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
2024년 10월 28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9월 26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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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7061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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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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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서사의 무한한 확장, ‘달달북다’
‘달달북다’ 시리즈는 지금 한국문학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12인의 신작 로맨스 단편소설과 작업 일기를 키워드별(로맨스×칙릿, 로맨스×퀴어, 로맨스×하이틴, 로맨스×비일상)로 나누어 매달 1권씩, 총 12권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선보인다.
‘사랑’의 모양은 늘 위태로울 만큼 다양하며, 그것과 관계 맺는 우리의 자리 역시 매 순간 다르게 아름답다. 여기에 동의하는 이에게 새로운 로맨스 서사의 등장은 여전한 기쁨일 것이다. ‘달달북다’는 로맨스의 무한한 변신과 확장을 위해 마련된 무대다.
작업 일기 : 로맨스를 쓰시겠어요?
깊고 차가운 강바닥의 조약돌을 닮은 흰 얼굴. 덜 익은 열매처럼 단단한 이마와 여름 뙤약볕에 익어 터져버린 것 같은 붉은 두 뺨. (……) 빗방울처럼, 총탄처럼 사방에서 뚝뚝 떨어지는 세월에 한 방울도 젖지 않은 그 모습은 열일곱 살로도 천칠백 살로도 보였습니다만, 기이한 인상보다 내 눈을 사로잡은 건 그 애의 발이었습니다. 창백한 맨발이 허공에 3센티 정도 둥둥 떠 있었거든요.
_19~20쪽
주제 넘은 걱정. 이제 와서 보니 그게 원인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천사의 뒤를 쫓아다닌 것, 천사가 내 뒤를 쫓아다니게 내버려둔 것.
그땐 몰랐지만 난 천사가 걱정되었습니다. 분명 나보다 오랜 시간을, 어쩌면 수백 년도 더 살았을지 모르는 그가 줄이 끊어진 풍선처럼 안쓰러웠습니다. 그래서 손이 쑥 통과할 걸 알면서 떨어져 걷는 천사를 내 쪽으로 끌어당겼습니다.
_36쪽
단지 허공을 가를 뿐인 내 손을 천사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뜨겁고 건조했을까? 자기의 몸을 기화시키는 불덩어리처럼 느꼈을까? 그래요, 불. 그건 실은 내가 천사의 눈동자에서 본 것이었습니다. 그는 집요함을 숨길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누나. 착각이 아니었어요. 먼저 닿고 싶어 한 건 분명 내가 아닌 그였어요. 그 눈이, 부정할 수 없이 솔직한 눈빛이 수백 년을 쌓아온 말보다 더 많은 걸 말했거든요.
_41~42쪽
지어달라니, 이름을? 그건 불가능하죠. 난 천사가 그냥…… 천사이길 원했어요. 우리가 서로의 노예나 주인이 아닌 채 순전히 자신의 의지로 서로를 사랑하길 원했어요. 내가, ‘멀쩡’하지 않은 나루세 군이, 너무 외로운 나머지 미쳐서 나만을 사랑해줄 환상을 만들어낸 게 아니라는 걸 확인받고 싶었어요.
_43~44쪽
『나의 천사』 『환상통』 이희주
신작 로맨스 단편소설과 작업 일기
‘달달북다’의 네 번째 작품은 이희주의 『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이다. 이희주는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아이돌, 버츄얼 휴먼, 섹스봇 등 욕망의 대상을 소재로 주체할 길 없는 사랑의 본성을 꾸준히 파헤쳐왔다. 누구보다 사랑의 욕망에 대해 솔직하게 터뜨려온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욕망의 파격을 선보인다. “죽음을 부르는 나루세 군”과 인간의 욕망을 먹는 유령 소년을 주인공으로 아름답고 불온한 존재와의 만남에서부터 이별까지의 이야기로, 두 소년의 뜨겁고도 서늘한 사랑의 욕망을 그린다.
불안정하기에 순결한 마음, 무자비하기에 빛나는 사랑
나의 천사 나의 사랑 나의 괴이
“이것이 나의 첫사랑의 전말. 비겁하고 나약한 고백입니다.”
이희주는 이번 작품 『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통해 ‘가장 솔직한 사랑’ 로맨스×퀴어를 키워드로 하여 도쿄를 배경으로 괴이(‘그것’)를 보는 소년의 첫사랑을 그려낸다. 작품은 주인공 ‘나루세 소우’가 누나인 ‘아오이’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일종의 고백이다. 어린 시절 대지진을 겪은 이후 ‘그것’들이 보이게 된 소우는 열아홉 살로, 고향 교토에서 도망치듯 벗어나 도쿄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횡단보도에서 불행한 교통사고를 목격한 소우는 “열일곱 살로도 천칠백 살로도”(20쪽) 보이는, 나이도 정체도 가늠할 수 없는 아름다운 유령 소년을 만난다. “우와, 최악이다. 이런 만남은 싫은데.”(19쪽)
그러나 나는 알았습니다. 내 몸에 닿는 것, 사랑스럽다는 듯이 매만지는 건 분명 그의 손임을. 목덜미에 우수수 돋는 소름. 천천히 쓸어내리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들어오는 그의 혀가 어린 짐승 같다고 생각하며, 한여름에 차가운 얼음물을 삼키다 녹은 얼음 하나가 쑥 들어오듯, 그렇게 미끄러져 들어온 그를 완전히 녹여버리고 싶었습니다. (42쪽)
유령 소년은 자신의 옛 이름은 잊혔다며 소우에게 자신을 ‘천사’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천사가 소우의 집에서 하룻밤 묵은 것을 기점으로 천사와 소우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소우는 천사를 따라가 천사가 죽은 인간의 욕망을 먹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한편으론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만질 수 없는 천사를 만지고, 느낄 수 없는 천사의 향기를 느끼며 점차 천사에게 돌이킬 수 없이 빠져든다. 천사 역시 소우를 삼키듯 탐닉하고, 두 소년은 서로의 욕망이 되어 서로에게 침잠한다. 그리고 소우가 스무 살이 되던 날, 둘은 처음으로 함께 기차 여행을 떠난다. 두 소년의 사랑과 욕망은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 이 여행의 결말은 과연 해피 엔딩일까?
죽음을 부르는 나루세 군과 욕망을 먹는 유령 소년
아름답고 불온한 존재와의 만남과 이별 이야기
“스무 살 된 거 축하해. 어른이 된 나루세를 보고 싶어서 계속 기다렸어. 오랫동안 이날을 기다렸어. 그래서…… 떠날 타이밍을 놓쳤어. 여름이 온 걸 모른 척했어.” (69~70쪽)
이번 작품은 로맨스×퀴어를 키워드로 한 ‘달달북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그 첫 문을 연 이희주는 “사람의 심장에 손을 넣어 마구 주무르고 싶다”(93쪽)는 문장 그대로 전력 질주하며 불안정하기에 순결한 마음과 무자비하기에 빛나는 사랑을 전한다. 로맨스 소설에 대한 이희주의 도전과 소설에 대한 열정은 「작업 일기 : 로맨스를 쓰시겠어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달달북다’는 12명의 젊은 작가가 로맨스×칙릿(김화진, 장진영, 한정현), 로맨스×퀴어(이희주, 김지연, 이선진), 로맨스×하이틴(백온유, 예소연, 함윤이), 로맨스×비일상(이유리, 권혜영, 이미상)의 테마를 경유해 각별한 로맨스 서사를 선사한다. 독자들은 오늘날 각기 다른 형태로 발생하는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작가정보
작가의 말
잘하고 싶다. 늘 그랬지만 이번 일을 지나며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의 심장에 손을 넣어 마구 주무르고 싶다.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내게 생겼고, 그걸 위해 충실하게 살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 그러나 좀 더 내밀한 공간에서 나는 아주 집중해서 공적 기록에는 남지 않을 글을 썼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 식으로 보이지 않는 독자들과, 나를 절절히 원하는 사람들과 사랑을 주고받았다. 로맨스는 아닌지 몰라도 분명 사랑을.
그리고 그건 나의 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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