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생명의 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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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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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생명의 지문》은 마치 메디컬 드라마의 결정적인 한 장면처럼 인상적인 서막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책은 독일 신경심장학 및 심리심장학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는 베테랑 심장외과 전문의가 ‘피’를 매개로 삶과 죽음, 인간 생명의 메커니즘에 대해 흥미롭게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피에 관한 세상의 거의 모든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살인미수 사건의 피해자인 ‘하미트’의 수술과 회복 과정 그리고 다시 맞이한 위기 등, 하미트의 드라마틱한 삶의 여정을 시간의 순서로 서술해나간다. 한 편의 소설을 읽듯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피의 흐름 뒤에 숨겨진 생로병사의 비밀은 물론이고, 피의 경제사, 문화사 등 전방위적인 지식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다. 의학과 과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경제와 문화, 의식과 심리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피’라는 프리즘을 통해 삶과 죽음, 생명의 역사를 전하는 뛰어난 대중 교양 과학서다.
1장 피바다
2장 피의 흔적
3장 피는 흘러야 한다
4장 살과 피
5장 골든타임
6장 작은 부상
7장 헌혈
8장 혈액은행
9장 붉은 금
10장 더럽혀진 피
11장 우리는 ‘한’ 핏줄일까?
12장 영혼이 피를 흘리면
13장 전쟁 페인트
14장 영혼 수술
15장 피 소시지와 간 소시지
16장 패혈증
2부 생명
17장 샘
18장 유압램
19장 생존
20장 피와 사랑
21장 세상의 배꼽
22장 생명이란 무엇인가?
23장 순환의 완결
참고 문헌
모든 생명은 피에서 시작된다. 피가 흐르지 않으면 우리는 태어나지 않고, 여성은 임신하지 못한다. 다양한 조직으로 구성되어 고유한 전문 기능을 담당하는 신체 부위를 우리는 기관이라고 부른다. 기관은 파이프오르간의 파이프와 같다. 파이프로 공기가 흘러야 소리가 난다. 모든 파이프가 합쳐져 음악을 만들듯이, 모든 기관이 합쳐져 생명을 만든다. 피는 독특한 특성을 가진 액체 기관이다. 피는 다른 모든 기관을 관통하여 흐르며 그것들을 연결해준다. 몸에 피가 흐르지 않으면, 순환도 혈압도 맥박도 없다. 당연히 혈액 수치도 없다. (2장 ‘피의 흔적’ 중에서)
인류 역사는 때리고 찌르는 살해와 치사의 역사다. 처음에는 주먹과 몽둥이로 때렸고, 그다음엔 나무 화살과 창, 그리고 청동기가 시작되면서 금속 칼로 찔렀다. 이런 무기들은 동물뿐 아니라 인간을 죽이는 데도 사용되었다. 희생자의 물결은 마르지 않았다. 자상은 역사가 가장 깊은 상처에 속하고, 오랫동안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다. 의사들은 처음부터 자상 치료로 바빴다. 고대의 가장 유명한 의사 갈렌도 오락으로 서로를 죽였던 검투사들을 치료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4장 ‘살과 피’ 중에서)
우리가 살아 있는 한, 피는 골수에서 밤낮으로 생성된다. 적혈구는 무려 1초에 200만 개씩 생성된다! 천천히 숨을 쉬며 한번 느껴보라. 방금 6초 동안 당신의 뼈, 대부분 척추에서 적혈구가 1,200만 개나 생성되었다. 골반에 맞닿은 천골까지 내려가면서, 그리고 머리와 맞닿은 첫 번째 척추 뼈까지 천천히 올라가면서 한번 느껴보라. 피의 근원, 미세하고 끊임없는 생명의 흐름이 여기에 있다. (7장 ‘헌혈’ 중에서)
피에서는 쇠 냄새뿐 아니라 돈 냄새도 난다. 피는 수익성 높은 돈의 흐름도 창출한다. 돈과 피의 은유가 비슷한 것은 아마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자본 역시 흐름이 원활해야 한다. 주식시장도 출혈을 겪을 수 있고, 돈이 건강한 경제에 수혈되어야 한다. 시장은 중앙은행의 핏방울에 의존하고, 피는 원자재 대금으로 세계 도축장에 흘러들어간다. 혈액 파생상품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쪽은 늘 그렇듯이 소액 예금자가 아니라 은행이다. 피는 1리터에 400달러이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액체 순위에서 10위를 차지한다. (9장 ‘붉은 금’ 중에서)
혈액형은 단일민족이나 순혈주의 같은 망상을 생물학적으로 정당화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15세기 유럽 귀족 가문에서는 엘리트 가문의 순수 혈통이라는 망상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들은 같은 혈통과 혼인하기를 선호했고, 그것은 쓰라린 피의 복수로 되돌아왔다. 근친상간의 지속으로 피가 더 고결한 ‘로열 블루’로 진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묽어져 응고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자녀들, 특히 아들들은 유전성 출혈 질환인 혈우병을 앓았고, 많은 사람이 소위 ‘왕병’으로 죽었다. (11장 ‘우리는 ‘한’ 핏줄일까?’ 중에서)
심각한 부상, 신체적 외상은 이런 통합을 파괴하고, 세포와 조직을 찢어놓는다. 건강하게 연결되어 있던 것들이 분리된다. 상처 없는 온전한 신체에 흠결이 생기고, 신체와 정신의 통합이 깨진다. 아프고 피가 난다.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장기까지 흘러가 닿고 모든 세포와 기관을 더 높은 유기체인 우리 자신과 연결해주는 액체 기관이 우리를 떠난다. 피를 잃으면 우리는 동시에 자기 자신, 뇌, 감각, 장, 피부, 심장, 뼈, 분비샘, 신장, 눈 등등 신체 모든 곳과의 연결도 잃는다. 극단적인 경우 의식을 잃고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 그러면 우리의 영혼은 피와 함께 아무도 알지 못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12장 ‘영혼이 피를 흘리면’ 중에서)
여러 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피는 스스로 움직인다. 심장의 펌프질로 피가 움직이는 게 아니다. 가슴과 복부의 큰 동맥을 수술할 때는 심장에서 피가 방출되지 않게 막는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때 심박출량이 최대 25퍼센트까지 증가한다. (…) 모든 심장외과 의사는 심장박동이 멎은 후에도 심장이 비워지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가득 채워지는 현상을 잘 알고 있다. 심장박동이 멈춘 뒤에도 정맥혈이 계속 오른쪽 심장으로 들어와 심장을 채운다. 마치 피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자신의 발원지로 돌아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힘이 피를 이렇게 움직이는 걸까?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18장 ‘유압램’ 중에서)
신체의 상처는 이미 오래전에 아물어 새살이 돋았지만, 영혼 깊은 곳에서는 상처가 곪아 생명 에너지의 흐름을 차단하고 아주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고, 두려움과 무력감을 느끼며 평생을 사는 경우도 많다. 인생의 큰 꿈이 악몽에 잠식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치료되지 않은 영혼의 상처는 삶을 영원히 바꿔놓을 수 있다. 그러면 삶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영혼의 상처는 한참 뒤에 여러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장, 면역 체계, 호흡 등에 문제가 생기고 심지어 암에 걸릴 수도 있다. (19장 ‘생존’ 중에서)
심장의 피가 솟아오르려면, 먼저 피가 모여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흘러들어가야 한다. 심장으로 돌아가는 정맥 혈류의 기본 생리학은 심혈관 연구에서 여전히 큰 수수께끼다. 피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열정적으로 시작하려면, 먼저 모아져야 한다. 이런 집합 과정이 없으면 우리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휴식과 명상이 매우 중요하다. 수축만 하는 심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심장은 다시 이완하고 모으고 채워야 한다. (22장 ‘생명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2024년 독일 최고의 과학책 최종 후보작!
정재승 뇌과학자 추천!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원종우 대표, 백정엽 뇌신경과학자 추천!
피에 새겨진 생명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죽음.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피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를
역사와 문화, 과학으로 탐닉하는 최고의 책!
“피는 선과 악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매력적인 액체다.”
베테랑 심장외과 전문의가 전하는
피의 비밀과 그 흐름 뒤에 숨은 수수께끼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파우스트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얻기 위해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판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의 피로 서명된 영혼 매매 계약서를 손에 쥐고 다음과 같이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피는 특별한 액체다!”
붉은 피는 흔히 ‘약동하는 생명’을 은유한다. 하지만 피가 언제나 삶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몸에서 흘러나가 돌아오지 않는 피는 곧 죽음이다. 피는 생명을 잉태시키기도 하지만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수혈을 통해 우리는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지만, 많은 전염병이 혈액을 매개로 옮겨지기도 한다. 인간은 피의 이름으로 뜨거운 정의를 외치고 진한 우정과 변치 않는 사랑을 약속한다. 한편 전쟁, 사고, 폭력, 희생, 복수가 있는 곳은 언제나 피로 얼룩진다. 이처럼 피는 선과 악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매력적인 액체다.
《피, 생명의 지문》은 지난 30여 년간 신경심장학 및 심리심장학을 연구하며 몸(심장)과 마음(의식)의 관계를 탐구해온 심장외과 전문의가 ‘피에 관한 세상의 거의 모든 지식’을 전달하는 대중 교양 과학서다. 이 책은 과학 교양서이지만 전개 방식이 독특하다. 칼이 심장에 꽂힌 채 응급실에 실려 온 ‘하미트’의 수술과 회복 과정 및 그가 겪은 살인미수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는 미스터리한 스토리가 한 축을 이룬다. 이 이야기에 의학적이고 과학적인 설명이 곁들여지면서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심장외과 의사는 엄밀히 말해 혈액외과 의사다.”(라인하르트 프리들)
물론 피를 여느 장기들처럼 수술할 수는 없다. 심장외과 의사는 심장을 고치는 전문가이자 심장에서 분출된 피가 심방과 심실, 판막과 혈관을 통해 제대로 된 방향으로 원활하게 흐르도록 조정하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심장외과 전문의인 저자가 ‘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게 된 것은 필연이었다.
의학과 과학의 경계를 넘어 경제와 문화, 의식과 심리의 영역까지
‘피’라는 프리즘을 통해 삶과 죽음, 생명의 역사를 통찰하다
피가 특별한 액체인 이유 중 하나는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붉은 피 안에는 백혈구와 적혈구, 혈소판만 들어 있지 않다. 피 한 방울이면 유전자 분석을 통해 한 사람의 정체성을 완전히 밝혀낼 수 있다. 건강 상태는 물론이고, 혈통에 대한 추적까지 피는 한 인간의 중요한 정보가 오롯이 담긴 ‘액체형 지문’인 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피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흐른다’는 속성이다. (이 책의 원제는 ‘Der Fluss des Lebens’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생명의 강’이라는 뜻이다.) 피는 우리 몸의 원초적 흐름이다. 몸속에 피가 흐르지 않으면 모든 기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작동을 멈춘다. 피의 순환이 멎을 때 우리의 삶도 끝난다. 흐른다는 것은 정보를 이곳에서 저곳으로 전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피는 인체 내부의 정보를 영양분, 호르몬, 전달물질 등의 다양한 형태로 전달하며 각각의 기관을 연결하는 탁월한 커뮤니케이터다.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몸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류에게 피가 얼마나 중요한 액체로 여겨졌는지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만 돌아봐도 직관적으로 이해된다. 마음 아픈 일이 생기면 우리는 흔히 ‘심장이 피를 흘린다’라고 표현한다. 좋아하는 것에 정성을 다하는 것을 두고는 ‘심혈을 기울인다’라고 말한다. 지치고 힘들 때는 ‘온몸의 피가 다 빠져나간 것 같다’라고도 한다. 무언가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를 두고 ‘특별한 피가 흐른다’라고 하며, 실패를 하거나 금전적 손실을 입었을 땐 ‘출혈이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피는 우리의 영혼이자 마음이고, 정성과 노력이며, 때로는 능력과 재산, 가치 있는 그 무언가를 가리킨다. 그뿐인가. 냉정한 사람을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고 부르며, 정력이 넘치는 이는 ‘뜨거운 피를 가졌다’라고 말한다. 재미없고 지루한 글을 ‘핏기 없는 글’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피는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는 탁월한 메타포로 기능한다.
피는 의학과 과학에서만 다루는 주제일 것 같지만, 경제와 문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헌혈은 사람을 살리는 숭고하고 가치 있는 행위이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적 논리가 작동한다. 기증된 혈액을 수집하고 처리하고, 관리하는 혈액은행은 거액의 돈이 오가는 대규모 사업이다. 통계에 따르면, 피는 1리터에 400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액체 순위에서 10위를 차지한다. 특히 전혈보다 혈장이 수익성 높은 상품으로 여겨진다. 그 때문에 미국 극빈자들 사이에서는 혈장 판매가 일종의 생계 수단으로 이용된다. 매혈의 경제사다.
한편,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인 나치의 대량학살도 피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오스트리아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가 ABO 체계의 혈액형을 발견했을 때, 그것은 인류와 의학계의 축복이었다. 하지만 나치는 이 획기적인 발견을 근거로 차별과 무차별한 살상을 자행했다. 나치는 혈액형이 A형이고 키가 크며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아리아 인종을 널리 확산시킬 목적으로 1935년 ‘독일 혈통과 명예를 보호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와 같은 순혈주의에 대한 망상은 현대 세계사를 피의 역사로 물들였다.
“인생은 붉은 피를 타고 흐른다!”
우리 몸속 ‘생명의 강’을 유영하는 특별하고도 짜릿한 지적 탐험
1부에서 ‘피’라는 소재를 둘러싼 의학과 과학, 경제와 문화 등과 관련된 정보들을 전달했다면 2부에서는 ‘생명의 순환’이라는 보다 더 큰 범위의 이야기로 옮겨간다.
피가 순환한다는 사실은 지금으로부터 약 400여 년 전 영국의 생리학자 윌리엄 하비가 발견했다. 하비는 피가 자체적으로 활발히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피의 움직임이 심장 수축을 자극하고, 심장이 수축할 때마다 우리 몸에서는 새로운 활력이 생김과 동시에 부패가 방지된다고 여겼다. 그는 피의 순환이 물의 순환처럼 행성들의 원운동을 모방한다고 봤다. 하비의 관점에서 심장은 인간이라는 소우주의 태양이었다. 이러한 하비의 놀라운 발견은 당대에 지지를 받지 못했다. 하비의 순환 이론을 처음으로 받아들인 이는 철학자 데카르트다. 하지만 인간을 기계로 봤던 데카르트에게 피가 자체적으로 활발히 움직인다는 생기론적 해석은 납득할 수 없었다. 데카르트의 관점에서는 피가 순환하려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펌프가 존재해야 했다. 그 펌프는 바로 심장이다. 1850년에 출간된 혈역학 교재에는 “심장은 펌프기이고 대량의 피를 온몸의 혈관에 보낼 만큼 강력하다”라고 적혀 있는데 이와 같은 데카르트주의적 견해는 오늘날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심혈관순환계 분야에서는 미묘하고 기발한 방식으로 조절되고 자체적으로 조직되는 혈류, 심장, 순환에 관한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심장의 펌프 패러다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사와 과학자들도 많아졌다. 프리들 박사 역시 한때는 심장이 피를 흐르게 한다고 믿었으나 이제는 피를 움직이는 힘이 과연 심장의 수축으로만 가능한지에 대해 의구심을 던진다. 물의 대순환처럼 여러 가지 힘이 작용하는 복잡한 심혈관 시스템을 펌프 패러다임이라는 단순화된 관점으로만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가슴과 복부의 큰 동맥을 수술할 때는 심장에서 피가 방출되지 않도록 막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이때 심박출량이 최대 25퍼센트까지 증가하는 것이 그 증거 중 하나다. 또한, 한 동물실험에 따르면 생명체(이 실험에서는 개)가 사망한 후 최대 두 시간까지 혈류가 감지됐다고도 한다. 심장이 피를 순환시키는 펌프라는 관점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다. 이와 같은 최신 의학 정보들을 눈높이에 맞춘 설명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커다란 매력이다.
피는 인간 의식의 기원을 밝혀주는 도구로도 사용된다. 지구상의 그 누구도 아직까지 의식의 존재를 대면하거나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의식은 근대 자연과학이 이룩한 경험주의의 그물망으로 온전히 포섭해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우리는 뇌의 혈류를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측정함으로써 의식의 흔적들만 간신히 볼 수 있을 뿐이다. 이 흔적들은 아직까지 그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의식의 비밀을 풀어줄 희미한 단서다.
인간의 삶은 붉은 피를 타고 흐른다. 피가 없으면 생명도 없다. 저자가 들려주는 피의 이면에 숨은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삶과 죽음에서부터 사랑, 욕망, 의식, 마음 등 우리 삶의 핵심적인 주제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짜릿하고 흥미로운 지적 여정을 《피, 생명의 지문》과 함께 떠나보자.
작가정보
심장외과 분야의 선구자 라인하르트 프리들 의학박사의 소명은 우리의 심장박동에 있다. 수천 개의 심장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그는 미숙아를 수술했고, 고령 환자의 심장판막을 고쳤고, 인공 심장박동기를 이식했으며, 칼에 찔린 심장을 봉합했다. 피는 심장외과 의사, 중환자실 의사, 응급 의사 등과 일상적으로 함께하는 동반자다. 피는 우리 몸의 모든 세포를 심장과 연결해준다. 프리들 박사는 심장, 피, 뇌, 영혼 사이의 복잡한 연결 속에 담긴 비밀을 점점 더 많이 밝혀내고 있는 최신 신경심장학과 심리심장학에 관심을 쏟고 있다.
공동저자 셜리 미하엘라 소일은 프리랜서 작가로, 수많은 책을 출판했다
저자(글) 셜리 미하엘라 소일
심장외과 분야의 선구자 라인하르트 프리들 의학박사의 소명은 우리의 심장박동에 있다. 수천 개의 심장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그는 미숙아를 수술했고, 고령 환자의 심장판막을 고쳤고, 인공 심장박동기를 이식했으며, 칼에 찔린 심장을 봉합했다. 피는 심장외과 의사, 중환자실 의사, 응급 의사 등과 일상적으로 함께하는 동반자다. 피는 우리 몸의 모든 세포를 심장과 연결해준다. 프리들 박사는 심장, 피, 뇌, 영혼 사이의 복잡한 연결 속에 담긴 비밀을 점점 더 많이 밝혀내고 있는 최신 신경심장학과 심리심장학에 관심을 쏟고 있다.
공동저자 셜리 미하엘라 소일은 프리랜서 작가로, 수많은 책을 출판했다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8년간 편집자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독일로 유학을 갔다. 그곳에서 뉘른베르크 발도르프 사범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가족과 함께 독일에 거주하며 바른번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치유의 기도》 《아비투스》 《밤의 사색》 《숨 쉬는 것들은 어떻게든 진화한다》 《잘못된 단어》 《걱정 중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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