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랜드
2024년 10월 16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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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8898437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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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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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랜드》는 2036년에 두 나라로 분리된 미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첩보전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지구방위대로 불릴 만큼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나라,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문에도 보이듯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추구하며 민주주의를 꽃피운 나라, 두 번의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 전성기를 구가해온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내부의 극단적 대립을 극복하지 못하고 두 나라로 분리된다. 물론 소설일 뿐이지만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며 합의를 도출해내기는커녕 사사건건 첨예하게 대립하며 목소리를 높여온 다양한 갈등을 고려해볼 때 두 나라로 분리된 미국은 나름 타당성을 갖춘 가설로 보인다. 4년 주기로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만 봐도 미국은 이미 두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들로 심각하게 충돌하는 양상이 빚어진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 정책은 단일안으로 수용되기에는 차이가 크고, 공통분모를 찾아내기도 힘들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한 치의 양보 없이 지지자들이 추구하는 이상과 목표를 실현하고자 노력할 뿐 상대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는다.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모든 권력을 독점하는 승자독식 시스템은 오히려 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을 방해해왔다. 트럼프 정부는 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하는 독선적인 행태로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미국 사회의 화합을 저해하는 인종 문제, 종교 갈등, 젠더 문제, 노사 갈등, 실업 문제, 이민 문제 등으로 중첩된 극단적 대결의 정치는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기보다는 적대 세력 혹은 개도 대상으로 여기면서 비타협적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 사회의 특성상 뿌리 깊은 갈등은 끝내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충돌을 거듭하다가 급기야 2036년을 기해 두 나라로 분리되기에 이른다.
국민들에게 폭 넓은 자유를 보장하고, 복지 증진과 행복 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연방공화국은 미연방을 탈퇴해 독자적인 나라를 설립한다. 청교도적 신권정치를 표방하는 공화국연맹은 신성 모독죄를 저지르거나 임신중지 수술을 받을 경우 화형에 처할 수 있는 기독교 원리주의 국가로 회귀한다. 연방공화국의 이념과 가치는 민주당을 기반으로 하고, 공화국연맹은 공화당을 계승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분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공화국연맹은 국경을 봉쇄하고 시민들에게 당분간 거주하는 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긴급조치를 발표한다. 애리조나주는 공화국연맹을 선택한다. 연방공화국을 선택한 뉴멕시코주, 콜로라도주는 공화국연맹에 둘러싸여 고립된 형국이 된다. 미시건주와 일리노이주는 연방공화국에 포함되었고, 그 사이에 낀 위스콘신주는 공화국연맹을 선택한다.
미네소타주는 주를 이등분할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노스다코타주와 사우스다코타주 접경 지역에는 공화국연맹 지지자들이 많고,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주민들은 대부분 연방공화국 지지자들이다. 공화국연맹은 미네소타주 주민 절반이 분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투표했으니 절반을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한다. 연방공화국은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그 가까이에 있는 로체스터에 인구가 몰려 있는 만큼 주를 반으로 정확하게 가를 수는 없다며 반박한다.
공화국연맹을 이끄는 12사도는 석유와 에너지 공급이 막힐 경우 치명적인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되기에 연방공화국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공화국연맹은 미시시피강 서쪽을 영토로 하겠다고 주장한다. 미니애폴리스 서쪽 주민 98퍼센트가 분리에 찬성한 만큼 연방공화국은 그 지역을 끝까지 지키려고 애쓴다. 그 결과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은 중립지대로 남게 된다. 중립지대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게임이 펼쳐지는 정글로 변해 스파이 행위와 감시 행위, 하이테크 사보타지가 판을 친다.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은 상대를 적국으로 규정하고, 중립지대에 벽을 세워 국경을 만든다. 마치 통독 이전의 독일처럼 공화국연맹은 허락도 없이 국경을 넘어 연방공화국으로 가려는 사람이 있을 경우 가차 없이 저격해 사살한다. 두 나라는 중립지대를 서로의 체제 우위를 선전하기 위한 선전장으로 활용한다.
독립기념일에 불꽃놀이 대신 화형식이 열렸다. 예전에는 같은 나라였지만 이제는 갈라진 나라에서 내 친구를 공개적으로 불태워 죽였다. 화형당한 내 친구의 이름은 막심 레프코비츠다. 막심은 우리 일을 돕는 정보원이었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동료 사이 친분도 직업윤리에 위배되지만 나는 막심과 친하게 지냈다. 막심이 화형당한 이유는 공개적으로 예수님을 불경스럽게 언급했기 때문이다.
막심은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만약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렸을 때 똥을 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는 마치 예수가 십자가에서 변을 본 게 기정사실인 양 계속 말했다. “아마 모르긴 해도 로마군 장수가 예수의 똥 기저귀를 벗기다가 대변을 보고 성욕을 느끼는 대변기호증이 생기지 않았을까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유머는 결코 아니었다. 사실 막심의 저속한 풍자는 황당하기 그지없었지만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연방공화국에서는 그런 언사를 했다고 화형에 처하지는 않는다. 반면 공화국연맹에서는 그 누구든지 신성 모독에 가까운 발언을 할 경우 가차 없이 엄벌에 처한다. 게다가 막심이 공화국연맹에서 체포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몇 가지 더 있다. 막심은 원래 남성이었으나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성이 된 트랜스젠더고, 뉴욕 출신 유대인이다.
나는 대형 스크린 화면을 통해 화형대로 끌려가는 막심을 보았고, 심란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마음이 착잡했다. 땅이 꺼질 듯이 비감했지만 내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건 절대 금물이었다. 나는 여러 상관들과 함께 중세에나 존재했던 화형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회의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에서는 막심의 화형식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_본문 7~8쪽
“전에 슬쩍 말해준 적이 있는데 이제 확실하게 결정되었어. 자네는 중립지대로 가야 해. ‘테이크다운’ 임무가 부여되었거든.”
레슬링에서 상대를 쓰러뜨리는 기술이 테이크다운인데 정보국에서는 ‘암살’을 뜻하는 용어로 쓰인다. 브레이머 부장이 계속 말을 이었다.
“중립지대에서 테이크다운에 성공 못 하면 공화국연맹에 잠입해서라도 반드시 제거해야 할 타깃이야. 그 정도로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 여자라는 뜻이지.”
“여자라니까 더욱 흥미롭네요.” 나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유명 인물입니까?”
“아니, 정반대야. 신원을 철저히 숨겨온 여자야. 살인이나 파괴 전문은 아니지만 우리 연방공화국 내부에 잠입하게 되면 커다란 위협이 될 거야.”
“공화국연맹 경찰국 요원입니까?”
“그래, 맞아. 공화국연맹 경찰국 요원이야. 자네가 할 일은 테이크다운이 전부가 아니야. 그 전에 그 여자로부터 최대한 많은 정보를 빼내야 해.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깃의 신원을 확보하게 되면 고문을 가해서라도 정보를 빼내야 한다는 뜻이었다. 정보국 요원은 누구나 고문 기술을 훈련받는다.
브레이머 부장이 병에 남은 와인을 마저 따르며 말했다. “이틀 휴가가 끝나면 암호 문서를 받고 작전 설명을 듣게 될 거야. 그전에 자네에게 미리 말해둘 게 있어. 내 얘기를 듣고 나면 이번 작전에 임하는 자네의 마음가짐이 달라질지도 몰라.”
또다시 정적이 이어졌고, 브레이머 부장이 와인을 홀짝이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타깃이 자네 가족이야.”
“가족이라뇨? 이전에 우리 정보국 요원이었다는 말씀입니까?”
브레이머 부장이 말했다. “정보국 가족이 아니라 자네 개인의 가족이라는 뜻이야.”
나는 깜짝 놀랐다.
“제가 가족이 어디 있습니까? 저는 외동딸이고, 부모님은 다 돌아가셨고, 삼촌이나 이모, 고모도 없는데.”
브레이머 부장이 말했다. “자네는 모르는 혈육이 있었어.”
“혈육이라니요?”
“자네와 배다른 자매.”
“말도 안 됩니다.”
“인간은 살면서 많은 실수를 저지르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많아. 자네 부친도 예외가 아니었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네에게는 배다른 자매가 있어. 게다가 우리의 적이야. 공화국연맹 경찰국 요원.”
_본문 40~42쪽
공화국연맹은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수도로 정했다. ‘공화국연맹은 수도를 전통적인 남부 중심지보다는 새로운 남부의 상징으로 꼽히는 애틀랜타로 정한다.’
미국 분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공화국연맹은 국경을 봉쇄하고 시민들에게 당분간 거주하는 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애리조나주는 공화국연맹을 선택했다. 연방공화국을 선택한 뉴멕시코주, 콜로라도주는 공화국연맹에 둘러싸여 고립된 형국이 되었다. 미시건주와 일리노이주는 연방공화국에 포함되었고, 그 사이에 낀 위스콘신주는 공화국연맹을 선택했다. 미네소타주는 주를 이등분할지 여부를 가리는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노스다코타주와 사우스다코타주 접경 지역에는 공화국연맹 지지자들이 많았고,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주민들은 대부분 연방공화국 지지자들이었다. 공화국연맹은 미네소타주 주민 절반이 분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투표했으니 주의 절반은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했다. 연방공화국은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그 가까이에 있는 로체스터에 인구가 몰려 있는 만큼 주를 반으로 정확하게 가를 수는 없다며 반박했다.
공화국연맹을 이끄는 12사도는 석유와 에너지 공급이 막힐 경우 치명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될 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연방공화국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미네소타주는 양분되었다. 공화국연맹에서는 미시시피강 서쪽을 자기네 영토로 하겠다고 우겼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거스리 극장, 워커 미술관, 웨어하우스 구역, 미네소타오케스트라 연주회장이 공화국연맹으로 넘어가게 되어 있었다. 미니애폴리스 서쪽 주민 98퍼센트가 분리에 찬성한 만큼 연방공화국은 그 지역을 끝까지 지키려고 애썼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강을 장악하는 세력이 도시를 지배하게 되어 있었다. 채드윅은 공화국연맹이 미시시피강과 미니애폴리스의 서쪽 다섯 도로를 양도하지 않으면 교역을 통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 결과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은 중립지대로 남게 되었다. 중립지대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게임이 펼쳐지는 정글로 변해 스파이 행위와 감시 행위, 하이테크 사보타지가 판을 쳤다. 공화국연맹이 중립지대에서 나의 정보원인 막심을 납치해 화형에 처한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중립지대는 자주 납치와 암살이 자행되는 공포의 현장이되었다.
이제부터 내가 갈 곳이 바로 중립지대다. 나는 머릿속 칩에게 말했다.
“30분 뒤에 전략회의를 열기로 한 사실을 새비지 요원과 라프렐 요원에게 확인시켜.”
나는 다시 작전 파일을 읽기 시작했다. 케이틀린 스텐글의 삶과 이제 내가 곧 떨어질 거울 나라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의 역할일까? 아니면 총으로 쏘아 죽여야 할 타깃이 있는 미친 모자 장수 역할일까?
_본문 102~104쪽
캐머런 요원이 과장되지 않게 말했다. “코 수술도 잘되었고, 헤어스타일도 좋아요. 손톱을 물어뜯은 걸 보니 신경과민 여자가 확실하네요. 옷 스타일도 완벽해요. 이제 스텐글 요원을 위해 맞춘 안경을 볼까요?”
나는 스타일리스트의 이름을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스타일리스트는 나에게 이름을 말해주지 않았고, 캐머런 요원도 건너뛰었다. 정보국의 보안 정책상 내가 스타일리스트의 정체를 몰라야 한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왜 몰라야 하는지 그 이유는 따질 필요가 없다. 정보국 규정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
스타일리스트가 암갈색 뿔테 안경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나는 안경을 쓰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확인한 뒤 캐머런 요원이 보고 있는 스크린을 향해 돌아섰다.
캐머런 요원이 내 모습을 보며 말했다. “완벽합니다. 책벌레 고스족 느낌이 제대로 나네요. 스텐글 요원은 만족합니까?”
나는 돌아서서 거울을 보았다. 이제 나는 샘 스텐글이 아니라 에드나 머스그레이브였다. 정보국 안에서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나는 병원에서 밤을 보내고, 내일 아침에 택시를 타고 JFK 공항으로 가서 중립지대행 항공기를 타야 한다. 당분간 에드나 머스그레이브가 되어야 하니까.
나는 에드나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빠른 말투로 말했다. “잘됐네요.”
“에드나 말투네요. 이제 마지막 성형 시술을 받을 준비는 됐나요?”
“네.”
“성형외과 의사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스타일리스트가 나에게 목례를 하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나는 말했다. “고맙습니다. 아주 잘하셨어요.”
스타일리스트가 나가고 나서 곧장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들어왔다. 검은색 가방을 들고 온 의사는 나에게 진찰 의자에 앉으라고 했다. 의사가 의자를 조절해 내 몸을 뒤로 기울인 자세로 만들었다. 그가 휴대용 MRI 기기로 내 왼쪽 관자놀이에 있는 칩 위치를 찾아낸 다음 반대편 오른쪽 관자놀이 지점에 마취용 반창고를 붙였다. 15초 안에 나는 마취 상태가 되었다. 의사는 나에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다. 오른쪽 관자놀이에 칩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이제 내 몸에는 칩이 두 개 삽입되었다.
_본문 130~132쪽
연방공화국에서 중립지대의 스키드로에 들어서면 도시의 끄트머리라고 여길 만하다. 선술집, 헤비메탈 록 클럽, LGBT바, 섹스숍, 무신론자 서점, 스트립 술집, 마리화나 상점, 재즈 클럽, 임신중지 수술 병원, 성매매 업소가 늘어선 이곳은 중립지대의 스키드로라 불린다. 연방공화국의 반정부인사들은 ‘엘리트들에게 다양한 문화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독재정권의 예’라고 비난한다. 공화국연맹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중립지대의 스키드로 관련 뉴스를 보도하며 ‘공화국연맹과 달리 연방공화국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마이크로칩을 이식해 끝없이 감시하고, 사생활 없이 살게 만든다고 비난한다. 그들은 또 중립지대의 스키드로를 연방공화국의 전체주의가 낳은 사악한 도덕적 해이를 부끄러운 줄 모르고 전시하는 곳’이라고 맹공격한다.
나는 공화국연맹이 성소수자와 성 노동자를 어떻게 억압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는 독실한 크리스천인 척하는 위선자들의 집합소인 공화국연맹 중립지대에 스키드로를 만든 연방공화국 정부의 결정을 지지한다. 채드윅 정부의 문화위원회는 뉴욕이 가난하던 시절의 바워리와 패티 스미스, 로버트 메이플소프 시기의 이스트빌리지를 절묘하게 섞어 중립지대의 스키드로를 만들었다. 내가 사진으로 본 85년 전 뉴욕 모습이 중립지대의 스키드로에 현실이 되어 펼쳐져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연방공화국 정부는 스키드로에 와서 보헤미안으로 살고 싶은 사람에게는 집세와 생활비를 제공한다는 말을 퍼뜨렸다. 특이한 사람을 특별히 더 환영한다고 했다. 그 결과 스키드로에서 트랜스젠더 커뮤니티가 크게 활성화되었다. 연방공화국에서는 성매매를 합법화시켰지만 스키드로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갖가지 성적 기호에 맞는 성매매 업소들이 생겨났다. 진지한 재즈, 조용한 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도 있고, 무료로 임신중지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도 생겨났다.
브레이머 부장과 캐머런 요원은 나에게 스키드로의 데카당스 문화에 빠져들면 곤란하다고 경고했다. 내 연애는 지루할 정도로 한정적이라고 말하자 그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청교도적이고 감정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도 스키드로에 가면 그냥 무너지게 되어 있어. 중독성이 대단히 강한 곳이야. 내 말을 공식적인 경고라고 생각해두는 게 좋을 거야.”
_본문 179~180쪽
라프렐 요원은 대답하지 않고 계속 달렸다. 나는 어서 멈추라고 소리치며 뒤따라갔다.
지하 기지에는 소리가 퍼지지 않는 설비가 되어 있어 아무도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새비지 요원이나 감시 시스템 알고리즘이 케이틀린을 발견하고 라프렐 요원에게 경보를 울렸다면 이번 작전을 성공리에 이끌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케이틀린을 제거할 절호의 기회. 나는 복도를 지나 계단을 달려 올라가는 라프렐 요원을 계속 뒤쫓았다. 라프렐 요원은 레온과 사중주단이 연주하고 있는 무대를 그대로 가로질렀다. 라프렐 요원이 손님들로 가득 찬 술집 안을 쏜살같이 지나가자 레온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 돼!”
레온은 음악 소리보다 크게 소리치며 도어맨에게 라프렐 요원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잡으라고 손짓했다.
레온은 나를 향해서도 소리쳤다. “함정이야!”
대학 시절 미식축구팀 스타 라인배커였던 라프렐 요원은 도어맨을 밀쳐 쓰러뜨리더니 총을 꺼내 들고 거리로 달려나갔다. 바로 그때 자동소총을 발사하는 소리가 물결치듯 이어졌다. 자동소총 소리는 내가 재즈 바 문 앞까지 가는 동안 계속 이어졌다. 라프렐 요원의 몸에 자동소총 총알이 수없이 박혔다. 이미 바닥에 쓰러진 라프렐 요원의 몸이 총알이 박힐 때마다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나는 총을 빼들고 밖으로 달려나가려다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밖으로 나가는 순간 총알 세례를 받게 될 게 뻔했다. 나는 그 순간 자동소총을 쏘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여자는 비자사무소에서 일하는 공화국연맹 직원들이 최대한 연방공화국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경계 지점에 서 있었다. 여전히 라프렐 요원을 향해 총을 쏘아대던 여자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총구를 돌려 재즈 바 창을 향해 총을 쏘았다. 여자가 나를 향해 씩 웃어 보였다. 바로 그때 라프렐 요원에게 밀려 쓰러졌던 도어맨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를 안으로 힘껏 밀었다. 도어맨이 재즈 바 안으로 쓰러질 뻔했던 나를 바닥에 쓰러지기 직전에 잡아주었다. 레온은 문밖에서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광경을 지켜보면서도 피아노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밴드의 가수도 계속 노래에 열중했다. 재즈 바에 있던 사람들 모두 무대만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지 보려고 고개를 돌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중립지대에서 주거 허가를 받은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때는 차라리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해야 한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이.
_본문 215~217쪽
공화국연맹에서는 옷을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지나치게 딱딱해 보여서도 안 되고, 지나치게 유행을 타는 옷차림도 안 된다. 공화국연맹 여자들은 치맛단이 무릎 위로 올라가는 스커트를 입을 수 없다. 일반인들에게 강요하는 복장 규정은 없다. 다만 공화국연맹 공직사회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정해진 옷을 입어야 한다. 회색 슈트, 흰색 셔츠, 검은색 넥타이. 남자는 끈 달린 검은색 구두, 여자는 굽이 낮은 검은색 구두. 결혼은 중매 기관에서 승인해준 상대와 해야 한다. 여성 공무원이 아이를 원할 경우 아이가 열여섯 살이 될 때까지 직업을 가질 수 없다. 공화국연맹 공무원들 가운데 경찰국 비밀 요원들의 옷차림이 더 자유롭다. 경찰국 비밀 요원들은 일반인들 틈에 섞여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편안한 옷차림을 선호한다. 케이틀린이 라프렐 요원에게 자동소총을 난사할 때 입고 있던 검은색 바지 정장도 그녀가 선택한 자유 복장이었다. 정보국에는 케이틀린의 사진이 있다. 내슈빌에서는 데님 재킷, 데님 셔츠, 카우보이모자 차림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아우터뱅크스에서는 남성용 버튼다운셔츠와 반바지를 즐겨 입었다. 중립지대에 있는 아파트에서는 검은색 진과 가죽점퍼를 주로 입었다. 뉴욕에서 쉬는 날에 입는 옷차림과 다를 바 없었다.
중립지대 사람들에게 올 블랙은 지나치게 대도시 느낌을 풍길 듯했다. 어쨌든 여기는 예전의 미드웨스트니까. 공화국연맹에 있는 동안에는 조금이라도 수상해 보이지 않는 게 최선이기에 옷을 사러 갔다. 진녹색과 파란색이 뒤섞인 타탄체크 울 스커트, 진회색 울 터틀넥 스웨터, 검은색 스타킹,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보수적인 디자인의 겨울 부츠, 두툼한 울 더블 브레스티드 검은색 오버코트를 구입했다. 에드나의 취향을 고려한 옷이었다. 새비지 요원이 새로 구입한 복장이 적절한지 보고 싶다고 해서 화상 통화로 보여주었더니 좋다고 했다.
“탁월한 선택입니다. 에드나라면 중립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도록 모범생 옷차림을 하겠죠. 그런 옷차림이라면 공화국연맹 사람들도 전혀 의심하지 않겠네요. 내일 17시에 의료팀을 만나세요. 그다음 여기 지하 기지로 오셔서 한잔 하세요. 마지막 브리핑을 하고 뉴욕에 보고를…….”
_본문 313~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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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케네디가 탁월한 심리학자를 품은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마음속에 실력 있는 사화학자도 함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_장강명(소설가)
모든 구성원들의 바람과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나라는 없다.
중립지대에 투입된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 정보 요원들은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상대를 제압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불꽃 튀는 첩보전을 벌인다. 이 소설의 화자는 연방공화국 정보국의 베테랑 요원 샘 스텐글이다. 공화국연맹 경찰국의 케이틀린 스텐글과 엄마는 달라도 아버지가 같은 이복 자매다. 샘 스텐글과 케이틀린 스텐글은 미국이 분리될 당시 각기 다른 나라를 선택한 결과 현재는 서로 적대국이 된 나라에서 정보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두 자매는 상대를 제거해야만 자신이 사는 벼랑 끝의 승부를 펼치기 위해 중립지대에 투입된다. 연방공화국 정보국의 베테랑 요원인 샘 스텐글은 공화국연맹 경찰국에서 정보 요원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케이틀린 스텐글 요원을 제거하라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케이틀린 스텐글은 중립지대에서 활동하는 연방공화국 정보원 막심을 납치해 공화국연맹의 신성 모독죄를 적용해 법정에 세웠고, 그 결과 막심이 화형당해 죽게 만든 장본인이다. 막심은 샘 스텐글 요원의 중요한 정보원이자 가끔 서로 대화를 나누며 회포를 풀던 친구 사이였다.
이제껏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이복 자매 샘 스텐글과 케이틀린 스텐글은 서로 상대를 제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능력과 수단을 동원한다. 두 나라의 방식은 많이 다르지만 샘 스텐글과 케이틀린 스텐글은 첨단 변장술을 활용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도록 얼굴을 바꾼다. 스텐글 자매가 중립지대에서 펼치는 첩보전은 흡사 통독 이전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졌던 첨예한 스파이 전쟁을 떠올릴 만큼 치열하다.
두 나라로 분리된 나라의 구성원들은 이제 원하는 정부를 갖게 되었으니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게 되었을까? 연방공화국은 국론 분열의 주요 원인이었던 종교 갈등, 인종 문제, 젠더 갈등, 노사 문제, 실업 문제, 이민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한 만큼 국민의 자유와 인권 보장, 복지 증진, 행복이 보장되는 ‘원더풀 랜드’를 구현하게 되었을까? 미국 사회에서 좀처럼 의견 일치를 보기 힘들었던 난제인 동성 간 결혼, 임신중지 수술 등이 자유롭게 허용되고, 성별을 비롯해 트랜스젠더 등 소수자를 향한 차별이 사라진 나라가 되었으니 모든 구성원들이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게 되었을까? 두 나라 구성원들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현실에서 이루었다는 만족감을 갖게 되었을까?
결과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공화국연맹 국민들은 자유를 억압당하고, 나라의 감시를 받고, 종교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신을 부정하거나 모욕할 경우 신성 모독죄를 적용받아 화형당한다. 연방공화국 역시 원활한 행정과 투명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체내에 삽입한 정보 칩 때문에 온 국민이 감시당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 세상에서 모든 불만과 갈등이 사라진 완벽한 나라가 과연 존재할까? 자유와 인권 존중을 기반으로 구성원의 행복 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나라, 모든 국민이 골고루 잘 사는 나라 건설을 목표로 출범한 연방공화국은 과연 애초의 목표를 이루었을까? 기독교 원리주의 국가로 회귀한 공화국연맹은 구성원들로부터 어떤 점수를 받고 있을까?
두 나라를 대리해 싸우는 이복 자매 샘 스텐글 요원과 케이틀린 스텐글 요원은 서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치열한 암투를 벌이는 동안에도 대화를 통한 화해의 여지를 발견한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 소설에서 모든 구성원들의 행복을 이루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제도와 정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밀접한 교감을 통해 상대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소설은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대화의 물꼬를 트고 상대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서는 이복 자매의 모습을 통해 분리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도 화합을 이루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모든 구성원들의 이상과 가치를 충족시켜주는 나라는 없다. 아무리 완벽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모든 구성원들의 행복이 저절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인간의 삶은 미처 예기치 못한 다양한 환경과 복잡다단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기에 완벽하게 준비된 삶의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는 없다. 뿌리 깊은 대립과 갈등을 근원적으로 해소시켜줄 수 있는 법과 제도, 정책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연방공화국 정부가 국민들의 자유를 보장하고, 편의를 제공하고, 안전을 보장해주기 위해 체내에 삽입한 생체 칩이 실제로는 개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건 인간이 만든 제도의 역설이다. 다른 한편 공화국연맹에서 청교도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도입한 신성 모독죄와 화형식은 중세로의 회귀나 다름없다.
이 세상에서 완벽한 나라는 없다. 이 세상의 어느 나라도 모든 구성원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아무리 소설이지만 미국이 두 나라로 분리된다는 추론은 오싹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분단이 고착화되다시피 한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큰 소설이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나라도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갈등 요소들이 많이 존재한다. 샘 스텐글 요원과 케이틀린 스텐글 요원이 처음에는 각기 소속된 나라의 체제 우위를 주장하다가 차츰 서로를 이해하고 접점을 찾아가는 모습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벌이는 치열한 대결의 순간에도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며 신뢰를 조금씩 회복해나간다. 나라든 개인이든 심각한 갈등과 대립을 넘어서려면 먼저 상대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대화와 교감을 통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류의 역사는 갈등과 대립 속에서 공전하다가 기적적으로 화합을 이루었다가 다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분화되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 소설에서 삶의 정답이 주어져 있지 않은 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날들을 살아갈 때 방심하지 말고, 체념하지 말고, 원망하지 말고, 언제나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건 종교, 이념, 법과 제도,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들이 서로 교감하고 이해하면서 차이를 줄여나가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결국 면면이 이어져온 인간의 역사에서 파생된 보조적 산물일 뿐 그 자체로 본질이 될 수는 없으니까.
이 소설은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원더풀 랜드》 줄거리 요약
《원더풀 랜드》는 2036년 두 나라로 분리된 미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첩보전을 중심 소재로 다루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나라, 자유와 민주, 인권 존중을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꽃피운 나라, 두 차례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언제나 세계에서 가장 앞선 첨단 테크놀로지를 선보이며 세계를 선도한 나라, 풍부한 부존자원과 광활한 영토를 기반으로 신의 축복을 받은 나라로 불린 미국은 장기간 지속되어온 내부의 고질적인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지 못하고 끝내 두 나라로 분리된다.
미국의 정당과 압력단체들이 서로 한 발씩 물러나 합의를 도출해내기는커녕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사사건건 팽팽하게 대립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분열 양상이 고착화되자 민주당 지도자 채드윅을 중심으로 미연방 탈퇴와 새로운 국가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된다. 가뜩이나 미연방 탈퇴를 선언하는 주가 늘어나는 가운데 현대판 KKK단이라고 할 수 있는 〈뉴 클랜〉이 저지른 클리블랜드 대학살이 벌어지면서 연방 해체 움직임은 가속화된다. 클리블랜드 대학살이 9.11사태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진 건 외부의 테러가 아니라 내부에서 저지른 학살이었기에 더욱 비극적으로 인식되었고, 사태 수습을 요원하게 만들었다.
클리블랜드 대학살의 배후는 누가 보더라도 공화당이었다. 클리블랜드시가 소속되어있는 오하이오주는 대통령 선거 때마다 공화당이 승리했다. 선거구를 공화당에 유리하도록 재편한 게리맨더링 때문이었다. 클리블랜드는 오하이오주에서 유일하게 블루칼라가 많고 리버럴한 도시라 주민들의 90퍼센트가 민주당 지지자들이었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클리블랜드 의회는 공화당 후보의 승리를 자축하는 대회를 허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KKK단을 계승한 〈뉴 클랜〉이 주최하는 대회였기 때문이다. 〈뉴 클랜〉은 ‘미래를 생각하는 기독교 자유 운동’이라는 말로 자신들을 포장해왔지만 인종차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단체로 백인 우월성을 강조하고, 유색 인종과 결혼을 반대하고, 청교도 이념에 입각한 나라로 복귀를 주장해왔다.
공화당은 〈뉴 클랜〉을 비난하는 행위는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정당하고 자유로운 사회활동을 억압하는 자유권 침해에 해당된다는 비난 성명을 발표한다. 공화당의 승리를 축하하는 대회가 취소되고 나서 사흘 후 〈뉴 클랜〉은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테러를 감행한다.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뉴 클랜〉 테러범들이 여러 대의 트럭에 나눠 타고 유대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 셰이커하이츠, 전통적으로 흑인이 많이 사는 리하버드와 마운트플레전트로 달려갔다. 그들은 집집마다 들어가 눈에 띄는 사람들을 사정없이 총으로 쏘아 죽인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뉴 클랜〉 테러범들의 숫자가 세 배는 더 많았다. 클리블랜드 대학살의 서막이었다. 〈뉴 클랜〉은 클리블랜드 전역을 피로 물들이는 유혈 사태를 저질렀고,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미국 사회의 화합을 저해하는 인종 문제, 종교 갈등, 젠더 문제, 노사 갈등, 실업 문제, 이민 문제 등으로 중첩된 대결의 정치는 결국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기보다는 적대 세력으로 간주하면서 비타협적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의 특성상 뿌리 깊은 갈등은 끝내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충돌을 거듭하다가 클리블랜드 대학살이 발발하면서 두 나라로 분리되기에 이른다.
국민들에게 폭 넓은 자유를 보장하고, 복지 증진과 행복 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연방공화국은 미연방에서 탈퇴해 독자적인 나라를 형성한다. 청교도적 신권정치를 표방하는 공화국연맹은 신성 모독죄를 저지르거나 임신중지 수술을 받을 경우 화형에 처할 수 있는 기독교 원리주의 국가로 회귀한다. 연방공화국의 이념과 가치는 민주당을 기반으로 하고, 공화국연맹은 공화당을 계승한 나라였다.
연방공화국과 공화국연맹은 상대를 적대적 국가로 규정하고, 미네소타주의 중립지대에 벽을 세워 국경을 만든다. 두 나라는 중립지대를 서로의 체제 우위를 선전하기 위한 선전장으로 활용한다. 연방공화국의 정보국 요원, 공화국연맹의 경찰국 요원들은 중립지대에서 치열한 첩보전을 펼친다.
샘 스텐글은 미국이 분리된 이후 지난 10년 동안 연방공화국 정보국에서 일해 오면서 수많은 작전에 투입된 경험을 가진 베테랑 요원이다. 그녀는 상사인 브루스 브레이머 부장으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전해 듣는다. 공화국연맹에 그녀의 이복 자매가 있고, 이름은 케이틀린 스텐글이다. 현재 케이틀린 스텐글은 공화국연맹 경찰국 요원으로 맹활약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연방공화국의 정보원 막심을 납치해 재판정에 세운 장본인이다. 현재 케이틀린 스텐글에게 부여된 임무는 연방공화국의 샘 스텐글 요원을 제거하는 것이다.
샘 스텐글은 이복 자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기에 큰 충격을 받는다. 미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녀에게 이복동생인 공화국연맹의 케이틀린 스텐글 요원을 제거하라는 작전 명령이 떨어진다. 샘 스텐글은 성형 시술로 얼굴을 바꾸고, 중립지대로 투입된다. 새비지 요원과 라프렐 요원이 샘 스텐글 요원과 팀을 이루어 함께 나선다.
작가정보
Douglas Kennedy
1955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났으며 다수의 소설과 여행기를 출간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뉴욕, 파리, 베를린, 몰타 섬을 오가며 살고 있다. 조국인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작가로 유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특히 유럽, 그중에서도 프랑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문화공로훈장을 받았고, 2009년에는 프랑스의 《르 피가로》에서 주는 그랑프리상을 받았다.
한때 극단을 운영하며 직접 희곡을 쓰기도 했고, 이야기체의 여행 책자를 쓰다가 소설 집필을 시작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오지부터 시작해 파타고니아, 서사모아, 베트남, 이집트, 인도네시아등 세계 60여 개국을 여행했다. 풍부한 여행 경험이 작가적 바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장인물에 대한 완벽한 탐구, 치밀한 구성,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스토리가 발군인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현재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출간되고 있다. 2010년 출간된 《빅 픽처》는 최고의 화제를 모으며 국내 주요서점 200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원더풀 랜드》는 첨예한 갈등과 분열 양상을 보이는 미국의 현재를 바탕으로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역동적이었던 지구방위대 미국이 멀지 않은 미래에 어떤 변화의 양상을 보일지 그려본 소설이다. 허구이지만 타당성 있는 현실을 근거로 하고 있기에 오싹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주요 작품으로 《빛을 두려워하는》, 《오후의 이자벨》, 《오로르 시리즈》, 《고 온》, 《데드하트》, 《픽업》, 《비트레이얼》, 《빅 퀘스천》,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파이브 데이즈》, 《더 잡》, 《리빙 더월드》, 《템테이션》, 《행복의 추구》, 《파리5구의 여인》, 《모멘트》, 《빅 픽처》, 《위험한 관계》 등이 있으며 격찬받은 여행기로 《Beyond the Pyramids》, 《In God’s Country》 등이 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영화학과 대학원 과정을 수료했다. 《이매진》 수석기자, 〈야후 스타일〉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 번역가와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빛을 두려워하는》, 《오후의 이자벨》, 《오로르 시리즈》, 《고 온》, 《데드하트》, 《픽업》, 《비트레이얼》, 《빅 퀘스천》,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파이브 데이즈》, 《더 잡》, 《템테이션》, 《파리5구의 여인》, 《모멘트》, 《빅 픽처》, 《파리에 간 고양이》,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 《마술사 카터, 악마를 이기다》, 《브로크백 마운틴》, 《돌아온 피터팬》, 《순결한 할리우드》, 《가위 들고 달리기》,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 《일상 예술화 전략》, 《매일매일 아티스트》, 《아웃사이더 예찬》, 《심플 플랜》,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스피벳》, 《보트》, 《싱글맨》, 《정키》, 《퀴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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