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들
2024년 10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9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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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01289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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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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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를 꿈꾸는 상상 속에 녹아든 빈곤함. 진정 아름다운 소설” _롤랑 바르트
『사물들』은 스물을 갓 넘은 실비와 제롬이 사회에 진입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1960년대 프랑스 사회에 대한 사회학적 보고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시의 사회상을 압축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도시적 감수성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실비와 제롬은 우리 모두를 대신해 꿈꾸고 좌절한다. 이 소설은 페렉이 모든 욕망하는 인간에게 던지는 긴 물음으로, 6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현재적 감각으로 독자를 사로잡고 있다.
페렉의 데뷔작인 『사물들』은 프랑스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며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다. 출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책을 읽는 것이 하나의 유행으로 번지기 시작했을 정도였고, 결국 데뷔작으로 프랑스 4대 문학상의 하나인 르노도상을 수상한다.
2부 _119
에필로그 _152
작품 해설 _163
옮긴이의 말 _173
감사의 말
주
그들은 부자가 되고 싶었다. 자신들이 부자일 줄 안다고 믿었다. 그들은 부유한 사람들처럼 옷을 입고, 바라보고, 웃 을 줄 알았을 것이다. 그들은 요령과 그에 필요한 신중함도 가졌을 것이다. 자신의 부를 잊고 과시하지 않을 줄도 알았 을 것이다. 으스대지도 않았을 것이다. 풍요로움을 호흡했을 것이다. 그들의 즐거움은 강렬했을 것이다. 걷기를 좋아하고, 빈둥거리고, 고르며 음미하기를 즐겼을 것이다. 삶을 누렸을 것이다. 삶은 하나의 예술이었을 것이다. (21쪽)
이상하리만치 달콤하게 빠져드는 부푼 몽상과 달리 실제로 그들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객관적 필요와 재정 상태의 절충을 꾀한 어떤 이성적 계획도 끼어들지 못했다. 무한한 욕망만이 그들을 압도했다. (26쪽)
대부분의 동료들처럼 제롬과 실비도 선택이 아닌 필요에 의해 사회심리 조사원이 되었다. 제멋대로 흐르게 놔둔 시큰둥한 성향이 어디로 자신들을 이끌지 알지 못했다. 시간이 그들을 대신해 선택해주었다. 물론, 그들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무엇인가에 온전히 자신을 바치고 싶었을 것이다. 흔히 사람들이 천직이라 부르는 내부의 강력한 이끌림을 느끼며, 그들을 뒤흔들 만한 야망과 충만케 해줄 열정을 느끼며 자신을 쏟아붓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그들은 단 하나만을 알았다. 더 잘살고 싶다, 이 욕망이 그들을 소진했다. (33쪽)
그들은 지나치게 빨리 가고자 했다. 세상의 물건이란 물건은 모두 그들의 것이어야 했고, 소유의 기호들을 계속 늘려야 했다. 그들은 추구해야만 했다. 차츰 부자가 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부자였던 것처럼 살 수는 없었다. 그들은 안락한 가운데 미를 추구하며 살고 싶었다. 그들은 목청을 높이며 감탄하곤 했는데, 이것이 바로 부자가 아니라는 제일 확실한 증거였다. 몸에 배서 너무나 당연한 것, 몸의 행복에 따르기 마련인, 드러나지 않고 내재하는 진정한 즐거움이 그들에게는 부족했다. 그들의 즐거움은 머리로만 느끼는 것이었다. 그들이 사치라 부르는 것은 지나칠 정도로 돈을 전제한 것이었다. 그들은 부(富)의 기호에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들은 삶을 사랑하기에 앞서 부를 사랑했다. (28쪽)
그들의 삶은 마치 고요한 권태처럼 아주 길어진 습관 같았다. 아무것도 없지 않은 삶. (142쪽)
“현대사회에서 행복해지려면
전적으로 ‘모던’해져야 합니다.”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지만,
언제나 빈곤감에 시달리는 오늘 우리들의 이야기
『사물들』은 사회학적 보고서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사회상을 압축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도시적 감수성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해낸 수작이다. 작품은 표면상 주인공들이 갈망하는 물건들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우리가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는 행복에 대한 긴 담론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사회인 현대 소비사회는 과거에는 왕들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풍요로움을 보통 사람들에게 안겨주었다. 하지만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으나 결코 손에 닿지 않는 것들에 대한 욕망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고통도 따라왔다. 페렉은 스물을 갓 넘은 실비와 제롬이 학생 신분을 벗어나 사회에 진입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현대인이 시달리는 상대적 빈곤감을 날카로운 필치로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행복하기를
멈출 수 없게 되어버렸다”
실비와 제롬은 우리 모두를 대신해 꿈꾸고 좌절한다. 무작정 떠났다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오는 그들의 위험한 모험은 가진 것이라고는 젊음밖에 없는 자들의 무모함이다. 작품의 1장을 가득 채운 조건법이 허용한 모든 종류의 소소한 욕망은 2장부터 이어지는 직설법의 단단함 앞에 여지없이 허물어지고 만다.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전혀 드러내지 않는 중에 대화마저 배제한 묘사는 자칫 지루하지 않을까 싶지만 꼭 알맞은 거리에서 가장 적확한 단어로 채워나간 장들은 강렬한 힘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기에 독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헐거운 듯하면서도 치밀한 이야기의 플롯을 좇다보면 이 소설은 결국 페렉이 자신에게 그리고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욕망하는 인간에게 던지는 긴 물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우리는 행복하기를 멈출 수 없게 되어버렸는가?”
사회의 구조와 일상을 기술한
한 세대의 기록자
“페렉은 그 누구와도 닮지 않은, 가장 독특한 문학적 개성을 지닌 작가이다.”
_이탈로 칼비노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조르주 페렉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둠과 동시에 그해 1965년 르노도상을 받음으로써 모두에게 스물아홉의 신인 작가를 각인시켰다. 페렉은 클래식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지극히 현대적이며, 소설적 재미를 잃지 않는 감각적인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페렉이 사회학도였다는 사실 때문에 그의 작품에 ‘사회학적 소설’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곤 하지만 페렉은 사회 비판적, 분석적인 작가라기보다 사회의 하부구조와 일상을 성실하게 기술한 자기 시대의 기록자였다.
‘비슷한 작품을 두 번 다시 쓰지 않는다’는 작가의 다짐대로 페렉은 길지 않은 생애 동안 자신의 과거를 반추하며 동시에 자아와 세계의 관계를 새로운 언어 형식으로 남기고자 노력했다. 길지 않은 생애 동안 40여 편의 작품을 남기며 독자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페렉은 오늘날 프랑스 문학의 실험 정신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작가정보
(Georges Perec)
20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비평가, 영화제작자이다. 1936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1920년대에 프랑스로 이주한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아버지가 1940년 전사한 데 이어 어머니는 1943년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끌려가 목숨을 잃었다. 페렉은 고모에게 입양되어 자랐다.
1954년 소르본대학교에 입학해 역사와 사회학을 공부했지만 중도에 그만두었다. 대학 재학 시절 문학 잡지에 기사와 비평을 기고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1959년 군복무를 마친 뒤 파리에 있는 국립과학연구소 신경생리학 자료조사원으로 일하며 꾸준히 글을 썼다.
1965년 발표된 데뷔작 『사물들』은 출간 즉시 큰 성공을 거두며 같은 해 르노도상을 받았다. 1967년 페렉은 당시 전위 문학의 첨단에 섰던 실험 문학 그룹 울리포에 가입한다. 형식의 제약이 예술적 상상력을 자극하여 풍요로운 작품을 낳게 한다고 주장하는 울리포의 실험 정신은 페렉의 작품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후 페렉은 작품마다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를 시도한다. 모음 e가 없는 단어로만 쓴 소설 『실종』(1969)이 대표적이다. 특히 1978년 메디치상을 수상한 『인생사용법』은 퍼즐을 둘러싼 인간의 승부와 지혜, 모략 등을 치밀하게 그려낸 걸작으로 손꼽힌다. 이 작품을 계기로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서지만, 1982년 45세의 이른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잠자는 남자』(1967), 『공간의 종류들』(1974), 『W 또는 유년의 기억』(1975), 『나는 기억한다』(1978), 『어느 미술애호가의 방』(1979)을 비롯해 사후에 출간된 『생각하기/분류하기』(1985), 『겨울 여행』(1993) 등 40여 편의 작품을 남기며 독자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페렉은 오늘날 프랑스 문학의 실험 정신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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