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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대

박경리 지음
다산책방

2024년 10월 18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9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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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0.90MB)
ISBN 9791130658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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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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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아우르며 격변하는 시대 속 한민족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대하소설 『토지』. 한국 문학사에 다시없을 걸작을 남긴 작가 박경리의 장편소설이 다산책방에서 새롭게 출간된다. 원전을 충실하게 살린 편집과 고전에 대한 선입견을 완벽하게 깨부수어줄 디자인으로 새 시대의 새 독자를 만날 준비를 마친 이번 작품은 『녹지대』이다. 이 소설에는 한국 전쟁이 끝나고 폐허와 상처가 가득했던 1960년대 서울의 명동 거리를 배경으로, 경제적 풍요를 누린 적도 없고 현실을 변혁할 능력도 없는 ‘한국의 비트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입체적이고 개성 있는 여성 주인공 하인애와 그를 둘러싼 여러 인물은 그 시대의 고독한 군상으로 각각의 인생에서 모두 우왕좌왕하고 있으나, 작가 박경리는 갈피를 못 잡는 이 전후 세대 캐릭터 모두를 단순화하지 않고 “진짜, 인간”으로 정성스럽게 빚어낸다. 각자의 청춘을 통과하며 자신의 내면과 조우하는 이들의 삶을 통해, 비극적 현대사와 가족사를 겪고도 치열한 생활 속에서 글을 써내려 간 서른여덟 살 작가 박경리의 흔적 또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 비 오는 거리
2. 시화전
3. 무너지지 않는 성
4. 비는 내린다
5. 여름밤
6. 비틀어진 얼굴
7. 강이 보이는 곳
8. 여름은 가고
9. 뒷거리
10. 서로 이해 못 한 채
11. 동요
12. 이상한 그림자
13. 의상
14. 바람 따라 간 사람
15. 종장

작품해설

“더욱이 인간 문제는 공상으로 그쳐야지. 이상을 가까이, 가까이 하려면 반드시 파탄이 오고 말어. 상대도 자신도 다 부서 져서 어쩔 수 없게 되는 거지. 이상이란 공상으로 끝내고, 현실은 받아들이든 안 받아들이든 그건 자기 자신의 자유지만 말이야.”
- 78쪽

비 오는 날과 햇볕 쬐는 날이 되풀이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웃음과 울음은 항상 어디서나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 185쪽

땀에 젖은 얼굴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 모두 낯선 얼굴, 가난하고 생활에 지친 얼굴, 희망을 잃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가고 있는 얼굴.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 이 시간에 이 거리를 헤맬 까닭이 있나. 전차표 한 장을 믿고 나온 사람들이지. 누구나 만날까 하고 막연히 기대에 사로잡혀서. 하지만 똑같은 사람들이 만나서 뭣을 하지. 피서지로 가야지. 그래야 슬프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거야.’
- 270쪽

“절망할 때도 여자를 찾아가고 희열을 느낄 때도 여자를 찾아가지. 그럴 때 희열은 손해를 보고 절망은 그대로 고스란히, 에누리 없이, 도로 가지고 내 제작실로 돌아오거든. 세상에 슬픔이 어디 있어? 인간에겐 희망도 절망도 가져본 일이 없어. 내게는 작품과 나와의 공간이 있을 뿐이야. 그 공간에서 빚어지는 마음을 알고 인애는 시를 쓴다는 건가?”
“천만에요. 난 사람과 저와의 공간에서 빚어지는 마음 때문에 시를 써요. 그까짓 흙 부스러기, 그까짓 시 몇 줄, 사람이 있어서 귀중하고. 선생님은 무서운 사람이네요.”
- 211쪽

사람을 만난다는 것, 나와 꼭 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 우리 이 세상에 미물(微物)같이 태어나 가지고 온갖 것이 다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이 속에서 끼리끼리 만나는 사람도 있고 만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도망치고 잡으러 가고 아…….’
- 271쪽

“옛날에는…… 가엾은 사람. 과연 나는 엄마를 경멸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을까? 요즘 나는 그 문제를 생각해 보거든. 참 허황하게 껍데기만 뒤집어쓰고 거리를 헤맨 것 같단 말이야. 사실 내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지도 못하면서 남의 눈, 남의 마음에만 신경을 쓰고 열등감을 누르려고 일부러 거친 여자 흉내를 내고 말이야. 사실 내 자신을 위해 그랬던 것 같지 않어. 남을 위해서 남의 눈이 두려워서, 속으론 엄마에 대한 애정이 있으면서도 겉으론 엄마를 비판하고 어쩌고 한 내 자신이 실상은 더 크고 나쁜 허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더란 말이야.”
- 428~429쪽

무릎 위에 올려놓은 원고 뭉치의 무게가 이상하게 무릎을 누르는 것 같고, 그 무게는 어떤 행복감과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김정현을 만나려고 그는 노력하지 않았다. 멀리 떠나고 없을지라도 어느 순간에 잡아버린 마음이 그래도 뻐근하게 무릎을 누른 원고 뭉치의 무게처럼 가슴에 남아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 431쪽

‘슬프다는 게 말이 돼? 외롭다는 게 말이 되느냐 말이다! 이 바보야, 천치야! 나는 고아다! 나는 고독하다! 흥, 뭐 말라비틀어진 소리야?’
- 432쪽

여전히 눈에 띄는 것은 많은 군중이다. 군중에 둘러싸인 계곡과도 같이 폭포는 도시 한복판을 뻗어나가고 있다. 오가는 사람들, 양편의 높은 빌딩…… 사람의 마음도 건물의 마음도 소음을 외면하고 또한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봄의 발소리에도 귀 기울이지 않고 다만 가난하고 초라한 그리고 비어버린 공간을 안고 있으며 또는 가고 있을 뿐이다.
좀 더 나아질 수는 없는가. 좀 더 영혼을 흔들어주고 미소 지을 수 있는 그 무엇은 없는가. 도시는 괴물같이 커지기만 하고 사람의 무리는 보다 더 범람하여 홍수를 일으킬 지경인데. 구두점에는 오렌지 빛깔의 귀여운 세무 구두가 진열되어 있고 어느 누구보다 봄에 민감한 양장점의 주인은 봄옷을 만들어 진열장에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건만 진정 봄은 어디메에 있는고. 소녀들의 얼굴은 어둡고, 대머리의 중년신사나 구두창이 밖으로만 닳은 청년들의 걸음걸이. 그리고 어울리지도 않게 호화롭기만 한 흰 털외투 입은 숙녀들, 모두 모두가 생활하는 모습은 아니다. 다만 생존하고 있는 모습들이 아닌가.
- 608~609쪽

한참 만에 인애는 빙그레 웃었다. 어째서 웃는지 묘한 웃음이다.
“왜 웃니?”
은자가 묻는다.
“이겨내는 힘 때문에.”
“이겨내는 힘?”
“은자 너에겐 불가능하지만 난 이길 수 있다. 그 힘이 즐거운 거야. 내 속에 기둥이 쓰러져도 나는 같이 쓰러지지는 않아.”
“그 말은 맞어. 난 기둥이 쓰러지면 나도 같이 쓰러지는 걸 알지. 그래서 한 선생을 잡은 거야.”
“그게 여자인가 봐.”
“그럼 넌 여자 아니란 말이냐?”
“아마도 나는 인간인 것 같다. 그런 이야기 이제 그만두고 너 나가봐. 그 멋진 새 코트 입구 거리에 나가면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거야. 한 선생 쪽이든 박 뭣이라는 사람 쪽이든.”
- 662쪽

냉엄하고 여지없는 사태 앞에 마주 보고 섰을 때 강한 힘이 솟구치고 자기 자신을 가장 뚜렷하게 잡아볼 수 있었던 감동이 인애 마음에 지금 피어오르고 있다. 뻗치고 서던 그 마음의 자세, 스스로 자기가 자기에게 엄격하고 준열해지던 자기 응시의 자세, 그것은 어떤 절대자로부터 오는 계시와도 같은 감격이 지금 인애 마음에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떤 일이든 부딪쳐 보자! 나는 나! 내가 손상당하지는 않는다! 내가 가졌던 것은 내 것이 아니다! 다만 내 것이 아니었더라는 사실을 눈앞에 보는 용기란 대단한 것도 아냐. 내가 이곳에 지금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의 사실일 뿐 떠나면 바람이 스쳐간 듯 말끔히 지워져 버리는 거지. 어떤 사람의 바람의 경우도, 지금 마주한 이 자연이 자연이 아니고 사람일 경우에도…….’
- 724쪽

‘사람이란 선량해지면 희극배우같이 되어버리는 것일까. 큰아버지의 경우도 행복하다는 것은 항상 우스꽝스러운 것이고 불행하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일까? 하지만 비극은 흔하고 희극은 드문 것이니 역시 우스꽝스러운 풍경이 귀한 것인가 봐.’
- 739쪽

김정현의 경우는 물론 비극이다. 비극이기 때문에 어떤 아름다움이 있는지도 모르고, 한 소녀가 목숨을 걸고 사랑하였다는 데서 더욱 아름다울 수 있는 일이다. 아무리 불행하다 하여도 그는 사랑이라는 한 줄기 빛은 볼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여자의 경우, 오욕에 찬 그 본능은 무엇으로써 구원이 될까? 그것은 사람이 아니고 기갈진 소유욕에 대한 발버둥 이외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여자를 그렇게 한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 767쪽

“제 삶이 평탄했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삶이 문학보다 먼저지요.”
고전의 품격과 새 시대의 감각을 동시에 담아낸
박경리 타계 16주기 추모 특별판

1955년 단편 「계산」으로 데뷔해, 26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소설 『토지』로 한국 문학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남긴 거장 박경리. 타계 16주기를 맞아 다산북스에서 박경리의 작품들을 새롭게 엮어 출간한다. 한국 문학의 유산으로 꼽히는 『토지』를 비롯한 박경리의 소설과 에세이, 시집이 차례로 묶여 나올 예정인 장대한 기획으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누락과 왜곡 없이 온전하게 담아낸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한국 사회와 문학의 중추를 관통하는 박경리의 방대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 구성했고, 새롭게 발굴한 미발표 유작도 꼼꼼한 편집 과정을 거쳐 출간될 예정이다.
오래전에 고전의 반열에 오른 박경리의 작품들은 새롭게 읽힐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번에 펴내는 특별판에서는 원문의 표현을 살리고 이전의 오류를 잡아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시대감각을 입혀 기존의 판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책을 선보인다. 이전에 박경리의 작품을 읽은 독자에게는 기존의 틀을 부수는 신선함을, 작품을 처음 접할 독자에게는 고전의 품위와 탁월함을 맛볼 수 있도록 고심해 구성했다. 이전의 고리타분함을 말끔하게 벗어내면서도 작품 각각의 고유의 맛을 살린 표지 디자인으로, 독서는 물론 소장용으로도 손색이 없게 했다. 한국 문학사에 영원히 남을 이름, 박경리 문학의 정수를 다산북스의 기획으로 다시 경험하길 바란다.

“나를 기른 것은 사람이 아니다.
나는 바람이 기른 아이다.”
허황된 마음을 쫓고 슬픔에 매몰된 패배자들
그들이 넘실대는 1960년대 서울의 명동 거리

박경리의 장편소설 『녹지대』는 1960년대 서울 명동에 있는 ‘녹지대’라는 이름의 음악 다방에서 시작된다. ‘녹지대’에는 음악, 문학, 철학 등 예술과 삶에 관해 고뇌하는 ‘한국식 비트족’ 젊은이들이 모여드는데, 이중 몇몇은 ‘녹지대’라는 동인회를 만든다. 그중 단연코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소설의 주인공인 하인애다. 노랗고 짧은 머리에 선머슴 같은 모습의 인애는 그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과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을 타고나 모두가 선망하는 대상이다. 인애는 돈 한 푼 제대로 벌지 못하는 습작생이지만 두둑한 배짱으로 시화전 찬조금을 얻어내는 인물이자, 방랑벽을 벗 삼아 산과 바다를 떠도는 씩씩한 인물이다. 그러나 이런 인애의 내면에도 슬픔과 외로움이 가득하다. 인애는 한국 전쟁으로 부모를 모두 잃고 작은아버지 댁에서 얹혀 살아온 고아이자, 알 수 없는 사정으로 거듭 인애를 피하려는 김정현과의 애정 관계로 속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유와 비애 사이에서도 인애는 빨간 수첩에 시를 쓰고, 비 내리는 쓸쓸한 늦봄의 명동을 걷고, “황홀한 슬픔과 아득한 사랑”을 맛보며, 예술과 인생을 점차로 알아간다.
인애를 둘러싼 여러 인물 역시 그들 각자의 슬픔에서 허우적대고, 또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인애의 친구 은자는 ‘양공주의 딸’이라는 집안 배경 때문에 자신이 사랑하는 박 씨에게 열등감을 느껴 괴로워한다. 결국 은자는 현실에 타협하고 자신을 오래도록 좋아해 온 한철과의 결혼을 결심한다. 어떻게든 인생에서 “비상구”를 찾으려는 인애와 달리, 은자는 “밀폐”됨으로써 생활의 안정과 내면의 평화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내면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계속해 방황하는 인물은 은자뿐만이 아니다. 인애의 작은어머니인 최경순 여사는 평생 동안 남편인 하흥수의 “허황된 마음”을 쫓고자 애를 쓰다 자살까지 시도한다. 게다가 하흥수 씨는 “심술과 이기”가 가득해, 외로움에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아내조차 온전히 사랑할 수 없는 인물이다. 잘못된 결혼 생활에 몸과 마음이 묶여 되레 습관적으로 여자를 찾는 허무주의자 민상건도 있으며,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기 생활이 부끄러워 계속 자신을 감추고 도망치는 김정현도 있다. 거대한 인파로 가득한 명동 거리에서 어떤 사람들은 텅 빈 마음을 감춘 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가고 있는 얼굴”들이다.

“난 사람과 저와의 공간에서 빚어지는 마음 때문에 시를 써요.
그까짓 흙 부스러기, 그까짓 시 몇 줄, 사람이 있어서 귀중하고.”
무참히 손상된 관계에서 시작되는 예술
타자의 침범으로 확장되는 자아와 인생

『녹지대』에서 눈여겨볼 것은 각자의 인물들이 자신의 삶을 구원하는 방법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 의해 상처받고 고통받는다. 허무로 가득찬 조각가 민상건의 삶을 송두리째 망쳐버린 것은 그의 전 부인이다. 무자비함과 악의만 남은 전 부인은 집착적으로 민상건을 괴롭히며 그의 인생을 장악하려 든다. 민상건이 마음을 둘 곳은 오직 그의 일이자 삶인 조각뿐이고, 그런 이유로 그의 제작실에는 무감각해 보이는 여성의 나체 조각상이 가득하다. “인간에겐 희망도 절망도 가져본 일이” 없는 그에게는 오직 “작품과 나와의 공간이 있을 뿐”이다. 자신의 고통으로만 가득찬 이에게는 타인과의 관계를 쌓아갈 공간이 남아 있지 않다. 그 누구보다 강하던 자존심을 모두 내려놓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보다 민상건을 위해 슬퍼하는” 숙배의 애정어린 침범이 없었더라면, 그는 여전히 자신의 제작실 안에 틀어박혀 있을지 모른다.
반면 인애가 고통을 타개해 가는 법은 민상건의 방식과는 다르다. 인애가 시를 쓰는 까닭은 사람 때문이다. 인애는 “사람과 저와의 공간에서 빚어지는 마음 때문에” 시를 쓴다. 예술가로서 자각하게 되는 “사치스러운 자의식”은 멀리하고 “자연의, 있는 그대로의 것”, 그래서 “아름답고 순박하며 평화스러운” 것을 찾으려 한다. 머물 곳이 마땅치 않고 수중에 돈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아도 인애는 감을 주워 먹는 가난한 소년에게 차비를 모두 내어주며, 자신의 슬픔에 매몰되지 않고 타인과 사회를 바라본다. 자신이 손상되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워 않고 정신을 놓을 듯 김정현을 그리워한 후, 이뤄질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애쓰지 않는다. 대신 여전히 뻐근한 마음을 움켜잡고, 원고 뭉치가 가져다주는 생활감이 “어떤 행복감과 같은” 것이라고 여기며 살아간다. 그렇게 끝까지 인애는 쓰러지지도 않고 꿋꿋이 서 있다.

“내가 가는 곳은 어디든지 현실이야.
내일 일은 모르니까 가야 가는 줄 알겠지만.”
좌절과 상처 가득한 시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삶의 방향과 의미를 모색하는 자들

『녹지대』는 1964년 6월 1일부터 1965년 4월 30일까지 10개월 동안 연재되었는데, 소설 속 이야기도 연재 기간과 비슷하게 비 내리는 늦은 봄에서 시작되어 여름, 가을, 겨울을 거쳐 다시 봄을 맞이한다. 1년 전 사회의 관습과 개인의 욕망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여러 인물은 사계절을 보내면서 자신만의 균형점을 찾아내고, 더 나은 삶을 위한 나름의 방법을 택한다. 경순 여사와 하흥수 씨는 지난날의 과오를 덮고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오고, 민상건과 숙배, 은자와 녹지대 동인들은 새로운 미래를 그리며 용기내 한 발을 내디딘다. 그리고 휘어지지도 구부러지지도 않고 단단히 그 자리에 서 있는 인애의 모습도 있다.
작가 박경리는 한국 전쟁을 겪고 폐허가 됐던 1960년대 서울에서 고독과 불안을 겪으면서도 생활을 이어나가려는 이들, 사회적 관습에 괴로워하면서도 또 이에 의지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사랑과 젊음 그리고 예술이 어떻게 버팀목이 되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들 뒤로는 “봄옷을 만들어 진열장에 화려하게 장식”하는 양장점의 주인, 어두운 얼굴의 소녀들, 구두창이 닳은 청년들, 호화로운 털 외투를 입은 숙녀들이 “생활하는 모습”이 아니라 “생존하고 있는 모습”으로 걸어 다닌다. 햇볕은 여전히 다사롭고, 무르익은 봄기운은 여지없이 인간들의 삶 사이로 넘쳐 들어온다. 박경리 작가는 이 소설에서 서술자의 목소리를 빌려 “희로애락을 외면한, 언제나 대범스럽고 그래서 무자비한 자연은 그냥 자기 자신의 자리만 지키고 있는데 우왕좌왕하는 인간의 무리에는 참으로 이야기도 많다”고도 말한 바 있다. 모두가 주변부에 머무르며 불안을 껴안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우리에게도, 그럼에도 반복되는 계절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우리에게도, 60년 전에 이 쓰인 소설이 새 삶의 탐색과 모색의 가능성을 제공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작가정보

저자(글) 박경리

朴景利 (1926. 12. 2.∼2008. 5. 5.)
본명은 박금이(朴今伊). 1926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났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으로 등단, 이후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 『시장과 전장』(1964), 『파시』(1964~1965) 등 사회와 현실을 꿰뚫어 보는 비판적 시각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69년 9월부터 대하소설 『토지』의 집필을 시작했으며 26년 만인 1994년 8월 15일에 완성했다. 『토지』는 한말로부터 식민지 시대를 꿰뚫으며 민족사의 변전을 그리는 한국 문학의 걸작으로, 이 소설을 통해 한국 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거장으로 우뚝 섰다. 2003년 장편소설 『나비야 청산가자』를 《현대문학》에 연재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중단되며 미완으로 남았다.
그 밖에 『Q씨에게』 『원주통신』 『만리장성의 나라』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 『생명의 아픔』 『일본산고』 등과 시집 『못 떠나는 배』 『도시의 고양이들』 『우리들의 시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등이 있다.
1996년 토지문화재단을 설립해 작가들을 위한 창작실을 운영하며 문학과 예술의 발전을 위해 힘썼다. 현대문학신인상, 한국여류문학상, 월탄문학상, 인촌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칠레 정부로부터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문학 기념 메달을 받았다.
2008년 5월 5일 타계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한국 문학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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