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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위로를 주는

풍경의 발견

송태갑 지음
미세움

2024년 10월 01일 출간

국내도서 : 2020년 11월 2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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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88602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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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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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 강과 바다 등 자연풍광 자체가 거대한 정원인 남도. 해안과 갯벌, 다도해 풍경, 지리산 야생화, 무등산 입석대, 영산강변 황금 들녘, 섬진강변 물안개를 보노라면 경의와 감사가 절로 나온다. 이런 풍광이 옛 문인들과 예술가들을 불러들였을 것이고, 남도에 유독 옛 정원인 원림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선인들에게 은신처이자 위로와 용기를 준 옛 정원을 소개한다. 남도의 경관과 정원을 연구하고 있는 저자가 누정과 정원에 배어 있는 주인의 철학과 풍류를 들려주며 바쁜 일상을 벗어나 잠시 쉬어가길 권한다. 저자는 옛 정원에 우리가 찾던 소소한 삶의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며 ‘풍경’에 귀 기울이기를 제안한다. 누정과 주인에 얽힌 일화, 풍경을 이해하는 감상법을 비롯해 소나무, 배롱나무, 버드나무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나무 이야기까지, 삶의 가치와 이치를 깨달아가는 과정으로 안내한다. 이 책에는 소쇄원, 부용동정원, 백운동정원 등 조선시대 3대 별서정원은 물론, 독수정, 명옥헌, 월봉서원, 화순적벽, 다산정원, 운림산방 등 남도의 멋과 풍류를 간직한 원림 27곳이 담겨 있다.
하나, 청산에 뼈를 묻고 홀로 절개를 지키다 - 담양 독수정
둘, 애환과 세월의 흔적에서 햇살과 바람을 발견하다 - 담양 소쇄원
셋, 가던 길을 멈추고 그림자도 쉬어가다 - 담양 식영정
넷, 송림을 거닐며 탐욕을 씻어내다 - 담양 송강정
다섯, 하늘을 우러르고 세상을 살피며 도리를 다하다 - 담양 면앙정
여섯, 배롱나무 붉은 꽃잎에 마음을 뺏기다 - 담양 명옥헌
일곱, 소나무에 걸린 달이 꿈처럼 서늘하다 - 광주 환벽당
여덟, 고결하고 맑은 선비정신, 마음 꽃으로 피어나다 - 광주 월봉서원
아홉, 술에 취해 충절을 노래하다 - 광주 취가정
열, 선비의 인품은 하늘이 돕고 덕망은 대대로 흐른다 - 광주 풍영정
열하나, 느리게 걸으니 비로소 보이다 - 광주 풍암정
열둘, 세속에 물들지 않고 번뇌에서 벗어나다 - 화순 물염정
열셋, 세속에서 이루지 못한 꿈, 이곳에서 위로받다 - 화순 환산정
열넷, 방랑벽도 잠재운 신선세계 - 화순적벽
열다섯, 산을 품은 푸른 강물에 정자마저 스며들다 - 능주 영벽정
열여섯,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다 - 화순 임대정
열일곱, 노련한 정원사 다산의 손길을 느끼다 - 강진 다산정원
열여덟, 문인들이 극찬한 비밀의 정원 - 강진 백운동정원
열아홉, 남도의 젖줄과 함께 시간을 기억하다 - 나주 영모정
스물, 매일 거닐어도 정겹다 - 보성 열 화정
스물하나, 사람이 떠난다고 정마저 가겠느냐 - 영암 회사정
스물둘, 송림은 숲을 이루고 연꽃은 무성하며 버드나무는 흐드러지다 - 영암 쌍취정
스물셋,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니 무릉도원이 마음으로 찾아오다 - 보길도 부용동정원
스물넷, 노을빛 저무는 산은 붉고 달빛이 가을 들을 노닐다 - 장성백양사 쌍계루
스물다섯, 고택에 흐르는 정신과 풍경이 자손만대에 흐르다 - 장흥 송백정
스물여섯, 아름다운 풍광 속에 가사문학이 꽃을 피우다 - 장흥 동백정
스물일곱, 진솔한 삶과 아름다운 풍광이 녹아들다 - 진도 운림산방

가을 풍경을 물끄러미 보고 있노라면 지난여름의 무더위쯤은 순식간에 잊히고 만다. 특히 자연 속에서 누군가의 흥미로운 사연을 접하고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흔적들을 느끼며 뭔가 미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장소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별서정원이 아닐까. 나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이런 장소들을 즐겨 찾는다. 그 이유는 도시정원에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자연미와 전통미, 그리고 알 수 없는 신비스러움이 가슴 벅차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곳을 조성한 사람이나 다녀간 수많은 선인들이 남겼던 흔적과 이야기들을 통해 많은 감동과 교훈을 덤으로 얻는다. 아주 옛날 선인들의 탁월한 안목에 의해 들어선 누정과 그곳에서 조망되는 아름다운 자연풍경은 언제 보아도 참 각별하다.
- ‘담양 소쇄원’ 중에서

너무 아름다워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풍경, 그것은 우리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빠르고 분주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한 번쯤 숨을 고르고 잠시 쉬어가기를 권하고 싶은 곳이 있다. 무등산이 조망되는 담양군 남면 성산 끝자락에 걸려 있는 식영정이다. 내가 바쁘면 주변도 온 세상도 더불어 바빠진다. 자신의 분주함 탓에 가장 정신없이 바빠지는 것은 바로 자신의 그림자일 것이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쉬어간다면 더불어 그림자도 쉬어갈 수 있다.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의미를 가진 국가명승지 제57호 식영정은 바쁘게 살다 보면 자칫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주는 메시지와 울림이 적지 않은 것 같다.
- ‘담양 식영정’ 중에서

자연은 우리가 찾는 소소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끊임없이 제공해 준다. 만일 우리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관심이 없었거나 귀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면앙정이 주목한 땅과 하늘은 사실 짧은 두 단어에 불과하지만 어쩌면 전 우주를 상징하기도 한다. 또 신과 사람 혹은 천국과 세상, 이상과 현실, 본질과 현상 등을 두루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엔 많은 지식과 다양한 풍조가 있지만, 사실 면앙정이 얘기하고자 하는 취지에 따라 생각해 보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작은 실마리 정도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소유하거나 눈으로 확인하는 것을 통해 행복을 얻으려고 하지만, 행복은 자연 속이나 온 세상을 다니며 숨겨진 보물을 찾는 방법으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 가치와 이치를 깨달아가는 과정 속에 있지 않을까.
- ‘담양 면앙정’ 중에서

과연 우리는 잠시 다니러 온 나그네처럼 손님의 처지에서 삶을 영위하고 자연을 대하고 있는지 아니면 마치 천 년을 살 것처럼 주인 행세하며 울타리 치고 소유하려고만 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하게 한다. 물염정은 당초 세속에 물들지 않고 살고자 했던 한 사람의 사색공간으로 시작되었지만, 이후 시인묵객들의 소통의 공간이 되었고 이후 유람객들의 필수 탐방코스가 되었다. 또, 단순히 자연을 노래하는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곳이다. 우리는 지금 이 정자에 걸터앉아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낄 것인지 잠시나마 고민해 볼 가치는 있지 않을까.
- ‘화순 물염정’ 중에서

자신만의 정경을 찾아 숨을 고르고 잠시 쉬어가 보자.

전라남도의 애칭으로 불리는 남도는 예나 지금이나 산 좋고 물 좋아 시인묵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곳이다. 많은 선인들이 풍광이 수려한 곳을 찾아 누정을 짓고 자연을 노래하며 교분을 나눈 남도는 가사문학의 산실이자 정원문화의 고장이 되었다. 이 책은 조선시대 3대 별서정원을 포함해 멋과 풍류가 흐르는 남도의 원림으로 초대한다. 경관과 정원 전문가인 저자가 누정해설가가 되어 누정 주인의 삶과 철학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누각과 정원이라는 공간뿐 아니라 그곳에 묻어 있는 시간과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를 권한다. 자연 속에서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스며든 옛 정원에 우리가 찾던 소소한 삶의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며 풍경을 어떻게 감상하는지도 알려준다. 어떻게 감상하든 개인의 취향이지만, 옛 누각과 정원이 주는 참맛을 느끼려면 약간의 여유와 진지함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신만의 정경 하나쯤 찾아 귀 기울이고 눈여겨보면 소소한 행복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다.

옛 공간에 스며든 애환과 세월의 흔적에서 지금의 나를 챙기다

누정여행은 담양의 독수정에서 출발한다. ‘홀로 지키다’라는 뜻인 독수정은 몰락한 고려시대 무신 전신민이 지은 정자다. 태조 이성계의 여러 차례 부름에도 이곳에 머물며 아침마다 송도를 향해 절을 올렸다고 한다. 여느 정자와는 달리 북쪽을 향해 쓸쓸히 산마루를 지키는 독수정이 사욕과 권력을 좇는 현대인들에게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말하는 듯하다. 뒤이어 소쇄원에서는 깊어가는 가을 풍경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일부러라도 가슴 벅찬 신비스러움을 만끽하기 위해 찾는단다. 소쇄원에 이르는 대숲 길, 자연에 스며든 누각과 정원을 소개하며 옛 선인들의 탁월한 안목과 철학을 풀어낸다. ‘그림자도 쉬어가는’ 식영정에서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돌아보라며 잠시 쉬어가기를 권한다. 송강 정철이 〈성산별곡〉을 지은 식영정 부용당에는 여전히 차 한 잔을 나누는 사람들 모습이 여유로워 보인다. 시조와 가사문학을 꽃피웠던 송강정, 면앙정을 둘러보며 자연과 교감하고 영감을 얻었던 선인들의 삶을 되돌아본다. 단순한 삶에 대한 예찬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며 소박한 정원에서 발견한 소소한 행복을 이야기한다. 배롱나무로 붉게 물든 명옥헌에서는 선인들의 우주관을 풀어낸다.
지역을 광주로 옮겨, 사시사철 푸른 환벽당에서는 소나무와 대나무 풍경이 시와 그림이 되고 다시 정원이 되는 과정을 풍경감상법으로 소개한다. 선비들이 ‘사상 배틀’을 벌인 월봉서원에서는 물질만능을 경계하라며 서원 주인인 고봉의 삶에 대한 철학을 일깨워 준다. 서글픈 현실을 술 한잔 기울이며 풀어놓을 수밖에 없었던 한 맺힌 취가정에서는 한국의 전통미와 인문학을 발견한다. 또 도심의 오아시스와 같은 풍영정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사색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풍암정에서는 느림과 여백의 미를 감상할 만하다. 남도의 정서를 담고 있는 무등산 이야기도 인상 깊다.
화순으로 가면 세속에 물들지 않고 살고자 했던 이들의 사색공간이자 유람객들의 필수 탐방코스인 물염정을 소개한다. 모든 것을 소유하려는 이들에게 나그네처럼 살다 가라며 선인들의 소소한 행복에 주목한다. 아담한 정자와 솟을대문이 다인 환산정에서는 절제미와 단순미의 절정을 보여주는 정원을 소개한다. 김삿갓의 방랑벽도 잠재운 화순적벽은 특히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소개한다. 한편 푸른 지석강에 스며든 정자, 영벽정은 봄의 운치를 더해 준다. 세속에 물든 마음을 씻는 임대정에서는 군자의 꽃 연을 노래한다. 노련한 정원사, 정약용의 손길이 느껴지는 다산정원에서는 자연과 사람 간의 소통하는 법을 소개한다. 다산이 가장 아끼던 제자 황상이 마련한 일속산방에서 나누었을 그들의 일상이 소박하게 전해진다.
강진에는 월출산이 품고 있는 비밀의 정원이 있다. 정원을 다녀간 이들이 모두 극찬했다는 백운동정원이다. 백운동의 12경을 소개하며 풍경 읽는 법을 알려 준다. 남도의 젖줄과 함께한 나주 영모정, 매일 보아도 정겨운 보성 열화정, 지금도 마을공동체 정원인 영암 회사정과 쌍취정의 역사와 풍경을 소개한다. 윤선도가 제주도로 은거를 하러 가던 중 태풍으로 뜻하지 않게 보길도에 닿게 된다. 그는 보길도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부용동정원을 가꾸고 풍류를 즐겼다. 윤선도의 무릉도원에서 자연을 닮은 삶이 보인다. 남도의 풍경은 단풍과 어우러진 백양사 쌍계루, 풍경이 자손만대에 이어지고 있는 장흥 송백정, 붉은 동백과 소박한 정자가 조화를 이루는 장흥 동백정으로 이어진다. 끝으로 진솔한 삶과 아름다운 풍광이 녹아든 진도 운림산방으로 누정여행을 마무리한다.
이 책은 옛 누정에 스며든 애환과 세월의 흔적에서 풍경이 전하는 힘과 정원의 가치를 느끼게 한다. 삶이 버겁고 지친 이들은 자신만의 정원 하나쯤 챙겨두길 권한다. 남도의 원림은 언제든 반겨 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

작가정보

저자(글) 송태갑

글쓴이 송태갑은 경희대학교에서 조경학전공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고 일본 치바 대학교 박사과정에서 도시 디자인 및 정원을 연구했으며 미국 델라웨어 주립대학 방문연구원 과정에서 도시경관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현재 광주전남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약 23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경관, 정원 등의 분야에서 남도 이곳저곳을 두루 다니며 현장 위주의 연구를 해 왔다. 그는 고성, 전통마을, 누정, 명승지, 옛 다리 등 남도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풍경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가 자연과 전통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지역의 정체성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시간과 시간을 연결해 주는 핵심요소이며 지역자원으로서의 가치나 활용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요 저서·역서로는 《남도해안 2000리길》, 《원예요법》, 《생태환경계획설계론》, 《녹색관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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