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란의 세상, 희망을 찾아서
2024년 10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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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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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낡고 좁은 사고”의 진보가 ‘이중사고’의 문재인에게
3 남북 관계, 무너짐과 되살림에 관하여
4 평화공존의 ‘투 코리아’ 전략은 불가능한가?
5 한반도의 북쪽을 뭐라고 부를까?
6 위기의 한반도, 탈군사주의에서 대안을 찾자
7 양안관계와 한반도, 휘말림에 대하여
8 한반도와 일본, 그 엇갈림에 관하여
9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디로?
10 평화를 위한 북한 개발협력
11 청년, 우리들의 생각은?
12 기후 재난 시대, 탈성장 평화에 대한 모색
13 복합·다중 위기의 시대, 군축에서 희망을
전쟁 중에 우크라이나 시민의 구호와 군대의 보급에 대한 물류를 담당한 주체는 우크라이나 정부보다는 우버(Uber) 택시였다. 우버는 자체 플랫폼의 AI 기술을 이용하여 국제사회에서 보낸 구호물자를 실은 수천 대의 트럭을 실시간으로 통제하는 총책임자였다. 이 외에도 상업위성을 운용하는 민간기업들이 제공하는 영상은 미 국방부에 비해 양과 질에서 압도적이었으며, 미 국가정찰국(NRO)은 이를 분석하는 데 AI를 활용했다. 실리콘밸리의 AI 상위 업체들은 사실상 거의 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신흥 기술과 노하우를 실험했고 다시 이를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는 기회로 이용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의 전쟁 역사상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이 전통적인 군산복합체를 압도한 최초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빅테크 기업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재앙이 아니라 축복에 가까웠다. 이 전쟁으로 인해 새로운 사업 기회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23쪽
무엇보다도 남북의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 이면에는 ‘남북합의서’의 허약함이 숨어 있다. 남북 간의 약속은 남북합의서의 형태로 만들어져왔다. 1971년 남북합의서가 처음 체결된 이후 현재까지 남북은 667회의 남북회담을 통해 258건의 남북합의서를 탄생시켰다. 이렇게 오랜 시간과 노력의 결실로 만들어진 남북합의는 지금 어떤 모습인가? 남북합의서는 동북아 정세의 위기, 남북 관계의 악화 그리고 정권교체로 무력화되어 왔다. 단지 그뿐인가? 아무리 주변 환경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모든 합의가 무력하게 사문화될 수 있는 것인가? 남북합의서가 지켜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남북합의서가 어떠한 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학술적인 논의와는 별개로 남북합의서는 국가 간 조약과 같은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 채 선의에 의한 약속, 즉 신사협정으로 취급받고 있다. -58쪽
우리가 대만해협의 군사적 충돌이 한반도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지만, 대만의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남북한 관계의 악화로 인해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먼저 발생하고, 그 충돌이 대만해협으로 확산되고, 중국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역사적으로도 선례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은 한반도 전쟁의 영향이 대만해협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만해협에 미군을 투입한 바 있다. 심지어 장제스가 중국군의 주력이 한반도에 투입된 것을 보고 대만 국군을 한반도에 투입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대만해협의 안보 위기와 함께 대두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이다. 미국의 필요에 따라 주한미군의 일부 전력이 한반도 역외에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인데, 주한미군이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에 개입할 경우 한국도 원치 않는 분쟁에 휘말릴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136쪽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에도 중국, 한국을 제외한 서방국가들과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을 체결함으로써 피해국 사죄를 유예받았다. ‘가해자 일본’의 자각은 처음부터 희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냉전 해체 이후 과거사와 관련한 사죄 요구가 분출했다. 1991년 8월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표면화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후 평화주의의 온실溫室 속에 안주해온 일본인들에게 ‘침략전쟁의 가해자’임을 일깨웠다. 과거사 성찰 없이 반세기를 살아온 일본인은 식민 지배 사죄와 반성 요구에 저항감을 느꼈다. 일본 정부는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사과’ 외교 방식으로 사태를 봉합하려 했으나 피해 당사자들이 거부하면서 장기 미제 현안이 됐다. 그러던 차에 북한의 납치 문제 인정은 ‘가해자’ 일본이 ‘피해자’ 일본으로 탈바꿈하는 절호의 기회였다. 북일 정상회담은 국교 정상화 합의보다 일본이 북한의 ‘피해자’였음을 확인한 것이 더 큰 의미를 띠게 됐다. -165쪽
슬로바키아의 글로벌 싱크탱크인 GLOBSEC은 2023년 말, 앞으로 2년(2024~2025년)간의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을 두고 다섯 가지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한 41명의 전문가를 선별한 뒤, 전쟁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요인(우크라이나 안보 및 군사작전, 2024년 미국 대선, 북한의 러시아 지원 등) 58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각각의 시나리오를 개발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 31%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2025년 이후까지 장기화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 뒤를 이은 시나리오는 하이브리드형 3차 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봤는데, 즉 중동이나 조지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등 코카서스 국가, 발칸반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전쟁이 발생해 글로벌 차원의 심각한 지역 분쟁이 발생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기억은 오히려 흐려질 거라는 내용이었다. 이 시나리오 또한 전체 41명 중 27%가 가능성을 점쳤다. -184쪽
기후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군비증강’을 억제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3년 전부터 제기됐다. 지난 2021년 12월 50명 이상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앞으로 5년간 모든 국가가 군비를 연간 2%씩 삭감하고, 이 돈의 절반을 팬데믹과 기후 위기, 극심한 빈곤에 대처하기 위한 유엔 기금에 투입할 것을 요구했다. 일명 ‘평화 배당’ 캠페인이다. 이들은 이 계획이 “인류를 위한 단순하고 구체적인 제안”이라고 설명한다. 2020년 세계 군사 지출이 2.6% 증가했기 때문에, 2% 삭감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수치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이들의 이런 요구를 수용한 정부는 아직까지 찾아보기 어렵다. -234쪽
전쟁, AI, 기후재난… 격변의 세계를 진단하고, 분쟁과 갈등을 넘을 대안을 찾다
1999년 창립한 평화운동단체 ‘평화네트워크’는 외교·안보의 민주화와 평화 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국내외의 어려운 여건과 세계사를 뒤흔드는 갈등, 격변의 시기에도 충돌과 무력이 아닌 평화의 관점으로 한반도와 세계의 군사, 안보 문제를 진단하고 대중과 소통하며 정책 대안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4년, 창립 25주년을 맞아, 지금껏 평화네트워크와 함께하며, 학계, 언론, 국제기구, 시민사회단체 등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활동하는 14인의 전문가가 평화네트워크만의 시선과 날카로운 통찰로 오늘의 세계를 진단하고 평화의 길을 모색해본다.
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AI 시대의 전쟁과 평화를 다뤘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등 최근의 전장과 무기 개발에 있어서 AI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그 위험성이 무엇인지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면서 AI 무기의 통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다현 기자와 염창근 활동가는 더욱 커져가는 기후 재난과 전쟁으로 대규모 피해와 난민 발생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군비경쟁이 지구의 한계선을 무너뜨리는 길임을 주장했다. 대신 군사적 성장주의에서 벗어나 상호 돌봄을 중심에 두는 ‘탈성장 평화’라는 공존의 사회를 상상하자고 제안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군비경쟁과 기후 위기의 상관관계에 주목하면서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위기에 처한 지구촌의 현실을 바꾸는 데에 왜 군축과 군비통제가 ‘선택적 변화’의 핵심이 되어야 하는지를 소개했다. 많은 고민과 의문으로 미래를 그리는 청년들의 목소리도 담아냈다. 20대 청년인 황용하 평화네트워크 연구원과 이서영 평화네크워크 운영위원은 한국 청년들이 평화에 무관심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악순환이 반복되는 남북관계와 평화롭지 않은 국제사회 현실에서 찾고, 이를 탈피하기 위해 평화를 보는 시각을 넓혀야 함을 강조했다. 이제껏 세상에서 당연하다고 배워온 것에 대한 청년들의 의문을 담아냈고, 불편해도 이해해야 할 것과 두려워도 부딪쳐야 하는 마음을 녹여냈다.
대립과 갈등의 남북관계를 넘을 근본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시선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섯 편의 글을 수록했다. 정욱식 대표는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면서도 강력한 국방력 건설에 나선 것이 문재인 정부의 평화정책이 실패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이중사고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하고자 했다. 남북관계 전문가인 정일영 서강대 연구교수 최악의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되살리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그는 남북관계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정부의 남북관계 독점을 타파하고 시민사회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적 평화담론을 오랫동안 고민해온 윤영상 연구조교수는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한국과 조선이 서로의 국가성을 인정하면서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데 있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한국 내에서 초당적 평화연합을 구축하고 한국과 조선의 평화공존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자고 호소했다. 성현국 평화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한반도의 북쪽을 뭐라고 부르는 것이 바람직할까’라는 고민스러운 질문을 던졌다.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한의 오랜 적대관계를 ‘군사주의’로 바라볼 것을 제안하면서 정권 차원과 주민 차원의 상호 인식을 균형적으로 검토했다. 그리고 남북 간에, 한반도 주변 국제적 차원에서 전개되는 군비경쟁과 상호 인식을 논의하면서 적대의식과 선택주의적 정책 관행의 성찰이 탈군사화를 예비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세계와 한반도, 연결된 미래
국제 문제이면서 한반도와도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는 글들도 함께 담았다. 양안관계 전문가인 장영희 충남대 평화안보연구소 교수는 대만해협과 한반도의 안보 위기가 세력균형을 추구하는 미국이라는 연결고리에 의해 상호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지역 분쟁 시 한국의 역할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의도, 능력, 의지를 정밀하게 판단하고 과장된 위협 내러티브에 휩쓸리지 않아야 하며 한국이 안보 딜레마를 강화하는 방향에 끌려가지 않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전문가인 서의동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윤석열 정부 이후 한일관계가 ‘다시는 사죄하지 않겠다’는 아베의 유훈에 지배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는 한편, 일본의 대북 접근이 일본의 ‘21세기판 탈아입구’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일본에 구애하는데 일본은 북한에 추파를 보내는 ‘큐피드의 엇갈림’이 이뤄지고 있는 배경도 살펴봤다. 〈한겨레〉 베를린 특파원인 장예지 기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에 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소개했다. 뒤이어 개발협력 전문가인 최지은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은행에서 사이프러스 통일 협상을 지원한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개발협력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현 정치 상황에서도 가능할 수 있는 제도 변화,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지원, 새로운 다자기구 설립 등을 제안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해법으로 개발협력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영역의 확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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