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처럼 연출하다
2024년 10월 03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9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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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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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를 고요하게 만드는 어쿠스틱 기타 소리,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스트로크 전주가 흘러나오자 객석에 앉은 오백여 명의 청중이 일제히 숨을 들이켰다. 이어 흘러나오는 익숙한 목소리. “어둠 속에 네 모습 보다가.” 십여 년 전, 가수 이소라가 부른 보아의 「No.1」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가수가 다른 가수의 노래를 자기 스타일로 편곡해서 부르는 형식의 방송을 흔히 볼 수 있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이라 할 만한 새로운 시도였다. 최고 실력의 대중 가수들을 한자리에 모아 어디서도 들은 적 없는 스타일로 기존 노래를 불러 대결하는 서바이벌 방식을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도한 사람, 이 방송이 세상에 나오도록 기획한 저자가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때론 숨차게, 때론 고요하게 읊조리는 그의 일화를 따라가다 보면 방송과 인생이 같은 궤도에 오른 열차처럼 끈끈하게 이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1부 설렘
# 호랑이가 호랑이인 데는 이유가 있다
# 어쨌든, 나는 나의 길을 간다
# 수용자 중심이라는 것
# 모든 콘텐츠는 삶과 무관하지 않다
2부 희망
#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 인내하지 않는 성공은 없다
# 칭찬이라는 신드롬
# 진짜 대통령이 출연했다
# 나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다닌다
# 주저하는 호랑이는 찌르는 벌보다 못하다
# 삶의 이유, 가족
# 아이들에게서 꿈을 빼앗지 마라!
3부 운명
# 나는 나를 믿는다
# 결국, 사람이 전부다
# 일하는 시간이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을까?
# 중국,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 큰일은 인연이 있어야 이루어진다
4부 인생
# 이것이 중국이다
# 푸른 불꽃과 쌀집
# 다 괜찮다, 세상은 먹고 살게 되어 있다
# 억지로 하지 마라, 그래서 되는 게 아냐!
** 에필로그
사실 ‘쌀집 아저씨’라는 별명은 내 외모가 ‘동네 쌀집 배달 아저씨’처럼 푸근하게 생겼다고 코미디언들이 붙여준 별명이었는데, 이경실이 방송에서 외치니 색달랐다. 더군다나 PD는 권위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던 시절에 동네 아저씨 같은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가니 더 좋았다.
- 21쪽
어쨌든, TV 모니터가 내 뮤직비디오로 채워지는 기적 같은 일을 경험하며 PD가 대단한 직업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3분 30초 동안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내가 만든 화면을 보고 있다니!
- 35쪽
메모는 사소한 것들에 생각을 분산시키지 않고 핵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생각의 선택과 집중’을 가장 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메모이다. 확언컨대, 메모 잘하는 사람은 일도 잘한다.
- 53쪽
연예인들은 나와 녹화만 하면 기가 살았다. 내가 웃으면 신이 나서 더 웃겼다. 자기 개그가 재미있다는 것을 담당 PD가 웃음으로 확인시켜주니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유재석도 그랬고 신동엽, 김용만도 그랬다.
- 61쪽
녹화가 재개된 지 10분이나 지났을까? 이경규도 그랬고, 나도 그랬다. 저 멀리서 조그만 경차가 나타나자 묘한 느낌이 들었다. 멈출 것 같은 예감. 이경규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저기 경차가 오고 있습니다. 설 것 같습니다. 설 것 같습니다!”
- 88쪽
울보 경찰. 106번째 칭찬 주인공은 한 파출소 경장이었다. 정작 자신은 돈이 없어 신혼여행도 못 간 사람이, 빈 병을 주워 불우이웃을 돕는 경찰이었다.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촬영 내내 노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고, 다시 울고 닦고를 되풀이했다. 화면 속 거구가 울면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밤새 편집하면서 나도 울보가 됐다.
- 105쪽
아무리 무거운 주제라도 우리의 손을 거치면 경쾌한 방송으로 변했다. 물론 의미도 놓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느낌표〉는 실제로 ‘밝게, 재밌게, 진지하게!’ 만들어졌고,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 151쪽
가수란 무엇일까? 처음부터 차근차근 생각하기로 했다. 가수란 노래하는 사람이다. 아니,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진짜 가수다. 그 진짜 가수가 진심으로 부르는 노래, 진짜 노래를 들려준다면 모두가 감동할 것이다.
- 157쪽
〈나가수〉는 여전히 최고였다. 일곱 명의 가수가 최선을 다한 일곱 개의 무대는 대한민국을 사로잡았다. 임재범을 비롯하여 박정현, 김범수 등 스타들이 줄줄이 탄생했다.
- 177쪽
무엇이든지 돈으로 가치를 매기는 중국에서 나는 나에게 값어치가 매겨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중국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 189쪽
사실 ‘쌀집 아저씨’라는 별명은 내 외모가 ‘동네 쌀집 배달 아저씨’처럼 푸근하게 생겼다고 코미디언들이 붙여준 별명이었는데, 이경실이 방송에서 외치니 색달랐다. 더군다나 PD는 권위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던 시절에 동네 아저씨 같은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가니 더 좋았다.
- 「쌀집 아저씨의 탄생」에서
1부 〈설렘〉은 저자가 MBC에 입사해 조연출로 방송계에 발을 디딘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35년 전 호기롭게 요리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며 면접에 합격한 뒤 김완선의 뮤직비디오를 찍게 된 사연, 쟁쟁한 선배들과 일하며 인정받고자 하던 시절의 에피소드, 일본 후지 TV에서 깨달은 것 등 사회초년생이자 신입 PD로서 충실하게 지내던 시절의 일화를 풀어놓는다.
메모는 사소한 것들에 생각을 분산시키지 않고 핵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생각의 선택과 집중’을 가장 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메모이다. 확언컨대, 메모 잘하는 사람은 일도 잘한다.
- 「기억력이 좋아지는 법」에서
2부 〈희망〉과 3부 〈운명〉에서는 그를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예능 PD로 이끈 〈일밤〉의 성공적인 코너와 그 일화를 소개한다. ‘이경규가 간다’에서 이른 새벽 무작정 김대중 총대의 집으로 가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한밤중 차도에서 신호등을 지킨 운전자에게 ‘양심 냉장고’를 주며 국내 최초 ‘공익적 예능’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를 시작으로 릴레이 칭찬 캠페인 〈칭찬합시다!〉, 독서 문화를 새롭게 이룩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이주 노동자들의 가족 상봉을 도운 ‘아시아! 아시아!’, 0교시에 등교하는 청소년들에게 아침밥을 주는 ‘얘들아! 아침밥 먹자!’ 등 시대를 대표하는 참신하고 열정적인 공익 예능의 일화를 거침없이 보여준다.
아무리 무거운 주제라도 우리의 손을 거치면 경쾌한 방송으로 변했다. 물론 의미도 놓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느낌표〉는 실제로 ‘밝게, 재밌게, 진지하게!’ 만들어졌고,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 「핵심은, 모두가 한 방향으로 갈 수 있게!」에서
밝게, 재밌게, 그리고 진지하게!
의미가 있어야 재미도 있는 법
시청자들의 마음에 느낌표를 찍는 영원한 예능 PD의 숨겨진 이야기
저자는 사람들의 선의와 집단의 힘을 믿는 휴머니스트이기도 하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들은 재미뿐 아니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산물들이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칭찬 주인공의 사례를 편집하며 세상을 알아갔다는 저자는 방송을 통해 인간이 왜 아름다운지 느끼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이 하는 일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축복”을 겪으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나간다. ‘몰래카메라’에서 ‘양심 냉장고’까지, 대중들과 호흡하며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는 일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을 지닌 저자의 프로그램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인간에 대한 신뢰가 만들어낸 합작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가수란 무엇일까? 처음부터 차근차근 생각하기로 했다. 가수란 노래하는 사람이다. 아니,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진짜 가수다. 그 진짜 가수가 진심으로 부르는 노래, 진짜 노래를 들려준다면 모두가 감동할 것이다.
- 「가수가 뭡니까?」에서
그가 오랜만에 복귀해 만든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는 당시 최고의 화제성을 기록하며 연일 높은 시청률을 갱신했다. 이소라, 백지영, 윤도현, 박정현, 임재범까지. 한자리에 부르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가수들을 섭외해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는 기획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참신한 콘텐츠이기도 하다.
〈나가수〉는 여전히 최고였다. 일곱 명의 가수가 최선을 다한 일곱 개의 무대는 대한민국을 사로잡았다. 임재범을 비롯하여 박정현, 김범수 등 스타들이 줄줄이 탄생했다.
- 「임재범이 이렇게 멋있었어?」에서
4부 〈인생〉에서는 저자의 개척정신이 국내를 넘어 중국이라는 대륙으로 향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나가수〉의 성공에 힘입어 국내 최초 플라잉 PD로 중국에 진출하게 된 저자는 외국 방송계에서 본격적으로 일하게 되면서 이전에는 겪은 적 없는 새로운 제작 환경을 경험한다. 연봉과 함께 뛴 경험치는 그를 처음 본 세계로 데려간다. 수백 명에 달하는 스태프들과 국내에서 부른 최고의 PD들,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촬영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사령관이자 모험가가 된 저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비행기를 타고 중국 대륙을 누빈다. 마치 전쟁터의 장수처럼, 우연이 필연을 만들어내는 순간을 목도하며 예능 PD이자 호기심 많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한 발자국 더욱 성장하게 된다.
무엇이든지 돈으로 가치를 매기는 중국에서 나는 나에게 값어치가 매겨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중국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 「중국,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인」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고 여전히 멈추지 않는 프로듀서 김영희의 《들개처럼 연출하다》는 방송을 꿈꾸는 이에게는 선배 PD로서의 조언을, 인생의 희로애락을 엿보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삶의 진미를 맛보는 들꽃 같은 선물이 될 것이다. “큰일은 인연이 있어야 이루어진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어느 독자에게 다가가 예상치 못한 새로움과 즐거움을 줄지 모를 일이다. 모쪼록 저자가 발견하고 간직한 감각들이 독자에게 가 닿아 잠시 잊고 있던 삶의 기쁨과 의미를 찾게 되길 바란다.
작가정보
“〈나는 가수다〉를 연출한 김영희입니다.”로 자기 소개를 대신할 수 있는, 대한민국 최초의 스타 PD.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6년 MBC에 입사한 이래 '쌀집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국민적 인기를 누리고, 대한민국 방송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키며 새로운 도전의 기록들을 남겼다. PD나 스태프들이 화면에 등장하거나 촬영 현장에서 출연자들가 묻고 대답하며 직접 소통하는 방식, 예능 자막, 인물 중심의 카메라 워크 구성 등은 그가 처음 시도할 때는 많은 반발과 반대를 낳은, 하나의 획기적인 실험이었다. 놀랍게도 지금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공식화된 연출 방식이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너인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와 '양심 냉장고'를 탄생시킨 '이경규가 간다'를 비롯해 〈칭찬합시다〉 〈21세기 위원회〉 〈전파견문록〉 〈!느낌표〉를 연출하며 한국에 ‘공익 버라이어티’라는 것을 처음 탄생시켰다. 특히 '하자하자'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아시아 아시아' 등 〈!느낌표〉에서 진행된 코너들은 모두 재미를 넘어 사회적인 반향을 이끌어 냈다.
이러한 연출력을 인정받아 방송 역사상 초고속 승진, 최연소 국장이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대통령상, 서울시장상, 한국방송대상, PD대상, 백상예술대상, ABU특별상, 골든로즈본상 등을 수상했다. 이후 한국PD연합회장, MBC 콘텐츠 총괄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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