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세븐
2024년 10월 24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9월 09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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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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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한 고급 호텔에 각기 다른 임무를 맡아 모여든 킬러들이 의뢰받은 내용에 따라 움직이면서 그 중심에 선 여성 가미노 유카를 죽여야 하는 이들과 그녀를 구해야 하는 이들이 좌충우돌한다. 콜라, 소다, 베개, 담요와 같은 가명 설정도 재밌는데, 이들 면면도 하나같이 제멋대로여서 사람을 죽이는 공포에 압도되어 서사를 느낄 틈 없는 여느 소설과 다른 매력이 있다. 사람의 숨통을 끊어버릴 땐 가차 없지만 자신에게 닥친 불운의 징조 앞에선 벌벌 떠는 킬러라니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난다.
영화 「불릿 트레인」의 세계적 흥행 이후 후속작에 대해 오래 고민하던 작가는 ‘수직 공간에서 이뤄지는 탈출 살인’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기로 한다. 이번 추격은 20층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무당벌레는 과연 1층까지 무사히 다다를 수 있을까? 페이지를 넘길수록 피 냄새가 진하게 베어 나오는 이 독특한 스릴러에 체크인할 차례다.
“이번에는 걱정하지 마. 정말 간단한 일이야. 선물만 전하면 끝. 가능하면 아빠 사진도 찍어서 보내주는 게 낫겠다. 일을 제 대로 처리했다는 증거도 될 테니까.”
마리아는 빠른 말투로 떠드는 유형이 아니고 오히려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거기에 비결이 있는지 귀를 기울이다 보면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나오는 세뇌를 떨쳐내듯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지금 나나오는 윈튼팰리스 호텔 2010호에서 베이지색 치노팬츠와 흰색 와이셔츠 차림에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명찰을 붙이고 싶은 남자와 마주 서 있었다. ■19쪽
“어디까지 진심이었는지 모르겠네요.”
“섬뜩한 소문을 들은 적 있는데 말이야.” 갑자기 코코의 표정이 쓰디쓴 약을 먹은 것처럼 바뀌었다.
가미노는 긴장했다. “무슨 소문인데요?”
“이누이는 해부 마니아래. 못 들어봤어?”
“해부요?”
가미노의 반응을 보고 코코는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모른다면 굳이 화제로 삼을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으리라. “갈 곳 없는 젊은이를 유인해서 전신 마취한 후에 손질한다. 그런 소문이야.”
“손질?”
“생선을 손질하는 것처럼.”
가미노는 입에 손을 댄 채 잠시 아무 말도 못 했다. 물론 그런 소문은 처음 들었다. 도마에 얹힌 사람의 몸을 상상할 뻔했다. 무시무시한 장면이 자꾸 떠오를 것 같아서 허둥지둥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어디까지나 소문이지만.” ■41쪽
베개가 스피커폰 기능을 켜자 “안녕, 일을 부탁하고 싶은데.” 하고 쾌활함과 경박함이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이제 당신 하청업자가 아니라는 건 알지?”
“물론. 내가 너희의 은인이라는 것도 알겠지?” 휴대전화 너머에서 이누이가 웃었다.
“은혜를 입은 만큼 일해줬잖아. 당신도 수긍했을 텐데.”
예전에 베개와 담요는 이누이가 맡긴 일을 많이 처리해줬다. 전부 그다지 위험하지 않았고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불만은 많지 않았다. 다만 어떤 소문을 듣고서 거리를 두고 싶어졌다.
이누이는 사람을 해부하는 것이 취미라는 소문이다. ■109쪽
“아참. 그 여자가 방에 있으면 어떻게 할까?” 가마쿠라가 이어폰 마이크에 대고 물었다.
“도망치지 못하도록 방에 얌전히 붙잡아놔.” 에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사이에 우리도 그 방으로 갈게. 저항하면 폭력을 사용해도 돼. 가미노 유카를 붙잡을 것, 머리와 입은 무사해야 할 것. 이누이의 요구 조건은 그 두 가지니까.”
“머리와 입이라. 뭔가 정보를 알아내고 싶은 걸까.” 아스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경찰이 출동할 만한 사태도 피해야겠지?”
“호텔에 경찰이 출동하면 우리도 곤란해.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할 것. 수시로 상황을 알려줘.”
가마쿠라는 아스카와 나란히 복도를 나아갔다. 천장에 같은 간격으로 줄지은 조명이 침침한 복도를 비췄다. 복도 왼쪽에는 방문이 다섯 개, 오른쪽에는 여섯 개 늘어서 있었다. 카펫과 벽이 소리를 흡수하는지 아주 조용했다.
“뭘 쓸래?” 아스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사용할 화살 종류에는 전신 마취를 한 것처럼 상대의 의식을 빼앗는 것도 있고,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것, 구토하다 죽게 하는 것도 있었다. ■132~133쪽
“실례합니다. 무당벌레 씨 맞으시죠?” 하고 물었다.
온몸으로 혀를 차는 듯한 기분에 빠졌다. 역시 이렇게 되는 건가. 아니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이지? 나나오가 혼란스러워하는데도 아랑곳없이 여자는 말을 이었다.
“어, 저는 가미노 유카라고 해요. 도망치는 중인데 붙잡힐 것 같아서요. 좀 도와주시지 않겠어요?”
나나오는 여자를 빤히 바라봤다. 이해가 안 되는 점이 너무 많았다.
어떻게 나를 아는 걸까. 왜 도와줘야 하는 걸까. ■161쪽
“급하게 한 건 더 의뢰하려고. 2010호에 시체가 있어. 그걸 처분해줘.”
“뭐야, 그게? 진담이야? 이 호텔의 다른 방에 시체가 있다고?”
“부탁할게. 난감한 상황이야. 2010호 욕실에 시체가 들어 있대. 들키지 않도록 처분해줘.”
“누구 의뢰인데?”
“내가 일을 의뢰한 상대. 여자를 붙잡아 오라고 의뢰했더니 시체가 생겼어.”
“우리더러 그 뒤처리를 하라는 거야?”
“너희를 신뢰한다는 뜻이지.”
“그딴 소리를 할 여유 있어?”
“여유가 있고 없고 그런 문제가 아니야. 처분해야 한다고. 경찰이 나서지 않도록 조심해달라고 조건을 걸더군.” ■251쪽
“나한테 이런 짓을 했으니 곱게는 못 죽을 줄 알아라. 그런 생각을 하는 표정인데.” 여자가 말했다.
“체격이 좋고 얼굴도 잘생겼으니 분명 인생을 자기 내키는 대로 편하게 살아왔을 거야.” 다른 여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못된 짓도 많이 했겠지?”
“그야 물어보나 마나지.”
조그마한 여자 두 명이 자기 앞에서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지껄여대자 센고쿠는 어이가 없었다. 마치 햄버거가 “왜 나를 먹는 거야?”하고 저항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너희한테 먹히는 것 말고 무슨 역할이 있는데?
먹히거나 납작하게 찌그러지거나, 둘 중 하나다.
“분명 무슨 일이든 승리해왔을 테지. 지금까지 왜 이겼는지 알아?” 여자가 말했다.
눈앞에 하얀 천이 다가왔다. 큰일이다. 좌우에 선 두 여자는 센고쿠의 반사 신경을 혼란시키려는 듯 시트를 들고 몸을 구부렸다가 폈다 하며 이리저리 이동했다.
“우리 같은 인간에게 패배하기 위해서야. ■283쪽
행운을 기대하는 운 나쁜 살인자들의 사연
★아마존 재팬 베스트셀러
★굿리즈 추천 ‘너무 재밌어서 분량보다 짧게 느껴지는 소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원 추천 소설
다소 소심해 보이는 위축된 한 남자가 운송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목적지는 시내 최고급 호텔 윈튼팰리스 2010호. 그림을 전달하고, 수취인에게 수령 확인만 받으면 되는, 듣기엔 상당히 간단한 심부름인데 이 남자는 안절부절못하며 호텔로 향하고 있다. 지인에게 아르바이트를 부탁할 정도로 용돈벌이가 궁한 그가 실은 전설적인 존재라면 당신은 믿겠는가?
살상 참극이 벌어졌던 열차 안에서 맨손으로 살아남아(『불릿 트레인』) 전국의 킬러들 사이에서 영웅담을 남긴 나나오(무당벌레)는 어찌된 영문인지 이제는 불운의 징조만 있어도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소심한 소시민이 되었다. 과거 영광이야 어찌 되었든 무사히 2010호 앞에 선 나나오는 그림을 건네주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려고 나서는데 느닷없이 수취인이 뒤에서 덤벼든다. 소싯적 본능은커녕 그저 몸을 살짝 트는 바람에 남자는 제 발로 미끄러져 대리석 탁자에 머리를 부딪치곤 죽어버렸다. 불안했던 마음은 역시나 이유가 있었다. 갑작스레 죽어버린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지 생각하면서 한편으론 서둘러 윈튼팰리스를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로비에 당도하기 전에 그는 또다시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생면부지의 여성이 다가와 다짜고짜 자신을 보호해달라고 다급히 요청하는데…… 이번에도 불운에 단단히 휘말린 게 분명하다! 과연 윈튼팰리스에 다른 킬러는 없는 걸까? 어쩐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 모두가 수상쩍은 가운데, 나나오는 오늘 안에 무사히 호텔을 나가야 한다.
시체가 늘어날수록 한층 흥미진진해지는 이사카 월드
2000년 데뷔 후 25년간 이사카 고타로는 심각한 상황에도 위트를 잃지 않는 독특한 인물 설계와 예측할 수 없는 지점투성이 전개로 그만의 세계관을 탄탄히 구축해 두터운 팬을 거느리고 있다. 얽히고설킨 여러 등장인물에 정신을 빼앗길 법도 한데 점차 이들의 수다스러운 살인에 독자들은 빠져들 듯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외모, 빈부, 성적 등으로 어쩔 수 없는 차별을 몸소 겪어야 했던 업자들의 한탄은 우리의 현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TV에 나온 정치인을 응원하며 이 지긋지긋한 현실을 전복시켜 우리에게 조금은 통쾌함을 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헛된 믿음에 절로 손사래를 치게 되지 않는가. 폭발물 처리 전문가로 이름난 ‘콜라’와 ‘소다’를 보자면 흔적을 남기지 않는 솜씨로 업자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한 콤비다. 이들은 엉겁결에 얻은 엄청난 부를 감당하지 못해 졸부 행세를 하고 다닌다. 고작 값비싼 시계를 양손에 차고,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스스로를 단련한다. 때론 설익은 닭을 먹고 폭발 임무를 완수하기도 전에 배가 터져 헛발질을 일삼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저지른다. 냉철한 프로 해커로 유명한 ‘코코’는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해 허브티를 마시고 심호흡하며 스트레칭을 한다. 묘사만 보면 코미디 소설인가 하이퍼 리얼리즘 소설인가 잠시 장르를 혼동할 성싶지만, 이것이야말로 작가적 응원 시점이자 독자들이 이사카 월드에 열광하는 지점이다. 결국 모든 건 한낱 사람이 하는 일이니, 사람이 목숨이 달린 일이라 할지라도 긴장하지 말고 심각함도 벗어던지자. 세상의 편견에 쉽사리 주눅 들지 말고 한 방을 노리다 보면 누구든 우연히 잭팟을 만날 테니까.
작가정보
伊坂 幸太郎
1971년 일본 지바현에서 태어나 도호쿠대학 법학부를 졸업했다. 1996년 발표한 『악당들이 눈에 스며든다』로 산토리미스터리대상에 가작으로 입선했다. 시스템 엔지니어로 회사원 생활을 이어가던 중 2000년 『오듀본의 기도』로 신초미스터리클럽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2002년 『러시 라이프』에 이어 2003년 『중력 삐에로』를 발표하며 평단뿐 아니라 독자에게도 ‘이사카 월드’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작품으로 나오키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부문 및 서점대상 후보에 올랐다. 서점대상은 1회부터 4회까지 연속으로 각기 다른 작품을 통해 노미네이트되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다. 2004년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같은 해 『사신 치바』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문에서 수상했다. 2008년 『골든 슬럼버』로 서점대상과 야마모토슈고로상을 받았다. 2021년 『불릿 트레인』(마리아 비틀)이 영국과 미국에서 출간되었으며, 영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대거상 번역소설 부문에, 같은 시리즈인 『악스』도 2024년 이언플레밍스틸대거상 후보에 올랐다.
작품 대부분이 전 세계에서 영상화되었으며, 여전히 성실한 필력으로 세대와 대륙을 뛰어넘어 사랑받고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일본어를 공부하던 중 일본 미스터리의 깊은 바다에 빠져 전문 번역가의 길에 들어섰다.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는 미쓰다 신조의 『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유키 하루오의 『십계』 『교수상회』, 나가이 사야코의 『고비키초의 복수』, 이가라시 리쓰토의 『법정유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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