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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데카르트 지음 | 이재훈 옮김
휴머니스트

2024년 11월 07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9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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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2.34MB)
ISBN 979117087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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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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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와 근현대를 잇는 결정적인 문제작!
근대의 문을 연 철학적 에세이를
르네상스 철학의 맥락에서 새롭게 읽다

인류의 세계관이 재정립되는 혼란의 시대,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은 근대 철학의 시작을 알린 총성과도 같은 책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새 시대를 연 이 저작은 중세와 근대의 급작스런 단절을 상징해왔지만, 데카르트 또한 수많은 사상가들과 마찬가지로 당대의 영향 아래 사유했음이 분명하다. 그를 이전 시대와 단절시켜 읽는 것은 핵심을 놓치는 일이다. 옮긴이 이재훈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르네상스 철학과의 연관 안에서 《방법서설》을 읽음으로써 오늘날 다시금 그의 철학이 필요한 이유를 휴머니즘의 정당성이라는 관점으로 새롭게 설명해낸다.

권위를 담보한 중세 신학자들은 불완전한 인간이 스스로 진리에 이를 수 없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데카르트가 탐구한 진리의 뿌리와 결실은 모두 인간의 지성과 문화, 이성에서 비롯한다는 점에서 새로웠다. 한편 신에서 인간으로 초점을 옮겼다고 평가받는 데카르트는 인간중심주의의 폐해를 내포하는 시작점으로도 비판받아왔다. 하지만 옮긴이는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반발이 확대되는 오늘날, 데카르트가 《방법서설》에서 제안하는 수많은 ‘나’ 속 무한의 휴머니티를 더욱 생생하게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이것이야말로 역사로서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길이다. 독자들은 새롭게 출간하는 《방법서설》을 통해 인간의 고유성에 주목했던 데카르트의 사유를 명징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서문

1부
2부
3부
4부
5부
6부

옮긴이 해제
옮긴이의 말
참고 문헌
르네 데카르트 연보
찾아보기

가장 위대한 영혼은 가장 큰 덕을 행할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악행을 저지를 수도 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걷는 사람은 언제나─올바른 길을 따르기만 한다면─그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서 달리는 사람보다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 〈1부〉, 14쪽

데카르트의 철학은 모든 인간에게 “좋은 본성(bonne nature)”을 부여하는 르네상스의 휴머니스트 전통에 충실하다. 기독교 신학의 원죄 개념은 그의 철학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휴머니스트 전통에서 좋은 본성이라는 생각은 타인에 대한 존중과 예의(civilite) 개념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의는 타인의 좋은 본성을 존중하는 것에 기초한다.
─ 〈1부〉, 각주 2

그러나 나는 나의 계획이 이미 많은 사람에게 너무 대담한 계획이 아닌지 두렵다. 그동안 우리가 믿음 안으로 받아들인 모든 의견을 버릴 결심은 각자가 따라야만 하는 예가 아니다. 그리고 세계는 서로 전혀 일치하지 않는 두 가지 종류의 정신으로만 거의 구성되어 있다. 먼저 실제보다 더 자신이 유능하다고 믿으면서 서둘러 판단하는 것을 억제하지 못하고 생각을 순서에 따라 이끌 충분한 인내심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이로부터 이 사람들이 단 한 번이라도 그들이 받아들인 원리들을 의심하고 일반적인 길에서 벗어날 자유를 취한다면 그들은 결코 곧장 나아가려고 취하는 길을 택하지 못하고 평생 길을 잃은 채 살아갈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자신들을 가르쳤던 사람들보다 자신이 참과 거짓을 더 잘 구분할 수 없다고 판단할 만큼의 충분한 이성과 겸손함을 갖추고 있어서 스스로 최선의 의견을 찾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따르는 것에 만족해할 사람들이 있다.
─ 〈2부〉, 42~43쪽

그리고 끝으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집을 다시 건축하기에 앞서 그것을 무너뜨리고 재료를 마련하고 건축가를 준비하거나 혹은 스스로 건축할 능력을 기르고, 더 나아가 집의 도면을 세심하게 그리는 것을 넘어 집을 짓는 동안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어떤 다른 집도 필요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성이 나를 판단에서 결단성 없게 하는 동안에도 내가 우유부단하게 행동하지 않으려고 그리고 그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한 행복하게 사는 것을 그만두지 않으려고, 나는 세 개나 네 개의 준칙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임시 도덕을 스스로 형성했다. 이에 대해 여러분에게 말하고자 한다.
─ 〈3부〉, 57쪽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에는 내가 ‘생각하기 위해서는 존재해야만 한다’를 아주 명석하게 알고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내가 진리를 말한다고 확신시켜주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나는 우리가 아주 명석하고 판명하게 인식하는 것은 모두 참이라는 것을 일반 규칙으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가 판명하게 인식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에만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 〈4부〉, 84~85쪽

그럼에도 나는 이 모든 것으로부터 이 세계가 내가 제안한 방식으로 창조되었다고 추론하길 원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시작에서부터 신이 세계를 이것이 존재해야 할 모습 그대로 만들었다는 것이 진실에 더 가깝다. 그러나 신이 지금 세계를 보존하는 작용은 그가 세계를 창조한 작용과 완전히 동일하다는 것이 확실하고 신학자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의견이다. 그러므로 세계의 시작에 혼돈의 형태 외 다른 형태를 주지 않았음에도 신이 자연의 법칙을 설립하고 자연에 그것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바대로 작용하도록 자신의 조력을 주었다면, 창조의 기적을 해치지 않으면서, 이것만으로도 순수하게 물질적인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것처럼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할 수 있다.
─ 〈5부〉, 112~113쪽

기계론적 방법을 통해 생명이라는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진 현상을 설명하는 과제는 데카르트에게 생명 탐구의 이상(ideal)이었다. 그러나 그가 이에 대해 남긴 설명은 이 이상에 미치지 못했다. 비록 작용인을 탐구하는 기계론적 방법을 통해 생명 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가 제시한 생리학은 그의 철학적 작업 중 가장 불완전하며 불만족스럽다. 아닌 게 아니라 데카르트 이래 근대 철학이 대면한 문제 중 하나는 작용들만을 탐구하는 기계론적 방법과 복잡한 생명현상 사이의 간극이다. 이 간극은 복잡한 생명현상을 새로운 과학적 방법을 통해 재구성하려는 시도에 난점이 존재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 〈5부〉, 각주 14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이 아니라 지구가 운동을 하며 지구는 태양의 주변을 회전하는 별 중 하나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그런데 지동설과 지구가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는 생각은 당시 교회나 스콜라 신학자들이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지구가 움직인다는 생각은 그것이 가설로서 사용되는 용인된 것이었으며, 지구가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는 생각은 중세 신학의 것이기도 했다. 중세적 세계관은 신중심주의이지 인간중심주의가 아니며 지구를 지양되어야 할 곳으로 간주한다. 그러므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태양의 중심을 회전하는 별이라는 생각은 이 같은 중세 신학과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었다. …… 교회와 신학자들은 처음에는 지동설에 대해 민감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의 우주론이 제기한 문제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것은 코페르니쿠스의 우주론이 함축하고 있는 우주의 확장과 이에 따른 우주의 중성화라는 결과다. …… 무한한 우주 안에서는 장소 사이의 질적 위계가 성립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결과로 전통적 위계, 즉 부동적인 존재의 천구 영역과 변화와 생성의 지상의 질적 구분은 폐기된다.
─ 〈6부〉, 각주 2

내가 이것을 써야만 했던 다른 이유는, 내가 필요로 하지만 타인의 도움 없이는 해낼 수 없는 무한한 관찰 때문에 나를 지도하려는 나의 기획이 매일 점점 늦춰지는 것을 보면서, 공중이 나의 관심을 공유하기를 희망할 정도로 그렇게 자만하지 않음에도, 나는 스스로에게 불충실하고 싶지 않았고 또 후대 사람들이 그들이 무엇에서 나의 기획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에 내가 소홀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들에게 훨씬 더 좋은 여러 가지의 것을 남겨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유로 언젠가 나를 비난할 기회를 주고 싶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 〈6부〉, 162쪽

1. 르네상스 철학의 계보에서 바라본 데카르트
─ 이전까지 다뤄지지 않았던 휴머니스트 전통의 재발견
─ 근대 철학을 꽃피운 역사적 토양을 낱낱이 분석하다

《방법서설》의 진정한 새로움은 르네상스 시대의 유산에서 시작한다는 데 있다. 1571년 최초로 자기 자신을 글의 소재로 쓰기 시작한 몽테뉴의 《에세》, 1601년 최초로 라틴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출간된 샤롱의 《지혜에 대하여》, 1620년 새로운 과학을 탐구한 베이컨의 《신기관》까지,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이 정신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명맥을 이었고 마침내 이 책에서 형이상학의 형태로 종합되어 새 시대의 서막을 올렸다.

우주, 신의 무한성, 기술, 회의주의, 세계의 가독성, 자연의 빛, 지혜, 제일철학……. 데카르트 철학의 주요 키워드이자 근대 철학의 주제이기도 한 이 단어들은 르네상스 철학자들의 사유에서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진리를 찾기 위해 모든 선입견에서 자유로운 철학을 기획한 데카르트는 ‘방법적 회의’를 통해 자신의 사유를 전개했다. 이때 학교와 책에서 배워온 모든 것을 버리고, 의심하고, 그것에 질문을 던진 그의 시도는 허공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편견과 관습으로 가득 찬 정신보다 오히려 무지한 자가 진리를 더 성공적으로 탐색할 수 있다는 발상은 쿠자누스와 몽테뉴 등 이전의 사상가들로부터 시작되었다.

휴머니스트판 《방법서설》은 데카르트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르네상스에서부터 근대 철학의 역사적 맥락을 짚어본다. 근대의 여명에서 데카르트는 자신에 앞서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선도해온 선행자들을 충실히 따랐다. 독자들은 데카르트가 철학에 던진 폭발적인 사유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학문적 토양에 담긴 가치를 보다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감히 말하건대, 많은 행운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나는 젊은 시절부터 어떤 길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이 길들은 나를 어떤 고찰과 준칙으로 이끌었고, 이로부터 나는 방법을 형성했다. 그리고 이 방법을 통해 나는 지식을 단계적으로 증가시키고 인식을 내 정신의 평범함과 삶의 짧은 기간이 도달하도록 허락한 최고의 높은 정도까지 점차로 높일 수 있는 수단을 가지게 된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나는 그 방법을 통해 아주 많은 결실을 이미 얻었다. 그 결과 나는 스스로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자만하기보다는 불신하려 항상 노력하고, 철학자의 눈으로 바라볼 때 모든 사람의 다양한 행동과 계획 중에 헛되고 무익하지 않게 보이는 것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진리 탐구에서 이미 성취했다고 생각한 발전에 크게 만족하지 않을 수 없고 또 순수하게 인간적인 일들 가운데 확고하게 좋고 중요한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내가 선택한 것이라 감히 생각할 정도로 미래에 대한 큰 희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 〈1부〉 중에서


2. 데카르트에 관한 오해를 종식시키다
─ 진리를 담은 수많은 ‘나’ 속 무한의 휴머니티 탐구
─ 인간은 자연이 아닌 오로지 의지에 대해서만 지배자일 수 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자연은 그 자체로 해석되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갈릴레이와 몽테뉴, 데카르트를 거치면서 인간은 자연을 신적 언어가 아니라 논리적 언어로 쓰인 것으로 간주하고 그에 대한 지식을 쌓기 시작했다. 데카르트는 가장 먼저 탐색한 책들의 세계에서 수도 없이 많은 모순과 대립을 발견하고는 진리를 찾기 위해 “세계라는 커다란 책”(27쪽)을 향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방법서설》의 유명한 결론에 이른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81쪽)

데카르트는 세계라는 책 속에서 진리가 아닌 다양성을 발견했고, 경험의 한계를 넘어 이를 연구하는 방식으로서의 진리, 즉 ‘나’를 발견했다. 주의할 점은 그가 발견한 ‘생각하는 나’는 전지전능한 주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계론적 자연관, 절대적인 이성, 이분법적 세계관 등 데카르트의 철학적인 업적과 세계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한 평은 오늘날에도 분분하다. 이는 결정적으로 《방법서설》 6부에 등장하는 “자연의 주인과 소유자처럼”(145쪽)이라는 표현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줄곧 인간의 이성은 유한하기에 자연을 완벽히 인식할 수 없으며, 자연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도, 인간의 관점에 따라 진행되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반복해서 우리가 오로지 의지와 사유에 대해서만 지배자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자연에 대한 존중 없이 오로지 인간의 실리를 위해서 자연을 이용하는 행위는 데카르트가 그토록 종식하고자 했던 절대성을 이성에 의탁하는 형국이 되어버린다. 데카르트는 신적인 이성을 말하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오해와 함께 발전해온 인간 문명은 과학기술을 신격화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데카르트는 자연을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의심의 여지 없이 첫 번째 선이자 이 삶의 모든 다른 선의 토대인 건강의 보존”(146쪽)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데카르트라는 이름을 면죄부처럼 내세우고 자연을 파괴적으로 이용해온 인간의 역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지점이다.


“그러나 곧바로 나는 이처럼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생각하길 원하는 동안에도 이것을 생각하는 나는 필연적으로 어떤 것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 진리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아주 견고하고 확실해서 회의주의자들의 매우 과장된 모든 가설도 이 진리를 흔들리게 할 수 없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나는 이것을 내가 찾던 철학의 제일원리로 주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 〈4부〉 중에서

“데카르트에 의하면, 유한한 인간 지성은 자연의 법칙 전부를 인식할 수 없으며, 자연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의 관점에 따라 진행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인간은 자연의 지배자일 수 없다. 데카르트는 반복해서 우리는 오직 우리의 사유에 대해서만 지배자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자연의 기술적 사용은 자연에 대한 지배가 아니라 가능성에 대한 인식에 의존한다.” ─ 〈6부〉, 각주 5 중에서


3. 현대적인 번역으로 새롭게 만나는 휴머니스트 데카르트
─ 데카르트에 관한 최신 연구에 바탕을 둔 풍부한 주석
─ 인간중심성을 문제 삼는 시대에 휴머니티의 정당성을 다시 사유하다

옮긴이 이재훈은 오랫동안 《방법서설》을 통해 휴머니티의 원리를 새롭게 사유할 가능성을 연구해왔다. 이 책은 데카르트를 통해 인간을 사유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그의 연구 결산이기도 하다.

《방법서설》의 4부는 신체에 의존하지 않는 인간의 영혼, 5부는 단일체로서의 인간에 대해 서술한다. 인간에 대한 데카르트의 관심은 이후 저작들로까지 꾸준히 이어져 그의 〈여섯 번째 성찰〉에서 더욱 깊이 있게 다뤄지고, 《정념론》에서 그 열매를 맺는다. 옮긴이는 새롭게 번역한 《방법서설》을 통해 역사적인 맥락은 물론 데카르트 철학의 사상적 흐름, 나아가 오늘날의 휴머니티까지 고찰할 가능성을 발견해낸다. 이를 위해 원문을 세심하게 번역한 것은 물론, 옥스퍼드출판사의 2023년판 《정신지도규칙》과 2020년 개정된 한스 블루멘베르크의 《세계의 가독성》 속 중세 기독교 역사 연구, 데카르트와 예의(civilité)를 연결지은 프레데리크 르롱의 2020년 저작 등 최신의 데카르트 연구서를 적극 참고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주석과 해제를 선보인다. 옮긴이는 최근까지 활발히 이루어진 연구를 충실하게 반영함으로써 400년이 넘는 철학의 거대한 흐름을 누구보다 정확히 짚어냈다.

데카르트가 정립하고자 했던 고유한 휴머니티는 르네상스 휴머니스트적 사유의 유산이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에게 끊임없이 돌아오는 휴머니티에 대한 질문은 오늘날의 탈인간중심주의적 비판의 형태로 다시 나타났다. 인간의 위치와 그 영향력이 문제시되는 현재, 독자들은 현대적인 번역으로 찾아온 《방법서설》을 통해 휴머니티의 정당성을 새롭게 사유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다음의 중요한 철학적 질문 앞에 서 있다. 인간을 물질의 위력으로부터 파악해야 하는가? 인간은 자기 외부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개체인가? 아니면 데카르트처럼, 자연의 물질적 위력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외적인 힘으로부터 자유로운 거리, 즉 인간에게 고유한 휴머니티의 원리로부터 철학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데카르트는 신학적 절대주의에 맞서 휴머니티에 대한 철학을 기획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한 휴머니티에 대한 철학은 몽테뉴와 샤롱의 휴머니티에 대한 사유와 마찬가지로, 인간중심주의와 무관하다. 《방법서설》은 데카르트의 철학적 기획이 르네상스 휴머니스트적 사유의 유산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기술적 절대주의에 맞서 휴머니티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것은 오늘날 철학의 과제다. 데카르트의 물음들을 반복하고 변형하는 것은 휴머니티의 원리를 새롭게 사유하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옮긴이 해제〉 중에서

작가정보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과학자. 1596년 3월 31일 프랑스 투렌과 푸아투의 경계에 있는 작은 마을 ‘라에’의 법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1606년 라플레슈 예수회 학교에 입학해 8년 동안 수학한다. 졸업 후 푸아티에대학에서 법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다.
그는 우주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격변하던 시기를 겪으며 자연에 대한 논의를 생략하거나 암시적으로만 제시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사상을 검열로부터 보호했다. 코페르니쿠스적 우주론의 관점을 전제한 자신의 책 《세계》의 출판을 포기하기도 한다. 메르센 신부, 엘리자베트 공주 등 여러 사람과 교류하며 학문을 갈고닦다 1650년 2월 11일 스톡홀름에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의 최초의 철학서인 《방법서설》 외에도 《정신지도규칙》,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 《철학의 원리》, 《정념론》 등 수많은 대표작을 출간했으며, 좌표계를 도입하고 인권사상의 기반을 마련하는 등 오늘날까지 막대한 학문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하이데거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파리10대학교에서 데카르트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Master II)를, 데카르트와 하이데거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과정 중 DHA(Deutsch-Französische Hochschule)의 연구지원과 베를린 자유대학교 프랑스센터(Frankreichzentrum)의 초청으로 베를린에서 연구했다.
현재 국립창원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유럽인문아카데미 운영 이사를 맡고 있다. 휴머니티의 철학적 기초들을 탐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데카르트 철학과 르네상스 철학의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또한 데카르트 철학의 여러 주제가 현대 철학에서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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