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 그래픽 노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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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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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색과 그림을 맡은 아메 데용은 생미셸상 등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네덜란드의 일러스트레이터다. 데뷔작 『벌매의 귀환』과 이어진 그래픽 노블 작업으로 현대 사회의 문제를 강렬한 그림과 통렬한 이야기로 묘사해 비평가 다수의 찬사를 받고 프랑스, 미국, 일본 등에서 상을 받았다. 만화계의 오스카로 일컬어지는 아이즈너상 후보에 꾸준히 지명되고 있다. 데용은 『파리대왕: 그래픽 노블』속 모든 대사와 지문을 원작 텍스트에서 그대로 따 왔다. 작품을 재구성하면서도 골딩의 시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을 온전히 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구성, 색채, 분위기 등을 통해 원작의 의미를 새롭게 하면서도 원작 텍스트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은 세심한 노력이 돋보인다. 수년간의 노력 끝에 손으로 직접 그린 펜 드로잉과 수채화 채색 작업으로 완성해 낸 ‘어른 없는 세계’를 전체 컬러 페이지로 선보인다.
작가의 말 337
초기 스케치 338
작가 소개 343
감사의 말 345
옮긴이의 말 347
어른들 없는 세상이다! (12쪽)
불붙은 조각 하나가 나무줄기에 닿더니, 다람쥐처럼 날래게 나무 기둥을 타고 올라갔다.
불꽃 다람쥐는 바람의 날개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근처에 서 있는 다른 나무로 날아가 매달린 녀석이 나무를 먹어치우며 아래로 타 내려왔다. 불길들이 제각각 내는 소음이 서로 녹아들고 뒤엉켜 큰 북소리처럼 산을 흔들었다. (76쪽)
돼지를 죽여! 멱을 따고! 피를 뽑자! (127쪽)
아이들은 저마다 각자의 슬픔을 깨닫게 되었고, 어쩌면 인류 공통의 어떤 슬픔을 서로 나누고 싶었는지 모른다. (144쪽)
어쩌면… 어쩌면 야수가 살지도 몰라. 어쩌면 그건 바로 우리일 수 있어. (145~146쪽)
이 머리를 야수에게 선물로 바치노라. (222쪽)
이 섬에서 우리는 재밌게 놀 거다! (236쪽)
난 무서워. 우리들이. 집에 가고 싶어. (262쪽)
랠프는 절규했다. 그것은 공포와 분노, 그리고 절망의 외침이었다. 불은 질주하는 말을 따라잡을까? 그는 모든 상처와 허기와 갈증을 잊어버렸다. 그저 두려움에 쫓겨… 희망 없는 두려움으로, 날듯이 뛸 뿐이었다. (313~314쪽)
“『파리대왕』은 페이지 밖으로 강한 손을 뻗어 내 목을 움켜쥔 첫 번째 책이다. 이후 50년 이상 이 책에 관해 생각해 왔다.” -스티븐 킹
■ “어쩌면 야수가 살지도 몰라. 어쩌면 바로 우리일 수 있어.”
스스로를 구원하고 타락하는 소년들
비행기가 추락한 무인도에서 랠프는 눈을 뜬다.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아무리 둘러보아도 어른들은 보이지 않는다. 사회와 고립된 소년들은 모래사장에 모여 구조를 기다리며 살아남기 위해 무리의 규칙을 정립하고 리더를 선출한다. 리더가 된 랠프는 뚱보의 비호와 함께 ‘소라고둥’으로 발언권을 분배하고 소년들을 통제하며 민주적인 체제를 만들어 가려고 애쓴다. 한편 잭 메리듀는 사냥과 피의 세계에 매혹되어 내면의 야생성을 깨우게 되고 랠프와 대립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설고 무서운 미지의 존재를 조우한 후 그들의 모험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파리대왕』은 무인도의 소년 무리가 새로운 사회를 건립하고 지속시켜 나가다가 갈등을 초래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공들여 이룩해 낸 문명의 질서는 언제 무너지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기존 질서를 수호하는 랠프, 지식인을 대표하는 뚱보, 생존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잭, 대중과 영합하지 못하는 철학자 사이먼 등 다채로운 캐릭터가 서로 충돌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예상하지 못한 ‘파리대왕’의 음험한 기운이 늘 등뒤에 도사리고 있는 극한 상황 속에서 각자의 신념대로 내린 선택이 모여 치명적인 결말을 향해 내달린다. 작품은 『로빈슨 크루소』, 『보물섬』, 『허클베리 핀의 모험』등으로 대표되는 모험 소설의 교훈적 우화에서 벗어나 디스토피아의 위험이 도사리는 미래를 언제나 직시해야 한다는 현실적이고 비정한 깨달음을 준다. 전쟁의 참혹함과 이데올로기 논쟁을 직접 체험한 윌리엄 골딩의 날카로운 문제의식은 70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가 ‘적’이라고 믿는 것들을 없앨 수도, 피할 수도, 설득할 수도 없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파리대왕』은 바로 그것, 우리의 할 일을 생각해 보기를 요청한다. 이곳이 아직 안전한 장소일 때, 정말로 진지하게 위기를 성찰해야 한다고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우리는 암흑의 절벽 아래로 추락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구원해야 한다. -이수은 (옮긴이의 말 중에서)
■ 무인도, 디스토피아, 어른 없는 세상.
원작을 존중하면서 독창적으로 구현한 아메 데용의 그림
아메 데용의 『파리대왕: 그래픽 노블』은 원작 소설의 묵시록적인 분위기를 서정적인 수채화 이미지로 탁월하게 치환해 낸다. 감정을 억제한 원작의 건조함은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난 그래픽 아티스트의 시각화를 통해 중화되고, 독자가 이 작품의 핵심에 쉽게 이르도록 상상의 재료를 풍부히 제공한다. 골딩 특유의 시적이고 간결하면서 리드미컬한 문장들이 그림을 따라 흐르듯이 배치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파리대왕’의 실체를 마주하는 장면, 소년들이 멧돼지를 사냥하고 잔치를 벌이는 장면, 온 섬이 불타는 장면 등은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채색과 역동적인 펜 터치, 거대한 스케일 표현으로 독자들이 즉시 몰입해 마치 그 무인도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원작 서사를 압축하고 각색한 솜씨뿐만 아니라, 원작의 문장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데용의 안목이 돋보인 이번 작품은 원작에 거의 근접하면서도, 원작의 감응력은 한결 강화한 그래픽 노블이 되었다.
윌리엄 골딩의 고전 『파리대왕』이 끼친 영향에 관해서라면 정말 많은 말을 할 수 있을 테고, 이미 다수의 학자와 연구자 들이 수없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반면에, 저는 역사가도 아니고 문학 전문가도 전혀 아닙니다. 그저 이 책이 저에게는 개인적으로 무척 큰 의미를 지녔고, 평생 동안 팬이었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을 뿐입니다. 학창 시절, 영어 수업 시간에 『파리대왕』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숨이 막혔습니다. 십 대였던 그때, 해맑은 유년기와 독립된 성인의 중간에 걸쳐 있던 그 시기에, 이 소설이 저의 내면이 겪고 있던 것들을 거울처럼 비춰 주었던 듯합니다. - 아메 데용(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정보
William Golding
1911년 영국 콘월에서 태어났다. 말버러 그래머스쿨과 옥스퍼드 대학교 브래스노스 칼리지를 졸업했다. 작가가 되기 전까지 배우, 소형 선박의 선원, 클래식 연주자, 학교 선생님 등으로 일했다. 1940년 영국 해군에 입대, 이후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노르망디 상륙작전, 네덜란드 해방작전 등에 참전했다. 『파리대왕』은 골딩의 첫 소설로, 여러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으나 파버 출판사의 퇴짜 원고 더미에서 발굴돼 1954년 출판에 이르렀다. 오늘날 손꼽히는 모던 클래식으로 수백만 부가 팔렸고, 1963년 피터 브룩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으며, 44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골딩은 『파리대왕』 외에 『피라미드』, 『상속자들』, 『핀처 마틴』 등 11편의 장편 소설, 1편의 희곡, 2편의 산문집을 펴냈다. 1980년 『통과의례』로 부커상을 수상했고, 198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1988년 기사 작위를 받았다. 생애의 대부분 기간을 솔즈베리 인근 월트셔에 살다가, 1985년 아내와 함께 고향 콘월로 돌아왔다. 1993년, 자택에서 세상을 떴다.
Aimée de Jongh
1988년 네덜란드 남부, 발베이크에서 태어났다. 윌렘 드 쿠닝 예술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데뷔작 『벌매의 귀환(The Return of the Honey Buzzard)』으로 생미셸상을 수상했고, 이후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 문제를 강렬한 그림과 통렬한 이야기로 묘사한 데용의 책들은 비평가 다수의 찬사와 더불어, 프랑스, 미국, 일본 등에서 상을 받았다. 만화계의 오스카로 일컬어지는 아이즈너상 후보에 꾸준히 지명되고 있다. 그래픽 노블 작품으로 『가을에 꽃피다(Blossoms in Autumn)』, 『택시!(TAXI!)』, 『예순 살의 겨울(Sixty Years in Winter)』 등이 있으며, 특히 『모래의 날들(Days of Sand)』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로테르담에 살면서 만화를 그리고 있으며, 애니메이터, 교사,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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