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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고 앉아 있네

문지혁 지음
해냄출판사

2024년 09월 23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9월 23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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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5.74MB)
ISBN 9791167146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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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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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PC 통신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 첫 SF 소설을 게재한 문지혁 작가는 오랜 시간 소설가의 꿈을 키워왔다. 대학원 문예창작과에 진학하고, 국내외 작법서를 섭렵하고, 철저하게 또 처절하게 읽고 쓰던 나날. 단편소설 「체이서」를 시작으로 장편소설 『중급 한국어』 『초급 한국어』, 소설집 『고잉 홈』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고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기까지, 모두가 판을 떠날 때에도 그는 우직하게 남아 미련하게 썼다.
밤에는 소설을 쓰고, 낮에는 글을 가르치는 작가는 서울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국대학교, 강원대학교에서 대학생을 비롯, 일반인 대상 글쓰기 수업에서 후배 작가들을 만나 소설 쓰기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18년이라는 지난한 시간 동안 쓰고 가르치며 터득하고 축적한 이야기 법칙을 한 권의 책 『소설 쓰고 앉아 있네』에 모두 정리하였다. 책의 제목은 언뜻 보았을 때 다소 모욕적이고 비아냥거리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글쓰기를 예술이 아닌 기술로, 재능보다 연습과 훈련의 영역으로 여기는 작가는 앉아서 쓰는 반복 행위만이 작가와 작품의 세계를 재현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3년 5월부터 9월까지, 《채널예스》 칼럼 페이지에 일부 연재된 이 원고는 격주 게재 당시 ‘가장 많이 본 기사’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SNS ‘X’에 동시 업로드되어 누적 조회수 2만 뷰를 넘기는 등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글쓰기라는 망망대해에서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를 알리던 이 글은 매일 밤낮으로 온 마음을 다해 쓰는 사람에게 가닿는 타전이었다. 같은 길을 걷는 정용준 소설가와 엄지혜 작가가 이에 응답하듯 책의 추천사를 썼다.
프롤로그 | 소설을 쓰고 앉아 있는 사람

1부 책상 앞에서

1장 글쓰기를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ㆍ 글쓰기는 예술일까?
ㆍ 글쓰기는 재능일까?
ㆍ 글쓰기는 단번에 하는 것일까?
ㆍ 영감을 얻는 방법

2장 작업실 만들기
ㆍ 물리적 공간: 어디서 쓸까?
ㆍ 내면적 공간: 무엇을 준비할까?
에세이 #01 라이팅-스페이스-타임

3장 작가의 독서
ㆍ 작가의 눈으로 읽기
ㆍ 작법서 활용하기

2부 책상에서

1장 ‘나라는 이야기: 사라진 보물선은 내 안에 있다
ㆍ 경험에서 시작하기
ㆍ 자서전, 자전적 소설, 오토픽션의 차이
ㆍ 재현의 윤리, 윤리의 재현

2장 시점과 목소리: 바라보는 지점이 모든 것을 바꾼다
ㆍ 시점이라는 장치
ㆍ 1인칭: 세상을 ’나‘로 필터링하기
ㆍ 3인칭: 멀리, 더 멀리서 지켜보기
ㆍ 2인칭과 다중 시점: 너를 부르거나, 여럿의 목소리를 듣거나

3장 서술과 플롯: 이야기의 구슬을 꿰는 법
ㆍ 이야기, 서사, 플롯
ㆍ 스토리텔링의 힘과 법칙
ㆍ 좋은 플롯의 조건
ㆍ 이야기에 깊이 부여하기


4장 묘사와 디테일: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기
ㆍ 묘사, 시제, 디테일
ㆍ 디테일의 좌표와 실제
ㆍ 디테일의 층위와 아웃포커싱

5장 대사와 대화: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ㆍ ’말‘을 쓴다는 것
ㆍ 대사, 대화, 회화
ㆍ 좋은 대화를 쓰는 법
ㆍ 몇 가지 예문과 연습들

6장 합평과 퇴고: 듣고, 고르고, 다시쓰기
ㆍ 합평이라는 공포
ㆍ 퇴고라는 선택

3부 책상 밖으로

1장 실패를 기록하기
ㆍ 실패한 작가 지망생의 짧은 이력서
에세이 #02 『비블리온』 창작 일기

2장 문학적 소설과 그 바깥세상
ㆍ 등단과 데뷔, 문단과 문학 사이
ㆍ 순수문학 혹은 장르문학
에세이 #03 우동 거리 밖에서

3장 작가 되기와 작가살이
ㆍ 습작기를 보내는 법
ㆍ 21세기에 작가로 살아간다는 의미

에필로그 | 소설을 쓰는 마음

글쓰기에 있어 장애물과 방해 세력은 기본값입니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고상하게 글을 쓰도록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예전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작가들은 어디에서나 씁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쓰고자 했기 때문에 작가가 되었습니다. 역사 속 작가들이, 작가들의 역사가 그 사실을 증명합니다. 그들은 전쟁터에서, 장례식장에서, 신혼여행지에서, 키즈 카페에서, 직장에서, 화장실에서, 지하철과 버스, 비행기에서, 아픈 와중에도 그냥 썼습니다. 쓸 시간이 없다고, 방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불평하는 대신 말입니다.
글 쓰기 좋은 날은 없습니다. 내가 글을 쓰는 날이 좋은 날입니다.
- 〈작업실 만들기〉 중에서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은 ‘작가의 눈으로’ 책을 읽어야 합니다. 꼭 그 책이 유명하거나, 걸작이거나, 권수가 많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독자로서 읽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범한 계란프라이를 먹으면서도 셰프의 시선으로 요리를 감상하는 것이죠.
‘이 계란프라이를 만든 사람은 무슨 계란을 썼을까? 크기와 등급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렀을까? 올리브오일일까? 포도씨유일까? 왜 이만큼 구웠을까? 서니 사이드 업, 오버 이지, 오버 미디엄, 오버 하드 중 어떤 타입일까? 소금과 후추가 뿌려져 있나? 있다면 어느 정도의 양일까? 끝을 태우는 건 어떤 맛을 낼까? 결과적으로 이 프라이는 맛있나? 추천하거나 다시 먹을 만한가?’
- 〈작가의 독서〉 중에서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생각해 보세요. 빌딩이든 헬기든 비행기든, 언제나 톰 크루즈는 몹시 위급한 상태로 어딘가에 매달려 있지 않던가요? 이런 광경을 보면 누구나 이 장면과 상황 속으로 빠져듭니다. 작가는 독자를 ‘낚는(hook)’ 데 성공한 것이지요.
간혹 보면 첫 장면에 독자를 정중하게 초대하려는 분들이 계세요. 아닙니다. 독자의 멱살을 잡고 끌고 오셔야 합니다. 유혹하든 낚시하든 강제하든, 들어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 〈서술과 플롯: 이야기의 구슬을 꿰는 법〉 중에서

바퀴벌레를 두려워하는 주인공을 다시 불러보겠습니다. 맨 처음 주인공은 아마도 바퀴벌레의 흔적만을 볼 것입니다. ‘혹시 이 집에 바퀴벌레가 사는 건 아닐까?’ 하는 질문이 남겠지요. 그 작은 두려움조차도 지금의 주인공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입니다.
그러다 한 마리를 목격합니다. 큰 충격을 받은 주인공은 집을 살피다가 두 마리, 세 마리를 발견합니다. 나중에는 열 마리 넘는 바퀴벌레들이 모여 있는 광경도 봅니다.
어디까지 갈까요? 갈 수 있는 데까지 가야 합니다. 이를테면 이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
이 바퀴벌레로 가득 찬 방을 지나가는 모습일지 모릅니다. 아니면 방금 한 입 베어 문 빵 속에서 바퀴벌레 반 마리가 나오게 하는 장면도 좋겠죠.
- 〈서술과 플롯: 이야기의 구슬을 꿰는 법〉 중에서

어느 날 아기 토끼가 울면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친구들이 자기 귀가 크다고 놀렸다는 거예요. 엄마 토끼는 아이를 달래면서 말합니다. “네 귀가 뭐가 크니? 이렇게 귀엽고 아담한데.” 아기 토끼는 금세 기분이 좋아집니다. “엄마, 근데 나 귀가 간지러워.” 그러자 엄마가 말합니다. “그래, 어서 가서 삽 가지고 오거라.”
이 이야기는 엄마 토끼가 지닌 이상적인 이중의 태도-한편으로 아이를 위로하고 이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메타인지를 놓지 않는-를 잘 보여줍니다.
우리가 쓴 소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내가 쓴 글이니 당연히 소중하게 보듬어야죠. 하지만 귀지를 파야 할 때 그 귀에는 삽이 필요하다는 객관적 사실도 인정해야 합니다. 내 작품을 사랑하는 일과 그 장단점을 아는 일은 양립 가능합니다. 서로 모순되지 않아요. 분명한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떤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것처럼요.
- 〈합평과 퇴고: 듣고, 고르고, 다시쓰기〉 중에서

소설 쓰기에도 이론과 공식이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소설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가 행해야 할 과제를 다룬다. 1부 ‘책상 앞에서’에서는 일상의 소재를 비축하여 영감을 만들어내는 방법, 자기만의 물리적·내면적 작업실을 마련하는 법, 작법서 추천 등 본격적인 소설을 쓰기에 앞선 준비운동을 일러준다. 2부 ‘책상에서’에서는 시점 선택하기, 매력적인 서사 구축하기, 선명하거나 흐릿하게 묘사하기, 생생한 대사 쓰기, 고치고 다시쓰기 등 소설 창작에 필요한 구체적인 라이팅 스킬을 제시한다. 3부 ‘책상 밖으로’에서는 다양한 문학 스펙트럼 속에서 나만의 장르를 찾는 법, 건강한 습작기를 보내는 법, 작가의 생계 등 쓰는 사람이 궁금해할 모든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실었다. 책상에서, 또 책상 밖에서 일어나는 작가의 쓰기 활동 및 삶에 대한 이야기 전반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쓰고 싶지만 모니터 속 깜빡이는 커서만 들여다보는 사람의 심정은 막막함 그 자체일 것이다. 이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작가는 조언한다. 우리에겐 수많은 점과 완결되지 않은 단어들과 부서진 문장들이 있고, 힘이 센 그것들을 연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을. 이 책은 오늘도 소설을 쓰며 앉아 있는 세상의 모든 작가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실용적인 팁을 전수하는 동시에 계속 쓰는 용기를 선사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문지혁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에서 인문사회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 단편소설 「체이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중급 한국어』 『초급 한국어』 『비블리온』 『P의 도시』 『체이서』, 소설집 『고잉 홈』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사자와의 이틀 밤』 등을 썼고 『라이팅 픽션』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등을 번역했다. 2024년 이효석문학상, 2022년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학에서 글쓰기와 소설 창작을 가르치며, 문학과 책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문지혁의 보기드문책〉을 운영 중이다.

작가의 말

“길고 건조한 무채색의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마침내 좋은 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는 작가는 천재나 괴짜나 돌연변이가 아닙니다. 좋은 작가란 긍정적인 의미에서 직장인과 같아요. 매일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장소에서 일정하게 쓰고, 일정하게 좌절하고, 일정하게 고치는 사람만이, 그 길고 건조한 무채색의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마침내 좋은 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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