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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실종에 관한 48 단서들

위즈덤하우스

2024년 10월 14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02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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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6.24MB)
ISBN 9791171718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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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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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서상, 페미나상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고 매년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미국 현대문학 대표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장편소설 《언니의 실종에 관한 48 단서들》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인간 영혼에 새겨진 악의와 도처에 만연한 폭력을 탐구하며 논쟁적인 작품들을 써온 오츠는 이번 신작에서 완벽한 언니를 향한 동경과 열등감으로 일그러진 인물의 내면을 통해 사랑과 욕망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1부
2부
3부

실크 재질의 하얀 천, 육체는 없는. 침실 바닥 위에 나른하게 액체처럼 주름져 고인 실크 웅덩이. (보는 이/관음하는 이들이 열심히 추정하듯이) 그녀는 바닥에 서서 어깨를 털어 자신의 나신을 이 슬립 드레스에서 빼내고, 옷이 마치 뱀처럼 스르륵 미끄러지도록 떨구었으리라. 속이 비칠 만큼 완전히 하얀, 순수하게 하얀, 동백처럼 하얀 비단 뱀은 그녀의 엉덩이, 허벅지를 지나 카펫 깔린 바닥까지, 식식거리는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그렇지만 육체도 없고, 뼈대도 없이, 그저 희미하게 (여성의) 육체의 향기를 풍기며. (11쪽)

M은 그녀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법을 부렸다. 누구보다도 우리 부모님들에게.
언니의 아름다움, 그건 부당했다. 모든 아름다움은 부당하니까. 언니의 친절함, (내게는) 허영의 표현처럼 보일 뿐이었다. 언니가 갑옷을 벗었을 때 보이는 부드러운 마음. 언니의 (겉보기에는) 나에 대한 사랑, 혹은 나를 향한 애정.
마치 내가 M의 라이벌, 진지하게 여겨야 할 사람이 못 되고 그저 어색한 여동생일 뿐인 것처럼. (28쪽)

M은 자신의 (소박한) 월급이 장학금 기금으로 돌려진다는 사실을 이해하고서 대학의 자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사실은 일급비밀에 부쳐졌다. M은 어떤 부류든 ‘자선가’로 알려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예술가 동료들이 (대부분은 그녀보다도 나이가 많았다) 자신의 존재를 불편해하기를 원치 않았다.
물론 그들은 마그리트 풀머보다 열등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 수밖에 없었다.
그들 중 누구라도 그녀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길 바랄 수 있었다. (45~46쪽)

이름을 대는 일의 악의적 기쁨. 젊은 여자의 실종 수사에서 그의 ‘이름을 대는 것’만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복잡하게 만들고, 심지어 망쳐버리는 건 얼마나 쉬운 일인지.
남성적 관심, 욕망을 자극한 M에 대한 복수. 그리고 그런 욕망을 가진 요주의 인물에 대한 복수. (69쪽)

“1번, 언니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못 돼요.”
나야말로 당신에게 어울리죠.
“2번, 그녀는 모든 사람을 이렇게 대해요. 그러니까 혼자 뽑힌 것 같은 기분은 느끼지 마요.”
나, 또한 그녀에게서 퇴짜를 맞았으니까.
나, 또한 복수를 할 것이니까.
홍조가 월터의 얼굴에서 피어올랐다. 이런 우연한 만남에 놀랐다.
혼미한 한 순간, 내게는 (내가 억지로 웃으며 서서 숨도 쉬지 못하고 있을 때) 월터가 갑자기 긴장을 풀며 내 말에 웃는 것, 나를 보며 웃는 것처럼 보였다. 이건 내가 (보통은) 경멸해서, 실제로는 거의 본 적도 없는 유의 심야 TV 로맨틱 코미디의 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93쪽)

지지 너는 참. 어리석기는.
웃음, 그건 실수였다. G를 비웃는 건 언제나 실수이다.
그녀에게 설명하려 했다. 목소리, 웃음, 옛 지하실, 기는 공간, 거기 웅크린 것. 흙바닥에 떨어진 그 괴물의 배설물 냄새. 무시무시한 것, 그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말한다. 어리석기는,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여줄게.
내 손에 들린 삽, 수십 년 동안 써서 매끈하게 닳은 나무 손잡이가 달린 무거운 철제 삽을 나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내리쳤다. 눈을 감고 그 괴물의 겁에 질린 얼굴을 향해 쳤다. 삽의 평평한 면으로 그것의 머리를 다시, 또다시 내리쳤다. 머리카락이 피로 뭉치고, 비명 소리가 낑낑대는 울음소리가 되었다 멈출 때까지.
마지막 경련. 용기 내 눈을 떠 보았지만 그것은 알아볼 수 없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99쪽)

“그 애는 살아 있어. 느낌이 와. 그리고 그 애는 집에 돌아올 거야. 언젠가.”
이 말에 나는 고작 동정적으로 웅얼웅얼 대답할 뿐이었다. 그래요, 아버지.
그러면서도 화가 나 낙담하며 생각하기도 했다. 아, 아버지! 아버지한텐 내가 있는데 왜죠? (133쪽)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 조이스 캐럴 오츠 신작 장편소설
“조이스 캐럴 오츠의 방대한 정전에 추가될 또 하나의 소름 끼치는 작품” - 《뉴욕 저널 오브 북스》
전미도서상, 페미나상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고 매년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미국 현대문학 대표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장편소설 《언니의 실종에 관한 48 단서들》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인간 영혼에 새겨진 악의와 도처에 만연한 폭력을 탐구하며 논쟁적인 작품들을 써온 오츠는 이번 신작에서 완벽한 언니를 향한 동경과 열등감으로 일그러진 인물의 내면을 통해 사랑과 욕망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내 언니는 ‘없어진’ 게 아니야
언니는 어딘가에 있어
뉴욕주 북부 시골 마을 오로라에서 젊고 아름다운 여성 조각가이자 지역 유력 가문의 상속녀인 ‘M. 풀머’가 사라진다. 인근 오로라대학의 상주 작가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M은 1991년 4월 11일 아침, 여동생 ‘조진’에게 마지막으로 목격된 이후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평생을 아름답고 유능하며 모두의 관심을 독점해온 언니에 대한 경외감 속에서 살아온 조진은 빈약한 단서들을 추적해 사라진 언니의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는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힌다.
작은 마을 오로라에는 온통 사라진 상속녀에 대한 소문이 떠돈다. 유부남과 관계를 맺다 가정을 지키려는 남자에게 살해당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수치심에 호수에 뛰어들었다. 가문의 이름에 걸맞지 않은 남자와 사랑에 빠져 달아났다……. 그러나 조진에게는 그 무엇도 진실일 수 없다. 조진은 그게 진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는 침실 바닥에 떨어진 ‘섹시한 슬립 드레스’를 M의 옷장 뒤편에 숨겨 ‘추문에 휩싸일 가능성’으로부터 ‘언니의 훌륭한 평판’을 지키고, 경찰이 수색하기 전에 M의 서랍에 있는 개인적인 물건들을 치우는가 하면 M이 상주 작가로 머물며 학생들을 가르치던 대학 내 M의 작업실에서 작품 노트를 훔쳐 나온다.
경찰 수사는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채 소득 없이 이어지고 아버지를 비롯한 모두는 여전히 부재중인 M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마치 조진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누구도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어요.
그녀가 가로막고 있었어요.
그녀가 언제나 가로막고 있었어요.
친애하는 언니, 나를 용서해줘
M이 사라진 이후 조진은 시내에서, 식료품점에 가는 길에, 드러그스토어에서, 일터에서 M을 본다. 가끔은 닮은 사람을 잘못 본 것이었고 어떤 때는 조금도 닮지 않은 사람에게서도 M을 본다. 어둠이 내린 방 안 침대에서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를 듣는다. ‘못생긴 쪽’, ‘남겨진 쪽’.
수사 과정에서 M과 관계가 있었던 남자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조진은 공주님 같던 M에게서 버려진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공감하며 M이 사라진 자리를 메울 수 있기를 꿈꾸지만 그들 중 누구도 조진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사라져서까지 자기 몫의 관심을 모조리 앗아간 언니에게 분노하고 언니를 잊지 못하는 ‘바보들’에게 분노하고 언니를 질투해 허튼 소문을 옮기고 다니는 친척에게 분노하고 언니가 되지 못한 자신에게 분노하며 조진은 점차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간다.

“오직 오츠만이 할 수 있는 섬세한 캐릭터 연구” - 《로스앤젤레스 매거진》
작품은 사건이 발생한 지 22년이 흐른 후 조진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마흔여덟 가지 단서가 하나씩 제시됨에 따라 조진의 불안은 절정으로 치닫고, 진실은 뿌연 카유가호수의 안개 속으로 숨어든다.
오츠는 가장 섬세하고 정묘한 캐릭터 연구로 거칠고 뒤틀린 인물의 내면을 정교하게 묘사한다. 그는 《언니의 실종에 관한 48 단서들》에서 완벽한 언니의 그림자 속에서 자라난 질투와 증오, 바라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봤으나 어찌하지 못한 사랑받고 싶은 욕망을 잔인하리만치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을 무겁게 인지하도록 만든다. 책장을 덮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한 가지 물음이 시체처럼 떠오른다. 우리의 욕망은 우리를 차갑고 어두운 호수로 끌고 들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작가정보

Joyce Carol Oates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영미권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는 소설, 시, 희곡, 에세이, 비평 등 문학 전 영역에서 70종 이상의 책을 출간했다. 전미도서상과 펜/맬러머드상, 페미나상 수상자이며, 1995년 《좀비》와 2011년 《악몽》을 포함해 여섯 번의 브램스토커상을 수상했다. 1978년부터 미국문학예술아카데미 회원으로 활동해왔고 현재 프린스턴대학교 로저 S. 벌린드 인문학 석좌교수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대표작으로 《블론드》 《그들》 《그림자 없는 남자》 《멀베이니 가족》 등이 있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리노이주립대학교에서 언어학을 공부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 및 소설가, 에세이스트, TV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브로큰 하버》 《세계는 계속된다》 《트루먼 커포티 선집》(전 5권)과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전 6권), 찰스 부코스키의 소설과 시집 및 에세이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 《새벽 2시의 코인 세탁소》 《당신과 나의 안전거리》 《서칭 포 허니맨》 《나의 오컬트한 일상》(봄/여름 편, 가을/겨울 편) 등이 있다.
2018년 《하우스프라우》로 제12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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