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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 마음 농도

설재인 , 이하진 지음

2024년 10월 08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9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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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22.87MB)
ISBN 9791198556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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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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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술을 반려하는 두 작가, 아니 두 명의 주정뱅이가 있다. 주종을 가리지 않으며 몸에 주유가 최우선인 음주를 즐기는 설재인과 확실한 취향으로 마시는 주종이 꽤 명확하며 즐거움을 위한 음주를 즐기는 이하진. 주종도, 술자리 취향도, 술을 처음 접한 음주 문화도, 주사도, 무엇 하나 맞지 않는 두 주정뱅이가 함께 술을 마시며 편지를 썼다. 정확히는 매번 술을 마실 때마다 서로에게 긴 글을 보냈다. 단 하나의 궁금증 때문에. ‘혼자 술을 마시는 내가 누군가와 함께 마시면 어떨까?’ 그렇게 시작된 음주가 한 잔, 두 잔, 세 잔이 되니 설재인, 이하진 작가는 한 질문을 마주했다. ‘우리는 왜 술을 마실까?’ 대부분 거하게 취기가 올라 쓰인 편지들은 이 물음에 대한 거짓 없는 대답이다. 때론 거칠고, 찌질하고, 화끈하기도 한 두 작가의 글은 우리에게 꾸밈없는 나를 마주하도록 이끌고, 마침내 두 주정뱅이와 같은 질문에 다다르게 한다. 마시지 않고 취할 수 있다면, 우리는 술을 마시지 않을까?

《취중 마음 농도》는 술을 마시며 마주하는 ‘쿰쿰한 나’에 관한 설재인, 이하진 작가의 솔직한 고백이다. 우리 삶에는 많은 결핍이 존재한다. 관계에서 비롯되는 상처, 꿈꾸는 일에 재능이 없다는 자각, 인정받고자 애쓰지만 닿지 못하는 기준선, 남들과 비슷해지기 위해 노력할수록 점점 선명해지는 소외감,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제자리인 초라한 일상.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키는 이 결핍은 때때로 우리를 좌절케 한다. 두 작가는 살아남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버텼던 지난날과 지금을 편지에서 거침없이 풀어낸다.
술기운을 빌린 이 고백은 이따금 우리에게 ‘콤콤하게’ 다가온다. 허나 기억해야 한다. 삶이 언제나 꽃향기만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지나온 시간 속에 진한 냄새로 남은 그 순간들은 어쩌면 버텨내고자 했던 우리의 땀방울로 이뤄진 체취라는 사실을. 결코 역하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생이 늘 아름답고 우아할 수 없기에, 이 책은 수많은 결핍 속 그럼에도 우리를 살아내게 하는 것들에 관한 ‘날것’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프롤로그 · 설재인
술에 취한 사람이 비로소 날것의 자신을 마주한다 _8

1부
취중 마음 농도 0.05 _16

2부
취중 마음 농도 0.15 _130

3부
취중 마음 농도 0.25 _244

에필로그 · 이하진
우리는 왜, 술을 마시는 걸까? _362

술이란 것이 세계 여기저기서 다발적으로 발명됐다는 역사가 주는 경이는 얼마나 근사한가, 하고. 사람들은 어떻게 과일이나 곡식을 썩히지 않고 발효시켜 마시면 기분이 이상해지는 독을 즐기기에 이르렀을까? 누가 가장 먼저 취했을까? 사람들은 취한 그를 보며 어떤 감정을 느꼈기에 함께 취하기 시작했을까?
아마 걱정이나 멸시보다는 호기심 그리고 동경이 더 크지 않았을까? 적어도 취한 대상이 매력적이었기에 모방하기 시작했을 것 아닌가. 나는 취한 사람이 ‘정신을 잃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술에 취한 사람이 ‘비로소 날것의 자신을 마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어쩌면 처음 취했던 사람은 내면마저 선하고 부끄럽지 않은 이였을지 모른다. 매혹적이고 아름다웠을 게 분명하다. 물론 이후의 모방꾼들은 아주 달랐겠지만. 그러니 술은 독이 아니다. 독은 사람이다.
이러한 상상은, 설재인 개인에게는 전혀 유리하지 않다. 설재인은 보통 술에 취해서 부끄러운 짓을 많이 하고, 그 짓거리가 자기 본성이 아니라고 우겨야 이후의 사회생활이 원활할 테니까.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 나는 정말로 술에 취한 내가 나라고 확신하고 그래서 부끄러워 뒈질 지경이다. 그 창피를 감당하려면 남들도 나랑 똑같다는 말로 무고한 사람들을 매도할 수밖에 없다. 술을 마셔서 당신은 비로소 당신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알던 당신이 아닙니다, 그리고 아마 많은 사람들은 당신이 어떤 당신인지 알지 못하고 또 알고 싶어 하지도 않을 겁니다, 하고.
나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술에 취해 내면을 드러내도 아주 구제 불능의 쓰레기가 되지는 않도록 나 자신을 천천히 바꿔가기 시작했다. 이미 저지른 잘못들이 아직도 걸어온 길에 가득 떨어져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흘리지 않도록. 우리 지구 푸르게, 푸르게. 그러자 어머나, 놀랍게도 성격과 사상을 의식적으로 변화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술을 일컬어 독이라 말하는 사람들의 말이 앞선 내 주장과 달리 사실이라면, 나는 그 독을 내 속에 집어넣어 진정 악독인 나를 독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전 지구적 관점으로는 꽤 좋은 일이기도 하다.
물론 여기까지는 설재인의 ‘알콜관’이다. 이하진 작가의 관점은 전혀 다르다. 그에게 술은 뛰어난 향과 맛 그리고 빛깔로 행복감을 고양하는 디저트 비슷한 것인 듯하다(내가 아이스크림을 대하는 자세와 유사할까?). 그러니 지금 이 글을 읽으며 이 미친 자가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건가, 의아하거나 짜증이 솟구치더라도 페이지를 하나만 더 넘겨주기를 바란다. 그러면 새로운 사람의 음미할 만한 생각을 엿볼 수 있을 테니까.
일단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읽어도 좋겠다.
_13~15쪽, 설재인, 프롤로그 · 술에 취한 사람이 비로소 날것의 자신을 마주한다


설 작가님은 스카치 피트 샘플러로 시작하셨죠. 그래서 1/2잔짜리가 많았고요(사실 가격을 고려하면 그거보다적을지도 몰라요. 샘플러를 잘 안 마셔봐서 용량을 모르겠네요). 이후부터 주종이 겹치는 이유는 ‘같은 술을 마신 뒤 시음 평을 비교하기 위함’이었는데 설 작가님의 시음평은 정말 가관이었어요. 하다못해 제가 말했죠.
“저희 작가인데 표현력 실화예요?”
“제가 문학적…… 씨부럴을 보여드릴게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받아 적었습니다. 설 작가님은 자신이 뱉을 시음 평을 ‘문학적 씨부럴’이라고 표현하셨어요. 이건 다시 보여드리는 게 좋겠네요. 장관이었거든요. 작가님께서 저를 따라 보모어 21년을 마셨을 때의 대화입니다.
“향이 그냥 위스키네요.”
그렇게 말하는 작가님의 표정엔 개미만큼의 변화도 없었습니다. 아니, 그 향이 안 느껴진다고요? 심지어 콧구멍의 평수 변화조차 없었어요. 잔에 코를 대고 계셨는데도.
“향부터가 다르지 않아요?”
무려 한 잔에 5만 원씩 하는 21년산에 ‘그냥 위스키’라는 표현은 차치하더라도 보모어는 묵직하고도 그윽한 향이 특징적이라고요. 가까스로 반박한 저는 작가님의 시음을 기다렸습니다. 마시면 좀 다른 평이 나오지 않을까? 이내 한 모금을 맛보신 작가님의 표현은 굉장했습니다.
“우리 아빠와 달리 매우 성공한 이모부의 집에 갔더니, 그 거실 장에서 나온 듯한 위스키예요.”
정말 맛 표현이라곤 하나도 없는, 이걸 은유적이라 해야 할지 문학적이라 해야 할지…….
“근데 그 집의 이종사촌들은 그 술을 마시기 싫어해서 결국 아빠랑 같이 마시는 분위기.”
저는 일단 ‘우리 아빠와 달리 매우 성공한 이모부’라는 표현에 초점을 맞추어 해석을 시도했습니다.
“……향이 리치하다는 거죠?”
“리치리치하면서 도발적이진 않다.”
도발적이라는 건 또 뭔 소리야. 솔직히 말할게요. 저는 그 자리에서 작가님의 ‘문학적 씨부럴’을 나름대로 번역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겸손한 맛이 있다?”
“우리 이모부가 본인의 가오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나에게 권할 정도다.”
_21~23쪽, 이하진, 주정뱅이인 둘이서 술 마시고 쓰는 이야기가 우습지 않을 리 없잖아요?


“비아?”
예스, 비아!
그렇게 급했던 이유는 갈증이 아닌 더 큰 사정 때문이었습니다. 태국에는 주류 판매 제한 시간이 있거든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만 술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꾸물대다 늦게 체육관으로 향한다든가, 힘들다고 쉬면서 운동을 한다든가, 혹은 집에서 미적대다 보면 쉽게 오후 2시가 넘어버리고 맛볼 수 없게 되는 겁니다. 바싹 마른 체세포에 들이붓는 맥주의 맛, 정확히는 ‘얼음 넣은 맥주’의 맛을 말이에요.
메뉴도 정하지 않고 ‘비아’부터 외치고 나면 곧 어머니가 생글생글 웃으며 얼음이 가득 담긴 컵과 코끼리가 그려진 창 맥주 한 병을 가져다줍니다. 컵의 각도를 세심하게 기울여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황금빛 맥주를 가득 따른 후(이미 얼음은 빠른 속도로 녹기 시작했습니다) 입을 대고 다섯 모금을 먼저 마셔요. 혀가, 목구멍이, 가슴과 배가 환호하며 곧 머리가 핑 돌고 팔다리가 나른해지죠. 그럼 그제야 한숨을 폭, 내쉬며 비로소 점심 메뉴를 고르기 시작하는 겁니다. 한 달 동안 일요일에조차 쉬지 않고(체육관에 휴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매일 찾아와 ‘비아’ 한 병과 대충 아무렇게나 고른 음식 한 접시로 늦은 점심을 먹는 여자를 주인 모녀는 지치지도 않고 구경하고요(아니, 그러고 보니 그분들도 휴일이 없었군요). 그러다 오후 2시가 넘으면, 슬쩍 다가와 아직 맥주가 남은 병과 잔을 가릴 수 있는 슬리브를 건네며 또 웃는 겁니다.
그때 저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교직을 그만두고 백 수가 된 지 한 달째였고, 소설은커녕 800자 콩트조차 써본 적이 없었으며 무얼 하고 살아야 할지 알 수 없이 그저 그간 계좌에 모아놓은 돈이 줄어드는 속도만 헤아리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얼음 넣은 맥주를 마시며 점심을 먹고 있다 보면 그 순간만큼은 그저 노곤해진 마음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싶은 겁니다. 그래서 40도의 3월, 얼음이 녹으 서 점점 시원해지고 점점 투명해지는 맥주가 혀를 적시던 그 맛은 저에겐 안도의 맛입니다. 갈증과 더위, 번민과 우려에서 잠시 탈출하게 만들었던 묘약인 셈이에요.
_104~106쪽, 설재인, 얼음 넣은 맥주와 첫 잔이 정해진 무림 고수의 바

몸에 알코올이 흘러넘치는
두 주정뱅이의 ‘문학적 씨부럴’

설재인, 이하진 작가는 삶에 술을 반려한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모든 게 다르다. 오직 술을 좋아한다는 공통점만으로 두 사람의 편지가 시작된 것이다. 1부 ‘취중 마음 농도 0.05’에는 두 주정뱅이의 취향적 반목이 담겨 있다. 둘의 다름은 첫 만남에서부터 드러난다. 무려 한 잔에 5만 원씩 하는 위스키를 마시고 설재인 작가가 “향이 그냥 위스키네요”라고 답한 순간부터 말이다. 그는 대략 소주파로, 정확히는 주종을 가리지 않는 반면 이하진 작가는 위스키를 즐긴다. 음주 습관도 정반대다. 한 명은 피곤할 때 과음과 우울할 때 혼술을 금하지만 다른 한 명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두 주정뱅이의 차이는 1부 에피소드 곳곳에서 드러난다. ‘폭음의 변: ‘문학적-설재인’과 ‘씨부럴적-설재인’’ ‘행복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에는 술을 먹기 시작한 각자 이유가, ‘생전 숫자를 가져본 적 없는 청년들을 향한 사랑’ ‘아메리칸 스타일’에는 음주에 얽힌 자신만의 추억이, ‘오 씨는 언제나 그곳에 있어요. 서글서글하게 웃으면서’ ‘얼음 넣은 맥주와 첫 잔이 정해진 무림 고수의 바’에는 상반된 단골집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로의 다름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두 사람의 편지는 끝내 하나의 질문을 향한다. ‘우리에게 술은 어떤 의미일까?’

제게 술은 문학적-설재인이 되지 못하는 씨부럴적-설재인이 문학적 씨부럴의 단계라도 성취하기 위해 주입해야만 하는 기름과 비슷합니다. 일단은 모든 원고를 술 마시면서 쓰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술을 마시며 저를 수백 수천 개의 조각으로 쪼갠 후 하나하나의 인물로 키워내 제 머릿속을 채워야만 외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느 순간 외롭다는 이유로 사람을 찾게 된다면 저는 다시금 지난한 시행착오와 자기혐오의 시간을 견뎌내야만 할 테니까요. (39쪽, 설재인, 폭음의 변: ‘문학적-설재인’과 ‘씨부럴적-설재인’)

아무튼 제게 술은 그런 의미예요. 관계에 대한 욕망. 그게 클 것 같네요. 취해 풀어진다는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친밀감이 있잖아요? 그게 마치 타인과의 우정 따위를 증명받고 확인받는 것 같아서 안심되고, 거기다 오고 가는 이야기도 재밌고요. 나와 기꺼이 시간을 보내주고 내어주겠다는 친밀감의 보증 같아서요.
저는 아직 잠잠하기만 한 메신저와 나 없이 진행되는 즐거운 자리들을 가만히 바라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선 그것을 버티려 하는 것이 폭음의 변이라 하셨지만, 저는 외려 그 정적으로부터 오는 소외감을 어떻게든 깨보려고 술이라는 물건의 효용을 자꾸만 끌어오려 해요. 사람들은 저란 사람을 싫어할지 몰라도, 술은 좋아하잖아요? 그런 셈입니다. (51~53쪽, 이하진, 행복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설재인 작가에게 술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회피하기 위한 도구다. 그는 ‘사람이 무서울 때, 사람이 만들어낸 상황이 자신의 이상으로 가는 길을 막으려 들 때 싸우지 않고 사람을 피해 숨는’다(34쪽). 외로워도 어쩔 수 없다. 사람이 옆에 있으면 포악해지는 자신을 견딜 수 없으니까. 이런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며 글을 쓴다. 반대로 이하진 작가에게 술은 관계에 대한 욕망이다. 타인과 이어지기 위해 음주한다. 술로 인해 풀어지는 친밀한 분위기 속 취기를 빌려서라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자신을 타인에게서 고립시키기 위해 술을 선택한 사람과 타인과 연결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술을 반려하는 서로 다른 이유를 가진 그들을 보며 우린 묻게 된다. 우리에게 술은 무엇일까?


사람이 미치도록 좋고,
사람이 미치도록 싫습니다

2부 ‘취중 마음 농도 0.15’에서 두 작가의 편지는 술과 함께했던 것들로 확장된다. ‘술은 그 자체로 무언가를 남기기 힘들’고 ‘술과 함께하는 것들이 휘발하는 풍미에 불과한 에탄올 용액을, 음주라는 추억으로 남게 해준다’는(140쪽) 이하진 작가의 말처럼 우린 어쩌면 술 자체를 좋아하기보다 좋은 음주의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계속 술을 마시는 것일지도 모른다. ‘술과 함께하는 것들’ ‘마지막엔 꼭 구명정을 던져줄게’에는 술을 마시는 장소와 함께하는 사람에 관한, ‘안주의 감각’ ‘술과 안주가 맛있는 경험’에는 술 한잔에 딱인 안주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에겐 꽤 자주 지겹도록 지지고 볶는 사람 대신 소설 속 등장인물이 완벽한 술친구가, 책과 시는 훌륭한 안주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사람’으로 귀결되는 두 주정뱅이의 편지는 모두의 해피엔딩을 꿈꾸며 나아간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세상의 레이어를 상상하는 것입니다. 나의 존재를 어디선가 취기 어린 누군가로 빚어내고 있겠지요. 그는 그 세상에서도 매일 낮술을 마시는 여자처럼 조금은 이질적인 구성원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로 인해서 그 술을 외로운 게 아니라 기꺼운 것으로, 아니, 가장 충만한 순간으로 여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치 제가 그러하듯이요. (152쪽, 설재인, 마지막엔 꼭 구명정을 던져줄게)

모두가 자신의 삶을 주인공이라는 배역으로서 살아가다 감독의 슬레이트 치는 소리에 웃으며 끝을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모든 슬픔이 그들만의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161쪽, 이하진, 그 모든 슬픔이 그들만의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삶 속 술이란 이름의
반려가 주는 의미

많은 사람들은 하루의 고단함과 삶의 피로를 잠시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곤 한다. 어떤 술을 어떤 안주와, 어떤 사람과 마시는지보다 때론 그저 술 한잔이 주는 ‘괜찮다’는 환각이 필요한 것이다. 3부 ‘취중 마음 농도 0.25’는 우리 삶과 술에 관한 더욱 내밀한 이야기를 모았다. ‘내가 우산꽂이였다는 사실도 가끔 잊을 수 있게 하는 환각’ ‘좋아서 머무는 이들의 필드를 생각합니다’ ‘우리를 ‘살아낼’ 수 있게 만드는 것’ ‘술 덕분에 술이라도 있어서’ 등 제목에서부터 녹진함 가득한 에피소드는 우리 삶의 괴로움을 잊기 위한 수단으로 술이 얼마나 가성비 넘치는 선택인지 잘 보여준다. 아무리 술이 백해무익하다지만 ‘오늘의 한잔이 작은 낙관을 조금이라도 길게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다면, 아무래도 괜찮은’(352쪽) 것이다.

약물로서의 술을 이야기했었습니다만, 그래도 중독이 된첫 계기는 결국 ‘좋아해서’겠죠. 결론적으로 아주 다른(다르다고 예상은 했지만 편지를 주고받으며 더욱 느꼈습니다. 정말 정말 다르더라고요) 저희가 뭉치게 되었던 이유는 ‘뭇사람들의 기준에 따른다면 백해무익하다고 여겨지는’ 대상, 그 대상에 몰두하는 모습 때문인 것 같아요. 평생 그런 종류의 일만 하면서도 살아낼 수 있을까요? (309~310쪽, 설재인, 좋아서 머무는 이들의 필드를 생각합니다)

어느 시점엔 자의와 상관없이 삶이 이어진다는 사실에 괴롭기도 했고, 아직 그걸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술을 마시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당장 살아있으면 된 거 아닐까요? 오늘의 한잔이 이 작은 낙관을 조금이라도 길게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다면, 아무래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351~352쪽, 이하진, 대단하지 않아도 된다)

다르고도 다른 두 주정뱅이는 각자의 방식으로 ‘술에 몰두’하는 모습에서 ‘술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는 술을 반려하는 모든 주정뱅이들의 염원이기도 할 것이다. ‘아이가 되는 것. 받아주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328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즐거우니까

《취중 마음 농도》는 술에 대한 애정을 빼면 단 하나도 겹치는 게 없는 설재인, 이하진 작가의 화합 실패기다. 편지의 시작부터 끝까지 두 주정뱅이는 그 무엇도 화합하지 못했다. 아니, 일치하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의 취향을, 삶을, 스스로를, 취기를 빌려 용기 내 써 내려갔을 뿐이다. 술 한잔에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것은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가거나, 차이점을 좁혀나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오롯하게 드러내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름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한 소통은 유의미하고, 수많은 화합의 실패는 좌절이 아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거듭 미끄러지며 여러 곳에서 실패하지만 끝내 죽는 것에도 실패하며 살아보자’는 설재인 작가의 말처럼 나 자신을,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쉬이 놓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실패는 결코 좌절을 뜻하지 않는다. 나아가 자신을 ‘자신’이게 만드는 것들이 세상이 정한 기준과 다를지라도, 행여 이를 희미하게 지웠냈더라도 괜찮다. 우리는 자신에게 좀 더 느슨해질 필요가 있으니까. 남들이 왜 그렇게 사냐고 핀잔을 줘도, 나만 이 세상에서 다른 것 같아도, 오늘 하루가 너무 고단하고 팍팍했을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 어때?’라며 술 한잔에 스스로를 다독이는 마음으로 말이다. 백해무익한 술을 두 작가가, 그리고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우니까’, 하는 마음으로 마시는 것처럼.
《취중 마음 농도》는 인생이 혼술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로 마시기 적적한 순간을 맞이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혼술 메이트 에세이다. 삶에 술을 반려하게 된 당신에게 권한다.
우리, 함께 취해봅시다.

작가정보

저자(글) 설재인

1989년생. 주종 가리지 않지만, 날 때부터 배운 게 있어 어쩔 수 없이 가성비를 따진다. 하여 희석식 소주를 가장 많이 마신다. 단백질 함량이 많은 안주라면 다 좋아하며 혼술 및 반주를 즐기는 극강의 아재 입맛. 술자리의 사람이 많아질수록 흥미를 잃는다. 자신이 술을 왜 마시는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술을 오래 마시기 위해 운동을 하루 세 시간 한다(프로 복서 라이센스 보유 중!).
2019년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사뭇 강펀치》, 장편소설《세 모양의 마음》《붉은 마스크》《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우리의 질량》《강한 견해》《내가 너에게 가면》《딜리트》《범람주의보》《캠프파이어》《소녀들은 참지 않아》《별빛 창창》《그 변기의 역학》《계란 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정성다함 생기부 수정단》, 연작소설 《월영시장》, 에세이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 등을 집필했다.

저자(글) 이하진

2001년생. 스카치나 버번에 슴슴한 안주를 곁들이길 좋아한다. 배고픈 게 아니라면 안주는 없어도 상관없는 편. 맛있는 술과 재밌는 술자리를 즐기기 위해 음주하며, 지금까지 필름이 끊겨본 경험은 물론 인사불성이 된 적도 없다는 게 소소한 자랑이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친구들과의 첫 술자리에서 최종 생존한 것을 계기로 자신의 범상찮은 주량을 확인했다. 물리학을 전공하던 중 상금이 탐나 응모한 공모전에 덜컥 당선되며 작가가 되었고, 이후 벌어들이는 돈의 일정 금액을 항상 위스키에 투자하고 있다.
‘제1회 포스텍 SF 어워드’와 ‘한국물리학회 SF 어워드’에서 수상했으며 장편소설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 경장편소설 《마지막 증명》 등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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