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_답지 않은 세계
2024년 07월 15일 출간
국내도서 : 2022년 10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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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 언어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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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3528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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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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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무분별한 MZ화에 지칠 대로 지친 91년생 저자가 세대론의 파도 한가운데에서 외치는 지극히 현실적인 목소리다. MZ세대의 당사자이자 세대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업계에서 일하는 기자로서, 여태껏 MZ세대를 규정해 온 납작한 관점들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었던 MZ들의 각기 다른 삶의 모습들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렇게 MZ에 파묻혀 있었던 우리의 모습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 펼치며 “요즘 것들의 진짜 세계”를 가감 없이 보여 준다.
첫 번째 이야기_요즘 것들의 유별난 취향
INFP인 내가 싫지 않아요
할매니얼은 그냥 복고가 아니라
온갖 꾸덕하고 녹진한 것
취향과 갬성 찾아 삼만리
같은 아날로그, 같지 않은 의미
집 꾸미기에 진심이긴 한데요
친환경이 MZ의 트렌드라니?
두 번째 이야기_모순덩어리가 살아가는 법
퇴사를 축하합니다
‘남들 하는 대로’가 아닌 ‘내가 원하는 대로’
FIRE족과 YOLO족의 뿌리는 같다
‘메타버스’라는 알다가도 모를 버스
아트테크는 먼 나라 이야기?
명품 플렉스와 짠테크의 공생
세 번째 이야기_당돌과 당황의 콜라보
“나 벌써 꼰대인가 봐”라는 포기 선언
내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프로 손절러의 운명
준스톤은 MZ를 대표하지 않아
너무나 쉽고 간단해진 혐오
저온 화상과 피로 골절
네 번째 이야기_그리고 더 많은 목소리
복잡다단한 고통, 복잡다단한 극복
보디 프로필과 보디 포지티브 사이
우리의 소비는 투표니까
“좋~을 때다”라는 말 좀 그만해 주실래요?
“-답다”가 지배하지 않는 곳
우리 각자의 이야기
‘나름의 답’을 찾아가는, 나는 경험주의자
어차피 밑져야 본전! 일단 하고 봐야지
입력한 대로 출력되는, 인생은 코딩이 아니니까
감사의 말
주
들어가는 말
M들도 Z들도 동의하지 못하는데 오로지 X세대나 86세대 출신 윗분들께서만 노래를 부르는 ‘요즘 MZ세대’는
그래서 너무나 모순적이다. 애초부터 한 덩어리가 아닌 ‘30년 범위의 젊은이들’을 한 데 납작하게 눌러 버렸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정작 우리가 공유하는 속내와 생각들은 감춰지고, 우리의 차이점은 흐려진다.
그런 세태에 질려 버린, 별로 다정한 성격이 못 되는 91년생은 ‘MZ 세대론’의 파도 한가운데서 “아, 진짜 그거 아니라고!”를 조금 외쳐 보고 싶었다.(10~11쪽)
INFP인 내가 싫지 않아요
결과를 받아 든 뒤에는 너무나 평범한 사람인 줄 알았던 내게 의외로 특별한 구석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모나다고 자책했던 내 모습이 많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모습이라는 걸 알고 위로받기도 한다. “생각했던 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갑자기 깊은 나락으로 빠져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한다”는 단점을 지적받을 때는 마음이 좋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스스로 회복하는 편”이라는 서술에는 응원을 받은 듯 힘이 난다.
각종 보완 텍스트나 전문적인 공식 검사를 찾아 다니며 ‘자아 탐구’에 적극적으로 몰입하는 사람들도 생긴다. 내가 싫어했던 내 모습을 직시하며 보완하고, 부러워했던 남들의 성격에도 사실 양면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은 결국 상처 입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21쪽)
친환경이 MZ의 트렌드라니?
젊은 세대의 표를 더 얻기 위해서든, 돈을 더 벌기 위해서든 진정성이야 어떻든 ‘친환경 바람’ 자체는 없는 것보단 낫다. 어차피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밀레니얼이, 이어서 Z세대가 정치, 사회, 경제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고 생태주의도 보편적 가치관이 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그 시간이 오기 전까지 ‘환경’이라는 단어가 마치 ‘내년 S/S 시즌 유행은 플로럴 패턴’처럼 ‘젊은이들의 힙한 유행’의 맥락으로 소비되는 모습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만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든다. 그 시간이 오기 전까지 이면에서 벌어지는 파괴적이고 착취적인 행위들이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 채식을 하고, 쓰레기를 줄이고, 동물 권리 증진을 주장하는 등 쉽지 않은 주관을 지켜 나가며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구경하노라면 무력감이 조금은 잦아든다. 친환경은 한 시절의 유행이나 특정 집단의 선호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임을 이해하는 사람들, ‘그린슈머 MZ세대’ 따위의 표현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지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아니, 더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72~74쪽)
‘남들 하는 대로’가 아닌 ‘내가 원하는 대로’
요즘 애들은 진득하지 못하다는 말은 분명히 맞다. 젊은 시절 입사해서 수십 년을 근속한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은 이제 천연기념물이 될 것이다. 물론 아버지라고 직장 생활이 즐거워서 수십 년을 일한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취직하고 결혼하고 애를 낳는 ‘3가지 인생 중대사’를 다 이뤘다면, 그 뒤부터는 가진 것을 지키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이었다. “이건 내가 바라던 삶이 아니야”라며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은 이기적이거나 철이 없다며 손가락질 받던 그때, 다들 그랬듯 아버지도 주어진 일에 열심히 임하는 삶을 살아오신 것이다.
그런 당연했던 것들이 우리에겐 더 이상 없다. 학교를 졸업하면 취직을 하는 것도, 한번 들어간 직장에서 열심히 버텨서 승진해야 하는 것도 모두 ‘당연하지 않게’ 됐다. 당연함을 잃은 대신, 우리는 선택권을 얻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매 순간 기로에 놓이고 모든 것을 선택해야만 한다. 어차피 모든 게 내 선택의 결과라면, 내가 더 원하는 것을 택하는 편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나중에 덜 후회할 것을,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것을 택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니라 반대로 용기 있는 일이 된 것이다.(86~87쪽)
‘메타버스’라는 알다가도 모를 버스
10대들은 메타버스에 (과장해서 말하면) 상주하고, 20대들은 필요할 때만 들어가며, 30대들은 돈과 관련이 있는지만 신경 쓰면서 대체로 관망할 뿐이다. MZ들의 메타버스는 절대 한 덩어리가 아니다. 만일 청년층을 대상으로 선거 유세를 하려 제페토에 접속한다면, 그곳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은 대부분 유권자가 아닌 10대거나 혹은 자녀 때문에 덩달아 접속한 30~40대 부모들일 가능성이 크다. 메타버스 마케팅은 생각보다 훨씬 더 세밀한 마이크로 타깃팅이 필요한 분야다.
학교와 기업의 높으신 분들은 이를 간과한 채 ‘요즘 애들론’을 펼치며 모든 것의 메타버스화化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 우린 신기술이라면 무조건 환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니 “요새 MZ세대에게 어필하려면 메타버스 해야 한다며?” 같은 오해는 하지 말자. 왜 메타버스인지, 무엇을 담을 것인지, 정확히 누구를 타깃으로 할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고 이어가는 ‘메타버스 타령’은 그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마케팅에 불과할 뿐이니까.(107~110쪽)
“나 벌써 꼰대인가 봐”라는 포기 선언
나이가 얼마나 많든 상관없이 내게 진심 어린 “왜”를 건네주는 사람에게 나는 마음을 깊이 열었다.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고, 그 노력이 눈에 보였다. 아마 건방진 표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꼰대가 되지 않으려는 노력, 무언가를 내게 말해 주고 싶을 때 혹여 내가 불쾌해하거나 상처받지 않게끔 하기 위해 들이는 그 노력이 “미안, 나도 벌써 나이 들고 꼰대가 돼 버려서 어쩔 수가 없어”라는 무관심한 태도보다 훨씬 치열하고 젊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어쩌면 후배들에게 “방금 그 말씀은 좀 꼰대 같았어요” “그런 조언은 자칫하면 오해받을 수 있어요” 같은 ‘역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선배가 된다는 것 자체가 축복받은 일이 아닐까. 마음도 조금 아프고 때로는 몹시 피곤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그런 대화는 오직 서로를 ‘소통할 수 있는 상대’로서 존중할 때만 오갈 수 있다는 것이다.(135~136쪽)
너무나 쉽고 간단해진 혐오
혐오를 표현하는 건 나와 그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고 애쓰는 대신 더 적극적으로 벌리는 것이다. 이해는 힘들고 포기는 쉽다. 괴로운 일이 닥치면 이해하고 넘어서려고 하기보다 책임 소재를 가리고 새로 혐오할 대상을 찾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들이 넘쳐난다.
가까이에서 눈동자를 마주하며 욕하는 것보다, 강을 사이에 두고 돌을 던지는 것이 훨씬 쉽다. 구체적인 이름과 얼굴을 가진 현실의 상대방을 혐오하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온라인에서 텍스트로만 존재하는 익명의 집단을 혐오하는 데에는 별다른 노력이 필요치 않다. 거리를 벌릴수록 혐오의 수위는 더 높아지는데도, 아무 죄책감 없이 “혐오를 자제할 의향이 없다”는 우리 또래들을 나는 정말로 걱정한다.(171쪽)
저온 화상과 피로 골절
부러지는 줄도 모르는 새 부러지는 뼈처럼, 뜨거운 줄도 모르는 새 입는 저온 화상처럼, 많은 젊은이가 헬조선이라는 말을 속으로 삼키는 대신, 서서히 그리고 확실히 다치고 있다. 자각 증상도 없이 장시간에 걸쳐 입은 부상은, 때로는 한순간에 당한 부상보다 훨씬 치료하기 까다롭다.
“우리 땐 정말 힘들었다” “지금은 좋아진 건 줄 알아라”라는 말보다는 “우리 때도 힘들었지만, 지금도 힘들겠구나. 너희도 우리도 괜찮아지도록 노력하자” 정도가 참 적당해 보인다. 지금 우리가 힘을 쏟아야 할 곳은 세대 간의 고통 경쟁이 아니라, 이 모든 고통을 함께 줄여 나가기 위한 노력이니까 말이다.(179~180쪽)
복잡다단한 고통, 복잡다단한 극복
누군가는 “그냥 SNS 안 하면 되지, 왜 요즘 애들은 자꾸 남들이랑 비교하면서 불행해하고 난리야?”라며 한심해한다. 하지만 내면의 단단함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로 향하는 창마저 닫아 버리는 일은 오히려 단절과 고립을 뜻하는 것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 물론 지금 자기 모습이 망가졌을수록 똑바로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더더욱 벅찬 일이다. 때로는 괴롭고, 때로는 지는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두려운 길을 함께 걸어갈 동료가 있다면 버거움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병원을 찾는 10대, 20대, 30대 우울증 환자가 해마다 껑충껑충 늘어나는 이유는 물론 실제로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고민만 하며 앓는 이들에게 “병원을 찾으면 큰 힘이 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한번 가 봐”라며 용기를 주는 사람들 또한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189~190쪽)
“-답다”가 지배하지 않는 곳
만일 우리의 언어와 생각에서 ‘답게’를 조금만 덜어 내 본다면 어떨까. 한 명의 개인을 어떤 ‘나이’의 사람이나 어떤 ‘세대’의 일원으로 규정하고 짐작하기보다 ‘그냥 한 사람’으로 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MZ세대에게 “MZ라서 역시……”라고 말을 시작하기보다는, “20대 젊은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이라는 한 명의 사람으로, 그냥 그렇게 봐 주면 안 될까?
한 사람을 ‘마음대로 추측’하고 ‘빠르게 이해했다’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오히려 그만큼 그 사람과 더 멀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당신 앞에 있는 한 명의 MZ는 아마 당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와 비슷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 누구와도 다른 사람일 것이다. ‘요즘 젊은 애들은 그렇다’는 색안경과 ‘요즘 젊은 애들답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차츰차츰 알아 가 주었으면 좋겠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무언가를 생각하고 무언가에 열정을 가진, 한 명의 특별하고 젊은 사람의 세계를.(220~221쪽)
“MZ로 불리는 일의 피로함에 대하여”
맥락 없는 라벨링에 지친 진짜 요즘 것들의 외침
“OO씨 MZ세대지?”
MZ라고 부르니 MZ로서 억지웃음 지으며 대답해야 했던 날들의 반복. 이러다 말겠지 싶었던 MZ 열풍이 사그라들 듯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점점 더 몸집을 키워 이제는 MZ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어리둥절하다. 마흔을 앞둔 1980년대생부터 아직 청소년인 2010년대생까지 아울러 버리는 해괴한 세대론의 주인공들은 이제 지겨움을 넘어 피로함까지 느낀다. 정작 자신들이 공유하는 속내와 생각들은 감춰지고, 차이점은 흐려지는 현실에 지쳐간다. 애초부터 한 덩어리가 아닌 30년 범위의 젊은이들을 한 데 납작하게 눌러 버린 이 맥락 없는 라벨링의 결과는 화합이나 소통이 아닌 ‘모순’일 수밖에 없다.
《___답지 않은 세계》에서 저자는 지금의 세대론이 얼마나 단순하고 납작한 구분에 불과한지, 우리가 얼마나 다르고 또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보여 준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양극단에 존재하는 MZ세대의 취향을 들여다보고,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MZ세대의 고민을 짚어 보고,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기성세대가 불편해하는 MZ세대의 측면과 MZ 내에서도 존재하는 차이점을 살펴보고,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조금씩 바꿔보려는 젊은이들의 분투를 다룬다. 끝으로 2000년대생, 1990년대생, 1980년대생의 인터뷰를 담아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청년들의 삶을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준다.
이 책은 MZ로 불리는 일에 지친 당사자들에게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한 통쾌함을 선사하고, “MZ는 그래”라고 쉽게 단정하면서도 “왜 그런지”는 뒷전이었던 사람들에게는 진짜 요즘 애들을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해 줄 것이다.
우리가 이토록 ‘모순’적인 이유
‘가장 불안감이 높다면서도 가장 퇴사를 많이 하는 세대’ ‘명품에 열광하면서도 가성비에 집착하는 세대’ ‘손절을 밥 먹듯 하지만 가장 외로움을 크게 느끼는 세대’처럼 앞뒤가 다른 말들이 정의하는 MZ세대는 결국 “종잡을 수 없는 이상한 요즘 것들”인 걸까?
‘함께의 가치’가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 애들은 SNS에서 팔로우를 끊듯 친구를 끊기도 한다. “골치 아픈 인간관계는 손절만이 답”이라는 말은 비인간적이고 계산적인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관계에 괴로워해 본 사람이라면 안다. 팔면 팔수록 손해인 헐값 물건처럼, 애쓸수록 상처만 커지는 관계에 매달리는 것이 오히려 더 비인간적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인생은 외로움 아니면 괴로움이라고 했던가. 이렇게 끊어 낸 자리엔 헛헛한 자국이 남는다. 어쩌면 걸음마를 떼자마자 경쟁 속에 부대끼며 살았을 MZ세대는 사실 가장 외로운 세대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MZ세대의 M을 차지하는 밀레니얼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로 머릿수가 적잖았다. 학교에서 마음 맞는 친구를 찾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고, 형제가 있는 집도 많아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어느 정도 실감하며 자랐다. 하지만 그 뒤에 태어난 Z들은 그런 끈끈함을 느낄 만한 피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함께 커 갈 형제는 물론 깊이 마음을 나눌 친구를 만나기도 어려워졌다. 손쉽고 맘 편해서가 아니라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 손절을 택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런 MZ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모순’일 것이다. 애초에 10대, 20대, 30대를 하나의 세대로 묶은 것이 모순의 커다란 이유 중 하나겠지만, 그들이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관심 있게 들여다보지 않은 채 당장 눈에 보이는 현상으로만 기성세대가 MZ세대를 선 그었기 때문인 것도 있다. 세상이 너무도 빠르게 변하는 지금, 각 연령대 안에서도 오히려 차이는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다. 지금의 납작한 시선만으로는, MZ세대는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모순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당연함 대신 손에 쥐어진 ‘선택권’
이기주의, 인내심 부족, 무책임함. 흔히 요즘 애들의 특성으로 알려진 것들이다. 이 단어들에는 ‘과거에 당연했던 것들을 따르지 않는’ 데서 오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겨 있다.
취직하고 결혼하고 애를 낳는 ‘3가지 인생 중대사’를 다 이뤘다면, 그 뒤부터는 가진 것을 지키는 게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당연했던 것들이 더는 없다. 학교를 졸업하면 취직을 하는 것도, 한번 들어간 직장에서 열심히 버텨서 승진해야 하는 것도 모두 ‘당연하지 않게’ 됐다.
넘쳐나는 퇴사와 이직, 한 가지 일로도 부족하다며 일어난 부캐 열풍, 미친 듯 등락하는 가상 화폐에 인생을 거는 듯한 광기의 근원에는 모두 ‘불안감’이 존재한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금, 미래가 두려운 청년들은 각자의 방법대로, 나름의 방향대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과거의 당연함을 잃은 대신 지금은 선택권을 얻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매 순간 모든 것을 선택해야만 한다. 요즘 애들은 진득하지 못하다는 말은 분명히 맞다. 그러나 이기적이고, 인내심이 부족하고, 무책임해서라는 말은 동의하기 어렵다. 불안한데 불안한 채로 있을 수만은 없어서, 기왕이면 남들 하는 대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어서, 저마다의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저자는 어차피 모든 게 내 선택의 결과라면, 내가 더 원하는 것을 택하는 편이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이야기한다. “나중에 덜 후회할 것을, 지금이니까 할 수 있는 것을 택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니라 반대로 용기 있는 일”이라고 말이다.
한 걸음씩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매일
17만 7166명. 작년 한 해 동안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20대의 숫자다. 이 지표만 봐도 다채로운 박탈감이 도처에 널린 지금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자주 우울하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또 그만큼, 우울을 혼자 감내하는 대신 용기를 내 병원을 찾고 경험을 꺼내 놓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맛집 정보를 공유하듯 정신과 상담 후기를 공유하며 각자의 복잡다단한 고통을 ‘이겨내고’ 있다.
지갑을 여닫는 일에도 변화가 있다. 면접에서 여성 지원자를 차별한 기업, 겉으로는 착한 브랜드 이미지를 메이킹하면서 뒤에서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 등의 제품을 나서서 불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엔 어쩌다 한 번씩 정치·사회적인 이슈와 결부될 때나 시민 단체들의 주도하에 일어난 행동이었다. 지금 MZ세대의 소비는 일상에서의 투표와 같다. 지갑 속 표를 총알 삼아 당신들을 겨눌 수 있다고, 불합리한 착취를 일삼는 기업들을 향해 시시때때로 외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시도들이 당장 무언가를 눈에 띄게 바꾸지는 못한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슬픔이나 분노를 ‘느끼는 것’을 넘어 변화를 위해 ‘실천하는 데까지 나아간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 삶의 터전에 밀려들어 오는 위협을 보고도 그저 방관한 채 MZ도 모자라 ‘그린슈머’라는 무책임한 이름까지 붙여가며 소비하는 데만 급급한 사람들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는 변화를, 구체적인 이름과 얼굴을 가진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조금씩 연대하며 이뤄나가고 있음을 똑똑히 이야기한다.
‘___답지 않은’ 나름대로 특별하고 아름다운 우리 각자의 세계
“MZ는 친환경을 좋아해” “MZ는 사람을 MBTI로 판단해 버려” “MZ의 관심을 끌려면 메타버스를 해야 돼”
MZ에 관한 말은 많지만, 거기엔 M도 Z도 없다. 그들에게 친환경은 패션이 아니라, 멋이 아니라, 나와 내 아이의 ‘생존’ 문제다. MBTI는 누군가를 단순히 넘겨짚고 싶어서 묻는 게 아니라, ‘더 이해하고 싶어서’ 대화의 물꼬로 삼는 것이다. 왜 메타버스인지, 무엇을 담을 것인지, 정확히 누구를 타깃으로 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고 이어가는 ‘메타버스 타령’은 그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마케팅에 불과하다. MZ는 신기술이라면 무조건 환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나눠야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서’ 나눈 세대가 아니라 ‘묶으면 부르기 편하니까’ 묶어 버린 세대 MZ는 그래서 자신들에게 붙은 이름에 시큰둥하다. ‘MZ답기’를 규정한 말들은 이미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 백 마디 말보다, 일단 이 책을 펼치는 것이 이들의 진짜 세계에 좀 더 가까워지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요즘 젊은 애들은 그렇다’는 색안경과 ‘요즘 젊은 애들답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차츰차츰 알아 가 주기를. 무언가를 좋아하고 무언가를 생각하고 무언가에 열정을 가진, 한 명의 특별하고 젊은 사람의 세계를.”
작가정보
1991년생. 서울 노원구 백병원에서 태어나 갈현동에서 22년간 자랐다. 이후 정릉동, 구일동, 월계동 등을 거쳐 지금은 신당동 거주 중.
대체로 비관주의자이며 때때로 낙천주의자다. 좋아하는 음식은 쌀떡 밀떡 반반 떡볶이와 콩국수, 마실 것은 가리지 않는다. “언제 밥 한번 먹어요”라는 막연한 인사에는 “날짜 몇 개 주세요”라고 대답하는 편이다.
2013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며 정치부, 사회부, 편집부 등을 전전하다 지금은 국제부 방문 중이다. 세대론을 너무 좋아하는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MZ 세대론에 질린 나머지 책까지 쓰게 됐다.
아직 대단한 건 못 이뤘지만, 뭐라도 계속하자는 마음으로 7년째 독서 모임에서 책 읽고, 생각날 때마다 블로그에 글 쓰고, 친구들과 새로운 팟캐스트를 도모하는 중이다.
낭독 이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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