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피
2024년 10월 28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1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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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7061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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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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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상징하는 섬뜩함, 설명할 수 없는
생동감과 활력이 포진한 살인과 복수에 관한 이야기” _주원규 소설가(심사평 중에서)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최우수상 수상작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첫 단편소설 「돼지」가 공모전 최종심에 오른 것이 이후로도 글을 쓸 동력이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 단편의 앞부분을 변주하여 장편으로 발전시킨 것이 『돼지의 피』로,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담긴 덕분에 작품은 이미지가 눈앞에서 생동하는 듯한 활력과 작가가 지향하는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를 구현한 진정성을 품고 있다. 가슴 뛰는 서스펜스 스릴러의 재미를 유감없이 선보인, 소설을 쓴 첫 순간부터 작가가 품어온 이야기가 마침내 완성된 이 역작은 이제 작가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2부
3부
에필로그
작가의 말
진흙 속의 어깨가 빠져나오면서 익숙한 감촉이 왼손의 손바닥을 훑고 지나갔다. 준우의 눈동자는 자신의 왼손으로 향했다. 돼지 사체가 아니었다. 사람의 손이 있었다. 자신의 손은 악수가 끝난 것처럼 다른 손과 멀어지고 있었다. 아버지가 준우의 멱살을 쥐고 눈앞으로 끌어당겼다. 아버지를 보는 준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죽어야 끝난다.” _32쪽
준우는 손을 바닥에 짚고 천천히 일어나 방을 한 바퀴 휘둘러보았다. 안치호의 발밑에 놓여 있는 검은 봉지가 보였다. 그 위로 얼굴을 갖다 댔더니 익숙한 공기가 코를 찔렀다. 피 냄새. 입구를 들췄다. 그 안에는 발목이 들어 있었다. 안치호의 발. 절단면은 커다란 펜치로 끊은 것처럼 간결했다.
다시금 머리가 복잡해졌다. 다만 한 가지는 단정할 수 있었다. 이 장면을 경찰이 본다면 현행범으로 체포될 사람은 분명 준우 자신이었다. 살인 현장인 이 집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된다. _61~62쪽
“짧은 시간에 많은 시신이 나오긴 했지만, 범인이 한 명은 아닐 거야. 일단 다섯 구의 시신과 안치호의 발목은 공통점이 없어. 시신의 나이, 성별 다 다르기도 하고……. 시신의 절단면도 달라. 안치호를 죽인 범인은 아라뱃길에 시신을 유기한 범인하고는 다른 사람인 듯해. 일부러 헷갈리길 바라고 버렸겠지. 수사를 맡은 북인천경찰도 같은 생각일 거야.”
준서의 추리는 준우가 움찔할 정도로 예리했다._93쪽
“왜 제가 안치호를 죽이지 않았다고 생각하시지요? 제가 안치호를 죽이고 18일보다 더 이전에 발목을 잘라서 버렸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준우는 순간적으로 쏟아낸 자신의 말에 스스로 놀랐다.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것을 자책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준우의 질문을 등으로 받은 박한서는 기다렸다는 듯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조금 전처럼 미소를 지었다. 진짜 미소.
“발목을 굳이 계곡에 갖다 버릴 필요가 있을까요? 여기 화로가 이렇게 있는데. 그렇다면 살인자 입장에서는 정말 쓸데없는 짓을 수고스럽게 한 거지요.”_101~102쪽
핏줄을 타고 이어지는 업의 멍에
죽이고, 없애는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준우는 어느 날, 아버지가 토막 난 돼지들과 함께 사람을 묻는 꿈을 꾼다. 불길한 꿈에서 깬 준우는 오늘이 12년 전 엄마를 죽인 살인범 안치호의 출소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차를 몰고 교도소로 향한 준우는 출소한 안치호와 대치 중인 누나 준서를 보게 된다. 엄마가 살해당한 후 경찰이 된 누나는 안치호를 향해 죽은 듯 조용히 살라고 경고하지만 안치호는 비웃을 뿐이다. 증오에 사로잡힌 준우는 준비 끝에 그의 집을 습격하지만 반격당해 정신을 잃고 만다. 깨어나 보니 눈앞에 안치호의 시체와 잘린 발목이 있고, ‘잡혀 들어가기 싫으면 시체 치우기’라는 준우가 설정한 적 없는 알람 메시지가 핸드폰에 뜬다.
시키는 대로 시체는 처리했지만, 자기를 살려준 살인자의 의도를 알고 싶었던 준우는 그의 주의를 끌기로 한다. 절단된 시체가 연이어 발견되는 ‘아라뱃길 연쇄살인사건’의 추가 범행으로 위장해 안치호의 발목을 아라뱃길에 유기한 것이다. 얼마 뒤, 연쇄살인사건의 담당 형사 박한서가 안치호 살인사건 용의자 중 한 명인 준우를 찾아와 말한다. 준우가 살인자라면 안치호의 발목을 아라뱃길에 버리는 쓸데없는 짓을 했을 리 없으니 범인이 아니라고. 하지만 ‘쓸데없는 짓’을 했다 질책하는 듯한 그의 고압적인 태도에 준우는 박한서가 혹시 안치호를 죽인 ‘진짜 살인자’가 아닐까 의심한다. 그리고 그 의심은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되어 준우의 삶을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폭발적인 전개에 숨겨진 교묘한 이중 트릭
압도적인 긴장감의 서스펜스 스릴러
『돼지의 피』는 ‘살인자의 기질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전면에 내세운 서스펜스 스릴러로, 장르 특유의 묵직하고 예리한, 벼린 날붙이 같은 분위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도입부부터 독자는 준우가 아버지와 함께 병든 돼지를 암매장하는 강렬한 이미지를 접하게 된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둡고 외진 곳의 흙을 파, 살과 뼈가 썩기 쉽도록 토막 낸 돼지를 매장한 기억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준우의 내면은 섬뜩한 불안정함을 숨기고 있다. 그로 인해 형성된 안개 같은 불안의 공기는 작품 전반을 지배하고, 그 고유의 분위기는 단숨에 독자를 소설의 세계에 끌고 들어간다.
또한 ‘진짜 살인자’의 정체를 둘러싼-알고도 속을 수밖에 없고, 한번 의심한 것들을 다시금 의심하게 만드는 교묘한-이중 트릭은 속도감 있는 문체와 마치 영화처럼 등장인물들의 시점에 따라 짧은 장면을 오가는 연출과 결합해 빛을 발한다. 독자는 다음 장면이 궁금해 쫓기듯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으면서도 어떤 순간에는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지금 이해하고 있는 사실이 진실인지에 대한 의심으로.
압도적인 긴장감과 교묘한 트릭, 폭발적인 전개로 무장한 작품 『돼지의 피』는 거침없이 휘몰아치는 본격 스릴러를 즐기고 싶은 독자에게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드러나는 ‘진짜 살인자’에 대한 뒤틀린 진상을 좇으며 스릴러 특유의 카타르시스를 만끽해 보자.
■ 내용 소개
“어떤 일은 죽어야 끝난다.”
돼지 농장을 운영한 아버지의 손에 자란 ‘준우’는 어느 날, 한 번도 꾼 적 없는 돼지꿈을 꾼다. 아버지가 토막 난 돼지들과 함께 사람을 묻는 꿈. 그날은 12년 전 엄마를 죽인 살인범 ‘안치호’의 출소일이다. 준우는 복수심에 안치호를 습격하지만, 반격당해 정신을 잃는다. 깨어나 보니 안치호는 발목이 잘린 채 죽어 있고, 그 시체를 없애라는 협박 메시지를 받은 상황. 준우는 자신이 운영하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의 소각로에 시체를 불태우지만, 발목은 따로 보관한다. 살인자의 정체를 밝힐 덫을 놓기 위해.
작가정보
저자(글) 나연만
작가의 말
만약 내가 준우와 비슷한 성격이었다면 이 소설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난 소설을 쓸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았던 까닭이다.
운명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존재 이유는 깨지기 위해서일 것이다. 주어진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서려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한다.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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