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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취미생활

SEOMIAE COLLECTION 2
서미애 지음
엘릭시르

2024년 09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9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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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4.76MB)
ISBN 9791141607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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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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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한 ‘한국 미스터리 소설의 대가’로 이름을 알린 서미애 작가의 발표된 모든 단편을 모은 작품집이 드디어 출간된다. 대학로에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끈 데뷔작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이나, 영화로 만들어져 부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된 「그녀의 취미생활」 등의 작품은 그저 제목으로만 떠돌 뿐, 정리된 지면으로 만나볼 기회가 도통 없었다. 초기 걸작으로 꼽히는 「살인 협주곡」과 서미애 소설 세계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받는 단편 「목련이 피었다」도 마찬가지다.
엘릭시르에서는 서미애 작가 데뷔 30주년을 맞아 그 작품 세계를 온전히 톺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간 여러 단편집에 실려 흩어지거나, 인터넷 사이트에서만 만나볼 수 있던 작품들을 모두 모아 30년간의 흔적을 조금씩 덜어내되, 작품이 가진 원래의 분위기는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한 편집 과정을 거쳐 ‘서미애 컬렉션’이라는 타이틀로 묶었다. 일본과 영미권 미스터리에 비해 그 진가가 가려졌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이야기인, 서미애 작가의 작품들을 이 컬렉션을 통해 다시 만나 보시기 바란다.
냄새 없애는 방법
정글 속에는 악마가 산다
목련이 피었다
유빙의 시간
돌아와, 그레텔
별의 궤적
그녀의 취미생활
장미정원의 가족사진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그래도 해피엔딩
죽일 생각은 없었어
나의 여자친구

수록 작품 발표 지면

유정은 은우가 가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차 선생의 이기심에 분노가 일었다.
“그래도 목련꽃을 따서 차를 마셨나요? 그 차를 마시기가 두렵지 않던가요?”
“……”
“해마다 목련이 피었죠. 그때마다 은우를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 전 당신을 생각할 거예요. 당신이 저지른 일을 생각할 거예요.”
유경은 대답은 듣지 않고 차 선생을 남겨놓은 채 다시 산 위로 향했다. 등뒤에서는 아무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높지 않은 곳이라 곧 능선에 도착했다.
산 위에 올라서자 비로소 산 너머에 뭐가 있는지 보였다.
아파트 단지와 상가, 도로들이 지평선을 따라 펼쳐져 있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보는 풍경에는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건물들뿐이었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온기와 숨결과 웃음은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취미생활』, 「목련이 피었다」 중에서

이곳은 지루한 곳이다. 나 같은 젊은 여자에게는.
시간은 끔찍할 만큼 느리게 흘러가고 자외선에 늘어난 기미와 주름으로 열 살은 더 늙어 보인다. 서른두 살. 도시에서는 젊다는 말을 꺼내기가 민망할 수도 있는 나이지만 이곳에서는 젖도 안 뗀 어린애 취급이다. 마을회관에서는 잠시도 엉덩이를 붙이고 있으면 안 되는 대기조다. 부녀회장의 말대로 “오십대는 소녀, 육십대는 아가씨, 칠십대는 주부 9단, 팔십대는 어머니”인 세상이다. 그래서 나나 또래들은 마을회관에 가는 것을 꺼린다. 심부름이 싫어서는 아니다. 그보다는 오로지 수다가 유일한 소일거리인 그네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 때문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명절 때만 되면 듣는다는 친척들의 인사말과 잔소리를 이곳에서는 매일 듣는다. 오지랖 넓은 이웃사촌들은 어제 본 얼굴인데도 오늘 다시 만나면 같은 얘기를 반복한다.
“젊은 나이에 촌구석에 처박혀서 제대로 일도 안 하고 어쩌려고 그러냐?” “얼른 좋은 사람 만나야지, 한 번 실패한 건 일도 아니다.” “노후를 생각하면 자식이라도 하나 있어야지.”
-『그녀의 취미생활』, 「그녀의 취미생활」 중에서

선우는 지석의 귓가에 대고 작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는 날 안 보는 게 좋을 거야. 나는 죽는 쪽보다…… 죽이는 쪽을 선택할 거거든.”
선우는 지석의 턱을 겨누던 칼로 지석의 손과 몸에 묶여 있던 끈을 풀었다. 지석이 주섬주섬 백팩을 주워들었다. 선우는 영경의 겉으로 다가가 가만히 손을 잡았다.
선우와 영경은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방을 나가는 지석의 뒷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마지막까지 졸렬하고 흉한 몰골이었다.
-『그녀의 취미생활』, 「그래도 해피엔딩」 중에서

독성이 있어서 심었다고요? 초등학교 4학년밖에 되지 않은 나의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위험물은 해골 표시를 해서 어디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하거나, 불태워 없애거나, 묻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할머니는 나의 의아한 표정을 읽었는지 미소를 답을 해주었다.
“독성이 있어서 방충해가 된단다. 벌레가 무서워서 이 근처에는 오지 않지. 독버섯이 왜 화려한 색인지 알아? 나 건드리지 마시오, 라는 뜻이야. 눈에 띄게 조심하라고 경고를 하는 거지.”
할머니는 화초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취미생활』, 「죽일 생각은 없었어」 중에서

“서미애라는 이름만으로 충분하다.” - 표창원(프로파일러)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서미애가 30년간 쌓아올린
한국 미스터리 소설의 모든 것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대한 선명하고 확실한 응답.” - 박인성(문학평론가)

‘한국 미스터리의 역사가 아닌 현재’라는 박인성 평론가의 말처럼, 서미애 작가는 데뷔 30년을 넘긴 지금도 왕성하게 집필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작가가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2010년대는 일본 미스터리가 주류로 올라서며 독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던 시기다. 게다가 판타지나 로맨스 같은 다른 장르에 비해 한국의 미스터리 스릴러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던 때. 불모지와도 같던 국내 미스터리 시장에 작가는 『잘 자요, 엄마』를 내놓았고, 국내는 물론 해외 독자들까지도 사로잡는다. 충격적인 반전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결말, 한국 사회의 병폐까지 고스란히 담아낸 미스터리 스릴러가 일으킨 파급력은 상당했다. 전 세계 16개국에 수출되며 K-미스터리의 저력을 알린 것이다. 이후 발표한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과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모두 국내외 독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작가는 독보적인 한국 미스터리의 대가로 올라섰다. 어느덧 데뷔 30주년, 서미애 작가의 전작을 깊게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여럿 있었지만 끝내 성사되지는 못했었다. 이번에 출간된 ‘서미애 컬렉션’은 날선 에너지로 가득한 초기작과 사회 문제에 깊이 천착한 후기작을 모두 묶어냈다. ‘작가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는 마음가짐 아래, 꾸준한 장르적 확장과 자기 갱신을 병행하며 이어온 서미애의 소설 세계를, 이번 컬렉션을 통해 새롭게 접해보시길 권한다.

안온한 일상을 꿰뚫는 선연한 욕망
한국 미스터리 계보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
서미애 작가 데뷔 30주년 기념 걸작 단편선

“다시는 날 안 보는 게 좋을 거야. 나는 죽는 쪽보다…… 죽이는 쪽을 선택할 거거든.”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 발표된 서미애 작가의 초기작이 여성에게 덧씌워진 ‘희생적인’ 이미지를 기꺼이 뒤집는 데서 장르적 변형을 꾀했다면, 2010년대 발표된 작품은 안전하다 여겨졌던 친밀한 공간과 관계 너머의 이면을 보여주며 희생자가 아닌 ‘연대하는 동료’로서의 여성들을 그려낸다. 특히 표제작인 「그녀의 취미생활」에서 그 특징이 더욱 두드러지는데, 사회 구조에 묶여 약자로 고정되었던 여성들은 익숙한 관계를 벗어나 연대를 이루고 나서야 다시 삶의 주체성을 되찾는다. 이후 작가의 관심사는 안온한 일상에서 벗어나 더 넓은 범주의 사회 문제로 확대된다. 학교 폭력의 실태를 다룬 「목련이 피었다」, 인터넷 방송의 이면을 다룬 「정글에는 악마가 산다」, 간병 문제를 다룬 「장미정원의 가족사진」 등은 작가가 미스터리 장르의 테크닉만 뛰어난 게 아니라, 사회를 바라보는 눈까지 거장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한국 미스터리의 역사이자 미래, 서미애 컬렉션

SEOMIAE COLLECTION 1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서미애 작가의 초기 단편을 수록한 소설집. 1994년부터 2006년까지 발표된 작품이 두루 실렸으며, 데뷔작인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프랑스와 수출 계약이 성사된 「살인 협주곡」, 유오성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진 「반가운 살인자」 등이 대표작이다.

SEOMIAE COLLECTION 2 『그녀의 취미생활』
2010년 단편부터, 최근 발표된 작품까지 실린 소설집. 영화로 만들어진 「그녀의 취미생활」과 2011년 올해의 추리소설로 꼽힌 「목련이 피었다」가 수록되었다.

SEOMIAE COLLECTION 3 『까마귀 장례식』
서미애 작가의 중편을 묶은 소설집. 2006년에 발표된 「누군가 죽는 이유」, 2021년에 발표된 「까마귀 장례식」과 「이렇게 자상한 복수」가 실렸다.

작가정보

저자(글) 서미애

친구보다 책을 더 좋아했던 청소년기를 지내며 결국 글쓰기를 평생 직업으로 삼았다. 대학 시절 스무 살의 나이로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작가의 길로 들어섰고, 졸업과 동시에 방송 일을 시작했다.
서른이 되면서 드라마와 추리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해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이라는 다소 과격한 제목의 소설로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었다. 그뒤 30년 가까이 드라마와 추리소설,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를 넘나들며 미스터리 스릴러 전문 작가로 자리를 잡았다. 홈스보다는 미스 마플을 좋아하고, 트릭보다는 범죄 심리에 더 관심이 간다. 이런 취향은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표작으로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잘 자요, 엄마』 『모든 비밀에는 이름이 있다』 등 장편소설과 『반가운 살인자』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별의 궤적』 등 소설집이 있다. 장편소설 『인형의 정원』으로 2009년 대한민국 추리문학대상을 수상했고, 「반가운 살인자」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그녀의 취미생활」 등 여러 작품이 드라마와 영화, 연극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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