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2024년 10월 22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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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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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동갑내기 사촌 ‘연수’가 사라졌다. 이모의 소망과 소원을 하나씩 이뤄주며 자란 착한 딸, 똑똑하고 자랑스러운 딸 연수와 그런 연수를 거울삼아 질투와 동경 사이를 오가던 ‘나’. 어느 날, 연수는 아침 일찍 ‘나’를 찾아와 다짜고짜 물 위를 걸으러 가자고 제안한다. 온갖 계절이 혼재하고, 돌탑이 사람의 욕심처럼 끝없이 늘어선 한탄강. 연수는 각자의 소망들로 아우성치는 돌탑을 향해 “무겁고 징그러워”라며 못 박듯 내뱉고는 그날을 마지막으로 사라지고야 만다.
“사라진 사람들을 생각하는 일이 아무리 애달프고 아픈들 사라짐 자체를 뛰어넘지 못”하지만, ‘나’는 다만 “비로소 부재를 감각하는 출발점”으로서 연수에 대한 기억을 새롭게 쓰기 시작한다. 욕심과 구분할 수 없게 된 소망과 소원의 모서리를 가다듬으며 ‘한탄강 물윗길’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때, 우리는 몇 번이고 연수를 만나 손을 잡을 수 있다.
작가의 말
이주혜 작가 인터뷰
상상이 지극하면 기억이 된다. 아니, 지난한 기억 끝에 상상이 찾아오던가. 기억과 상상은그리 다른 영역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은 과거를 상상하기도 하고 미래를 기억하기도 하니까.(7쪽)
이제 나는 연수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날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그게 연수를 되돌릴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 행여 그것이 혼자 힘으로 지면을 밟아 지구의 자전 방향을 바꾸려는 무모한 행위일지라도 나는 시도해야 한다. 기억해야 한다. 공백을 만난다면 그 틈을 허술한 상상으로 메꾸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기억은 지금 내게 주어진 단 하나의 책무다.(10쪽)
그날의 한탄강에는 온갖 계절이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어디에나 소망이 있었다. 사람의 발길이 들어설 수 있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사람 손으로 쌓은 돌탑이 있었다. 사람의 발길이 들어설 수 없을 것 같은 곳에도 사람 손이 쌓았을 돌탑이 있었다. 가능한 자리에도 불가능한 자리에도 소망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15~16쪽)
그날부터 나는 내 어머니의 언어를 버리려고 모진 애를 썼다. 연수와 만날 때마다 연수의말투를 귀 기울여 들었고 녹음기에 저장하듯 마음속에 담아두었다가 혼자서 그 말투를 흉내 냈다. 말할 때마다 연수로 빙의했다고 상상했다. 첫 기억 속에서 엄마 품에 안겨 사과를 먹는 연수를 내 모습으로 착각했던 것처럼 나는 나를 연수로 착각하고 혀를 움직였다.(34쪽)
상상 속에서 중국 앵무새는 윌리엄 모리스의 벽지로 꾸며진 우아한 방 안을 자유롭게 날았어. 앵무새의 깃털은 아무래도 주황색과 청록색의 믹스가 좋겠지? 머리 쪽 털은 태양처럼 붉게 이글거리면 어때? 녀석의 횃대는 금색으로 칠해주자. 터키색 벽지를 배경으로 황금색이 눈부시게 빛날 테니까. 녀석의 몸을 덥혀줄 벽난로 위 선반은 상아색으로 칠하자. 형광등 빛처럼 시푸른 흰색은 싫어. 그런데 중국 앵무새는 왜 중국 앵무새지? 나는 상상의 영역을 점점 넓히고 세부를 채워나가면서도 중국 앵무새의 실체를 검색해보지 않았어. 상상의 자리에 차가운 사실을 던져 파문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거든.(62~63쪽)
차갑고 하얀 도자기 앵무새와 따뜻하고 화려한 색의 중국 앵무새는 얼마나 다른가요? 그러나 오해와 착각이 발생시키는 위안은 또 얼마나 모순되게 힘이 센가요? 오해에 기대어 어떤 시기를 무사히 통과한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문학은 언제나 세계의 오독에서 출발한다는 이야기도요.(98~99쪽)
“우리 연수는 살면서 내 말에 토를 단 적이 한 번도 없어.
내 딸이지만 참 신기할 정도야.”
간절해서 탐욕스럽고, 절실한 만큼 지나친 소망 아래
사라져버린 이들을 반복해서 불러내고 기억하는 이야기
사회와 불화하는 여성들의 내면과 현실을 촘촘하게 재현하고 그 너머를 상상하는 소설을 쓰는 작가이자 번역가 이주혜의 신작 소설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이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나’의 동갑내기 사촌 ‘연수’가 사라졌다. 쌍둥이처럼 닮은 엄마와 이모는 각각 구미와 서울 반포에서 같은 날 첫아이를 낳았다. 연수와 ‘나’는 “쌍둥이 같은 자매가 쌍둥이처럼 한날에 낳은 사촌 자매”였으나 경제 사정의 격차가 커지고 두 사람의 성적도 차이 나기 시작하자 친척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엄마가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날도 늘어간다.
이모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연수는 가족들에게 착한 딸, 똑똑한 딸, 하지만 의사는 되지 말고 약사에 머물렀으면 하는 딸, 엄마가 점지해준 전문직이 될 남자와 결혼하면 되는 딸, 그런 남자를 뒷바라지하며 안정적으로 중산층이 될 딸로 기억된다. 그런 연수를 거울삼아온 ‘나’는 그를 부러워하거나 질투하고, 때로는 작은 일에 마음을 누그러뜨리며 엄마와 이모처럼 경쟁과 동경 사이를 오간다.
두 사람이 중년에 이른 어느 날, 연수는 아침 일찍 ‘나’를 찾아와 다짜고짜 물 위를 걸으러 가자고 제안한다. 봄과 겨울, 가을과 여름이 모두 뒤섞인 듯한 풍경이 펼쳐지고,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쌓아 올린 소원을 들어준다는 돌탑이 늘어선 강원도 철원 한탄강. 연수는 각자의 소망들로 아우성치는 돌탑을 향해 “무겁고 징그러워”라며 못 박듯 내뱉고는 그날을 마지막으로 사라지고야 만다.
상상이 지극하면 기억이 된다. 아니, 지난한 기억 끝에 상상이 찾아오던가. (……) 이제 나는 연수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날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그게 연수를 되돌릴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7~10쪽)
“사라진 사람들을 생각하는 일이 아무리 애달프고 아픈들 사라짐 자체를 뛰어넘지 못”하지만, ‘나’는 다만 “비로소 부재를 감각하는 출발점”으로서 연수에 대한 기억을 새롭게 쓰기 시작한다. 간절해서 탐욕스럽고, 절실한 만큼 지나쳐 욕심과 구분할 수 없게 된 소망과 소원의 모서리를 가다듬으며 ‘한탄강 물윗길’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때, 우리는 몇 번이고 연수를 만나 손을 잡을 수 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구병모 〈파쇄〉,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최진영 〈오로라〉 등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며,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시즌 1 50편에 이어 시즌 2는 더욱 새로운 작가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즌 2에는 강화길, 임선우, 단요, 정보라, 김보영, 이미상, 김화진, 정이현, 임솔아, 황정은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한 시즌 2에는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작품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년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구병모 《파쇄》
이희주 《마유미》
윤자영 《할매 떡볶이 레시피》
박소연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김기창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이종산 《블루마블》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
김동식 《백 명 버튼》
배예람 《물 밑에 계시리라》
이소호 《나의 미치광이 이웃》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도진기 《애니》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
정혜윤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황모과 《10초는 영원히》
김희선 《삼척, 불멸》
최정화 《봇로스 리포트》
정해연 《모델》
정이담 《환생꽃》
문지혁 《크리스마스 캐러셀》
김목인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
전건우 《앙심》
최양선 《그림자 나비》
이하진 《확률의 무덤》
은모든 《감미롭고 간절한》
이유리 《잠이 오나요》
심너울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
최현숙 《창신동 여자》
연여름 《2학기 한정 도서부》
서미애 《나의 여자 친구》
김원영 《우리의 클라이밍》
정지돈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죽음들》
이서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
이경희 《매듭 정리》
송경아 《무지개나래 반려동물 납골당》
현호정 《삼색도》
김현 《고유한 형태》
김이환 《더 나은 인간》
이민진 《무칭》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조현아 《밥줄광대놀음》
김효인 《새로고침》
전혜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
김청귤 《제습기 다이어트》
최의택 《논터널링》
김유담 《스페이스 M》
전삼혜 《나름에게 가는 길》
최진영 《오로라》
이혁진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
강화길 《영희와 제임스》
이문영 《루카스》
현찬양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차현지 《다다른 날들》
김성중 《두더지 인간》
김서해 《라비우와 링과》
임선우 《0000》
듀나 《바리》
한유리 《불멸의 인절미》
한정현 《사랑과 연합 0장》
위수정 《칠면조가 숨어 있어》
천희란 《작가의 말》
정보라 《창문》
이주란 《그때는》
김보영 《헤픈 것이다》
이주혜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정대건 《부오니시모, 나폴리》
작가정보
읽고 쓰고 옮긴다. 《자두》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누의 자리》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을 썼으며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멀리 오래 보기》 《동등한 우리》 등을 옮겼다.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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