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상한 세계
2024년 10월 14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6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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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68731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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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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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발달을 자극하라
지금 태어나면 아이는 살 수 있나요?
“앞으로 발달이 잘 이루어지는지 지켜봐야 해요.”
발달 자극을 위해 뭔가 더 해야 하는데……
놀이인 듯 놀이 아닌 ‘꾸안꾸’ 놀이법
‘흔들린 아이 증후군’ 방지를 위해 비싼 유아차가 필요하다고?
전지전능해지는 건 부모가 아니라 전문가
*인터뷰-서리의 이야기: “애들이 제 노력을 배반함으로써 제가 해방되었죠.”
2부 공감하는 엄마가 되어라
안녕하십니까, (나의 아이) 고객님!
절대 화내지 마라
“그랬구나”라는 마법의 언어
자연주의 육아라는 환상
치료에 매진해도, 치료를 게을리해도 죄책감이 드는 이유
*인터뷰-울림의 이야기: “염색에 이상을 어떻게 고쳐요?”
3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라
치료가 필요한 ‘주요 우울군’입니다
상담사의 질문
죄책감의 뿌리를 찾아서
자아의 근원에는 원가족과 내면아이가 있다?
육아문화가 치유문화와 결합할 때
*인터뷰-달리기의 이야기: “엄마 양육습관을 돌아보라는 거야. 그럼 아빠는요? 사회는요?”
4부 다 엄마 탓이다
내가 나를 못난 엄마로 만들고 있다고?
나는 알고 있다, 비난받는 느낌을
이래도 비난, 저래도 비난
엄마에게 죄책감 권하는 사회
자녀의 자존감이라는 또 다른 종교
*인터뷰-기빙트리의 이야기: “상담 이론, 코칭 이론, 이거 개빡세고 불가능하네?”
5부 그러다 몬스터가 될 것이다
언제는 마음 읽어주라더니 이제 와서 왜 이래?
‘진상 부모 체크리스트’가 드러내는 것들
오은영 가고 조선미, 하정훈 오나?
나쁜 부모의 계보학
나도 괴물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나가며
주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이야기는 끝없이 샘솟는 우물 같다. 두레박으로 퍼내고 퍼내도 다른 이야기가 고이고, 또 다른 이야기가 고인다. 나는 누군가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일에 시간을 속절없이 써버린 사람, 그 시간 속에서 무언가를 잃고 또 얻은 사람이다. 플러스 마이너스로 계산할 수 없는 이 이상한 세계에서 나는 돌아갈 방법이 없다. 나의 글은 이 이상한 세계에 첫발을 내디딜 무렵의 이야기다. (들어가며, 5쪽)
하지만 오늘날 ‘어려운 육아’는 오은영 박사와 같은 전문가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니다. 여기에는 ‘아이는 만들어질 수 있다’는 믿음과 점점 더 어린 연령대까지 압박해오는 신자유주의적 경쟁, 내면아이와 자존감 등을 중시하는 치유문화의 유행, 자녀의 문제는 대체로 엄마의 책임이라는 모성 이데올로기 등이 겹겹이 연결되어 있다. 새로운 전문가들이 나타나 “쉬운 육아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더라도, 육아를 어렵게 만든 요인들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한 육아문화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 젊은 교사의 죽음으로 시작된 사회적 논의가 이 시대의 육아를 어렵고 복잡하게 꼬아버린 것들에 대한 비판과 성찰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들어가며, 8~9쪽)
전공의와 간호사는 처치 과정에 대한 설명 없이 들이닥쳤고, 교수는 하루 한 번 간신히 만났다. 그는 전공의와 간호사 예닐곱 명을 대동한 채 빠른 걸음으로 회진을 돌며, “수축이 심해지면 내일이라도 출산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지금 태어나면 아이는 살 수 있나요?”
교수에게 묻자, 그는 답했다.
“나는 산부인과 교수지, 소아과 교수가 아니잖아요?”
산부인과는 산모의 몸만을 관장하지 않는다. 산부인과 교수로서 그는 조산아의 생존율과 생존 후 장애 가능성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소아과 교수가 아니라는 말로 환자가 태아의 예후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차단해버렸다. 환자가 현 상황을 이해할 가능성도 함께. 당시 나는 28주가 넘으면 조산아의 90% 이상이 생존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지금 태어나면 아이는 살 수 있나요?, 17쪽)
“엄마는 왜 조산을 했을까?”
교수의 말이 혼잣말인지 혼잣말을 가장한 반말인지, 나의 대답을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 나의 대답을 원하는 거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왜 조산을 했는지에 대한 답은 내가 가장 절실하게 알고 싶었던, 하지만 찾을 수 없었던 답이 아닌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면서도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이가 지금 재활의학과에 와 있는 이유는 나의 조산 때문이라는 걸. 교수는 차트에서 눈을 떼고 나를 보며 말했다.
“이른 주 수의 조산이라 뇌 손상 가능성이 있어서, 앞으로 발달이 잘 이루어지는지 지켜봐야 해요.”
그때부터였다. 아이의 발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육아가 시작된 것은. (“앞으로 발달이 잘 이루어지는지 지켜봐야 해요.”, 25쪽)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아이가 만들어질 수 있는 존재라면 그렇게 아이를 조물조물 만들어가는 부모의 영향력이 엄청나야 하는데, 현실은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은 후 아이의 건강, 성장, 발달에 관해 이야기하는 많은 전문가들을 만났다. 신생아과·재활의학과·소아정신과 교수, 물리치료사, 임상심리사 등의 직함을 가진 그들은 아이의 상태에 대해 평가하고 처방을 내려주었다. “발달을 위해 엄마가 다양한 자극을 주어야 해요.” “엄마가 말 많이 걸어주세요.” 내가 해야 할 일은 전문가의 말을 경청하고 따르는 것. 전문가들이 아이의 발달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엄마의 역할이었음에도, 노력하는 주체는 그들이 아니라 나였음에도, 내 삶에서 전문가의 발언은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반면 나는 점점 줄어들고 작아지고 좁아지는 기분이었다. (전지전능해지는 건 부모가 아니라 전문가, 47쪽)
첫째가 틱 증상이 있었다고 했잖아. 내 피부염 때문에 한의원에 갔다가 지나가는 말로 선생님께 물어봤어. ‘아이가 요새 틱 증상이 심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생님이 틱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있으니, 엄마의 양육습관을 돌아보라는 거야. 내가 순간 울컥해서 물었어. “엄마의 양육습관을 돌아봐야 하면 아빠의 양육습관은요? 할아버지 할머니의 양육습관은요? 아이가 만나는 수많은 선생님과 다른 어른들은 돌아볼 것이 없나요?” (인터뷰-달리기의 이야기: “엄마 양육습관을 돌아보라는 거야. 그럼 아빠는요? 사회는요?”, 135쪽)
엄마가 되는 순간 들려오는 이상한 세계의 목소리
육아는 어쩌다 이렇게 어렵고 복잡해졌을까?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을 만큼 육아는 본래 어려운 것이겠지만, 특히나 요즘 한국에서 육아는 더더욱 고난도의 과정이 되고 있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는 영유아기의 아이들까지 기어이 경쟁구도로 내몰며 ‘성공’과 ‘선두’를 닦달하게 만들고, 심리학을 기본으로 하는 치유문화의 대유행은 어린 시절에 그 어떤 상처나 흠결 하나도 남겨서는 안 된다는 부담감을 가중한다. 새로운 국민 육아 멘토로 떠오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소아ㆍ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은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미디어를 통해 각종 심리상담을 진행하며 ‘아이는 만들어질 수 있다’는 믿음과 어른의 마음에 자리하는 내면아이 및 자존감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그러한 치유문화적 해결책은 자녀를 둔 부모들뿐만 아니라 자녀가 없는 성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받아들여지며 개인이 겪는 모든 심리적 문제를 어린 시절 양육을 돌아봄으로써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는 것으로 바라보게 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육아는 여전히 ‘여성’의 영역으로 남아 있고,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아이의 ‘문제행동’에 대한 비난은 한결같이 엄마를 향해서만 쏟아진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명령과 치유문화의 유행, 그리고 여전한 모성 이데올로기는 엄마가 되는 순간 다음과 같은 명령의 목소리들로 맞닥뜨리게 된다. ‘아이의 발달을 자극하라’ ‘공감하는 엄마가 되어라’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라’ ‘다 엄마 탓이다’ ‘그러다 몬스터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임신 29주 만에 이른둥이 아이를 출산한 저자 이설기가 엄마를 향한 명령들에 지독하게 얽혀든 이야기다. 엄마라는 이상한 세계의 한복판에서 속절없이 흔들리면서도 끊임없이 질문하고 밀쳐내고 협상해온 꿋꿋한 한 여성의 이야기다.
‘발달을 자극하라’
: ‘정상발달’이라는 기준이 촉발하는 안도감과 조바심
저자는 임신 26주 차에 “배가 너무 뭉쳐서” 병원을 찾는다. 종합병원 산부인과에 입원한 그는 자궁수축 억제제를 맞지만 증상은 잡히지 않고, 입원 3주 차에 인큐베이터가 있는 대학병원으로 전원한다. 대학병원 분만실에 도착한 그는 순식간에 ‘예비 엄마 1’이 되고, 이 건물 저 건물로 옮겨다니며 검사를 받지만 의료진은 별다른 설명 없이 “수축이 심해지면 내일이라도 출산할 겁니다”라는 말만을 차갑게 던진다. “지금 태어나면 아이는 살 수 있나요?” 저자는 묻지만, 의사는 “나는 산부인가 교수지, 소아과 교수가 아니잖아요?”라는 말로 날카롭게 맞받아친다. 산모로서 자신과 아이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애써보지만 도통 질문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고, 용기를 내 던진 질문마저 차단당하는 경험으로 저자는 무력감을 느낀다.
아이는 임신 29주 6일째에 태어난다.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진 아이가 퇴원하기까지는 꼬박 65일이 걸렸다. 임신 기간 37주 미만, 또는 최종 월경일로부터 37주 미만에 태어난 아기를 칭하는 ‘미숙아’ ‘조숙아’ ‘이른둥이’는 열 명 중 아홉 명이 생존하지만 건강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저자는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다. 병원에서는 여러 분야의 추적관찰을 권하고, 그중에서도 쉽게 ‘졸업’할 수 없는 과는 재활의학과와 신생아과다. 대근육 발달(재활의학과)과 전반적인 발달(신생아과)이 잘 이루어지는지 정기적으로 발달검사와 외래 진료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엄마를 향해 쏟아지는 ‘발달을 자극하라’는 명령을 끊임없이 마주한다. “엄마는 왜 조산을 했을까?”라고 혼잣말인 듯 아닌 듯 넌지시 입을 떼는 재활의학과 교수의 말을 듣고 곰곰 곱씹어보는 일, “조산이라 뇌 손상 가능성이 있어서, 앞으로 발달이 잘 이루어지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말에 아이의 발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일, 아이에게 해당되는 개월 수의 발달검사지 문항을 확인해 아이가 하지 못하는 것을 연습시키는 일은 모두 엄마인 저자의 몫이었다. 병원과 각종 인터넷 검색, 서적을 통해 습득한 발달 과제를 연습해보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고, 저자는 과연 ‘발달 자극’을 위해 아이와의 모든 시간을 목적 지향적으로 만드는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를 질문한다. ‘아이의 발달을 자극하기 위해 무언가 더 해야 하는데’라는 찜찜함 속의 시간들은 아이가 따라주지 않으면 화를 내게 만들고, ‘정상발달’이라는 기준에 비추어 아이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안도감이나 조바심을 느꼈다고 저자는 고백하면서, 과연 그것이 ‘괜찮은’ 일인지를 질문한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1~4부 말미에 다른 여성들(서리, 울림, 달리기, 기빙트리)의 경험을 인터뷰한 내용을 덧붙여 시야를 확장한다. 1부에 덧붙은 서리의 이야기는 저자와 비슷한 주 수에 조산으로 쌍둥이를 출산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 저자의 경험이 중첩되기도 하며 그의 고민이 비단 한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가 아님을 알려준다.
‘공감하는 엄마가 되어라’
: 언제나 밝고 활기찬 엄마 되기는 가능할까?
‘안녕하십니까, (나의 아이) 고객님!’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2부는 육아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공감 육아’에 관한 삐딱한 시선이다. 늘상 하이톤의 목소리로, 오버스럽다 싶을 정도의 활기찬 표정과 제스처로 아이를 대하는 엄마의 태도는 ‘좋은 엄마’의 표본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이 양육자의 고유한 감정과 기질, 성향을 배제하고 높은 텐션을 기본값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불가능한 과업이라고 지적한다. ‘좋은 엄마’의 이상향처럼 정해진 ‘밝고 활기찬 엄마’를 모두가 따라가려다가 에너지를 소진해버리는 상황에 대해 경계하는 것이다.
‘절대 화내지 않는 엄마’도 비슷한 선상에 있다. 엄마를 향한 육아 전문가들의 ‘절대 화내지 말라’는 조언은 ‘욱하는’ 엄마들에게 브레이크를 거는 한편 육퇴(육아퇴근) 후 시간을 자책의 밤으로 이끈다. 독박육아에 시달리면서도 절대 화를 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은 엄마들의 감정을 옥죈다. 하루치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도 ‘공감하는 엄마’가 되지 못한 순간을 떠올리며 자신을 자책하는 엄마들. 저자는 여전히, 오로지 엄마를 향해서만 쏟아지는 세상의 목소리에 두려움을 곱씹는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라’
: 엄마가 느끼는 죄책감이 엄마 개인의 문제일까?
조산에 대한 자책, 아이의 발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나날, ‘해야 했는데’와 ‘하지 말아야 했는데’ 사이를 부유하는 생각들…… 저자는 산후 우울증 자가 진단을 해보게 되고, 이내 상담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자신의 상태를 ‘산후 우울증’이라는 다섯 글자에 붙박지 않으려 한다. 조산한 자신을 탓하는 듯했던 대학병원 진료실에서의 순간들, “아이가 일찍 태어나서요”라고 말할 때 작아지던 목소리, 아이의 발달을 촉진하기 위해 밤마다 인터넷을 뒤지던 손, 무언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느낌이 들러붙은 명치 끝, 저자는 자신의 우울 뒤에 가려진 것들을 똑바로 바라보고자 한다.
그렇게 저자는 상담을 병행하면서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느끼는 죄책감의 원인을 일부 깨닫지만, 결코 그것이 자신이 느끼는 죄책감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문제 원인을 원가족과 내면아이의 문제에서 찾는 것은 가족의 의미에 대한 재구성이 자아의 내러티브를 만드는 데 더없이 중요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오늘날 매우 대중적인 상담 방식이기도 하며, 저자 역시 그러한 자아 설명 방식에 깊이 빠져든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아 내러티브의 문제점은 개인을 둘러싼 사회구조적 영향을 무시한 채 오로지 원가족과 내면아이를 이해하고 인식함으로써 개인의 심리적 문제를 ‘치료’할 수 있다고 여기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통해 엄마가 된 이후 겪는 심리적 고통이 과연 죄책감에 취약한 자신만의 특수한 문제인지를 다시금 질문한다.
‘다 엄마 탓이다’
: 이래도 비난, 저래도 비난
엄마로서 느끼는 죄책감은 저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맘카페에 ‘죄책감’을 검색해본 저자는 아이가 자주 아파서, 나 때문에 말이 느린가 싶어서, 둘째 때문에 첫째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써서 등 거의 모든 상황에서 죄책감을 언급하는 엄마들의 글을 발견한다. “죄책감 갖지 마세요. 당신은 이미 좋은 엄마입니다.” 꼬박꼬박 그런 댓글이 달려도 매일같이 엄마들의 죄책감은 업데이트된다.
도대체 왜일까? 저자는 아무도 자신에게 못난 엄마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아무도 자신의 조산을 탓한 적이 없는데 어째서 온몸으로 비난받는 감각을 알고 있는지 숙고에 빠진다. 그러다 자신이 직접적으로 비난의 말을 들은 적은 없을지라도 엄마들을 탓하는 시선에 끊임없이 노출되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포털 뉴스 댓글창에 난무하는 비난들, 아이의 대학병원 진료실과 지역사회에서 겪은 감시의 눈초리, 마치 선의의 충고나 조언처럼 ‘이게 좋다더라’, ‘저렇게 해봐라’ 쏟아지는 말들…… 육아라는 과업의 주체는 늘 엄마였고, 엄마는 할 수 있는 최대한보다 더 아이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존재였다.
‘그러다 몬스터가 될 것이다’
: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되 과몰입에 주의하라고?
아이를 키우는 데 정해진 답이 있을까? 오늘날 많은 전문가가 특정 육아법을 마치 정답처럼 주장하지만 사실 그것 또한 시대에 따라 달라져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2020년대 초반의 대세는 ‘공감 육아’였고 이는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흐름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으로 고통받는 교사들의 문제가 나타나고 그 배후로 ‘진상 부모’ 및 아이의 감정과 마음에만 ‘극진히’ 공감하는 육아 방식의 문제가 지목되면서 훈육이나 부모 중심의 전통 육아를 강조하는 전문가들이 새롭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자기밖에 모르고 통제가 안 되는 아이를 만들어내는 원흉”으로 부모들이, 특히 엄마들이 지목되는 상황에 의문을 표한다.
저자는 이 혼돈의 육아법 시대에 과연 어떤 양육자가 되어야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자신 또한 아이의 자존이라는 측면에서 육아에 ‘과몰입’하는 몬스터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를 의심하면서. “대세와 무관하게 ‘중심’을 잡고 실천하는 양육자가 되기를 원하지만, 그 ‘중심’이라는 것 역시 사회적 상상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선택에 반영되는 사회구조적 영향력을 인식하면서 ‘공감 육아냐 훈육이냐’ 하는 질문의 반복을 피하기, 저자의 고민은 그 지점에 있다. 그는 오늘도 그저 육아가 더 편하고 즐거운 일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아이는 저절로 큰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의 ‘평범한’ 육아 이야기는 누군가를 기르고 돌보는 과정에서의 노동이 폄하되지 않으면서도 육아를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는 사회적 요인들을 거둬내는 일에 함께 머리를 맞대보자고 청하고 있다.
작가정보
교육학을 공부하고 교육 시민단체에서 일했다. 2018년 임신 29주 만에 아이를 낳으며 엄마라는 이상한 세계에 발을 디뎠다. 시대적 징후에 대해 떠들어대는 걸 좋아하지만 아이가 흘린 과자 부스러기와 블록을 줍느라 더 바쁘다. 교육 계간지 《민들레》 편집위원, 교육 관련 비영리재단 프리랜서 연구원으로 활동한다. 육아문화와 모성, 교육열 등의 주제에 관심이 많으며 내가 느끼는 까끌거림이 정확한 언어로 표현되는 순간을 사랑한다. 《부모 되기, 사람 되기》, 《아이를 학대하는 사회, 존중하는 사회》를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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