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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이주란 지음
위즈덤하우스

2024년 10월 22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1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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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1.83MB)
ISBN 9791171718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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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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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위트와 따뜻한 시선으로 사건 이후의 일상을 다정하게 그려내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주란 작가의 신작 《그때는》이 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이주란 작가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어긋난 관계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을 썼다면서도 일상의 작은 순간순간을 정성 들여 관찰하고, 능청맞고 사랑스러운 농담을 잊지 않는다. 흠집 난 관계가 나라는 사람 자체에 흠집을 내는 것만 같을 때, 이주란 작가의 문장은 나이 든 강아지처럼 슬며시 다가와 포근한 위로를 건넨다.
그때는
작가의 말
이주란 작가 인터뷰

서서히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다. 사위가 온통 고요하고 어두웠지만 휴대폰이 없던 때라 우리끼리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혼이 날까 봐 잔뜩 긴장을 했다. 혼날 이유가 너무나도 많았다. 이대로 도망을 가버릴까,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했다. (9쪽)

세미가 내 맞은편에 앉는다.
우리 반에 빈이라는 애가 있는데 글쎄, 걔가 날 싫어한대.
빈이가 널?
응. 그걸 또 엄청 말하고 다녀.
이런.
근데 난 걜 좋아하거든. 어떡해야 해?
흠.
알려줘, 이모. 내가 어떡해야 할지.
세미의 간절한 눈빛에 조금 고심하는
척을 하다가 말한다.
이모는 잘 모르겠어.
정말 몰라?
엄마한테 물어봐.
안 돼. 가족들한테는 비밀이야.
왜?
막 마음 아파할지도 모르고.
그리고?
봐, 저렇게 바쁘잖아.
알았어. 일단, 네 현재 상태가 어떤데?
내 머리는 걔를 계속 좋아하라고
말하는데, 내 마음은 똑같이 미워하라고 말해.
네 마음이 걔를 미워하라고 한다고?
응. 상처받았으니까 되돌려주라고 말해. (12~13쪽)

아주 오랫동안 나는 이런 식의 대화들을 한심한 거라고 여기곤 했다. 세상의 단 한 사람도 원하지 않는, 조금의 쓸모도 없는 이야기.
걔가 날 좋아할 순 없을까?
그건…….
없지?
모르지…….
왜?
다른 사람의 마음이니까.
흠.
매미 울음소리가 일순간 멈췄을 때 은영 씨가 잡채 한 접시를 내려놓으며 세미와
놀아주어서 고맙다고 말한다.
놀아주는 거 아닌데, 그치. 내가 말하고,
같이 노는 건데, 그치. 세미가 말한다.
게다가 유머 감각으로 치자면 오히려 세미가 나와 놀아주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런 순간들이 내게 얼마나 커다란 안전감을 주는지 은영 씨가 알게 된다면, 아마 내게 백지수표를 내놓으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15~16쪽)

나는 화장실로 가 거울을 본다. 선용의 가족들과 함께 무언가를 먹으면서 웃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선용의 부모님과 누나와 남동생의 표정을 상상한다. 나는 그들 앞에서 원래의 나보다 좋은 사람인 척 굴 것 같지만 그 모습이 거짓은 아닐 것 같다. 그들은 늘 내게 다정하게 대해주고 나는 그 마음에 보답을 하고 싶다. (27쪽)

정해진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갈 무렵 선생님은 내게 10년 후의 미래에 대해 얘기해보자고 말한다.
갑자기요?
편히 생각해보셔도 돼요.
몇 개월 후라면 몰라도 10년 후까지는 잘…….
천천히 더 생각해보셔도 돼요.
나는 네 번째 손가락에 낀 물고기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천천히 생각해보려 노력한다. 그동안 10년 후는커녕 1년 후의 미래도 그려본 적이 없어 쉽지 않다. 나의 미래보다는 정해진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는 사실에 더 신경이 쓰인다. 집중이 전혀 되질 않는다. (35~36쪽)

해수는 곧바로 미래를 그렸다는데, 나는 상상뿐인데도 왜인지 잘 되지 않는다. 만약 선용이나 은영 씨가 10년 후 미래를 그리는 것이 어렵다고 하면, 나는 그냥 그러냐고 할 것 같다.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게 나라는 것은 싫은 것 같다.
오래 생각해서 되는 문제가 아닐 것 같다는 예감에 한낮의 절망이 찾아온다. 이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닌데도, 이 작은 문제가 3년 전 그날을 먼저 불러온다는 점에서 절망한 것 같다. 절망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처럼 재빨리 문을 열고 들어온다. (43쪽)

본론만 말할게. 얘를 잠깐 맡아줬으면 해.
선용은 하얀 개를 바라본다. 여자는 캐나다에 갔다가 두 달 후에 돌아온다고 말한다. 그때까지만 개를 돌봐달라고 말한 뒤에 그때는 네가 다 키우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너도 책임이 있지 않냐고 묻는다. 선용이 아무 말 하지 않자 천천한 말투로 말한다. 너도 책임이 있어. 선용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일 때, 초인종이 울린다. 우리는 모두 움직이지 않고, 초인종이 다시 울리고서야 내가 일어난다. 피자를 받아 온다. 조리대에 피자를 올려두고 다시 식탁으로 돌아와 앉는다. 작은 주방에 피자 냄새가 퍼진다.
아, 이렇게까지 말할 필요 없었는데……
미안해. 부탁할게. 부탁하러 왔어. (49~50쪽)

“나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모르는 것 같아”
“나는 네가 날 사랑하는 것 같은데”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어긋나버린 관계에 대해
늙고 아픈 흰 강아지 ‘앵두’가 가르쳐준 것들
특유의 위트와 따뜻한 시선으로 사건 이후의 일상을 다정하게 그려내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주란 작가의 신작 《그때는》이 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이주란 작가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어긋난 관계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을 썼다면서도 일상의 작은 순간순간을 정성 들여 관찰하고, 능청맞고 사랑스러운 농담을 잊지 않는다. 흠집 난 관계가 나라는 사람 자체에 흠집을 내는 것만 같을 때, 이주란 작가의 문장은 나이 든 강아지처럼 슬며시 다가와 포근한 위로를 건넨다.
처음부터 어머니가 원치 않던 아이였다는 ‘수인’은 3년 전 어머니의 일방적인 통보로 그와 연을 끊게 되었다. 그러나 4년째 함께 살고 있는 연인 ‘선용’과 혼인신고를 하기로 한 이후 종종 어머니를 떠올린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수인에게 살갑게 대해주는, 선용을 닮은 그의 가족들을 보며 자신도 모두에게 모진 말을 쏟아내던 어머니를 닮아버린 건 아닐까 생각한다.
10년 후의 미래에 대해 얘기해보자는 상담 선생님의 말에 수인은 약속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다. 그 자체는 큰일이 아닌데도, 그 사실이 곧장 어머니와의 일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수인은 좌절하고 만다. 그날 저녁 수인과 선용의 집에 선용의 오래전 연인이 찾아와 늙고 아픈 흰 강아지 ‘앵두’를 떠맡기고. 어쩔 도리 없이 하루 세 번 갖가지 약을 챙기고 배변을 돕고 그날그날의 컨디션을 살피며 함께 살아가는 동안 “사랑할 줄도 모르고 사랑받을 줄도 모르는 것 같다”는 오래된 생각에 앵두의 성긴 털과 발냄새가 끼어든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
위즈덤하우스는 2022년 11월부터 단편소설 연재 프로젝트 ‘위클리 픽션’을 통해 오늘 한국문학의 가장 다양한 모습,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일주일에 한 편씩 소개하고 있다. 구병모 〈파쇄〉,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안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최진영 〈오로라〉 등 1년 동안 50편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위픽 시리즈는 이렇게 연재를 마친 소설들을 순차적으로 출간하며, 이때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위픽은 소재나 형식 등 그 어떤 기준과 구분에도 얽매이지 않고 오직 ‘단 한 편의 이야기’라는 완결성에 주목한다. 소설가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과 재미를 확장한다.
시즌 1 50편에 이어 시즌 2는 더욱 새로운 작가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시즌 2에는 강화길, 임선우, 단요, 정보라, 김보영, 이미상, 김화진, 정이현, 임솔아, 황정은 작가 등이 함께한다. 또한 시즌 2에는 작가 인터뷰를 수록하여 작품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1년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위픽 시리즈 소개∥

위픽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입니다. ‘단 한 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작은 조각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당신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한 조각의 문학이 되기를 꿈꿉니다.
한 조각의 문학, 위픽
구병모 《파쇄》
이희주 《마유미》
윤자영 《할매 떡볶이 레시피》
박소연 《북적대지만 은밀하게》
김기창 《크리스마스이브의 방문객》
이종산 《블루마블》
곽재식 《우주 대전의 끝》
김동식 《백 명 버튼》
배예람 《물 밑에 계시리라》
이소호 《나의 미치광이 이웃》
오한기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조예은 《만조를 기다리며》
도진기 《애니》
박솔뫼 《극동의 여자 친구들》
정혜윤 《마음 편해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황모과 《10초는 영원히》
김희선 《삼척, 불멸》
최정화 《봇로스 리포트》
정해연 《모델》
정이담 《환생꽃》
문지혁 《크리스마스 캐러셀》
김목인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
전건우 《앙심》
최양선 《그림자 나비》
이하진 《확률의 무덤》
은모든 《감미롭고 간절한》
이유리 《잠이 오나요》
심너울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
최현숙 《창신동 여자》
연여름 《2학기 한정 도서부》
서미애 《나의 여자 친구》
김원영 《우리의 클라이밍》
정지돈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죽음들》
이서수 《첫사랑이 언니에게 남긴 것》
이경희 《매듭 정리》
송경아 《무지개나래 반려동물 납골당》
현호정 《삼색도》
김 현 《고유한 형태》
김이환 《더 나은 인간》
이민진 《무칭》
안 담 《소녀는 따로 자란다》
조현아 《밥줄광대놀음》
김효인 《새로고침》
전혜진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
김청귤 《제습기 다이어트》
최의택 《논터널링》
김유담 《스페이스 M》
전삼혜 《나름에게 가는 길》
최진영 《오로라》
이혁진 《단단하고 녹슬지 않는》
강화길 《영희와 제임스》
이문영 《루카스》
현찬양 《인현왕후의 회빙환을 위하여》
차현지 《다다른 날들》
김성중 《두더지 인간》
김서해 《라비우와 링과》
임선우《0000》
듀 나《바리》
한유리 《불멸의 인절미》
한정현 《사랑과 연합 0장》
위수정 《칠면조가 숨어 있어》
한유리 《불멸의 인절미》
천희란 《작가의 말》
정보라 《창문》
이주란 《그때는》
김보영 《헤픈 것이다》
이주혜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
정대건 《부오니시모, 나폴리》

작가정보

저자(글) 이주란

2012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모두 다른 아버지》 《한 사람을 위한 마음》 《별일은 없고요?》, 장편소설 《수면 아래》, 중편소설 《어느 날의 나》 《해피 엔드》, 짧은 소설 《좋아 보여서 다행》이 있다.
김준성문학상, 젊은작가상, 가톨릭문학상 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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