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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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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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재와 세계라는 미스터리
‘미스터리’에 빠지고 싶은 당신을 위한 완벽한 안내서
1장 범인은 바로 너…일까?
범인은 바로 너……일까?_『방주』 19
글쓰기에 바친 가장 아름다운 송가_『빌리 서머스』 36
절대로 뒤돌아보지 말 것(『대여금고』_『죽은 자의 녹취록』 46
종말의 날, 사과나무에 대한 (색다른) 고찰_『세상 끝의 살인』 57
{{{책을 둘러싼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_『백만 불짜리 속편 미스터리』,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70
수학은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는가, 혹은 죽이는가_『토끼 귀 살인사건』 79
창문 넘어 ‘미래로부터’ 도망친 100세 노인은 어디로 갈 수 있을까?_『미래로부터의 탈출』 91
2장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
지금 어쩌면 시공간의 끝에 있을 나 자신을 위하여_『엔드 오브 타임』 103
우리-없는-세계(world-without-us), 시간 여행의 끝_『아더랜드』 112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_『코드 브레이커』 128
끝없는 길 위에서, 우리는_『천 개의 뇌』 140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 뛰나니_『제네시스』, 『세포의 노래』 153
3장 그 작고 부드러운 깃털 위에 세계…가
비둘기들이 걷는 고요한 지붕에서 고래의 죽음에 이르기까지_『심해』 171
그 작고 부드러운 깃털 위에, 세계가_『날개 위의 세계』 181
초록, 이 우주의 유일한 기적 앞에서_『태양을 먹다』 193
나가며─소설가 김희선과의 미스터리한 대담 207
추천의 말─소설가 조예은, 과학전문기자 윤신영 224
요즘은 클로즈드 서클물 쓰기가 정말 힘든 시대라고 합니다. 위성통신 시스템의 발달로 웬만해서는 고립 자체가 안 일어나는 데다, 작가가 억지로 폐쇄된 공간을 설정한다 해도, 그게 조금이라도 비현실적이라면 독자의 호응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라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유키 하루오의 『방주』는 배경 설정을 영리하게 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무리의 젊은 남녀가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땅속에 만들어진 의문의 건출물을 발견하고 거기서 하룻밤을 보내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되니까요.
-「범인은 바로 너……일까?」에서, 26~27쪽
SF 작가인 그렉 이건은 그것을 ‘의식’이라고 부르고 호러 작가인 미쓰다 신조는 거기에 ‘혼령’이라는 이름을 붙이지만, 결국 그 단어 사이의 차이는 세계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식의 다름에 기인할 뿐입니다. 덧붙이자면, 저는 ‘의식’과 ‘영혼’을 굳이 구분하지 않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구분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죠. 왜냐하면 세상에는 우리가 지각하지 못하지만 실재하는─실재할 가능성이 있는─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절대로 뒤돌아보지 말 것」에서, 19쪽
두 달 뒤 소행성이 충돌한다는 뉴스가 나오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절망과 공포에 빠진 가운데,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때 드는 의문은 당연히 ‘대체 왜?’일 텐데요. 역대 최연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가인 아라키 아카네의 소설 『세상 끝의 살인』에 나오는 주인공 역시, 잔혹하게 살해당한 시체 앞에서 같은 의문에 사로잡힙니다.
-「종말의 날, 사과나무에 대한 (색다른) 고찰」에서, 57쪽
인간의 뇌가 외부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수많은 감각 자극을 해석하고 재구성하여 ‘세계’라고 여겨지는 일종의 시뮬레이션 즉 모형을 만들어 낸다는 이론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모형을 바탕으로 우리 뇌가 끊임없이 세계를 재창조한다는 것 또한 이젠 누구나 알고 있지요.
그런데 제프 호킨스는 그 모형이 한 개가 아니라 수천 개가 넘으며, 각각의 모형은 신피질을 이루는 약 15만 개의 ‘피질 기둥’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합니다.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외부세계에 대한 모형을 ‘기준틀’이라고 하는데, 인간 뇌는 이 기준틀을 통해 세계를 지각하고 예측하고 인식한다는 것이 호킨스의 ‘천 개의 뇌 이론’이지요.
-「끝없는 길 위에서, 우리는」에서, 146~147쪽
『심해』의 저자인 클레르 누비앙도 같은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그는 티브이 다큐멘터리에서 깊은 바닷속 생물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고, 그때부터 심해 생물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러고는 지금까지 밝혀진 지구 전체 생물종의 가짓수가 140만 종인데, 심해에는 아직도 인간이 알지 못하는 천만 종 이상의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요. 만약 이 어마어마한 숫자가 쉽게 와닿지 않는다면, 그저 가만히 눈을 감아 볼 일입니다.
-「비둘기들이 걷는 고요한 지붕에서 고래의 죽음에 이르기까지」에서, 173쪽
스릴러와 환상, 추리물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독보적 소설 세계를 구축해 온 소설가 김희선의 ‘미스터리’ 서평집 『너는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김희선은 『무한의 책』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 등의 소설을 통해 타임워프, 외계인 침공, 미제 살인 사건 등의 소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기묘하고 생생한 세계관을 선보였다. 『너는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는 소설가 김희선이 사랑하는 ‘미스터리 책’ 18권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민음사 문학 잡지 《릿터》에 2년 반 동안 연재되며 다정하고도 으스스한 스토리텔링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김희선의 글은 장르로서의 미스터리물뿐만 아니라 인간과 세계라는 미스터리를 탐구하는 데 실마리가 되어 줄 과학책을 함께 다룬다. 거대하고 흥미진진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준비가 된 독자들이라면 일단 이 책을 펼쳐 보자. 무한한 미스터리 세계를 탐험하는 데 더없이 든든한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책을 덮을 때 잊지 말아야 할 작가의 당부 한마디, 절대로 뒤돌아보지 말 것!
미스터리는 재미있고, 미스터리는 지혜를 준다
소설가 김희선에게 ‘미스터리’는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어린 시절 최초의 독서 경험에서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생생하게 이어지고 있는 하나의 감각이다. 또래 친구가 많지 않은 동네, 할아버지의 서재에서 홀로 세계여행전집을 읽던 어린아이에게는 집 앞 골목만큼이나 책 속 세계에 대한 실감이 넘쳐났다. 작가가 된 지금, 이제는 추리소설을 읽었다 하면 범인을 지목할 수 있게 된 소설가 김희선은 여전히 책 속 세계를 현실만큼 낱낱이 감각한다. 김희선은 묻는다. 혼령이 스르르 출몰하는 소설 세계와 칼을 든 살인마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현실 세계 중 더 무섭고 불가사의한 곳이 과연 어디겠느냐고. 누가 보아도 수상해 보이는 밀실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김희선은 ‘인물들이 미스터리를 많이 읽었다면 섣불리 그런 데 들어가지 않을 텐데.’ 하고 중얼거린다. 미스터리로부터 배운 현실 감각은 소설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작용한다. 미스터리에게서 지혜를 빌려 보자. 발걸음은 조금 더 신중해지되, 머릿속에서는 재미있는 상상들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미스터리 소설 속, 또 한 명의 탐정 되기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을 감상할 때 우리는 흔히 소설에 대해 질문하기보다는 소설을 겪어 낸다. 작가가 마련해 둔 트릭, 인물들의 사정, 세계의 특이점 등 일상에서는 겪기 힘든 스펙터클을 소설을 통해 대신 체험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가 김희선에게 미스터리 읽기는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작품과 호흡하는 일이다. 탐정이 ‘범인은 바로 너야!’라고 지목했을 때, ‘탐정이 뭐길래 우리는 탐정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 걸까?’ 하고 묻거나, ‘곧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하여 멸망을 앞둔 세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면, 사건의 진위를 밝히려고 나설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하고 자문하는 식이다. 훌륭한 질문자인 김희선을 따라 미스터리 세계를 거닐며 우리는 또 한 명의 탐정이 된다. 아늑한 방 안에 앉아 책 한 권을 펼쳐 드는 것만으로 탐정이 될 수 있다니,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또 있을까?
탐정에게 필요한 논거를 수집하기
탐정이 되어 진실을 파헤칠 논리 체계를 완성하려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는 필수 덕목이다.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스터리인 세계를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지만 김희선은 이에 도전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과학전문기자 윤신영에 따르면 김희선은 “논증할 수 있지만, 과학으로 검증할 수 없는, 철학자 마시모 피글리우치가 ‘거의 과학’이라고 분류한 영역의 다양한 가설을 종횡으로 건드린다.” 『너는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2장과 3장에 수록된 책들은 ‘인간에 앞서 1억 5천만 년이나 이어졌던 공룡 시대에, 어쩌면 챗지피티보다도 발달한 초지능이 있었던 것 아닐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선사하기도 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던 사람으로 하여금 문득 스스로를 우주 먼지의 일시적 결합체로 여기도록 만들기도 하며, 거대한 고래의 사체를 양분 삼아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심해의 풍경을 그려 보게도 한다. 뜻밖의 시선을 획득한 우리는 세계를 전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통로가 되길 바란다는 김희선은 확신한다. “그렇게 끝없이 이어지는 책의 길을 따라가며 다채로운 세상을 맛본다면, 장담컨대, 정말로 행복할 거예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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