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학의 경계에서
2024년 10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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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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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활동에서는 주로 단편소설, 평론, 풍자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였고, 인간의 고뇌와 사랑, 그리고 사회의 부조리를 현실주의적 시각에서 묘사했다. 또한, 순수문학 운동을 주도하며 한국 현대문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김동인은 일제강점기라는 어려운 시기 속에서도 예술적 정체성을 지키며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한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역사와 사실과 판단과 사료에 대한 작자의 입장을 논함
계유·병자·정축(사육신과 남추강)
자기의 창조한 세계 -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를 비교하여
- 문인측[文人側]의 견지[見地]에서
비행기의 발달이 지지[遲遲]할 때에 조종자와 제조자는 제각기 그 책임을 저편 쪽으로 밀었읍니다. 조종자 측은 비행기가 불완전하다 하였읍니다. 제조자는 기술이 서툴다 하였읍니다. 이리하여 서로 그 책임을 자기가 지지 않으려 하였읍니다.
어떤 정도까지는 발달된 지금에 앉아서 그 양자의 말을 관찰할 때에 양자에 다 일리가 있는 것은 수긍치 않을 수가 없읍니다. 물론 기계도 불완전하였겠읍니다. 그리고 또한 기술도 서툴렀을 것입니다.
도대체 사람이란 어떠한 일이든 그 결과가 시원치 않을 때는 그 책임을 남에게 밀려 하는 것으로써 그것을 이렇다 저렇다 시비할 수는 없습니다.
--- “부진한 문단 그 타개책은?” 중에서
며칠 전 몇몇 친구가 어떤 정자에 모여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는 가운데 화제가 우연히 ‘역사상 사실의 사실적 면’과 ‘그 판단적 면’에 급하였다. 그리고 그 예로서 春園[춘원]의 「端宗哀史[단종애사]」와 필자의 단편 史譚[사담] ‘首陽[수양]’이 화두에 올랐다.
그 좌석에는 「단종애사」의 작자인 춘원도 있었고, 그 밖에 月灘[월탄], 白華[백화], 岸曙[안서], 巴人[파인] 등등 數友[수우]가 있었다.
춘원과 월탄은 그 당시 (문종-단종-세조)의 일을 역사상에 나타난 그대로 보는 것이 옳다는 파였다.
안서와 백화와 필자는 그 반대의 파였다. 역사상의 ‘사실’은 무론 후세인이 굽힐 수 없는 배다. 후세인은 전대의 일을 보지 못했으니 전대 사가의 기록을 신뢰할 밖에는 도리가 없다. 그러나 그 판단이라 하는 것까지 전대 사가에게 구속될 필요가 없다 하는 것이 반대의 골자였다.
다시 말하자면 단종 당시의 사실적 면(즉 문종이 어린 세자를 皇甫仁[황보인]이상 늙은 재상들에게 부탁한 일, 부탁받은 재상들이 새 임금 단종을 극진히 섬긴 일, 수양대군이 이 늙은 재상을 꺼리고 싫어하던 나머지에 종내 癸酉年[계유년] 變亂[변란]을 일으킨 일, 그런 뒤에는 스스로 군국의 최대 권위자가 된 일, 그 뒤 이태를 지나서 단종은 애착 많은 왕위를 수양대군에게 물려드리고 당신은 퇴위한 일, 계유년 변란시에 해를 받지 않은 다른 顧命[고명] 遺臣[유신]들은 이 새 임금께 臣仕[신사]하고 하야치 않은 일, 明使[명사] 來朝時[내조시]에 상왕의 유신 〈現王[현왕]의 現臣[현신]〉들이 상왕을 옹호하고 반역 운동을 일으킨 일, 이 일이 미연에 발각되자 상왕은 魯山君[노산군]으로 降封[강봉]이 되고, 반역을 도모한 선비들은 친국을 당한 일, 왕은 당신을 배반한 그 역신들을 무척도 아껴서 누차 心降[심강]하기를 종용한 일, 그 뒤에 錦城大君[금성대군]의 사건이 생기며 강봉한 노산군에 賜死[사사]한 일. 이 왕의 일대는 이조 5백년사에 있어서 武備[무비]며 국토 확장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역사를 가진 일 등등)은 우리가 보지 못한 일이며 문헌에 의지하는 수 밖에는 도리가 없다. 그러나 사실은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판단까지 고인에게 구속될 의무는 없다.
--- “역사와 사실과 판단과 사료에 대한 작자의 입장을 논함” 중에서
작가정보
저자(글) 김동인
- 문인측[文人側]의 견지[見地]에서
비행기의 발달이 지지[遲遲]할 때에 조종자와 제조자는 제각기 그 책임을 저편 쪽으로 밀었읍니다. 조종자 측은 비행기가 불완전하다 하였읍니다. 제조자는 기술이 서툴다 하였읍니다. 이리하여 서로 그 책임을 자기가 지지 않으려 하였읍니다.
어떤 정도까지는 발달된 지금에 앉아서 그 양자의 말을 관찰할 때에 양자에 다 일리가 있는 것은 수긍치 않을 수가 없읍니다. 물론 기계도 불완전하였겠읍니다. 그리고 또한 기술도 서툴렀을 것입니다.
도대체 사람이란 어떠한 일이든 그 결과가 시원치 않을 때는 그 책임을 남에게 밀려 하는 것으로써 그것을 이렇다 저렇다 시비할 수는 없습니다.
--- “부진한 문단 그 타개책은?” 중에서
며칠 전 몇몇 친구가 어떤 정자에 모여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는 가운데 화제가 우연히 ‘역사상 사실의 사실적 면’과 ‘그 판단적 면’에 급하였다. 그리고 그 예로서 春園[춘원]의 「端宗哀史[단종애사]」와 필자의 단편 史譚[사담] ‘首陽[수양]’이 화두에 올랐다.
그 좌석에는 「단종애사」의 작자인 춘원도 있었고, 그 밖에 月灘[월탄], 白華[백화], 岸曙[안서], 巴人[파인] 등등 數友[수우]가 있었다.
춘원과 월탄은 그 당시 (문종-단종-세조)의 일을 역사상에 나타난 그대로 보는 것이 옳다는 파였다.
안서와 백화와 필자는 그 반대의 파였다. 역사상의 ‘사실’은 무론 후세인이 굽힐 수 없는 배다. 후세인은 전대의 일을 보지 못했으니 전대 사가의 기록을 신뢰할 밖에는 도리가 없다. 그러나 그 판단이라 하는 것까지 전대 사가에게 구속될 필요가 없다 하는 것이 반대의 골자였다.
다시 말하자면 단종 당시의 사실적 면(즉 문종이 어린 세자를 皇甫仁[황보인]이상 늙은 재상들에게 부탁한 일, 부탁받은 재상들이 새 임금 단종을 극진히 섬긴 일, 수양대군이 이 늙은 재상을 꺼리고 싫어하던 나머지에 종내 癸酉年[계유년] 變亂[변란]을 일으킨 일, 그런 뒤에는 스스로 군국의 최대 권위자가 된 일, 그 뒤 이태를 지나서 단종은 애착 많은 왕위를 수양대군에게 물려드리고 당신은 퇴위한 일, 계유년 변란시에 해를 받지 않은 다른 顧命[고명] 遺臣[유신]들은 이 새 임금께 臣仕[신사]하고 하야치 않은 일, 明使[명사] 來朝時[내조시]에 상왕의 유신 〈現王[현왕]의 現臣[현신]〉들이 상왕을 옹호하고 반역 운동을 일으킨 일, 이 일이 미연에 발각되자 상왕은 魯山君[노산군]으로 降封[강봉]이 되고, 반역을 도모한 선비들은 친국을 당한 일, 왕은 당신을 배반한 그 역신들을 무척도 아껴서 누차 心降[심강]하기를 종용한 일, 그 뒤에 錦城大君[금성대군]의 사건이 생기며 강봉한 노산군에 賜死[사사]한 일. 이 왕의 일대는 이조 5백년사에 있어서 武備[무비]며 국토 확장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역사를 가진 일 등등)은 우리가 보지 못한 일이며 문헌에 의지하는 수 밖에는 도리가 없다. 그러나 사실은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판단까지 고인에게 구속될 의무는 없다.
--- “역사와 사실과 판단과 사료에 대한 작자의 입장을 논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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