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철학자의 사랑수업
2024년 09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9월 2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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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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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답한다. 사랑의 본질은 공존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함께 사는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고도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나는 답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다. 죽음이다.
그 이별이 공존을 깨뜨리는 인생의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것이다.
“살다 보니 아리스토텔레스와 괴테와 같은 철학자들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을 간단하게 깨닫게 된다. 나는 거기에 완전히 미치지는 못했지만, 내 선함이 아름다움으로 변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진실은 알게 되었다. 나 때문에 사랑받고 행복한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가 행복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105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지금도 쉼 없이 강연을 나간다. 여전히 현역으로 집필중인 작가로서의 김형석 철학자에게 사람들은 질문한다. “교수님, 어떻게 해야 인간답게 살 수 있습니까?” 김형석 교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괴테로부터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람은 인격만큼 사랑을 누린다. 우리가 인간다움을 찾아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에 있다고 믿는다.”라는 완결의 일깨움이다.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을 통해 행복이 머무르는 곳은 언제나 현재뿐이라는 메시지를 주었던 김형석 교수는 이번 신간 〈100세 철학자의 사랑수업〉을 펴내면서, 요한 바오로 2세가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라고 우리에게 영원히 남겨주었던 그 기나긴 숙제의 답이 바로 ‘사랑’에 숨겨져 있었음을 밝혀준다. 이 책은 우리가 인생의 후배로서 철학자 김형석 교수에게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던지는 질문에 대한 본질적 답을 담고 있다. 김형석 교수가 학업적 연구나 신앙적 교리로 논하는 이야기가 아닌, 철학자로서의 삶 속에서 직접 경험해온 인간 사랑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규명하여 담아내고 있다. 요컨대, 김형석 교수 100년 철학을 통해 발견해온 사랑의 진실이자 완결편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사랑의 나무와 숲을 키워가는 것이다.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시절을 보낸 후에는 사랑을 나누어 갖는 긴 세월을 살았고,
지금은 더 많은 사랑을 베풀 수 있기를 염원하면서 여생을 보내는 나 자신에게 감사한다.
100년은 긴 세월이었다. 그러기에 풍부한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때로는 그 사랑이 무거운 짐이기도 했으나, 더 넘치는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우리가 이 책을 철학자의 김형석 백년 철학의 완결편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그가 철학자로서 지난 100년간 체험한 사랑의 이야기를 통해 생생하게 증명된 인생의 진실에 대한 완전한 답을 주기 때문이다. 김형석 교수 스스로도 그 어떤 책보다 철학자 김형석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풍요롭게 담아냈음을 서문에서 밝힌다. 1,2부에서는 김형석 교수가 105년간 탐구해온 괴테,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마하트마 간디 등의 세계적인 철학자들이 강조한 인격의 귀중함을 통해 김형석 교수가 특별한 사랑을 나누었던 윤동주, 황순원 등 100년사의 인물들이 생생하게 소개되고, 김형석 교수 본인의 도쿄 유학 시절부터 해방 후 교편을 잡은 이후까지도 끝없이 탐닉하고 갈구하며 사랑해왔던 존재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3,4부에서는 김형석 교수가 105년 세월 동안 유달리 병약했던 육체와 예민한 감수성의 정신세계를 통해 예술과 철학의 세상에서 향유해온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다움의 조건이 왜 사랑일 수밖에 없는지, 사랑이 왜 인간의 삶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인지 그 현실을 규명해나가면서, 우리가 나이 들면서 어떻게 사랑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답해준다.
1부 - 사랑, 나 자신을 담백하게 꺼내놓는 일
괴테와 아리스토텔레스가 전한 사랑 17
시인과 소설가의 사과나무 29
간디의 꿈으로부터 소피아 대학까지 37
철학자와 예술가 48
인생의 시작 62
사랑의 뿌리 77
사랑나무의 행복열매 85
2부 - 인간으로서 더 좋은 장르를 개척하는 길
푸시킨과 연애지상주의 99
그렇게 쉬운 일이 되어버린 사랑 113
떠나간 후의 사랑 124
이별에 대처하는 마음 131
공동체의 사랑 138
3부 - 찬란한 새벽을 향하여
괴테가 사랑의 시로 영원을 산 이유 149
니체와 같은 실존주의적 사랑 158
사랑을 권하는 이유 164
괴테의 〈파우스트〉, 여인에 대한 사랑 182
나이 들면서의 사랑 192
4부 - 철학자의 사랑 이야기
사랑을 이해하는 삶의 설계 205
영원한 사랑, 소크라테스의 죽음 216
니체의 힘, 사랑의 질서 231
사랑에 대한 교육 243
사랑의 다른 이름 254
사랑의 본질 262
괴테가 자기 인생을 쭉 살아보고서 이렇게 말했다. “인격이 최고의 행복이다. 사람은 자기 인격만큼 사랑을 누린다. 인격 이상을 누릴 수는 없다. 누구나 자신의 인격만큼 누린다.” 그런데 인격은 혼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관계를 통해서 생기는 것이다. 인간관계의 사랑을 통해서 인격이 완성된다.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를 가지는 사람의 사랑의 인격을 높일 수 있다. 그런 인격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보통의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렴풋이 살아보았지만, 결국은 그렇게 사는 것이 가장 높은 위치의 인간 사랑을 완성시킨다. 그러니까 나에게 행복에 대해 물어보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내 인격만큼 사랑의 행복이 있다.”_20쪽
안병욱 교수가 세상 떠나기 얼마 전에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김태길 선생이 먼저 가셨고 우리 둘이 남았는데, 요새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아무리 봐도 김형석 선생 혼자 남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데 김태길 선생이 우리한테 한 얘기가 뭔지 알아요? 제일 힘들고 어려운 때가 언제였냐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고 남는 때, 그때가 제일 힘들더라. 그러니까 우리 이렇게 살다가 순서대로 갈 텐데, 마지막 남는 사람을 위해서 서로 만나고 우정을 가지는 건 다 그만두자. 자기 일 다 마치는 대로 따로따로 떠나가자. 그런 얘기였어요.” 그 두 벗들과 나는 그 정도 수준의 사랑을 나눴다. 그렇게 최고 수준의 우정을 가지고 사는 걸 경험하고 나니 인간에게 우정이라는 게 그토록 귀하고 행복한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들은 모두 아들딸들이 나보다 더 잘되길 원한다. 제자들이 나보다 더 잘되길 원한다. 그건 비교의 개념으로 보자면 일종의 사랑이 있는 경쟁인 것이다. 이 정도 사랑의 배후에는 이기심이 완전히 배제된 선의만 남는다._27쪽
사람마다 자기 인생을 출발은 시키면서도, 언제 인생이 시작됐는지를 물어보면 잘 대답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내 인생을 남이 사는 것같이 살기 때문이다. 내 인생을 내가 찾았는가? 이렇게 물어보면 대체로는 나이가 많이 들어서야 겨우 대답할 내용을 구하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옛날 내가 태어날 때부터 나는 불행이라는 인생의 밑바탕에서부터 출발한 것 같다. 나의 친구들과 내 삶을 쭉 비교해보면 나는 인생 100리 길 가운데 거의 0이나 10쯤에서부터 시작했던 것 같고, 나와 비교해 보면 내 친구들은 20쯤에서 시작한 것 같기도 했다. 누구는 이르게, 누구는 늦게 시작한 것 같았다. 왜 그럴까? 왜 일찍 인생의 길이 시작됐는지 질문해보면, 사랑이 필요했던 연령이 더 빨랐기 때문일 것 같다._62쪽
지금까지도 내가 느끼는 한 가지의 진실이 있다. 사랑이 있는 고생을 받아보고, 그 고생을 해본 사람은 더 행복하다. 더 사랑한다. 예를 들어 애국심을 가져보고 나라를 사랑해본 사람과, 한 번도 나라를 사랑해보지 못한 사람은 전혀 차원이 다른 존재이다. 그 고생을 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이 있는 고생이 인생의 척도를 만든다. 14살 때 내게 머물렀던 그 사랑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묻는 것이 “얼마나 오래 살면 좋은가?”이다. 다른 사람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 때까지 살면 좋다. 더 일도 못 하고 다른 사람에게 사랑도 베풀지 못하게 되면 그건 내 인생이 아니기 때문이다._78쪽
성실함이 대인 관계로 확대되며 사회의 질서로 승화될 때 자연히 넓은 의미의 사랑의 질서로 채워지게 된다. 사랑의 질서는 언제나 두 가지 기능을 지니고 있다. 그 하나는 공존의 가능성이며 다른 하나는 완성에의 노력인 것이다. 그 공존은 민족을 초월한 인류에까지 확대될 수 있으며 완성에의 노력은 역사 즉, 세계사의 완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사랑은 민족이나 국가의 차원을 넘어 인류와 세계사의 완성을 위한 다함이 없는 노력을 뜻하는 궁극적 개념이다. 철학자 칸트가 인격의 왕국이라는 말로 표현했던 정신은 기독교와 같은 종교에서 다루는 사랑의 하늘나라와 그 뿌리의 의미를 함께한다. 철학자 야스퍼스는 성실은 인간적 가치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 본뜻도 결국은 인류애의 전통적 가치관을 계승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가. 나는 이 질문을 풀어가는 길은 바로 사랑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_242쪽
프랑스의 로맹 롤랑이 〈장 크리스토프〉 창작을 끝냈을 때 대단히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찾아왔던 친구가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농담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만족스럽고 사랑스러운 작품을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죽을 때 관에 넣어 가지고 갈까?” 만일 그렇게 했다면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과 더불어 그 자신의 삶의 가치도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정신적 유산의 가치는 소유의 대상이 아니다. 소유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될 수도 없다. (중략) 예술의 가치는 경제와 비교될 수 없다._225쪽
LOVE is ALL
사랑은 모든 것이다.
그러므로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고생을 함께한 사랑은 그 어떤 행복과도 맞바꿀 수 없다.
고생을 함께한 사람, 그 자체가 행복인 것이다.
그것이 사랑이다.
많은 현대인이 사랑을 거부하는 시대, 105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신간 〈100세 철학자의 사랑수업〉이 출간되었다. 그의 백년 철학 완결편인 이 책은 “인생은 왜 그리 괴롭고 힘든가요?” “교수님, 고통 없이 즐겁게만 살 수는 없나요?” “고생할까 봐 두려워서 결혼하기도 싫고, 아이도 낳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젊은 제자들의 질문에 담백하고도 단도직입적인 답을 준다. “내가 직접 백년을 경험하고 당부하는데도 사랑하지 않으면 잘못이다.”라고 충고하는 105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사랑의 출발을 주저하는 우리에게 인생의 가장 마지막 단계인 죽음, 그 근원인 소크라테스의 독배로부터 사랑의 출발을 규명한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피해 아테네로부터 도망칠 수도 있었고, 어쩌면 예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예수는 죽음을 향해갈 때 발걸음이 더욱 빨랐다. 그러나 그들이 기꺼이 선택했던 그 죽음은 오로지 인간을 사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인생의 한 ‘과정’이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일깨운다. 밀알이 몸을 썩혀야만 새 생명을 잉태할 수 있듯,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마지막 현실이라는 것이다. 함께 고생하는 것이 사랑의 본질이라는 것. 그러므로 산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랑의 고생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어린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혼자서라도 대화를 한다.
동무와 놀이터에서 헤어지면서 “내일 또 보자! 내일 또 만나!”라고 말한다.
이것이 사랑의 본질이다. 어른들도 그렇다.
사랑의 본질은 공존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함께 사는 것이다.
함께 살려고 하는 운명이 사랑이다.
그 운명에 이르고 나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완전하게 키워주고
그 사람이 나를 또 완전하게 키워주게 된다.
서로의 인격을 성장시켜주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데도 사랑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엄마가 왜 그리 고생만 하다 돌아가셨는지 모르겠다.”고 여섯 자녀들이 질문하자 김형석 교수는 “엄마는 다시 태어난다 해도 전쟁과 가난 속에서 너희들을 키웠던 그 힘든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할 거야. 그때가 가장 행복했기 때문이야.”라고 자신 있게 답한다. “내 걱정 말아요.”라는 단 한마디로 남편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바랐던 소망을 그 같은 사랑으로 실현했던 생전 아내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김형석 교수는 사랑은 버거운 것이나 오직 그 무게를 통해서만 현실로 실현되는 것임을 증명해준다. 결혼도 출산도 두렵고 삶이 고통으로만 느껴지는 후배들에게 “고생을 함께한 사랑은 그 어떤 행복과도 맞바꿀 수 없으며, 고생을 함께 나눈 사람이 바로 사랑이다.”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것은 김형석 교수가 지난 100년간 철학자들과의 사랑을 통해 교감해온 생생한 체험적 진실이자 당부이다.
105세 철학자가 우리에게 당부하고 싶었던 인간의 본질 즉, 철학자들의 사랑의 이야기들이 담긴 이 책은 김형석 교수가 서대문 자택과 신앙생활의 공간 등지에서 제자들의 질문에 답한 내용을 수록한 철학자의 사랑 이야기 완결편이다. 김 교수는 오늘도 강연과 집필을 통해 그 사랑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작가정보

철학자, 수필가. 1920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나 평안남도 대동군 송산리에서 자랐다. 평양 숭실중학교를 거쳐 제3공립중학교를 졸업했으며, 일본 조치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고향에서 해방을 맞이했고, 1947년 탈북하여 이후 7년간 서울중앙중고등학교의 교사와 교감으로 일했다. 1954년부터 31년간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봉직하며 한국 철학계의 기초를 다지고 후학을 양성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로, 방송과 강연, 집필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철학 개론』『철학 입문』『윤리학』『역사철학』『종교의 철학적 이해』 같은 철학서 외에도 『예수』『어떻게 믿을 것인가』『우리는 무엇을 믿는가』와 같이 기독교 신앙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 『영원과 사랑의 대화』『백세 일기』『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백년을 살아보니』『고독이라는 병』 등 사소한 일상사 속에서 작은 진리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현대인의 보편적 삶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는 에세이들을 펴냈다.
작가의 말
철학자 괴테는 죽을 때까지 자신이 늙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칠순을 맞으면서도 정열에 찬 사랑의 시를 쓸 수 있을 정도로 꿈과 낭만을 지니고 살았다.
괴테와 같이 가능하다면 모든 인습과 전통의 옷을 벗어버리고 죽는 순간까지 사랑의 시로 가득한 젊음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내세를 믿는 사람은 죽음을 새로운 탄생으로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 영원을 산다는 것은 젊음을 산다는 뜻이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피해 아테네를 탈출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진해서 죽음의 독배를 기울였다. 죽음보다 더 귀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위해서였다. 예수는 사형의 십자가를 예견하고 있었다. 그런데 죽음을 향해 가는 발걸음은 다른 때보다 더 빨랐다. 제자들이 놀랄 정도였다고 기록돼 있다. 빨리 가서 삶의 완결을 성취해야 한다는 절박감 같은 것을 안고 있었을 것이다. 마치 죽음이 목표와 목적인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죽음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죽음을 통해 완성해야 하는 인간에 대한 사랑의 의미와 가치였던 것이다. 목적이 있어 죽음을 택했다고 봐야 한다. 죽음은 더 높은 사랑의 목적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자기 목숨이나 삶보다도 더 소중하고 영원한 것이 있다면 죽음은 기꺼이 맞이하고 보내야 하는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썩어서 열매를 맺는 밀알의 교훈이 바로 그런 것이다. 썩지 않으면 한 알의 밀로 남아 있다가 그냥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썩어서 수많은 밀알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죽음의 의미도 그렇다. 그 뜻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주어진 삶을 다 바치고 싶은 무엇인가를 사랑해야만 한다. 그것만이 죽음을 극복하는 참되고 영원한 삶의 길이다. 그런 사랑에 이르는 죽음의 뜻은 유언으로 남겨지기도 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나는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라는 기원을 남겼다. 예수는 “다 이루었다.”는 감사의 사랑을 우리에게 영원히 전해주었다. 지극한 인간애, 인간에 대한 사랑을 목적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대표적인 고백이다.
인생이란 이렇게 서로 사랑을 나누는 동안에 행복과 보람을 같이 하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살기 때문에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을 통해 내가 그들을 위하고 사랑하면서 소중한 인생의 가치와 희망을 찾게 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사랑의 나무와 숲을 키워가는 것이다. 사랑을 받으며 자라는 시절을 보낸 후에는 사랑을 나누어 갖는 긴 세월을 살게 되고, 더 많은 사랑을 베풀 수 있기를 염원하게 된다.
100년은 긴 세월이었다. 그러기에 풍부한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때로는 그 사랑이 무거운 짐이기도 했으나 더 넘치는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나는 그렇게 사랑을 했다. 여러분도 사랑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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