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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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건강 독재 사회에 대한 율리 체의 신랄한 공상 과학 소설
판결 13
21세기 중엽, 한낮 15
후추 24
이상적 애인 29
예쁜 몸짓 33
유전적 지문 37
무리한 이데올로기들은 필요 없다 40
플렉시 유리를 통해서 47
고통에 대한 특별한 재능 50
콩 통조림 52
주스 압착기 54
애당초 이해하라고 한 말이 아니다 58
사적인 일 60
털가죽과 뿔 1부 64
연기 68
조정 심리가 아니다 71
착한 젊은이 75
감시원 81
지휘 본부에서 84
병날 권리 88
물고기 끝 95
재판봉 102
너는 어느 편이냐 108
허락되지 않는 것 115
달팽이들 120
상반된 감정의 양립 130
울지 않고 134
우리들의 집 138
위협은 주의를 요구한다 141
울타리에 올라탄 여자 144
털가죽과 뿔 2부 150
묵비권 154
예외 건 156
저기 미아다 170
최대한의 승리 173
두 번째 범주 179
문제가 무엇인가 187
신임 투표 189
소파 쿠션 192
자유의 여신상 195
건강한 인간 오성 199
냄새가 없고 투명한 202
뷔르머 213
세상 어떤 사랑도 219
중세 229
비가 온다 235
희박한 공기 239
위를 보라 246
끝 255
옮긴이의 말 261
건강은 삶에 대한 자연스러운 의지의 목표이며 그렇기에 사회와 법 그리고 정치의 자연스러운 목표이다. 건강을 추구하지 않는 인간은 병날 것이 아니라 이미 병들었다.(하인리히 크라머, 『국가 공인 원칙으로서의 건강』(베를린, 뮌헨, 슈투트가르트), 29판 서문에서) (11~12쪽)
누나가 사랑이란 말을 할 때는 꼭 입 속에 이물질이 든 것 같은 느낌일 거야. 누나 목소리는 이 단어에 이르면 달라져. 사랑. 반 옥타브 높아져. 그리고 성대는 오그라들어, 누나. 날카로운 톤이 돼, 사랑. 누나는 아이 때 거울 앞에서 연습까지 했지. 사랑. (31쪽)
시간이 멈춰 서는 순간들이 있다. 두 사람이 서로의 눈을 들여다본다. 자기 자신을 쳐다보는 물질이다. 이렇게 형성된 시선의 축이 두 사람의 머리 뒤에서 끝도 없이 연장되며 이 축을 중심으로 몇 초 동안 온 세상이 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지금 첫눈에 반한 사랑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해 두자. 이 순간 미아와 크라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우리는 차라리 어떤 이야기가 시작하며 나는 소리 없는 굉음이라 해야 하리라. (33쪽)
인간은 자기 현존재를 경험해야 해. 고통 속에서. 도취 속에서. 좌절 속에서. 비상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온전히 결정할 수 있는 충만한 힘을 느끼면서. 자기 삶과 자기 죽음에 대해 말이야. 그게, 가련하고 말라빠진 미아 홀, 사랑이야. (97쪽)
나는 스스로를 면역학적 최적화 과정의 산물로 여기는 사랑에 대한 믿음을 철회한다. 나는 나무 위에 지은 집을 “다칠 위험”이라 부르고 반려 동물을 “전염 위험”이라 부르는 부모들에 대한 믿음을 철회한다. 나는 무엇이 내게 좋은지 나 자신보다 더 잘 아는 국가에 대한 믿음을 철회한다. (188쪽)
“모리츠가 죽은 뒤로.”라고 미아가 말한다. “창가로 가도 달이 안 보여. 달이 지구를 버리고 먼 우주로 떠나 버린 걸까? 차라리 그쪽이 내겐 더 잘 이해됐을 거야.” (118쪽)
‘사랑’이란 특정 면역 체계들이 서로 잘 맞는다는 말과 동의어일 뿐이라는 점을 누구나 안다. 다른 모든 결합은 질병이다. 로젠트레터의 사랑은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는 바이러스다. 그는 진짜 외로움이 뭔지 배울 수밖에 없었다. 진짜 외로움이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떨어져 지낸다는 게 아니라 채워질 수 없는 그리움을 꼭꼭 숨겨야만 한다는 것이다. (121쪽)
“모리츠는 살아 있는 모든 걸 사랑했어요. 침실용 탁자 위에는 식용 달팽이를 기르는 나무 상자가 있었어요. 그 애는 달팽이마다 이름을 지어 주었어요. 밤이면 달팽이들이 등에 달린 집으로 상자 뚜껑을 들어 올렸어요. 모리츠는 늘 말했죠. 얘들은 느리기 때문에 엄청 강해라고요.” (127쪽)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는 사람은.” 하고 이상적 애인이 말한다. “아웃사이더야. 아웃사이더는 위험하게 살아가. 권력이란 때때로 자기 힘을 증명해 줄 본보기를 필요로 하는 법이야. 특히 내부에서 믿음이 흔들릴 때는 더 그렇고. 아웃사이더들은 여기 안성맞춤이야. 자기들이 원하는 게 뭔지를 모르거든. 굴러떨어진 과일이지.” (147쪽)
“진실이 뭔지 알아?”라고 이상적 애인이 묻는다. “넌 졌어. 이렇게든 저렇게든. 넌 다른 걸 원치 않아.”
“진실은 항상 곁눈으로만 볼 수 있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거짓이 되지.”하고 미아가 말한다. (178쪽)
“확신범입니다. 전에는 방법의 충실한 지지자였고, 지금은 아주 위험한 광신자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녀를 최고형에 처하는 것은 그녀 자신의 의지에 부합합니다. 우리는 그녀를 자유로운 인간으로 존중합니다. 형벌이 범죄자를 존중합니다!” (250쪽)
“삶이란 하나의 제안이고
우리는 그걸 거부할 수도 있는 거야.”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가이자 독일 문단의 행동하는 지식인
율리 체가 오늘날에 보내는 경고의 묵시록
2013년 토마스 만 상 수상자, 독일 문단의 행동하는 지식인이자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가 율리 체가 2009년에 발표한 『어떤 소송』은 미래의 건강 지상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남동생의 비극적인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아 거대한 체제와 맞선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개인의 자유와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국가와 그 폐해를 비판적으로 그린 이 소설은 언론으로부터 “오웰의 『1984』와 비교되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건강이 최우선 가치이자 법인 21세기 중엽의 미래, 생물학 전공자 미아 홀은 남동생 모리츠를 잃고 슬픔에 빠져 운동과 건강 관리를 소홀히 하다 법정에 소환된다. 반체제적이고 자유를 사랑하던 모리츠는 한 여자의 살인 사건에 휘말려 누명을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리츠와 달리 체제를 신뢰하고 따르던 미아는 변호사 로젠트레터를 만나 소송에 휘말리고, 남동생의 죽음 뒤에 숨은 진실을 통해 체제의 불합리성을 깨달아 간다. 새롭게 태어난 미아는 건강이라는 가치를 볼모로 개인의 자유권을 억압하는 체제와 그 신봉자인 언론인 크라머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다.
기술과 각종 매체의 발달로 인류의 삶이 개선된 오늘날, 율리 체는 사생활 감시와 통제, 자유권 침해 등 그 어두운 이면을 비판적으로 성찰해 보라고 외친다.
법정 소설, 범죄 소설, 사이언스 픽션의 형식을 빌려 대담한 상상력과 비판적 문제의식을 보여 주는 『어떤 소송』은 온갖 기술의 발달로 사생활과 개인 정보가 광범위하게 노출되고 통제되는 오늘날 현실에 보내는 경고의 묵시록이다.
■
남동생의 비극적인 죽음에 얽힌 진실을 찾아
거대한 체제와 맞선 한 여자의 이야기
모든 질병이 퇴치된 사회, 위생과 청결이 지배하는 사회, 사람들이 매일 규정대로 운동하고 매달 건강을 진단받는 사회, 『어떤 소송』의 주인공인 생물학 전공자 미아 홀이 사는 체제는 언뜻 보기에 유토피아 같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체제는 담배 피우는 것을 금지한다. 온갖 불결한 세균들이 있을지 모를 강에서 맨발로 물장구치는 것을 금지한다. 캡슐이나 튜브에 든 음식이 아닌, 직접 잡은 물고기나 직접 뜯은 풀 먹는 것을 금지한다. 심지어 서로 면역 체계가 다른 사람들끼리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도 금지한다.
사랑이란 특정 면역 체계들이 서로 잘 맞는다는 말과 동의어일 뿐이라는 점을 누구나 안다. 다른 모든 결합은 질병이다. 로젠트레터의 사랑은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는 바이러스다. 그는 진짜 외로움이 뭔지 배울 수밖에 없었다. 진짜 외로움이란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떨어져 지낸다는 게 아니라 채워질 수 없는 그리움을 꼭꼭 숨겨야만 한다는 것이다.(119쪽)
『어떤 소송』은 미아가 ‘방법’이라 불리는 체제에 맞서 벌이는 법정 투쟁을 그린 소설이다. 대부분 사람들처럼 법과 국가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던 미아는 반항적이며 자유를 사랑하던 남동생 모리츠의 자살 뒤에 숨은 진실을 통해 체제의 모순을 깨닫고 새로이 태어난다. 소송 과정에서 그녀는 체제의 신봉자인 언론인 크라머와 각각 개인과 자유, 국가와 건강을 변호하며 첨예하게 대립한다. 진정 인간적인 것, 진정 인간을 위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통해 작가 율리 체는 진실과 개인 자유보다 권력과 체제 유지를 중시하는 독단적 국가 체제를 비판한다. 겉으로는 청결과 안전을 내세우지만 반대자를 탄압하기 위해서라면 고문 같은 낡은 수단도 가리지 않는 체제의 맨얼굴은 섬뜩하기 그지없다.
■ “나는 잠들지 않은 비판적 의식이 민주주의의 토대라고 믿는다.”
미래 사회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현재를 되짚은 『어떤 소송』
율리 체는 데뷔 이후로 줄곧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새로운 이야기와 다채로운 글쓰기를 실험함으로써 독일 문단 내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01년 첫 장편 소설 『독수리와 천사』에서는 전쟁과 묵시록을 소재로 삼았고, 2007년 작품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에서는 추리 소설의 형식을 빌려 물리학적, 철학적 담론을 다루었으며, 2012년 발표된 소설 『잠수 한계 시간』은 스릴러 요소가 강하다.
또한 행동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9. 11 이후 생물학 정보를 담은 여권이 2008년 독일에 도입되자 개인의 기본권과 배치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기도 했고, 2013년에는 미국 정보기관의 외국 정상 도청 사건과 관련, 독일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며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고 총리 관저로 행진하기도 했다. 평소 언론 매체를 통해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서슴지 않는 율리 체는 한 인터뷰에서 “나는 잠들지 않은 비판적 의식이 민주주의의 토대라고 믿는다.”라고 말한 적 있다. 『어떤 소송』은 바로 이러한 신념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다. 기술과 각종 매체의 발달로 인류의 삶이 개선된 오늘날, 율리 체는 사생활 감시와 통제, 자유권 침해 등 그 어두운 이면을 비판적으로 성찰해 보라고 외친다. 『어떤 소송』은 우리의 현실을 향한 문학적 경고이자 묵시록으로서 주목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 우리를 정치적으로 눈뜨게 하는 작품. - 《쥐트도이체 차이퉁》
▶ 지나치게 구조화되고 지나치게 수량화된 우리 시대에 더욱더 중요한 소설. - 《가디언》
▶ 예브게니 자먀틴, 레이 브레드버리, 필립 K. 딕의 뒤를 잇는 분석적 묵시록의 작가. - 《디 차이트》
작가정보
Juli Zeh
1974년 독일 본에서 태어나 파사우와 라이프치히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에 단편 소설로 등단한 한편, 참여적 지식인으로서 유엔에 근무하고 여러 신문에 정치적 색채가 강한 글을 게재해 왔다. 법조인의 길을 걸으면서도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펼쳤는데, 2001년에 첫 장편 소설 『독수리와 천사』를 발표하자마자 독일어권 문학계의 신예로 급부상했다.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소재로 현대 전쟁의 묵시록적 이미지를 강렬하게 부각한 이 작품은 서른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독일 서적상, 에른스트 톨러 상을 비롯해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다. 2007년에 추리 소설 형식의 작품 『형사 실프와 평행 우주의 인생들』을 발표해 주목받았으며, 2009년에는 소설 『어떤 소송』을 출간했다. 건강을 최우선시하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체제에 맞서는 한 여인의 법정 투쟁을 그린 이 작품은 국가가 개인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오늘날 현실을 날카롭게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시도하며 지적 담론을 생성하는 율리 체의 작품은 독일 문단 내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사이언스 픽션, 추리 소설, 범죄 소설 등 여러 장르의 형식을 빌려 현실을 진단하는 그녀의 글쓰기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소설 『유희 충동』(2004)과 『잠수 한계 시간』(2012), 아동서 『사람들의 나라』(2008), 『새해』(2018), 『인간에 대하여』(2021), 에세이집 『자유에 대한 공격』(2009) 등이 있으며, 2013년 토마스 만 상을 받았고 2019년 쾰른의 하인리히 뵐 문학상, 2018년 독일연방공화국 공로상을 받았다. 현재 브란덴부르크 주의 바르네비츠에서 법조인으로 일하며 꾸준히 집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 홈페이지 http://www.julizeh.de
번역 장수미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방송영화학과 미술사, 교육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괴테 인스티튜트에서 GDS(독일어 대 디플롬)를 취득했다. 영남대학교, 경원대학교 등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번역가 및 통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중국의 쉰들러’ 라베의 『존 라베 난징의 굿맨』,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눈알 수집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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