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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곗덩어리

클래식 라이브러리 13
기 드 모파상 지음 | 임희근 옮김
아르테(arte)

2024년 10월 21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9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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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3.25MB)
ISBN 9791171178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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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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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있으면 나라 밖에서 전쟁을 벌이고,
공화정이 들어서면 나라 안에서 저희끼리 싸워 댄다니까.”

국내 독자에게 「목걸이」, 「비곗덩어리」 등의 단편으로 알려진 모파상은 현대 단편 소설의 창시자 또는 세계 3대 단편 소설의 거장으로 불릴 정도로 세계 문학사에 큰 영향력을 미친 작가다. 모파상은 단편뿐 아니라 장편과 여행기, 시집, 희곡 등 여러 장르의 작품을 펴냈는데,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대중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으면서 작가에게 명성을 안겨 주었다. 톨스토이, 투르게네프, 니체 등은 그의 작품에 대해 호평했고, 오 헨리와 서머셋 몸 등의 작가들은 그의 서술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모파상의 전통을 잇는다고 평해진다. 작품들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사랑을 받았지만, 그중 단편이 더 큰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가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300여 편의 작품을 내놓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물과 장면, 사건이 빈틈없이 유기적으로 잘 맞물려 있고, 간결한 문체 속에 작가의 의도와 암시가 세심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르테에서 펴낸 『비곗덩어리』에는 단편의 특성과 모파상의 특징, 예술성을 두루 갖춘 단편들 중 11편의 걸작을 선별해 실었다. 모파상의 첫 작품이자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 「비곗덩어리」를 비롯해 전쟁에 휘말린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 절묘한 반전을 잘 보여 주는 「목걸이」, 죽음, 환각, 광기 등의 주제를 다룬 환상 문학까지 모파상의 작품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주요작들로 구성되어 있다.
비곗덩어리
두 친구
결투
29번 병상
피피 양
목걸이
행복
첫눈
온실
머리카락
오를라

해설
고통스러운 현실과 이야기의 매력 | 남승원(문학평론가)
작가 연보

-주민들은 어두운 방에 갇혀 마치 지진을 겪은 것처럼 겁을 먹고 있었다. (……) 방어하는 사람들을 마구 학살하고 몇몇 사람들은 포로로 잡으며 칼의 이름으로 약탈을 하고 대포 소리가 나면 신에게 감사하는 영광스러운 군대를 보노라면, 영원한 정의에 대한 믿음과 하늘이 지켜 주시고 인간에게 이성이 있다고 우리가 배운 믿음이 다 깨지는, 두려운 도리깨질을 보는 것만 같다. _「비곗덩어리」에서

- 산에서는 끊임없이 포탄 터지는 소리가 났다. 포탄에 맞아 프랑스의 집들이 부서지고, 수많은 목숨이 살상되고, 사람들이 짓밟히고, 많은 꿈과 기쁨과 행복이 산산조각 났다. 그래서 저기 먼 다른 나라의 아내와 딸과 어머니의 가슴속에도 결코 끝나지 않을 고통의 길이 열렸다. “이게 바로 삶이야.” 소바주 씨가 단언했다. “이게 바로 죽음이라고 말하지그래, 차라리.” _「두 친구」에서

-그녀는 칸으로 왔고, 태양을 알게 됐고, 바다를 사랑했고, 꽃 핀 오렌지 나무의 향기를 들이마셨다. 그러다가 봄이 되면 북쪽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녀는 병이 나으면 어쩌나, 노르망디의 긴 겨울을 어찌 보내나 하는 두려움을 여전히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몸이 좀 나아지면 바로 밤에 창문을 열어젖히고 지중해의 온화한 해변을 생각했다. _「첫눈」에서

- 사람들은 사랑 이야기를 했다. 이 오래된 주제를, 예전에 자주 이야기했던 것을 말하고 또 말했다. 석양이 가져다주는 부드러운 우울 때문에 사람들의 말이 느려졌고, 마음속에는 애틋함이 감돌았고, ‘사랑’이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왔다. 때로는 힘찬 남자의 음성으로, 때로는 음색이 가벼운 여자 목소리로 나왔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말이 작은 응접실을 가득 채워 새처럼 날아다니며 정령처럼 떠도는 것 같았다. _「행복」에서

-저기 저 세상엔 누가 살고 있을까? 어떤 형상, 어떤 생물, 어떤 짐승, 어떤 식물이 있을까? 저 멀리 우주에서 생각하는 존재들은 우리보다 뭘 더 많이 알고 있을까? 그들은 우리보다 뭘 더 많이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이 그들에겐 보일까? 어느 날인가는 노르만족이 바다를 건너 약한 민족을 복속시키려 했듯이, 별들 중 하나가 우주를 관통하여 이 땅에 나타나 지구를 정복하려 하지 않겠는가? _「오를라」에서

“모파상은 『레미제라블』 이후 가장 뛰어난 프랑스 소설을 쓴 작가다.”
- 톨스토이

인간의 본성과 삶의 편린들을 냉정하면서도 열정적으로 그려낸 이야기들

1869년 모파상은 노르망디를 떠나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 파리로 향했으나 이듬해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이 발발하자 학업을 중단하고 자원입대한다. 그로부터 1년 뒤 프랑스의 패배로 전쟁이 끝나자 파리로 돌아와 해군부에 취직한 뒤 글을 쓰기 시작한다. 치욕스럽고 끔찍했던 전쟁 경험은 모파상에게 깊은 흔적을 남겨 작품의 주요한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작품마다 전쟁에 대한 혐오와 작가의 비관주의가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에서는 「비곗덩어리」, 「두 친구」, 「결투」, 「29번 병상」, 「피피 양」 등 총 다섯 편이 이에 해당한다. 작중에는 군인, 귀족, 부르주아, 농민, 매춘부, 수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계급과 출신에 따라, 성격과 욕망에 따라, 사건과 갈등에 따라 변하는 행동과 감정선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모파상은 인물들의 생각과 감정을 감각적이고 세밀하게 묘사하기보다는 객관적인 관찰과 건조한 문체를 통해 드러내는데, 이런 특징은 전쟁의 무용함과 더불어 인간의 양면성과 위선, 어리석음 등을 부각한다. 그중 「비곗덩어리」는 인물들의 다양한 면면, 이야기를 극적으로 이끄는 갈등 설정, 시각적이고 청각적으로 생생하게 전달되는 풍경 묘사 등이 뛰어난 작품으로, 모파상의 문학 스승이었던 플로베르와 앙드레 지드, 에밀 졸라 등이 걸작이라고 격찬한 바 있다. 그 밖에 전시 중에 취미인 낚시를 하다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는 상황을 그린 「두 친구」, 한 열차 칸에서 마주친 승자와 패자와 관찰자의 역학 관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결투」, 여성들의 선망과 수훈의 영광을 누리며 우쭐해하는 대위가 연인의 매독 발병 소식을 듣고 비루한 본성을 내보이는 「29번 병상」, 잔악한 성정의 프로이센 소위가 점령지인 프랑스를 모욕하다 프랑스 매춘부에게 죽임을 당하는 「피피 양」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모파상은 인간의 내면을 신랄하게 폭로하고 차갑게 묘사한다.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유명한 대표작 「목걸이」 또한 인간의 허영을 통렬하게 풍자한 내용으로, 작가 특유의 냉소적이고 염세적인 경향을 볼 수 있지만 모파상의 모든 작품에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운 분위기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지위와 부를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 「행복」과 한 사건을 계기로 부부간의 애정을 되찾는 「온실」 등을 읽어 보면 평범하고도 순수한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모파상은 인간의 본성을 엄격할 정도로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특징 때문에 자연주의 작가로 분류되지만, 후기 작품들은 보면 환상과 공포를 다루는 소설을 여럿 발표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두 편의 환상 소설을 소개한다. 「오를라」는 일기를 쓰는 화자가 서서히 미지의 존재에게 생각과 행동을 조종당하다 결국 그 존재를 없애기 위해 자기 집에 불을 지르는 이야기이며, 「머리카락」은 오래된 가구에서 우연히 발견한 여인의 머리카락에 성애를 느끼게 된 남자의 이야기다. 정신 착란과 광기에 대한 이야기들은 종종 작가가 말년에 앓았던 신경 질환과 연관되기도 하지만 초자연적인 현상, 내면 심리, 무의식에 대한 모파상의 관심이 드러난 것들로 후대의 환상 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모파상은 자연주의 문학부터 환상 문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을 열정적으로 쏟아냈지만, 그의 문장에는 성기거나 허술한 면이 없다. 잔꾀나 기교 없는 문장들로 촘촘히 짜인 이야기를 읽다 보면 모파상의 작품이 갖는 불멸성에 대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작가정보

Guy de Maupassant

프랑스의 소설가로 1850년 노르망디에서 태어났다. 1869년 파리에서 법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으나 1870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 발발하자 학업을 중단하고 자원입대했다. 종전 후 해군성에서 일하면서 어머니의 지인인 플로베르에게 문학 수업을 받으며 글을 썼다. 플로베르에게 소개받은 에밀 졸라, 투르게네프, 알퐁스 도데 등의 문인들과 친교를 나눴다. 1880년 에밀 졸라를 비롯한 6명의 작가가 펴낸 단편집 『메당의 저녁』에 「비곗덩어리」를 발표했다. 이 첫 작품으로 문단의 극찬을 받으며 데뷔했다. 이후 10년간 「목걸이」, 「텔리에의 집」, 「두 친구」 등 300여 편의 단편과 『여자의 일생』, 『벨아미』 등 6편의 장편을 펴내며 프랑스의 대표적인 소설가로 자리매김했다. 신경 질환과 여러 질병을 앓다가 1892년 자살을 기도했으나 실패하고 정신병원에서 수용되었다. 이듬해인 1893년, 43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3대학교에서 불문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여러 출판사에서 기획 및 해외 저작권 부문을 맡아 일했고, 출판 기획 번역 네트워크 ‘사이에’를 만들어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파라다이스』, 『분노하라』,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고리오 영감』, 『알퐁스 도데』, 『보들레르와 고티에』, 『집구석들』, 『스스로를 아는 일』, 『소소한 사건들』, 『정신의 진보를 위하여』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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