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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트 베어스

곰, 신화 속 동물에서 멸종우려종이 되기까지
글로리아 디키 지음 | 방수연 옮김
알레

2024년 10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8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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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1.18MB)
ISBN 9791141149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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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인간과 곰의 애증후박(愛憎厚薄)을
이처럼 절절하게 그려낸 책은 없었다.”
_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교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멸종 위기를 마주한 채로 살아가는 전 세계 여덟 종의 곰
이들이 직면한 위험을 가감 없이 파헤치고 드러낸 전 지구적 탐사기
추천의 말
들어가며
프롤로그: 모두 함께 곤경에 빠져 있다

제1부 남아메리카
제1장 구름 위에 살다 (안경곰, 에콰도르와 페루)

제2부 아시아
제2장 사선을 넘나들다 (느림보곰, 인도)
제3장 소프트 파워 (대왕판다, 중국)
제4장 황금빛 액체 (반달가슴곰과 태양곰, 베트남)

제3부 북아메리카
제5장 야생을 벗어나다 (미국흑곰, 미국)
제6장 회색곰의 귀환 (불곰, 미국)
제7장 얼음 위를 걷다 (북극곰, 캐나다)

에필로그: 곰에 쫓겨 퇴장
감사의 말
미주

앞으로 곰을 보전하는 과정에서 겪게 될 어려움은 많지만, 나는 사람들이 특히 다른 포식동물에 비해 유독 곰에게 관대하고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놀라곤 한다. 북아메리카의 야생동물 관련 주 행정 기관들은 소위 ‘문제를 일으키는’ 곰을 죽이는 업무를 맡고 있지만 이런 불필요한 죽음을 막으려고 애쓰는 사람도 많다. (나는 늑대나 퓨마 돌보미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미국 몬태나주에서 만난 가죽같이 거친 손을 하고 광낸 스텟슨 카우보이모자를 쓴 우락부락한 남자들은 늑대나 코요테를 절대 그냥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짐승이 길게 울부짖는 소리가 산들바람에 실려 오기만 해도 손을 총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곰은 특별했다. 나는 이런 차별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곰은 왜 여타 포식동물들과 다른 부류로 취급받을까?
_19쪽, ‘들어가며’ 중에서

이 책은 살아남은 곰 여덟 종에 관한 이야기다. 또한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넓은 얼굴에 일자로 이어진 눈썹을 한 호모 에렉투스가 인류 팽창의 선봉으로서 아프리카의 그레이트리프트밸리를 걸어 나와 유라시아에 들어선 이래 인간은 곰이 이 세상에서 맞이하게 될 운명을 좌우했다. 우리는 곰
의 이야기를 써왔고 곰의 신화를 나누어왔다. 우리는 자연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한편 자연의 왕들을 숭배해왔다. 우리는 대단한 포식자들을 정복하려 노력해왔지만 그들의 용맹에 굴복해야만 했고, 그렇게 곰을 구경거리, 상품, 투사로 전락시켰다. 그러니 이제는 우리가 그들의 미래를 결정해주어야 할 차례인 것이다.
_52~53쪽, ‘프롤로그: 모두 함께 곤경에 빠져 있다’ 중에서

나는 패딩턴이 파란 더플코트를 말쑥하게 차려입고 축 처진 빨간 모자를 쓴 채 기차역에 서 있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마이클 본드는 2017년 세상을 떠나기 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이 폭격당하던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레딩역 역사를 터덜터덜 돌아다니던 피난민 아이들을 보고 영감을 얻어 패딩턴을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 본드의 손에서 재탄생한 안경곰의 이야기는 곧 수많은 피난민이 마주한 곤경과 전쟁 비용에 관한 우화였다. 이제 안경곰은 이야기 속 패딩턴의 삶을 현실에서도 살아가고 있었다. 삼림 파괴를 막지 못한다면 안경곰도 머지않아 고향에서 내쫓긴 피난민 신세가 되어 영영 우리 곁에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_100쪽, ‘제1장. 구름 위에 살다(안경곰, 에콰도르와 페루)’ 중에서

느림보곰은 다른 일곱 종의 곰보다 인명 사고를 많이 내는 곰이지만, 인도 아대륙 밖에서는 이 생명체에 관해 들어본 사람조차 없는 듯하다. 아시아 야생에 남아 있는 느림보곰은 2만 마리가 채 안 되지만, 이 성질 급한 곰들로부터 공격받는 사람은 매년 100명이 넘는다. 이 중 다수는 끔찍한 부상으로 사망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 느림보곰에게 죽임을 당하는 사람의 수가 많은 이유는 지리적 요인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불곰과 북극곰은 평균 몸무게가 113킬로그램인 느림보곰보다 두 배 이상 크지만 대개 사람이 드문 광활한 야생에 서식한다. 반면 인도는 전 세계에서 농촌 인구가 가장 많고 생태계 다양성이 매우 높은 나라다. 코끼리, 호랑이, 표범, 코뿔소부터 불곰, 반달가슴곰, 태양곰에 이르기까지 공존이 쉽지 않은 이웃이 수많은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
_107~108쪽, ‘제2장. 사선을 넘나들다(느림보곰, 인도)’ 중에서

인간은 왜 대왕판다를 귀여워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걸까? 1987년 〈뉴욕 타임스〉는 뉴욕대학교 행동 신경과학자 에드거 쿤스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쿤스는 대왕판다의 매력이 ‘쾌락 기제’에서 나온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 커다란 눈에 들창코, 작은 몸에 붙은 큰 머리, 어설픈 걸음걸이가 합쳐져서 갓 걸음마를 뗀 인간 아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래서 답은 진화였다. 우리가 대왕판다에게 푹 빠져 있는 것은 인간이 종의 생존을 위해 아이들에게 푹 빠지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간종만큼이나 판다종의 미래에도 마음을 쏟고 있다는 뜻이니 대왕판다에게는 다행인 일이다.
_187~188쪽, ‘제3장. 소프트 파워(대왕판다, 중국)’ 중에서

웅담 채취 농장에 발을 들여본 사람이라면 동물 복지 옹호자들이 농장을 폐쇄하기 위해 왜 그렇게 열심히 싸워왔는지 단번에 이해할 것이다. 그곳의 광경, 냄새, 소리는 쉽사리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야생동물 보호 활동가들이 아시아에서 웅담 채취용 곰 사육이 지속되는 것을 우려하는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사육 곰도 대부분 한때는 야생 곰이었다. 태양곰과 반달가슴곰을 올무와 덫으로 잡아 농장을 채우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두 종의 미래는 당장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_238쪽, ‘제4장. 황금빛 액체(반달가슴곰과 태양곰, 베트남)’ 중에서

미국흑곰은 쓰레기를 먹는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고 있었다. 차에 치이고 있었다. 더 이상 겨울잠을 자지 않는 곰도 있었다. 모두 끔찍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또 잘 살아가고 있었다. 전 세계에 서식하는 미국흑곰의 수는 100만 마리에 달했다. 실용적 관점에서 보자면 수십 마리가 죽는다고 해서 전 세계 개체수에 영향을 미칠 일도 없었다. 그런데 미국흑곰과 공존하는 문제가 왜 그렇게 중요하다는 말인가? (…) 미국흑곰과의 공생은 멸종이 우려되는 종들과도 공존하기 위한 연습 단계라고 곧 설명을 덧붙였다.
_297쪽, ‘제5장. 야생을 벗어나다(미국흑곰, 미국)’ 중에서

회색곰은 근육과 지방의 무게가 360킬로그램이 넘으며 날카로운 송곳니에 발끝에는 10센티미터나 되는 발톱이 달렸다. 굉장히 방어적이라서 위협을 감지하면 상대를 순식간에 제압할 준비가 되어 있다. 회색곰의 커다란 입에 물린 인간은 봉제 인형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특성들은 회색곰을 인간이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 극한으로 시험하는 시험체로 만든다. 회색곰이 멸종의 길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바뀔 수 있다. 회색곰이 미국 야생에서 계속 번성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정해진 당위와 거리가 멀다. 그리고 회색곰들은 한 세기가 넘도록 살지 않았던 지역으로 서식지를 확장해 들어오면서 지리적 경계뿐만 아니라 관용의 한계도 넘어서고 있다.
_309쪽, ‘제6장. 회색곰의 귀환(불곰, 미국)’ 중에서

북극곰은 주로 상상의 영역에 사는 문화적 상징의 자리를 지켜왔다. 느림보곰이나 미국흑곰, 불곰과 달리 북극곰은 찾아 나서지 않는 한 만날 일이 없다시피 하다. 이 진귀한 동물은 코카콜라를 꿀꺽꿀꺽 들이켜는 백곰의 모습으로 광고 마스코트로서 차용되었고, 우리는 주로 이런 묘사를 통해 북극곰을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가 북극곰과 맺고 있는 관계는 북극곰을 이해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멸종으로 몰아가는 방식 면에서도 추상적이다. (…) 북극곰이 위기에 처한 것은 인간 특유의 지리적 편향 때문이다. 우리가 얼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물들은 신경 쓰지 않고 지구 대기에 온실가스를 끊임없이 내보내는 동안, 녹아가는 북극은 저 멀리 뒷전에 밀려나 버린 탓이다.
_357쪽, ‘제7장. 얼음 위를 걷다(북극곰, 캐나다)’ 중에서

“죽어 마땅한 곰이란 있을 수 없다.
모두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며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다.”

★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 정세랑 소설가 추천 ★
★ 최태규 수의사,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 추천 ★
★ 〈뉴요커〉, 〈이코노미스트〉 선정 2023 최고의 책 ★
★ 〈NPR〉, 〈사이언스 뉴스〉 선정 2023 가장 사랑한 책 ★
★ 〈가디언〉, 〈커커스 리뷰〉 강력 추천 도서 ★

멸종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전 세계 여덟 종의 곰들
이들이 직면한 위험은 무엇이며 생존이란 희망은 존재하는가

쑥 한 줌과 마늘 스무 개를 먹으며 동굴에서 100일을 버텨 인간 여인으로 변한 단군 신화 속 ‘웅녀’, 순결을 지키지 못했다는 벌로 곰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그리스 신화 속 숲의 요정 님프 ‘칼리스토’, 모글리의 스승 역할을 자처하며 어린 동물에게 정글의 법칙을 가르쳐주던 《정글북》 속 인자한 불곰 ‘발루’, 꿀을 가장 좋아하는 매사에 긍정적인 성격의 곰돌이 ‘푸’, 파란 더플코트를 말쑥하게 차려입고 빨간 모자를 쓰고서는 작은 갈색 가방을 손에 쥔 채 패딩턴 역사를 돌아다니던 꼬마 곰 ‘패딩턴’.
이처럼 곰은 토착 설화와 신화에서부터 19세기 동화나 소설, 현대의 애니메이션과 영화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집단 기억에서 늘 중심의 자리를 지켜왔다. 종에 따라 성별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몸무게가 최대 800킬로그램에 달하기도 하고, 그 키만 2.5미터를 능가하며, 거슬리기만 하면 말 그대로 사람을 찢는 이 무시무시한 존재를 향해 우리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며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처음 접한 동물의 형상이 대개 곰이고, 인격 형성기인 유아기에 머리맡을 지켜주던 친구가 곰인 경우가 많았으며, 유년기 시절 잠자리에서 부모님이 읽어주던 동화 속 주인공이 곰이었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곰에게 엉뚱한 매력을 불어넣으며 복잡하고 깊은 관계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영원히 사랑만 받을 것 같던 곰들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기후 위기로 서식지를 잃은 곰들이 도시를 향해 서식 범위를 넓히면서 인간과의 충돌이 급증했다. 우리는 갑작스레 이웃이 되어버린 곰과 어떻게 그리고 왜 공존해야 하는지 도통 갈피를 잡지 못했고, 생사의 기로에 선 곰들은 인간에게 위협을 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피해를 입히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 최악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 서식지 소실, 먹이 부족, 종국에는 멸종이라는 문제에 부딪혀 인간과의 갈등이 불가피해진 곰들과 이들을 향해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우리. 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벗어나 서로가 함께 공존과 공생의 길로 나아갈 방법은 진정 없는 것일까?


대왕판다부터 북극곰까지,
신화 속 존재에서 멸종우려종이 되어버린 곰 여덟 종에 관하여

놀랍게도 현재 지구상에 남아 있는 곰은 겨우 여덟 종에 불과하다. 갯과 동물이 약 35종, 고양잇과 동물이 약 41종, 고래목이 약 90종, 영장류가 대략 500종인 것에 비하면 곰종은 그 수가 터무니없이 적다. 그런데 이 사실을 코알라나 레서판다를 예로 들며 믿지 않는 사람이 많다. 멸종과 절멸의 위험에 어떤 동물보다 가까이 닿아 있는, 그야말로 동화 속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 곰들의 이야기를 저널리스트인 글로리아 디키는 널리 알려야 했다.
《에이트 베어스》는 지구를 떠나 영영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를 곰 여덟 종의 이야기를 담은 과학서이자 일종의 르포르타주다. 사료에 근거한 곰의 생태와 역사, 신화 이야기를 생생한 현장 탐사 기록과 교차해 엮어내며 한때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으며 위엄과 권위를 상징했던 곰이 어떻게 작금의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는지, 인간과 곰이 갈등 관계에 놓이게 된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우리가 곰 형제들을 멸종 위기에서 구할 방법은 과연 존재하는지를 과학적이면서도 시적이고 가슴 아프면서도 희망적인 관점으로 풀어나간다.
오늘날 현존하는 곰 여덟 종은 잘 알려진 대왕판다(중국), 미국흑곰(미국), 북극곰(캐나다), 불곰(미국)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느림보곰(인도), 반달가슴곰(베트남), 안경곰(에콰도르, 페루), 태양곰(베트남)이다. 눈과 귀에 그려진 검은 무늬 하나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대왕판다와 코카콜라를 들이켜는 모습으로 인기 마스코트로 자리매김한 북극곰, 인간과 공생하는 법을 깨우치고 있는 미국흑곰이 곰을 대표한다면, 인간과의 잦은 충돌로 보호 대상에서 제외될지도 모를 불곰, 숲 가장자리로 밀려나 파편화된 서식지를 배회하는 느림보곰, 패딩턴의 모티브가 된 에콰도르와 페루의 운무림에 사는 겁 많은 안경곰, 웅담 채취 농장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반달가슴곰과 태양곰은 우리의 많은 관심을 더욱 필요로 하는 존재들이다.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 곰들을 괴롭히고 희생시켰는가
지구를 떠나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를 곰들을 위한 마지막 변론

저자인 글로리아 디키는 지구 곳곳을 다니며 곰들의 이야기를 탐험하는 여정에 올랐다. 안데스산맥 운무림에서 북극 해빙까지 이어진 대장정 속에서 그는 자신이 만난 곰들은 대개 갇혀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웅담 채취 농장에 살던 반달가슴곰과 태양곰, 춤추는 곰으로 살며 잔인하게 학대받은 느림보곰, 아직까지는 야생화가 불가능에 가까운 대왕판다가 그랬다. 인공적인 환경 밖에서 볼 수 있었던 곰들 역시 야생에서 살고는 있지만 파편화된 서식지 탓에 가장자리에 갇혀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녹아버린 해빙 탓에 해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북극곰이 그랬고,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갈 곳을 잃은 불곰이 그랬고, 수줍음 많은 안경곰은 얼굴조차 내보이지 않았다.
이족보행이 가능해 앞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걸로 유명한 곰은 똑똑하다고 알려져 있다. 유인원을 능가하는 높은 지능 수준을 가지고 있으며 사물 구별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 역시 뛰어난데, 야생 불곰은 주변 환경을 분류별로 정리해 목록화해서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다른 곰 친구는 어느 구역에 사는지 등을 기억한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이런 영리한 곰들을 경제적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좁은 철장이나 우리에 가둬 생활하게 하고, 재갈을 물리려고 주둥이를 뚫거나 이빨을 뽑고, 덫에 걸린 곰의 발을 자르고, 배에 주사기를 수십 번 찔러 넣으며 웅담즙을 채취했다. 고문과도 같은 잔인하기 그지없는 무차별적인 폭력 앞에서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냈을 곰들은 과연 죽음 앞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지만 곰을 이용한 경제적 착취는 합법적으로든 불법적으로든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 전반에 깊이 관계되어 있는 곰종은 당연 대왕판다다. 중국 내에서도 전 세계에서도 문화적 정점에 오른 대왕판다는 다른 일곱 종의 곰은 물론이고 다른 어느 야생동물보다 인간과의 막강한 문화적 유대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대왕판다의 세계적 문화 가치가 거둬들이는 연간 수익은 7억 900만 달러, 대략 99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대왕판다가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저자는 멸종을 막기 위해 들인 돈과 시간 역시 다른 어떤 동물과 비교해도 대왕판다가 압도적이었다는 사실을 덧붙인다. 대왕판다의 지속적 생존이 곧 다른 멸종우려종을 위한 희망의 등대라는 점이 이해되면서도 참으로 아이러니한 지점인 것은 부정할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서식지를 잃어버린 곰과 삶의 터전을 곰들에게 빼앗긴 인간
곰의 미래가 곧 인간의 미래라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물론 그간 우리는 곰들에게 놀라울 정도로 큰 연민과 이타심도 여러 번 발휘했다. 하지만 기후 변화와 무분별한 개발이 원인이 되어 촉발된 곰과 인간의 충돌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임이 분명하다. 해빙이나 구름은 일단 한번 사라지고 나면 되돌릴 수 없다. 팜유 플랜테이션 확대를 위해 숲을 파괴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결국 곰들은 해안과 도시로 내몰리게 될 것이며, 갈 곳을 잃어버린 곰들은 인간의 손에 죽임을 당하거나 종국엔 절멸을 받아들일 것이다. 저자는 이번 세기말을 넘겨서도 번성할 운명인 듯한 곰을 대왕판다와 미국흑곰, 불곰뿐이라고 전하며 우리는 ‘곰 세 마리’라는 동화 같은 미래를 조만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씁쓸한 결론을 내린다.
우리는 도시로 삶의 터전을 넓혀 들어오는 곰을 침입자로 받아들이고 인간에게 해를 가하는 곰의 공격성과 무자비함에 성토하며 개체수를 강제적으로라도 줄여야 한다고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하지만 알다시피 곰들에겐 잘못이 없다. 침입자인 인간이 촉발한 기후 위기로 형제, 가족, 친구, 종국엔 서식지까지 잃어버린 명백한 피해자다. 우리가 그간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곰들에게 자리도 내어주지 않는다면, 동물원이나 박물관의 유리창 뒤에만 존재하는 그들의 미래는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다.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는 위기를 마주하고 살아가는 인류세 시대 속에서 어떤 존재에게도 영원한 존속이란 있을 수 없다. 그렇다는 것은 곧 가여운 곰 여덟 종을 보존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 존재 역시 살아 있음을 장담할 수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언젠가는 지구라는 서식지를 영영 떠나는 날을 마주하게 된다는 뜻이다. 인간과 비인간, 사람과 동물, 주인과 침입자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태곳적부터 인간이 곰과 맺어온 긴밀한 관계의 역사를 앞으로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곰 여덟 종의 장기적 생존, 더 나아가 그들과의 공존과 공생의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작가정보

(Gloria Dickie)
로이터 통신 세계 기후 및 환경 분야 특파원.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보존, 토지 관리, 북극 지정학, 인구 및 식량 지속 가능성에 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언론인이다. 웨스턴대학교에서 정보 및 미디어 연구를 전공하고, 콜로라도대학교에서 환경 저널리즘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 타임즈〉, 〈가디언〉, 〈아웃사이드〉, 〈와이어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등 다수 매체에 기고하였으며, 2018년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 탐험가로도 선정되었다.
2017년 구더기 농사에 관한 보도로 톰슨로이터재단(Thomson Reuters Foundation) 식품지속가능성미디어상(Food Sustainability Media Awards)을 수상했으며, 2019년 중국 대왕판다국립공원 발전에 관한 보도로 내셔널매거진어워즈(National Magazine Awards) 후보에 올랐다. 2022년 스발바르제도의 기후 변화에 관한 특집 기사로 젊은 언론인에게 주어지는 리빙스턴상(Livingston Award) 국제보도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23년 생물 다양성 위기에 관한 보도로 환경언론인협회상(Society of Environmental Journalists Awards) 해설보도부문 우수상을 차지했다.
해외 특파원으로 여섯 개 대륙, 스무 개 이상의 국가를 방문한 그는 UN 재단(United Nations Foundation),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National Geographic Society), 우즈홀해양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 오리건주립대학교(Oregon State University) 등 여러 기관으로부터 연구 지원금, 보조금 및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지원받기도 했다.
현재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갈등을 비롯한 현실적이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환경 보호 문제들을 다루는 데 앞장서고 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기업에서 일했다. 꾸준히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번역을 시작했다. 현재 바른번역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타인의 감정이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이코노미스트 2023 세계대전망》(공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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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에이트 베어스
    곰, 신화 속 동물에서 멸종우려종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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