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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슈디 지음 | 강동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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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04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10월 0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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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19.19MB)
ISBN 9791141607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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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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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 작가
살만 루슈디의 2022년 피습 이후 첫 목소리

2022년 뉴욕주 셔터쿼의 야외 강연장에서 무슬림 극단주의자 청년에게 피습당한 살만 루슈디가 공식적으로 처음 이 사건을 다룬 회고록 『나이프』가 출간되었다. 2022년 8월 12일, 살만 루슈디는 공개 강연을 준비하던 중 괴한에게 목, 가슴, 눈 등 온몸을 칼에 찔렸고 결국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루슈디의 장편소설 『악마의 시』에 이슬람교를 모독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로 1988년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니가 작가를 처단하라는 종교 칙령(파트와)을 내린 이후 루슈디에게 처음 발생한 피습 사건이었다. 파트와 이후 루슈디의 작품을 번역한 일본, 이탈리아, 노르웨이의 번역가들은 피습을 당했고, 루슈디는 오랜 시간 은둔생활을 지속하며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1989년 호메이니의 사망 이후 이란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사형 선고를 집행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지만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그에 대한 응징을 멈추지 않았다.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나를 비롯해 『악마의 시』 출간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악명 높은 살해 명령을 내린 지 삼십삼 년이 흘렀다. 고백하건대, 그 세월 동안 나는 공개 포럼 같은 곳에서 암살자가 벌떡 일어나 바로 이런 방식으로 내게 다가오는 상상을 가끔 했다. 그래서 그 살인적인 형체가 나를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든 생각은 그래, 너로구나, 이제 왔네, 였다. (본문 17p)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 3회 수상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남긴 루슈디는 오랜 기간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분노』 『조지프 앤턴』 『무어의 한숨』 등을 펴내며 작품활동을 활발히 펼쳤다. 프랑스 잡지 〈샤를리 에브도〉에 풍자만화를 그렸다가 살해당한 만화가들이나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탄생을 묘사한 알레고리 소설로 이슬람을 모욕했다며 문화 테러를 당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나기브 마푸즈처럼 루슈디 역시 생사를 걸고 표현의 자유를 수호해온 작가다. 이 때문에 루슈디는 죽음의 순간에 가까이 갔으나 끝내 살아남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벌어진 사건을 정면으로 마주한 회고록 『나이프』를 세상에 내놓으며 다시 한번 자유와 사랑의 힘을 역설한다.
1부 죽음의 천사
1. 칼
2. 일라이자
3. 해멋
4. 재활

2부 생명의 천사
5. 집에 돌아오다
6. A
7. 두번째 기회
8. 종결?

이상하게도 실제로 돌아오는 것은 과거다. 내 과거가 내게 돌진해온다. 꿈속의 검투사가 아니라, 마스크를 쓰고 칼을 든 남자가 삼십 년 전에 받은 살해 명령을 실행하러 다가온다. 죽음 속에서 우리는 모두 과거시제에 영원히 갇혀버린 어제의 인간이다. 그것이 바로 칼이 나를 집어넣고 싶어한 감옥이다. (24-25p)

셔터쿼에서 내게 일어난 일의 짜증스러운 면 중 하나는 아마 영원히, 영원하지는 않더라도 한동안은 셔터쿼 사건이 ‘그’ 소설을 다시 추문의 내러티브로 돌려놓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그 내러티브 안에서 살아갈 의향이 없다. (44-45p)

내게 일어난 일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이자, 여기서 내가 전하려는 이야기의 본질은 사랑이 증오에-칼은 증오의 은유다-응답하고, 결국 이긴다는 것이다. (55p)

친구들은 내가 읽지 않을 걸 알면서도 내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의미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메일을 보내고 음성메시지를 남겼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내게 보내는 메시지를 올렸다. (...)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신을 믿지 않는 개자식이라는 걸 알면서도. (96-97p)

눈을 잃었다.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 애썼다. 시신경이 손상되었고, 그걸로 끝이었다. 그는, A는 나를 죽이지 못했으나 내 눈을 가져갔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그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 남은 평생을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한밤의 아이들』에서 살림 시나이의 부모가 어린 그에게 반복적으로 말했듯이(내 부모도 내게 같은 말을 했다) “고칠 수 없는 것은 견뎌야만 한다.” (116p)

생존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내가 말하는 생존이란 그저 살아 있는 것만이 아니라 내 삶을, 지난 이십 년간 너무도 조심스럽게 쌓아온 자유로운 삶을 되찾는 것이었다. (123p)

언어도 칼이었다. 언어는 세상을 베어 세상의 의미를, 그 내적 작동 방식과 비밀과 진실을 드러낼 수 있었다. 언어는 하나의 현실에서 다른 현실로 베어들어갈 수 있었다. 언어는 헛소리를 지적하고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고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언어가 나의 칼이었다. 만일 내가 원치 않는 칼싸움에 예기치 않게 휘말린다면, 내가 맞서 싸우는 데 사용하는 칼은 언어일 것이다. (143p)

피습 사건을 해결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것이었다. 나는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을 쓴 뒤에야 다른 무언가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일어난 일을 소유하고, 그 사건을 책임지고 내 것으로 만들어 단순한 피해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나만의 방법이었다. 나는 폭력에 예술로 답하기로 했다. (209p)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나는 승리했다. 하지만 칼이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했다는 점에서는 패배했다. 내 책 『승리 도시』에서 주인공 팜파 캄파나는 산스크리트어로 강력한 이야기 시를 쓴다. 시의 제목은 「자야파라자야」, ‘승리와 패배’라는 뜻이다. 내 인생 이야기의 제목으로도 쓸 수 있는 표현이다. (214p)

‘일상적’인 혹은 ‘현실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걸음을 떼면 뗄수록, 나는 이 ‘특별하고’ ‘비현실적인’ 에피소드에 흥미를 잃었다. 지금 나는 계속하는 것, 삶이라는 책의 다음 장을 쓰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피습은 그 책의 앞장에 엎질러진 커다란 붉은 잉크 얼룩처럼 느껴졌다. 보기 싫었지만, 그렇다고 책이 망가지지는 않았다. 페이지를 넘기고 계속 나아가면 되었다. (310p)

나는 피습 이후 나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을 떠올렸다. 이런 타격에도 우리의 행복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곳에, 셔터쿼 원형극장의 무대에 서서 나는 질문의 답을 찾았다. 그렇다, 우리는 불완전하게나마 행복을 재건했다. 하늘이 푸른 오늘 같은 날도 우리가 전에 알았던 것 같은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될 수는 없다. 우리의 행복은 상처 입은 행복이었다. 그 행복의 한구석에는 그림자가 있었고, 아마 언제까지나 있을 것이다. (331p)

“나는 폭력에 예술로 답하기로 했다.”
이 책을 써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이프』에는 루슈디가 이 책을 쓰기까지 고민했던 흔적이 녹아 있다. 피습 이후 자신의 에이전트 앤드루 와일리에게 글을 다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에이전트이자 그의 오랜 친구인 앤드루는 그를 격려한다. 입원 치료가 끝나고 몸이 회복된 루슈디는 셔터쿼 강연 직후로 출간이 계획되었던 『승리 도시』 후속작을 위해 적은 메모를 보다가 ‘이 사건에 대한 책을 반드시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던 앤드루를 떠올린다.

드디어 글 생각을 하게 되었을 때 『승리 도시』 후속작을 위해 써온 메모를 들여다보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난 이걸 쓸 수 없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픽션에 집중하고 싶어도, 거대하고 논픽션에 가까운 무언가가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앤드루 와일리의 말이 맞았다는 걸 깨달았다. 피습 사건을 해결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것이었다. 나는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을 쓴 뒤에야 다른 무언가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일어난 일을 소유하고, 그 사건을 책임지고 내 것으로 만들어 단순한 피해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나만의 방법이었다. 나는 폭력에 예술로 답하기로 했다. (본문 209p)

루슈디는 이 회고록을 쓰는 일이 ‘치유’는 아니었다고 명백히 밝힌다. 그러나 『나이프』의 집필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직시함으로써 이 사건을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 “단순한 피해자의 지위에서 벗어”나게 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특히, 6장에서는 구치소에 있는 가해자를 직접 대면하는 상상으로 그려내 루슈디 자신을 향한 의문을 문학적으로 풀어냈다.
이 사건으로 루슈디는 파트와 때처럼 표현의 자유와 자신의 개성, 정체성을 위협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런 위협 앞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유일하게 진실한 방법, 예술가로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가는 문학적 경로를 이해하고 내가 선택한 길을 받아들이며 그 길을 계속 나아가는 것뿐”이라고 선언한다.


혐오에 맞선 사랑의 힘에 대한
생생한 문학적 증언

루슈디는 자신에 대한 곡해와 혐오로 인해 피습을 당했지만, 반대로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삶과 작품이 피습 사건의 동기가 된 ‘신성모독’이라는 틀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게 될까 한탄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이 사건이 자신의 삶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루슈디는 2022년 PEN아메리카에서 했던 짧은 연설을 인용하며 문학이 세상의 추악한 일상성에 맞서는 힘을 강조한다.

현재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비명을 지를 때 우리가 어떻게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후손에게서 눈을 돌려 이 끔찍한 순간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과연 어떤 유용한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시는 총알을 막지 못합니다. 소설은 폭탄을 해체하지 못합니다. 모든 희극인이 영웅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무력하지 않습니다. 오르페우스의 몸이 갈가리 찢긴 뒤에도 그의 잘린 머리는 헤브로스강을 떠내려가며 계속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는 노래가 죽음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우리는 진실을 노래하며 거짓말쟁이들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최전선에서 동료들과 연대하고 목소리를 더함으로써 우리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습니다. (본문 286p)

진실과 자유를 수호하고자 일생을 맞서온 그의 삶에는 거짓과 혐오로 얼룩진 ‘죽음의 천사’가 찾아왔다. 하지만 곧이어 ‘생명의 천사’가 나타나 사랑의 힘을 보여주었다. 마침내 루슈디는 자신을 죽이려 했던 청년을 대면하지 않고도, 재판의 판결문을 보지 않고도 이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지켜낼 수 있었다.

나는 피습 이후 나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을 떠올렸다. 이런 타격에도 우리의 행복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곳에, 셔터쿼 원형극장의 무대에 서서 나는 질문의 답을 찾았다. 그렇다, 우리는 불완전하게나마 행복을 재건했다. 하늘이 푸른 오늘 같은 날도 우리가 전에 알았던 것 같은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될 수는 없다. 우리의 행복은 상처 입은 행복이었다. 그 행복의 한구석에는 그림자가 있었고, 아마 언제까지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것은 강력한 행복이었다. 일라이자와 포옹하며, 나는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느꼈다. (본문 331p)

사건 현장이었던 셔터쿼협회의 강연장을 찾은 후에 그는 “행복을 재건”했다고 말한다. 『나이프』는 증오에 맞서 “사랑의 생존을 기념”하는 책이자 진정한 자유의 회복에 대한 책이다.

작가정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1975년 『그리머스』로 문단에 첫발을 내디뎠고, 1981년 출간한 두번째 작품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을 수상했다. 특히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 오브 부커스’(1993년)와 ‘베스트 오브 더 부커’(2008년)를 수상하며 부커상 3관왕이라는 문학사상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다. 1988년 출간한 『악마의 시』는 휫브레드 최우수 소설상을 받고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는 한편, 신성모독 논란에 휩싸이며 이란의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작가를 처단하라는 종교 법령 ‘파트와’를 선언했다. 루슈디는 1995년까지 영국 정부의 보호하에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종교적 관용 및 문학의 사회적 역할을 역설했고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 미국으로 이주했고, 2007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회고록 『조지프 앤턴』을 비롯해 『무어의 마지막 한숨』 『키호테』 『진실의 언어』 『승리 도시』 등으로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미국 뉴욕주 셔터쿼에서 강연중 무슬림 괴한에게 칼로 공격받고 오른쪽 눈을 실명했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작가로서 당시 사건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자유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에르난 디아스의 『먼 곳에서』 『트러스트』, 커트 보니것의 『타이탄의 세이렌』,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그후의 삶』, J.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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