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사의 편두통 일지
2024년 10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6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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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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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두통의 발견
두통의 시작 / 조금씩 내게 다가온 두통 / 두통과 안구 통증, 녹내장을 의심하다 / 두통과 녹내장 사이에서 / 두통과 눈영양제 / 편두통 알아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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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두통 진단의 어려움
편두통을 늦게 발견하는 이유 / 편두통에 대한 선입견 / 두통도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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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편두통과 진통제
두통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급성기약 / 그동안 시도해본 약들 / 진통제의 효과를 높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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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처음 방문한 신경과
신경과에 가기 전, 그때 그 상황 / 첫 신경과 방문, 우울증약을 처방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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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편두통을 진단받다
갑작스런 입원 / 두통 검사와 편두통 진단 / 편두통 환자의 입원 생활 / 병동에서 맞은 수액 / 급성기 치료 / 병동에서 복용한 예방약 / 원치 않았던 비급여 치료들 / 다시 만난 의사 / 드디어 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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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다시 대학병원으로
그럼에도 재방문한 그 병원 / 다시 대학병원으로 / 또다시 예방약을 변경하다 / 천천히 그리고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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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작고 큰 삶의 변화들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 언니의 도움 / 아빠의 반응 / 엄마의 반응
8장 편두통 환자의 일상
편두통 환자의 하루 / 나라믹을 위해 떠나는 여정 / 뜻밖의 위안 / 울 준비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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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 편두통을 숨기는 이유
나도 잘 몰라서 그래 / 이해받을 수 없다는 마음 /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 / 관계의 위기
10장 두통 일기 그리고 그 이후
두통 일기 / 의사와의 소통 / 통증 지수 /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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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되는 정보
통증 지수 엑셀표 예시
나가는 말
나는 내가 두통 환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일어날 거라 상상조차 못하는 비현실적인 일이었다. 내게 편두통은 책 속 활자로만 존재했다. 그러니 지금은 뻔히 보이는 수면 패턴의 변화와 두통 사이의 인과를 쉬이 연관 짓지 못한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반복적으로 두통을 앓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진짜 내게 중요한 일이었다면 나서서 병원을 찾지 않았겠는가. 병원을 찾은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나 훌쩍 지나서였다.
#23쪽_1장 두통의 발견
편두통은 대표적인 일차성 두통으로, 두통이 증상이자 질환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두통은 질병이라기보다 일시적 증상으로 해석된다. 감기, 몸살 등을 원인으로 두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때의 경험에 따라 두통을 저절로 낫는 증상으로 생각하기 쉽다. 대다수가 흔히 겪는 두통은 가벼운 이차성 두통으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두통만이 아니라 통증 대부분은 이런 시각으로 받아들여지고 치료된다. 나아야 하는 질병으로 인식하기보다 일시적 증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따라서 통증을 막기 위해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 이상의 적극적 행동을 취하는 게 쉽지가 않다.
#63쪽_2장 두통 진단의 어려움
의사의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는 진통제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바로 아세트아미노펜과 NSAIDs계 진통제다. 두 진통제는 두통, 생리통, 치통, 근육통 등 거의 모든 통증에 1차적으로 사용되며, 경증에서 중증 편두통 완화에 효과적이다. 두 진통제의 차이점은 소염 작용의 유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열이 나거나 통증이 있을 때 사용하는 해열진통제로 소염 작용은 없다. NSAIDs계는 해열진통 작용에 더불어 소염 작용까지 있다. NSAIDs계 진통제로는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나프록센, 케토프로펜, 디클로페낙 등이 있다.
#84-85쪽_3장 편두통과 진통제
이번에 만난 의사는 30~40대 여자 선생님이었는데, 역시 눈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대로 나갈 수 없어서 나는 안과적 증상과 함께 두통이 심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젊은 여성의 경우 눈의 이상이 편두통 때문일 확률이 있으니 신경과에 가보라고 권유했다. 다른 의사처럼 그냥 내보내도 되었을 텐데 한마디라도 더 해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정처 없이 헤매던 와중 마침내 올바른 이정표를 찾았구나 싶었달까. 그리하여 드디어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이 신경과라고 확신했다. 매일 머리가 아프고 진통제는 더이상 듣지 않게 된 시점이었다.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때쯤 신경과를 찾게 되었다. 안타깝고도 긴 시간이었다.
#93-94쪽_4장 처음 방문한 신경과
당시 나는 ‘편두통 중첩 상태’였다. 일반적인 편두통 지속시간은 72시간 내인데(4~72시간), 72시간 이상 계속되는 심한 편두통을 ‘편두통 중첩 상태’ ‘편두통 지속 상태’라 한다. 며칠 동안 잦아들지 않는 두통으로 힘들었던 내 상태를 가장 간단히 표현하는 말이다. 편두통은 날마다 오는 게 아니며, 특성상 한 번 오면 며칠은 발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발작과 발작 사이에는 대개 통증이 없다. 그러나 편두통 발작 사이에도 증상이 계속될 수 있는데, 편두통과 다른 두통을 함께 앓고 있는 경우가 그렇다. 예를 들어 긴장성 두통과 편두통을 같이 가지고 있다면 통증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
#114쪽_5장 편두통을 진단받다
편두통은 개인마다 양상이 다르고 증상에 차이가 있다. 또 두통 치료는 효과나 부작용 정도를 나타내는 객관적 지표가 없기 때문에 치료를 최적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개개인마다 맞는 약이 달라서 나에게 맞는 예방약을 찾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우선순위가 높은 약물을 시도하고 효과를 보이는 약물을 찾는 데 필연적으로 일정 기간이 필요한데, 나처럼 중간에 병원을 바꾸게 되면 그 시간이 더 길어진다. ‘병원을 자주 바꾸면 안 좋다’라는 말은 대체로 어느 과에나 적용되겠지만, 특히 신경과는 한 곳을 계속 다니는 게 좋다.
#150-151쪽_6장 다시 대학병원으로
한창 직장을 정말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친한 친구 두 명에게도 이 마음을 토로했다. 친구의 생각도 언니와 같았다. 당장 일은 그만두라고, 새로 직장을 구한 뒤부터 심하게 아팠으니 장소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많이 나아질 거라고. 그럴듯했다. 그러나 강경한 친구의 반응에 움찔 놀란 나는 ‘이럴 것까지 있나’ 하는 마음으로 슬쩍 뒤로 물러섰다. 다른 한 친구는 내 의사를 존중했다. 적응도 다 했으니 계속 일해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 가는 대로 하기에 나는 너무 아팠고 흔들렸으며, 혹 잘못된 선택일까 봐 겁이 났다.
#166쪽_7장 작고 큰 삶의 변화들
두통이 잦은 사람은 두통이 올 낌새만 있어도 약부터 찾는다. 아플까 봐 겁이 나서 미리 약을 복용한다기보다는(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필요한 순간 가능한 한 빨리 대응하기 위해서다. 곧 ‘참기 힘들다’를 넘어 ‘더는 참을 수 없는’ 지점에 이르지 않도록 하려는 준비랄까. 늦으면 늦을수록 고통을 견뎌야 하는 괴로운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 한다(반복적으로 경험하다 보면 감이 생겨서 두통이 오기 전에 미리 약을 먹기도 한다). 나는 외출할 때 제일 먼저 약부터 챙긴다. 약을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통증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173-174쪽_8장 편두통 환자의 일상
나는 많이 아픈데도 많이 아프지 않은 것처럼 말하곤 했다. 걱정되면서도 그냥 지나치듯 가볍게 말하면 정말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될 거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루아침에 바뀐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라기보다 당시 내 현실 인식이 그랬다. 대책 없이 긍정적이었던 건 내심 변모한 나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나는 아프고, 한동안 계속 아플 거고,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197쪽_9장 편두통을 숨기는 이유
두통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몇 년이 되었다. 두통 일기는 두통 유발인자를 찾기 위한 여정이다. 성공하리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두통이 있을 때 어지럼증과 위장 증상(울렁거림, 속쓰림,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이 자주 동반된다. 두통이 오기 전 목이나 어깨가 이유 없이 아프기도 한다. 편두통 유발 요인, 자주 경험하는 두통 전 증상, 동반 증상, 약 복용 후 완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알고 있다면 언제 닥칠지 모를 고통에 좀더 의연히 대처할 수 있다.
#211-212쪽_10장 두통 일기 그리고 그 이후
어느 날, 갑자기, 내게,
편두통이 찾아왔다!
“머리에 딱따구리가 앉아 쪼아대는 듯해요.”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워요.”
“머리가 뜨거워 터질 것만 같아요.”
“두통이 목과 어깨까지 내려와 결려요.”
“안구통이 심해 너무 고통스러워요.”
편두통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생생하다. 사실, 두통은 감기만 걸려도 겪을 수 있는 흔한 증상이다. 살면서 감기에 걸려보지 않은 사람이 없듯, 단언컨대 두통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더욱 두통이라는 ‘증상’을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미 아는 증상이기 때문에 쉬이 무시하기도 하고, 환자가 이상을 느끼더라도 그 심각성에 대해 주변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것이다.
두통 환자가 겪는 문제 중 가장 안타까운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질병으로의 정체성을 갖게 되는, 곧 질병으로 인식되고 인정받는 ‘진단’이 늦어지는 게 단순히 쓸 만한 진단지표가 없어서가 아니라, 대부분 사람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환경(가볍게 지나가고 말 거라는 생각)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환자가 이상을 눈치챘을 때는 두통이 많이 진전돼 퍽 견디기 힘든 상태일 때가 많다.
다시 말해, 편두통 증상이 처음 나타났을 때 적절히 대처하지 않는다면 일상생활을 어렵게 할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책의 지은이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 두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지은이는 치과, 안과, 정형외과 등 동반 증상과 관련된 다양한 병원을 찾아 고통의 원인을 알아내려고 분투했지만 매번 좌절하고 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문한 신경과에서 ‘편두통’ 진단을 받는다. “이렇게 될 때까지 미련하게 홀로 견뎌냈다는 후회와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는 자책” 속에서 지은이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아 나선다. 곧 책은 편두통과 관련한 지은이의 자기고백적 기록인 셈이다.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염두에 둔 첫 독자는 과거의 ‘나’였다. ‘앞으로 이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데도 계속 그렇게 살래?’ 하는 마음이랄까. 먼저 아파본 사람으로서 경험을 나누고자 시작한 글이었다.”
지은이는 편두통을 진단받기까지 좌충우돌했던 일들, 진단 이후 삶의 변화들, 치유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들을 시간순으로 풀어냈다. 특히 약사로서 그동안 복용했던 약들의 후기를 꼼꼼히 남겨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했다. 지은이는 편두통 치료에 관한 여러 노하우와 위로가 담긴 이 책을 통해 누군가는 해결의 실마리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두통은 완치가 없다. ‘두통 완치’를 아프기 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으로 삼는다면, 완전히 새로 태어나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프고 안 아픈 게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노력해도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덜 아플 수는 있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무리 없을 정도로 좋아질 수 있다. … 편두통 환자에게 완치란 두통 빈도와 약 먹는 횟수가 줄고, 통증이 약으로 조절되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끼니를 챙기고, 제때 자고,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자. 그러면 시간은 내 편이 될 것이다.”
작가정보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9년 차 약사이자 만성 편두통 환자. 시간제 약사로 일하며 블로그 〈김약사의 편두통 일지〉를 운영 중이다. 나만큼 아파본 사람은 손에 꼽을 거라는 슬픈 자신감, 약사의 지식, 글쓰기를 향한 욕구(편두통+약사+글쓰기)라는 트리플 교집합에 확신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다른 두통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시작했지만, 자기 고백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중. 두통이 좋아진 데에 글쓰기가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믿는다.
소식하는 미식가. 입맛이 까다롭지만 요리를 못하고, 위장 기능이 약해 잘 안 먹는다. 더위를 많이 타고 물을 자주 마신다. 자주 하는 말은 “나 없는 것처럼 생각해!”. 부담 갖지 말라는 뜻도 있고, 부담 주지 말라는 뜻도 있다.
-블로그 〈김약사의 편두통 일지〉(https://blog.naver.com/migraine_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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