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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씨, 말투, 말매무새

한성우 지음
원더박스

2024년 11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7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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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1.38MB)
ISBN 979119295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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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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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범과 사전 밖 현실에서 살아 숨 쉬는 한국어의 멋과 맛에 천착해 온 국어학자 한성우. 그는 이 책에서 태어나고 자란 땅에 따라 달라지는 말씨, 세대와 성별 및 지위 등 현재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말투의 특징을 소개하고, 그 둘을 말의 씨줄과 날줄로 삼아 펼쳐지는 사람들의 언어생활을 탐색한다.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해야 아름답고 품격 있는 말매무새, 관계를 가꾸는 데 도움이 되는 원활한 말하기 방법을 갖출 수 있는지 궁리한다. 바람직한 언어생활은 누군가가 강요하거나 의무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말의 주인들이 스스로 찾아내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책이 그 여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머리말
프롤로그

1부 말씨-이 땅의 모든 말

표준어와 사투리-서울 사투리와 제주 표준어
서울과 표준어ㆍ표준어의 역사ㆍ두루 통하는 말

말소리-10 곱하기 19와 2 더하기 3
‘아’ 다르고 ‘어’ 다르다ㆍ정확한 말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ㆍ여괴전이 야개요?

호칭-가족에서 이웃까지
돌하르방과 아바이 순대ㆍ가족의 확대ㆍ이웃의 발견

화법-말하는 법과 말 듣는 법
말하는 법과 듣는 법ㆍ말문을 트고 잇는 방법ㆍ터는 화법과 접는 화법

어휘와 표현-찾아 쓰고 살려 써야 할 말
말 한마디와 천 냥 빚ㆍ상남자의 츤데레의 표현법ㆍ솜털 같은 부드러운 표현법ㆍ마카 항꾼에 도르라

2부 말투-말의 주인

연령과 세대의 말투-‘옥떨메’ 아재의 생명력
시간과 세대의 변증법ㆍ어린이의 ‘귄’과 ‘클아반’의 위엄, 그리고 ‘자란이’의 품격ㆍ옥떨메의 아재와 틀딱의 라떼

남성과 여성의 말투-‘다나까’와 ‘요’의 전쟁
목소리 큰 남자와 말 많은 여자ㆍ‘상냥’과 ‘무뚝뚝’의 사이ㆍ사람이 사람에게 하는 말

직업과 계층의 말투-‘노가다’와 ‘지에스(GS)’
직업과 계층ㆍ배움과 말투ㆍ사농공상의 말투

3부 말짜임-말을 이루는 재료

호칭과 지칭-부르고 가리키는 말
호칭과 지칭의 고차방정식ㆍ티 안 나게 끌어안는, 그리고 함께 끌어 올리는ㆍ내가 들으마, 너의 마음을ㆍ이름과 님의 마법

높임말 낮춤말-나를 낮추어 너를 높인다
높임과 낮춤의 비례식ㆍ반말과 ‘요’의 전성시대ㆍ높임법의 끝

관계와 상황, 그리고 태도-말을 둘러싼 모든 것
참여자와 관찰자ㆍ주변의 공기ㆍ‘너’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

서사-말로 엮는 이야기
정면 돌파와 측면 돌파ㆍ듣고 싶은 말과 함께 나눌 이야기ㆍ탕후루와 당의정

4부 말매무새-어디서 무엇이 되어 어떻게 말할까

가족과 친척-가깝고도 먼
가족, 가까워서 어려운ㆍ친족, 멀어질수록 어려운ㆍ결혼, 새로운 가족

친구-친한, 그래서 오래가야 할
친구, 사회관계의 시작ㆍ사회 친구, 친구 관계의 종언ㆍ○친과 ○사친, ‘야!’와 ‘자기야~’의 사이

일터-함께 땀 흘리며 부대끼는
프로의 세계ㆍ없애고 높여라ㆍ사장님과 여사님은 무죄

정치-모두를 아우르는
막말과 정치 사투리ㆍ‘할많하않’과 접는 화법ㆍ토론의 기술과 포용의 미학

문서 - 눈으로 소통하는
글, 참을 수 없는 쓰기의 어려움ㆍ왜, 누구를 위해 쓰는가?ㆍ공적인, 때로는 사적인

가상공간-보이지 않는, 그러나 영원한
내가 낸데!ㆍ 반올림? 아니 무조건 올림!ㆍ 님의 재발견ㆍ순간이동의 전술

에필로그 - 말의 주인이 하는 이 땅의 모든 말

규범에 있는 말을 쓰면 바른말인가? 저명한 학자나 덕망 높은 이가 이렇게 말해야 한다고 써 놓은 언어 예절대로 말하면 품격 있는 말이 되는가? 그렇게 믿고 싶고 그것이 통하는 현실이지만 그 또한 이 땅의 모든 말, 그리고 말의 주인이 쓰는 말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시대에 두세 발 뒤처져 있는 것이 많고 당위적으로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강요된 말이 아닌 말의 주인들 스스로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말매무새가 필요하다. 그렇게 말의 주인들이 스스로 찾아내고 동의할 수 있는 말이어야 자유롭게 쓰일 것이며, 그런 말이 품격 있는 말로 다듬어져야 한다. -17~18쪽

다소 비속한 표현이지만 ‘입을 털다’라는 표현이 있다.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것은 좋지만 마음이 아닌 입을 터는 것이라면 진중한 태도라 할 수 없다. 솔직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함경도의 전진속공형 대화는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속내를 바로 알 수는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깊은 속을 알 수 있는 충청도식 수비형 대화도 나쁘지 않다. 결국 바람직한 말매무새는 이들의 조화와 상황에 맞는 활용에서 찾아야 한다. -70쪽

‘우리’나 ‘우덜’이 이런 식으로 사용되면 ‘너희들/저희들’과 ‘느덜/즈덜’이 자동적으로 정해진다. 이 말은 전형적인 편 가르기의 말이자 배제의 말이다. 이런 말이 정치판에서 남용되면서 뿌리 깊은 지역감정을 야기하기도 하고 끝없는 정쟁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마카 항꾼에 도르라’이다. ‘모두 함께 달리며’ 소통해도 부족한 시점에 편을 가르기 위한 말로 갈등할 이유가 없다. 사람뿐만 아니라 말 또한 그러하다. -83쪽

세대는 상대적인 것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든 사람이 그 세대를 차례로 밟는다. 줄임말 신조어를 많이 쓰는 것이 젊은 세대의 특징인 것은 맞지만 그런 줄임말을 시도한 세대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들의 뒤를 잇는 세대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자신도 한때 그랬지만 어느새 올챙이 시절은잊고 마는 것이다. 자신이 어렸을 때 웃고 떠들면서 만들었던 신조어는 로맨스이고, 자신이 나이가 들었을 때 젊은이들이 만드는 신조어는 불륜인 것이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지구는 자신을 중심으로 돈다는 판단의 전형이다.

이는 재료, 양념, 조리법의 조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요리의 차림에 비유할 수 있다. 같은 재료이지만 양념이나 조리법을 어떻게 달리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요리가 만들어질 수 있고 먹지 못할 요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재료, 양념, 조리법의 조합으로 다양한 상차림이 가능하듯이 말을 이루는 재료의 조합으로 다양한 ‘말짜임’이 가능한 것이다. -142쪽

상대가 듣고 싶은 호칭, 서로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는 높임법, 진심을 가득 담은 따뜻한 말은 입으로 차려 낼 수 있는 최대의 밥상이다. -194쪽

궁극적으로 말은 하라고 있는 것, 따라서 이 말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다. ‘어디서’는 타고난 말을, 그리고 ‘무엇이 되어’는 만들어진 말을 결정한다. 어디서 태어나 무엇이 되어 사는가에 따라 말의 결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은 입 밖으로 나와야 비로소 말이 된다. 말하는 이가 있고, 듣는 이가 있으며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관계로서 마주하고 있는지에 맞게 말이 오갈 때 비로소 온전한 의미의 말이 된다. -202쪽

그러나 이러한 호칭 인플레이션 또한 프로들의 세계에서 서로를 높이는 행위로 보면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본래 사장이 아니어도, 번듯한 규모의 업체를 운영하고 있지 않아도 사장님이라 불리는 것을 굳이 싫어할 이는 없다. 호칭은 부르는 사람보다는 불리는 사람을 위한 것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일을 하더라도 자신을 여사님이라 부르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242~243쪽

이 책은 ‘바른 말, 고운 말’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애초의 목표가 이것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모든 상황에 맞는 바른 말과 고운 말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이 답은 저마다 주어지는 무수한 상황에서 말의 씨줄과 날줄을 잘 짜서 말매무새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 답은 권력을 가진 이나 말을 조금 더 안다고 우기는 국어 선생이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의 주인이 하는 이 땅의 모든 말에 답이 있다. -287쪽

우리말의 씨줄과 날줄을 따라가는
슬기로운 한국말 생활

말씨는 흔히 사투리라고 말하는 지역 방언이고, 말투는 연령, 성별, 계층 등에 따라 다른 사회 방언이다. 이 두 가지가 말의 씨줄과 날줄이 되고, 서로 엮여서 말짜임과 말매무새로 드러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실에서 쓰이는 모든 말들을 두루 탐색하며 바람직한 말매무새란 어떤 것인지 같이 고민해 보자고 제안한다. 바른 말, 맞는 말이란 규범이나 언어 예절에 따라 정해지는 게 아니며, 강요, 당위, 의무로 들이밀어서도 안 된다. 바람직한 말매무새는 이 땅의 모든 말을 하는 말의 주인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씨, 이 땅의 모든 말은 아름답다

표준어는 품격 있는 좋은 말이고, 사투리는 부끄럽고 창피한 말인가? 은연중에 그런 인식도 있지만, 표준어는 말씨가 다른 이들끼리 보다 원활히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규범상의 언어일 뿐 그것이 우월하거나 뛰어난 말이 아니다. 또한 세상에 완벽한 표준어를 쓰는 사람은 없으며, 서울 사람들도 사실은 표준어가 아니라 서울 사투리를 쓰고 있다. 누구나 자기가 자란 땅에서 비롯된 저마다의 사투리를 쓴다.
사투리를 빼놓고서는 한국어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으며, 한국어의 가능성도 크게 위축된다. 경상도 말씨는 ‘어’와 ‘으’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놀림의 대상이 되지만, 성조를 세 가지로 구별해서 말할 수 있다. 표준어 발음에서는 구별이 힘들어진 ‘개’와 ‘게’도 전라북도 서해안에서는 뚜렷이 구별해서 발음한다.
어휘와 표현에서도 다양한 사투리에서 가져올 좋은 말들이 많다. 제주도 말의 ‘삼촌’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부모와 비슷한 세대의 모든 이웃들을 부르는 말이다. 남자 어른을 아저씨로, 여자 어른을 아줌마로 나누어 부르는 걸 피하고 싶다면 참고할 수 있는 호칭이다. 예전에 서울 경기 지역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같은 성별의 손위 상대를 ‘언니’라고 불렀는데, 이 말도 정감 있으면서 차별 없이 들린다.
사투리를 잘 활용하면 부정적인 의미를 누그러뜨리면서 표현할 수 있다. 충남 서해안 지역에서는 ‘시절’ 혹은 ‘시저리’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 좀 어리숙해 보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다고 아주 바보, 멍청이라고 비하하는 것과는 다르게 한구석에는 관심과 애정을 담은 표현이다. “에구 이 시절아”라고 사용한다. ‘거시기하다’ 또한 느낌은 표현하되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음으로써 부정적인 느낌을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쓰일 수 있다.
이처럼 사투리에 대한 편견을 덜어내면 각 지역의 말에서 살려 쓰면 좋을 호칭, 화법, 어휘와 표현이 보인다. 이 땅의 모든 말에는 말매무새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 요소가 가득하다,

말투, 말의 주인이 쓰는 모든 말은 소중하다

“‘지에스(일반 외과 의사)’가 또한 ‘치프’의 ‘오더’에 따라 ‘소우 업(sew up)’을 한다”고 말하는 건 유식한 말이고, “‘노가다’가 ‘오야지’의 명령에 따라 ‘공구리 치기’를 한다”고 하는 건 상스러운 말일까? 그렇지 않다. 둘 다 일하는 현장에 쓰는 전문가들의 말이다. 성별, 직업, 지위 등에 따라 말투가 달라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며, 옳고 그름과 높고 낮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말투가 어떻게 다른지, 왜 다른 건지 살피고, 각기 다른 말투에서 본받을 만한 요소들을 찾는 게 중요하다.
과거에 어미에 ‘요’를 붙이는 것은 ‘계집애들 말투’로 취급되며 군대를 비롯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남성이 쓰지 말아야 할 말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요’가 거의 모든 상황에서 쓰이고 있다. ‘다, 나, 까’로 대표되는 남성어가 무뚝뚝하고 거칠게 느껴진다면, 부드럽고 상냥하게 느껴지는 여성어가 듣는 이들에게 더 선호된다면, 남자든 여자든 여성어를 쓰는 것이 의사소통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말해야 한다는 고집은 말매무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개 살짝 들어 보실게요. 샴푸하고 드라이하실게요. 펌이 참 예쁘게 나오셨어요”라는 미용실 직원의 말투가 불편하게 들리는가. 어법으로 따지자면 틀린 표현일 수 있다. 그러나 손님의 마음에 들기 위한 표현이라면 틀리지 않는다. 어법에 맞게 “고개 드세요. 머리 감기고 말려 드리겠습니다. 머리가 잘 지져졌네요”라고 말한다면, 불쾌하게 느낄 손님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손님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과하게 상냥한 말투라면 그 역시 존중해야 할 선택이다. 바람직한 말매무새란 결국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어 그 마음을 움직이는 말이기에, 각계각층의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만들어 낸 말투는 모두 중요한 참고가 된다.

말짜임, 말을 엮는 방식

말은 상대와의 의사소통을 위한 것. 말하기는 상대를 어떻게 부를지 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친구라면 ‘야’라고 불러도 되지만,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랬다가는 싸움이 나고, 부모님에게 그랬다가는 된통 혼이 난다. 나와 상대의 나이, 성별, 관계를 고려해 ‘형, 누나, 오빠, 언니’부터 ‘삼촌, 이모, 고모, 어머님, 아버님’ 혹은 ‘선생님, 사장님, 사모님, 여사님’ 등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높임말을 할지, 반말을 할지도 선택해야 한다. 높임말을 쓴다면, 어느 정도로 높일지도 나와의 관계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돌직구로 정면으로 말할지, 부드럽게 돌려서 말할지 서사의 방식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이처럼 매끄러운 말매무새를 위해서는 관계, 상황, 태도, 내용에 따라 말을 알맞게 짤 수 있어야 한다.

말매무새, 시와 때가 맞는 품격 있고 정다운 말

말짜임의 방식을 살펴본 뒤 저자는 마지막으로 우리가 주로 겪는 상황에서의 말매무새를 제안한다. 가족, 친구, 일터, 정치, 문서, 가상공간이 이 책이 다루는 상황이다. 물론 무수히 많은 상황이 존재하고, 모든 상황에 맞는 답은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시하는 말매무새를 통해 자신만의 말매무새를 가다듬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복잡한 가족 안에서의 호칭은 단순화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시가와 처가를 구별하는 표지가 점차 사라지는 것이 그런 단순화의 한 모습이다. 예전에는 시아버지/시어머니와 장인/장모가 뚜렷이 구별되었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양가 부모에게 모두에게 ‘아버지/어머니’를 쓰거나 ‘아빠/엄마’를 쓰기도 한다. 호칭에서도 차별을 줄이려는 모습이 말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터에서는 ‘없애고 높이는’ 모습이 나타난다. 직급이나 나이 등의 변수를 없애고 모두를 서로 높이는 것이다. 서로를 ‘○○○ 씨, ○○○ 님’으로 부르고, 지위와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높임말을 쓰는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일에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모든 말매무새의 목적은 결국 원활한 의사소통이다. 듣는 사람이 흔쾌히 받아들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기에 정치인의 유체이탈 화법이나 막말 화법, 의미 없는 말을 늘어놓는 아무말 대잔치는 바람직한 말매무새가 될 수 없다. ‘심심한 사과’를 ‘재미없는 사과’로 오해하게 한 것도, 그런 면에서 실패한 표현이다. 한자어나 오래된 표현에 약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그 글을 읽을 것을 예상했다면 다른 표현을 쓰는 게 더 적절했을 것이다.
잘못 쓰인 말은 오해를 부르고 다툼을 일으키지만 시와 때에 맞게 쓰인 말은 정답고 서로를 어울리게 한다. 이 책을 통해 말의 씨줄과 날줄을 잘 짜서 말매무새를 갖춘 말에 대한 답을 모두가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정보

저자(글) 한성우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서 우리 말을 찾고, 다듬고, 짜 맞추는 일을 하는 선생이다. 그리고 목공방에서 나무를 다듬고 짜 맞춰 악기를 만들고 연주하는 목수이기도 하다. 새벽에는 집 안의 작은 글 공방에서 글을 쓰고, 낮에는 대학의 연구실과 강의실을 공방 삼아 학생들과 함께 꿈꾸는 미래를 만든다. 방학과 달력의 빨간 날에는 목공방에서 악기 관련 용품들을 주로 만들며 첼로와 나팔을 더 잘 연주해 보려고 애쓰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공학자의 꿈도 잠시 꾸기는 했으나 말과 글에 대한 목마름을 견디지 못하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박사까지 마쳤다. 한국어의 말소리와 방언에 관심을 집중하여 『평안북도 의주방언의 음운론』을 비롯한 10여 권의 한국어 관련 연구서와 대여섯 권의 글쓰기 관련 책을 펴냈다. 또한 그동안의 조사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방언정담』(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우리 음식의 언어』 『노래의 언어』 『문화어 수업』(2020년 세종도서) 『말의 주인이 되는 시간』(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등 말을 주제로 한 인문 교양서들을 써 왔다. 『문화일보』에 ‘맛의 말, 말의 맛’을, 『경향신문』에 ‘한성우의 말과 글의 풍경’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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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씨, 말투, 말매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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