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
2024년 11월 04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8월 2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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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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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이 만만한 여자 사회복지 공무원을 부를 때 가장 많이 쓰는 호칭인
“이년아, 저년아”에서 유래한 자조적인 우스갯소리이다.
큰 소리로 윽박질 당하는 것은 예삿일이고 때로는 폭행의 위험에 노출되기까지 하는 연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아는 악성 민원인들의 삶 속에서 외로움을 읽어 내고,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
연아는 빛이 절실했던 이들에게 다가가 그늘 속을 함께 걷는다.
단 한 번이라도 배가 고파 울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이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고팠던 사람이라면 목 놓아 울 것이다.
1부 가난보다 짙은 슬픔
◦ 막걸릿잔 속에 그려진 슬픔
◦ 연아, 연아, 사회복지하는 년아!
◦ 다시 태어나면 그때는 누구보다 행복하길
◦ 죽음 앞에서 알게 된 낯선 두려움
◦ 아무도 모르는 쓸쓸한 죽음, 고독사
2부 낯선 발걸음의 시작
◦ 첫 만남
◦ 차가운 바람으로 다가온 기적
◦ 처음 들어선 길목에서
◦ 열정과 냉정 사이
◦ 새롭게 떠나는 길
3부 절망, 그 뒤에서
◦ 나 오늘 학교에서 나왔다
◦ 애인 있는 게 문제가 되나요?
◦ 추억을 비추는 작은 손거울
◦ 괜찮다, 괜찮다. 나는 안 괜찮다
◦ 너는 내게 그 무엇이 되어
◦ 말이 안 나옵니다
◦ 잃어버린 20년
◦ 그래도 당신이 그립다
◦ 살아서도 죽어서도 외로운 삶
4부 나는 지금 여기에
◦ 할 수만 있다면
◦ 각자 다른 모습의 아픔
◦ 나이 들어가는 즐거움
◦ 미래에 내가 준 선물, 오늘
에필로그
-이젠 익숙해져 감이 없었지만, 나 역시 무수히 많은 수식어와 함께 연아라는 호를 들어 왔다. 이년, 저년은 기본이고 제 뜻대로 뭔가 되지 않을 때는 해서는 안 될 악담을 붙여 연아!를 불렀다.
“이 안경 낀 재수없는 년아, 악질 년아, 죽일 년아, 살릴 년아!”
정말 우리의 호는 ‘연아’였다.
-나는 그녀와의 많은 일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일어섰지만, 막상 일어서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손을 벌벌 떨며 한참 동안 마이크를 잡고 있다 간신히 한마디를 뱉었다.
“저 살고 싶습니다. 저 정말 살고 싶습니다.”
너무 큰 두려움 속에 있었던 나는 이 말 외에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회의장은 갑자기 숙연해졌고, 옆에 있던 동료가 우는 나를 토닥여 줬다.
진심이었다. 난 정말 살고 싶었고, 인간답게 일하고 싶었다. 그게 전부였다.
-“지금 어디세요?”
“와, 내 어디 있다 하면 올라고? 내 찾지 말고, 신 여사는 지금처럼 그래 잘 지내소. 내는 오늘 기차역 앞에 앉아 조용히 인생을 마무리할 거니깐. 내 오늘 밤이 지나면 이제 이 세상에 없을 거요. 그동안 고마웠소. 신 여사.”
그는 더는 손쓸 수 없을 만큼 병세가 짙어져 삶에 대한 의욕을 잃은 듯했다. 그런데 굳이 전화해 기차역에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뭘까?
곰곰이 생각하니 전화 목소리에서 그의 두려움이 느껴졌다. 그는 죽음이 두려웠고, 그 두려움 때문에 살려 달라고 애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성격 탓에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했지만, 그는 나에게 무섭다고 말하고 있었다.
-우리가 등 따습고 배불러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들의 아픔을 온전히 들으며 이해하고 상담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에서 우리의 인권도 존중받으며 일하고 싶을 뿐이다. 큰 욕심일까?
-살아서도 죽어서도 아무도 찾지 않는 외로운 사람들. 그렇게 홀로 남겨진 주검들은 공영장례라는 이름으로 빈소가 차려지지만 찾아오는 이가 거의 없다. 그리고 다음 날 화장한 후 산골에 뿌려지거나 5년간 봉안되어 또다시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 홀로 남겨진다.
-살아가다 보면 나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나와, 혹은 내가 아는 사람들과 언제든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늙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아프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한 번도 외롭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평생 가슴 아픈 슬픔을 만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 그런 삶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 희망, 기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과 함께 우울, 슬픔, 외로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거부하지 않고 바라봐야 긴 인생을 잘 살아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이야기는 전해져야 했다.
-세상에 어둠 없는 빛이 있을까? 내가 있는 이곳이 빛난다면 저 너머 어딘가에 어둠이 있기 때문이고, 내가 있는 이곳이 어둡다면 저 끝 어딘가에 빛이 있기 때문이다. 빛과 어둠은 반대인 듯하지만, 함께 있기에 서로를 느끼고 알아볼 수 있다. 어둠은 빛을 향해, 빛은 어둠을 통해 존재하기에 나와 너, 우리의 삶 역시 서로를 비출 수 있다.
"가난하거나, 아프거나, 술 취했거나, 미치지 않으면 나를 만날 수 없다."
“이년아, 저년아"에서 유래한 사회복지 공무원의 호(號) 연아
생생한 묘사로 전해지는
사회복지 공무원 ‘연아'의 노동 이야기
‘연아'가 만난 사람들, ‘연아'가 포착한 마음과 목소리들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단원 김홍도, 연아 신아현!
사회복지 공무원의 호는 ‘연아'라는 말이 있다.
민원인이 만만한 여자 사회복지 공무원을 부를 때 가장 많이 쓰는 호칭인 “이년아, 저년아”에서 유래한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다.
《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는 25년째 사회복지 일을 하고 있는 ‘연아’가 기록한 노동 일지이자 삶을 돌아보는 일기이자 세상을 향한 외침이다. 그동안 저자가 겪은 민원인들과 실천한 복지사례, 그리고 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 살면서 생각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가난하거나, 아프거나, 술 취했거나, 미치지 않으면 나를 만날 수 없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동주민센터에서 저자가 만나는 이들은 대부분 삶이 괴롭고 피곤한 사람들이다. 공무원의 말을 듣기는커녕 무작정 고함부터 지르고 떼를 쓰고 심지어 협박까지 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그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고독함이 존재한다. 늘 주민센터 문을 박차고 들어와 웃옷을 벗고 위협하던 민원인이 그동안 미안했다며 흐느끼고, 왜 집에 찾아오냐며 역정을 내던 할머니가 어느 순간부터 저자를 위해 요구르트를 사 놓고 기다리기도 하는 사연들을 보면 그들이 품고 산 고독함이 읽혀 마음 한켠이 뻐근해진다.
물론 영화처럼 애틋한 사연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끝끝내 세상과, 그리고 자신과 화해하지 못하고 공무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악성 민원인, 이제는 너무나 큰 사회 문제가 되어 버린 고독사, 이어진 연이 없어 공영장례를 치러야 하는 무연고 사망자 등의 이야기들 또한 등장한다. 손길을 거부하거나 손이 닿지 않은 곳에서 스러져 가는 이들의 모습도 연아는 담담하게 기록해 냈다.
이 책은 기초생활수급자나 민원인이 사회복지 공무원의 도움을 통해 인권의 존엄을 지키는, 진정한 의미의 사회복지가 실현되는 아름다운 광경만을 얘기하진 않는다. 최소한의 보호 시스템 안에서 민원인을 응대해야 하는 사회복지 공무원들은 늘 고성과 위협에 시달리지만, 그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나 위험에 대비한 안전은 아무도 보장해 주지 않았다. 심지어 저자는 “사회복지하는 년 나와!”라고 소리치며 달려든 민원인에게 맥주병으로 머리를 맞을 뻔했던 사고까지 겪었지만, 그것에 대한 조치는 사후 약방문이나 다름없었다. 조금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는 없는 걸까?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면서 품은 고민 중 한 가지는 ‘내가 겪은 폭언과 폭행을, 사회복지 공무원이라면 무조건 참고 견뎌야 하는 것으로 오인할까 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민원인의 폭력을 군말 없이 인내하는 일도 사회복지업 종사자의 업무에 포함되는 걸까? ‘월급을 받으면서 남을 도와줄 수도 있는 일'에 자부심과 열정을 느끼고 임하는 이들이기에 이런 근무 환경까지 감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봉사 의식으로 복지를 직접 제공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사각지대에 몰려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그들의 희생과 불안감을 당연한 부분으로 여기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술 먹지 않고, 화내지 않고 말해도 우리는 충분히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아니, 더 잘 이해할 수 있다.”_본문에서
단 한 번이라도
배가 고파 울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이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사람이 고팠던 사람이라면
목 놓아 울 것이다.
여기, 우리의 영혼 곁을 파고드는 사랑이 있다.
저자가 집필 중 마주한 또 다른 고민은, 타인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사라지고 핵개인화가 가속화되는 사회에서 이 책이 그저 ‘남의 삶을 이야깃거리로 만드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지 않은 타인의 삶에 억지 관심을 요구하는 건 아닌지'였다.
하지만 어떤 이들의 삶은 종종 외면당하기 때문에 오히려 조명되어야 한다. 그늘에 있기 때문에 양지에서 이야기되어야 한다. 우리가 고개를 돌린다고 해도 존재가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끌어올려져 어떤 형태로든 회자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기에 연아는 오늘도 세상의 낮은 곳으로 한 걸음 더 내디디는 것이다. 삶의 무게를 함께 나눠 질 수 없다면 눈물과 웃음, 온기라도 나누기 위해서.
《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는 소외계층과 사회복지 종사자라는 특정 계층이나 직업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의로, 타의로 고립되어 가는 개개인이 이루는 현대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태도가 무엇인지, 어떤 것이 진정한 중요한 가치인지 생각하게 만들고 삶을 나누는 책이다. ‘각자도생'이 어느새 사회 풍조로 당연하게 자리 잡은 요즘, 이 책을 통해 곁에 있는 서로를, 그리고 더 그늘진 곳에 존재하는 우리네 이웃들을 잠시 들여다볼 수 있길 희망해 본다.
“살아가다 보면 나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나와, 혹은 내가 아는 사람들과 언제든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늙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아프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한 번도 외롭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평생 가슴 아픈 슬픔을 만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 그런 삶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 희망, 기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과 함께 우울, 슬픔, 외로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거부하지 않고 바라봐야 긴 인생을 잘 살아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이야기는 전해져야 했다.”_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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