021)는 여러 국가에서 번역 출판되었으며, 캐나다 총독 문학상과 아마존 퍼스트 소설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올해의 책을 포함한 두 개의 서스캐처원 도서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인 『그저 그런 척(Just Pretending)』(2013)은 2014년 올해의 책 등 4개의 도서상을 수상했으며, 다누타 글리드 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녀의 첫 시집 『레드 파일(The Red Files)』(2016)은 사료에서 영감을 받아 가족 및 역사의 분열에 대해 고찰한 작품이다. 리사 버드윌슨은 서스캐처원(Saskatchewan) 원주민 문학 페스티벌의 창립 멤버이자 의장이다. 캐나다 최초의 메티스 고등 교육 및 문화원인 ‘가브리엘 뒤몽 인스티튜트’의 대표이기도 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장편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이중 하나는 거짓말』,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한무숙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최인호청년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달려라, 아비』 프랑스어판이 프랑스 비평가와 기자들이 선정하는 ‘리나페르쉬 상(Prix de l’inaperçu)’을 받았다.
Yann Martel
1963년 스페인에서 캐나다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났다. 캐나다, 알래스카, 코스타리카, 프랑스, 멕시코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후에는 이란, 터키, 인도 등지를 순례했다. 캐나다 트렌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다양한 직업을 거친 후, 스물일곱 살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93년 소설집 『헬싱키 로카마티오 일가 이면의 사실들(The Facts Behind the Helsinki Roccamatios)』로 데뷔했고, 이후 장편 소설 『셀프(Self)』, 『20세기의 셔츠(Beatrice and Virgil)』, 『포르투갈의 높은 산(The High Mountains of Portugal)』을 썼다. 2002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파이 이야기(Life of Pi)』는 전 세계 41개국에서 출간되었고, 그는 이 작품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현재 캐나다 새스커툰에서 아내와 네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다.
Jordan Scott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태어났다. ‘말을 더듬는다는 것’에 대해 시적으로 탐구한 작품집 『바보(Blert)』를 비롯해 많은 시를 세상에 내놓았다. 캐나다 시 문학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캐나다 라트너 문학 신탁상을 수상했다. 어린이책으로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I Talk Like a River)』, 『할머니의 뜰에서(My Baba’s Garden)』가 있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는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을 수상했으며,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퍼블리셔스위클리를 비롯한 북미 지역을 대표하는 여러 일간지와 서평지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정보라는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러시아·동유럽 지역학 석사를 거쳐, 인디아나대에서 러시아문학과 폴란드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8년 연세문화상에 「머리」가, 2008년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에 「호(狐)」가 당선되었으며, 2014년 「씨앗」으로 제1회 ‘SF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이듬해 국내 최초로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저주토끼』, 『여자들의 왕』,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한밤의 시간표』,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장편 소설 『문이 열렸다』, 『죽은 자의 꿈』, 『붉은 칼』, 『호』, 『고통에 관하여』, 『밤이 오면 우리는』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거장과 마르가리타』,
『탐욕』, 『창백한 말』, 『어머니』, 『로봇 동화』 등이 있다.
Kim Thuy
1968년 베트남에서 태어났다. 열 살 때 가족과 함께 보트 피플로 베트남을 떠나 말레이시아에서 난민 신분으로 지내다 1979년 말 캐나다에 정착했다. 몬트리올 대학교에서 번역학, 법학 학위를 취득하고 통역사, 변호사로 일했다. 이후 루 드 남(Ru de Nam)이라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베트남 음식을 소개하는 요리 연구가로 활동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소설 『루(ru)』는 출간되자마자 퀘벡과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캐나다의 권위 있는 ‘총독 문학상’과 프랑스의 ‘에르테엘-리르 대상’ 등 여러 국제적인 상을 받고, 『만(mãn)』, 『비(vi)』 등을 출간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가 되었다. 2018년에는 대안 노벨 문학상인 ‘뉴아카데미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20년 『엠(em)』을 출간했다.
아주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으며,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자서전의 규약』 『문학생산의 이론을 위하여』 『위험한 관계』 『아소무아르』 『알렉시 ㆍ 은총의 일격』 『주군의 여인』 『태평양을 막는 제방』 『물질적 삶』 『질투의 끝』 『알 수 없는 발신자』 『사소한 삶』, 킴 투이의 『루』, 『만』, 『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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