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괴이
2024년 10월 17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1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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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94330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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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영감, 조영주 … 009
그날 밤 나는, 박상민 … 061
도적들의 십자가, 전건우 … 115
십자가의 길, 주원규 … 189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김세화 … 231
파츠, 차무진 … 285
이러는 사이에도 ‘무진 십자가 사건 앤솔러지’의 마감일은 다가오고 있었다. 편집자 A는 마감을 늦춰주었다. 천천히 쓰라고, 출간이 좀 늦어져도 상관없다고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장본인이다. 그런데 나 때문에 늦어지면 어쩌자는 건가?
41p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가 왜 우리의 계획에 고분고분하게 응했는지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그런 개인적인 비극을 혼자 힘으로 감당해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스스로 예수와 같은 고통 속에서 죽어가며 세상 모든 이를 구원하는 데서 생의 의미를 찾으려 했을지 모른다. 물론 그가 숨긴 사연을 일찌감치 알았다고 해도 결과가 바뀌지는 않았을 거다. 우리가 진행할 프로젝트를 가로막기에 동정이나 연민이라는 감정은 하등 쓸모없었으니 말이다.
102p
그것은…… 나를 알고 있었다.
단순히 내 이름과 사는 곳을 아는 정도가 아니었다. 내 삶 전체를 관통해 모든 것, 약점이나 강점, 밝은 면이나 어두운 면까지 속속들이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것은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기나긴 세월 동안 나를 내려다본 것만 같았다. 피부가 벗겨지고, 근육이 갈라지고, 뼈가 으스러지고, 마침내 내 안의 모든 것이 피를 뚝뚝 흘리며 드러나 보이는 기분이었다.
나는 더 버티지 못했다.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온몸에 힘이 빠진다고 느낀 순간, 나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138p
사실 규는 인터넷 커뮤니티 AP가 정확히 무엇을 목표로 움직이는 단체인지 알지 못했고, 관련해서 커뮤니티 측에서는 단 한 번도 명료한 활동 사항이나 목표를 제시하거나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규는 바로 그 점에 주목했다. 굳이, 분명하고 명료한 활동 사항을 의무적으로 해야만 하는 규칙이 있다면 그 규칙은 오히려 순수하지 못한 거라고 규는 확신했다. AP의 진짜 목적을 전혀 모른 채, 일부러 알고 싶지 않은 그 상태에서 규칙을 따르는 것만이 규는 뛰는 심장, 태어날 때부터 품어왔던 죄의식의 결정적 상쇄를 일으키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으며, 규는 그것이 바로 감히 십자가의 길이라 명명해야 한다고 믿었다.
207p
“사건기자는 아니잖소. 봐요. 경주 십자가 사건은 무진 십자가 사건과 패턴이 똑같소. 큰 십자가 한 개와 작은 십자가 두 개를 세우고, 발판 위에 서서 망치로 자기 발에 못을 박고, 준비된 끈으로 십자가에 허리를 묶고, 목과 한쪽 어깨도 묶고, 작은 십자가에 달아놓은 거울을 보며 오른손으로 칼을 잡아 우측 옆구리를 찌르고, 양손을 수동 드릴로 구멍 내고, 한 손을 십자가 날개에 묶어놓은 끈 안으로 통과시켜서 미리 박은 대못에 손바닥을 끼우고, 나머지 손은 반대쪽에 끼우고, 출혈로 혼수상태가 되고, 몸이 앞쪽으로 구부러지고, 목이 조이고, 질식하고……. 국과수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잖소. 주변에 연장들과 설계도가 있었고, 자살 동기는 대충 나왔고, 타살 흔적은 없었으니 말이오. 그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사람 죽이는 거 봤소?”
245~246p
중위는 한참 만에 단망경을 내렸다.
중위는 턱을 만지며 잠시 생각했다. 십자가 주인공이 더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그것은 단망경으로 보았을 때 그런 것이었고 가까이 가보면 양상이 다를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심한 중위는 통문 열쇠로 외문을 열고 철책 밖으로 나왔다.
경사로를 타고 비스듬히 내려온 중위는 곧장 십자가 쪽으로 가지 않고 해안포 벙커 앞에 멈춰 섰다.
302p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남자,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작가들
여섯 소설가의 목소리로 해석한 ‘십자가 사건’의 비밀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이른바 ‘십자가 사건’. 지금까지도 사건의 진실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 괴이함에 사로잡힌 조영주 작가가 자신을 포함 총 여섯 명의 작가를 결성해 ‘십자가’를 키워드로 한 미스터리 앤솔러지 《십자가의 괴이》를 펴냈다. 조영주, 박상민, 전건우, 주원규, 김세화, 차무진 여섯 작가는 ‘누군가가 스스로 십자가에 걸어 올라가 생을 마감했다’라는 사건을 설명하는 짤막한 한 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머릿속에 떠오른 상상을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냈다. 십자가 사건의 배후에는 무엇이 있는가. 작가들은 그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 각자의 이야기를 길어 올린다.
〈영감〉, 조영주
다른 작가들과 함께 ‘십자가 사건’에 관한 앤솔러지를 준비하던 나. 하지만 영감이 찾아오지 않아 늘 찾던 카페의 사장을 만나보기로 한다.
〈그날 밤 나는〉, 박상민
석 달 전 딸을 잃은 나에게, 어느 날 의문의 초대장이 날아온다. 단순한 장난이라고 생각하던 편지가 계속 이어지자 결국 초대에 응하기로 마음먹는다.
〈도적들의 십자가〉, 전건우
십자가 사건을 조사하며 차기작을 준비하던 J 작가. 어느 날 그가 모습을 감추고 그의 흔적을 쫓던 K 편집자는 나날이 끔찍한 악몽에 시달린다.
〈십자가의 길〉, 주원규
보육원에서의 학대, 사람들의 차별 등 자신에게 가해진 잔인함들이 죄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규. 그는 삶의 갈림길에서 아홉 살 소년 ‘안’을 만난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김세화
또 하나의 십자가 시신이 발견되고, 경찰은 앞선 사건과 마찬가지로 자살로 결론짓는다. 두 사건을 취재한 김 기자는 제3의 예고된 죽음을 추적한다.
〈파츠〉, 차무진
사람이 다니지 않는 전방. 십자가를 세우고 스스로 몸을 묶은 후 고통에 몸부림치며 기괴한 죽음을 맞이하는 한 해병. 멀리서 한 장교가 그 행위를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작가정보
경기도 평택에 산다. 사는 곳, 가는 곳,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모아 글로 쓴다. 세계문학상, KBS김승옥문학상 신인상,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뜻이 맞는 작가들과 함께 책 내기를 좋아한다. 앤솔러지 《당신의 떡볶이로부터》 《환상의 책방 골목》 《코스트 베니핏》 등을 기획 및 출간하였으며, 이 중 《환상의 책방 골목》은 러시아, 인도네시아, 터키 등 3개국에 수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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