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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미 지음
나비클럽

2024년 10월 21일 출간

국내도서 : 2023년 06월 0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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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4127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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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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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본성이나 하는 일의 본질을 깨닫고 정의 내리는 사람들만이 이르는 경지가 있다. 어릴 때부터 붓을 갖고 놀며 ‘글씨가 곧 그 사람이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한글 서예가 윤영미. 서예를 단순히 글씨를 잘 쓰는 기술이나 기교의 행위가 아니라 인격을 담는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작가의 삶과 작품을 담은 책이 출간되었다. 제도권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견딘 30년의 시간이 만든 독특한 ‘순원체’로 쓴 작품 47점과 고독한 예술가로 살아낸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가 쓰는 글씨는 어떤 금기도 없어 자유롭다. 붓이 주는 강렬한 힘과 서예가의 감정선이 합쳐진 글씨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우리 모두 인생이라는 예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여는 글_서여기인

1. 무엇을 위하여 삶을 견디는가
벼루에 먹을 가는 시간
패기가 모든 것의 시작이다
가두려 하지 않고, 얽매이지 않고, 같아지려 하지 않고
여백을 즐긴다는 것
수월해지면 천천히 갈 수 있다
계절은 한 뭉텅이로 하룻밤처럼 지나가고
근육은 마음보다 정직하다
이별은 과거의 나와 헤어지는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나의 공간

2. 금기를 깨면 편안해진다
인생의 진로를 변경하는 것보다 황홀한 자유는 없다
단순하게 사는 게 복이다
봉인된 에너지를 풀어 주다
두려움이 느껴지는 쪽으로 향한다
계절은 심장에서 먼저 온다
마음이 정화되는 순간
불안하지 않은 안전한 고독
줏대가 없기에 견딜 수 있다
지켜 준다는 건 믿어 주는 것이다
아무 일 없이 산다는 건 특별한 일이다
우리가 서로 사랑해야 하는 이유
지상에서의 마지막 로맨스

3.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 내 것이다
‘삐뚤한’ 것들의 균형
무위자연
낯선 서예의 시대
서로를 알아보는 말없는 대화가 황홀하다
‘첫’이라는 흥분이 일으키는 증상
당당하고 뻔뻔해져야 한다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
‘아님 말고’ 정신
나는 왜 한글 서예가가 되었는가
붓으로 쓰는 한글
기회를 만드는 것도 예술이다
서예가의 심장이 엄숙해지는 시간
사랑은 내 욕심을 빼는 것
사람에 대한 최고의 욕심은 서로 잊지 않는 것

4. 고독하기에 자유로울 수 있다
지랄 총량의 법칙
강박에 넘어가면 강박이 사라진다
타인의 향기가 우울을 잠재운다
예술보다 인생이 중요하다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곳, 집
평화로운 공존
세상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건 멋진 일이다
초심이 흔들려야 나도 바뀌고 세상도 바뀐다
내려놓는 연습
우리 사이에 아무 일도 없다
참 쉬운 사람
세상에서 가장 만만치 않은 사람
굽은 길을 따라 흐르는 시절 인연
서예가와 성직자

닫는 글_뜨거운 심장을 쥔 듯 두근거리는 것

먹물을 붓에 듬뿍 실어 붓끝으로 써 내려가는 희열은 그 어떤 감정보다 상위 감정이다.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는 것보다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도, 설레는 사람을 만나 눈빛을 교환할 때보다도 글씨를 쓸 때 나는 더 뜨겁다. 머리, 가슴, 손끝으로 내려오는 집중력으로 점을 내리찍고 획을 긋고 글자를 써 내려가니 여운이 꽤 오래가는 감정선이다. 오롯이 그때의 감정을 붓끝에 싣는다. 이것을 어떻게 서여기인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7p

간단한 담소자리에서조차 꽉 채워서 자기를 설명하고 있는 사람을 마주 대할 때마다 나는 머릿속을 하얗게 비워 버린다. 축지법을 쓰는 사람의 기공처럼 머릿속에 여백을 늘리는 묘수를 부리고 있다. 텅, 텅, 텅, 텅. 그래, 여백은 나의 전공 분야였지. 36p

인생에 진로를 변경해 버리는 것만큼 황홀한 자유는 없었다. 이제까지 살면서 가장 잘한 게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첫째는 서예가가 된 것이고, 둘째는 40대 후반에 서예원을 폐원한 것이다. 73p

우리는 화선지에 크게 적힌 ‘씨팔’이라 쓴 글씨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마음속에 억압된 감정의 응어리를 표출한 글씨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기 때문이다. 97p

화려한 듯 고고하고 안정적인 궁서체보다 ‘순원체를 닮은 사람’으로 불리기를 원했다. 자유로우면서 대범하고, 변화무쌍하면서도 일관되고, 촌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사람이기를 원한다. 나에게 최고의 칭찬은 ‘순원체를 닮은 사람’이다. 144p

붓으로 금기를 깨는 예술가가 전하는
삶의 카타르시스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는 순원체 글씨 작품 47점과
자유로운 경지를 위해 견뎌 온 고독한 시간들

그가 쓰는 글씨는 어떤 금기도 없어 자유롭다. 그의 삶은 글씨와 닮았다. ‘글씨가 곧 그 사람이다’라는 뜻의 ‘서여기인書如其人’이 그의 좌우명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간섭받는 것은 질색하니 간섭하기를 싫어하고,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니 타인의 자유를 구속하지 않는다. 사람을 사랑하기에 부지런하지 않으니 나 또한 다른 사람의 무관심에 서운하지 않다. 간혹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지만 적절한 거리 두기로 피곤하지 않고 삶이 부드럽다.”

윤영미는 글씨의 힘을 깨달았다. 자신의 글씨가 기존의 세상에 대한 매력적인 저항이라는 것을. 20년 서예 선생의 삶을 접고 붓 한 자루를 든 채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서예의 아름다움을 강요하고자 함이 아니다. 사람들과 더불어 글씨와 놀기 위해서다. 우울한 친구들을 위한 ‘욕’전을 기획하기도 했다. 억눌린 감정의 응어리를 표출한 글씨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된다. 붓 끝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적인 힘과 서예가의 감정선이 합쳐진 글씨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그는 이야기와 퍼포먼스를 더해 ‘글씨 콘서트’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었다. 글씨콘서트가 계속되는 동안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가 일어서 카메라에 담아내기 바빴고, 대공연장을 진동하는 묵향은 순간 모두를 행복에 취하도록 만들었다.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것도 한자였고 첫 개인전도 한자 서예였지만 공기처럼 호흡하는 한글로 심장을 파고드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한글을 쓰는 서예가가 되었냐고 물어 오면 나는 대답한다. 쪽팔려서 그렇다고. 한 번에 읽어 내지 못하는 한자를 쓴다는 것이 쪽팔리고, 읽으면서도 바로 이해하지 못해서 쪽팔리다고. 내 얘기를 붓으로 쓰고 싶은데 한자로 하자니 나도 어렵고 보는 대중도 어려울까 그렇다고. 무엇보다 한글을 쓰지 않는 서예가가 쪽팔려서 그렇다고.”
그는 어느덧 사람들이 사랑하는 한글 서예가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요청하는 예술가다. 주한 튀르키예 문화원에서 요청한 2022년 7월 개인 초대전 〈붓으로 쓰는 한글〉 전에서 한국과 튀르키예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휘호를 했다.


자신의 글씨를 닮은 예술가의 삶

경남 진주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예술가는 대학 서예과에 입학한 후에 고가의 큰 붓 대신 밀대 걸레 두 개를 자루에 묶어 붓을 만들었다. 흐느적거리는 붓맛과 뜻밖의 획이 만들어지는 희열을 만끽했다. 서예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새벽까지 입시과외를 하며 두꺼운 전공책을 사 모았다. 첫 공모전에서 수상도 했다. 그 뒤로는 상들을 거절하고 유명한 서예가가 자기 문하로 들어오라는 제안도 사양한 채 고향으로 내려갔다.
삼천포 시장 번화가에 서예원을 열었다. 10대 왕따 청소년, 가난한 예술가 지망생 청년들, 우리 옷을 곱게 차려입은 중년 부인들,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모여들었다. 서예원은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서예원에는 사람들의 온갖 대소사와 희노애락이 모였다. 작가는 그들이 본성을 마음껏 펼치도록 도왔다.

마흔여덟, 서예원을 닫고 세상으로 나왔다. 서예에서는 보기 드문 그의 작품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삐뚤빼뚤하지만 아름답다. 자유롭지만 묘한 질서가 있다. 힘이 있지만 부드럽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씨였다. 사람들은 여태껏 본 적 없는 그의 글씨를 가리켜 ‘순원체’라고 했다.
그동안 서예 선생으로 살며 눌려있던 에너지가 화산처럼 폭발했다. 개인전 완판작가라는 명성과 함께 국내 최초로 기획한 글씨콘서트는 대공연장 전좌석을 매진시켰다. 그의 서예는 전시가 아닌 공연이며 온몸을 쓰는 퍼포먼스다. 커다란 붓으로 춤을 추듯 온몸을 사용한다. 에너지를 한껏 모아 붓과 한 몸이 되어 10m짜리 거대한 천을 누빈다. 응집된 인생의 내력을 순간적으로 폭발시킨다. 윤영미의 첫 책 《인격예술》은 가두려 하지 않고, 얽매이지 않고, 같아지려 하지 않는 그의 삶과 글씨가 응축된 책이다.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예술을 하고 있다

“나는 먹 가는 행위를 주술처럼 즐긴다. 내가 가장 착해지는 시간이다. 먹을 갈면서 우주의 중심을 내 축에 맞추어 이동시킨다. 자신이 가장 자기다울 수 있는 시간,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재편되고 확장되는 몰입. 이 몰입의 경지가 주는 충만함보다 더 큰 보상을 나는 아직 모른다.”
작가는 자유로운 나를 위하여 견딘 고독에 대해 말한다. 어떤 제도권에도 속하지 않고 지름길을 포기한 채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삶을 견디며 벼린 이야기들. 수많은 반복이 원하는 경지에 이르게 했고, 스스로의 금기를 깨는 순간 편안해졌다는 것을, 고독할수록 자유로웠고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 내 것임을 알게 된 이야기들이다.
예술가의 내밀한 독백을 읽다 보면 깨닫게 된다. 가장 자신다울 수 있는 시간을 위해 견디고 벼리는 것, 그것이 예술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인생이라는 예술을 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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