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의 끝자락에서
2024년 09월 3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9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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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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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이 책에서 여행이란 무엇인지, 여행은 왜 하는지, 나름대로 정리한 생각을 독자들과 공유해 보려 시도합니다. 여행자들은, 낯선 사람들과 만남, 다양한 문화 경험, 역사적 현장이나 유적지 순례, 익숙하지 않은 음식 체험 등을 통해 확장된 시야와 깊어진 사고, 다름에 대한 이해와 수용의 폭을 넓히게 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행을, 익숙한 곳에서 멀리 떨어진 외로움 속에서 자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여기기도 합니다. 존재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깊이 살펴보는 것은 괴롭고 힘든 일이지만, 성찰을 통해 정화의 과정에 이르기도 합니다. 또한 살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여정의 끝자락에서, 머지않아 마주할 죽음을 친구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맞을 준비이기도 합니다.
바라나시 가트에 앉아 화장터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늘 같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어떻게 하면 잘 돌아갈 수 있을까요?
생각하며 여행하기
첫 번째 배낭여행 - 인도
작은 인연도 소중하다
여섯 번째 인도 여행
다시 찾은 콜카타
목숨을 걸고 걷기에 도전하다
인도에서 기차여행 하기
기차표 예매하기
배워야 산다!
힌두인의 성지 - 바라나시
바라나시 가트에서 놀기
갠지스강 해맞이
마음이 평화로운 곳 - 산치
이곳저곳 둘러보기
야한 사원 도시 - 카주라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 - 타지마할
삶이 곧 메시지다!
여행의 즐거움
시간이 머무는 곳 - 카트만두
죽기 전에
안나푸르나가 품은 도시 - 포카라
붓다 탄생지 - 룸비니
나는 무엇인가(What am I)?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
티베탄 콜로니
인도에 머무는 마지막 날
책 끄트머리에 - 사람은 살던 대로 죽는다
나는 여행은 떠났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하는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겪습니다. 실수도 저지르고, 시행착오로 고생도 하고,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엉뚱한 길로 빠져 위험한 순간을 맞기도 합니다. 물론 나쁘고 힘든 일만 벌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기하지 못한 즐거운 일들을 경험하기도 하고, 신비로운 광경에 넋을 잃기도 하고, 운명 같은 만남은 평생 이어지는 우정이나 사랑의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를 흐르든, 언젠가는 떠났던 자리로 되돌아갑니다.
가끔, 우리 삶도 한 생명체의 긴 여정에서, 태어나기 전 상태로 다시 돌아가는 과정이고, 죽음이 그 끝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흔히 말하듯, 벌거벗은 맨몸으로 태어나 수의 한 벌 걸친 채, 무사히, 안전하게, 순수한 상태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오염되지 않는 삶을 마감하게 되는 겁니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여행의 출발점과는 달리 돌아갈 곳이 어딘지, 어떤 곳인지, 있기는 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공간이기 때문일 겁니다.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뎌야 하는 공포는 실제보다 더 심장을 쫄깃하게 만듭니다.
- p.114, 〈갠지스강 해맞이〉
타인 시선으로 나를 보기
인도를 바라보는 저자 시선은 복잡해 보인다. 애증이 공존하지만, 그러나 인도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훨씬 큰 것은 분명하다. 인도에 대한 여행자들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린다고 한다. 그런데 여섯 번이나 인도를 여행했다! 싫으면 그렇게 여러 번 갔을 리 없다.
저자가 하는 여행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떠난 곳에 두고 온 ‘나’의 일상을 바라보는 일이다. 저자 스스로 고백했듯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타인 시선으로 일상을 돌아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을 정화하고, 쌓인 업을 하나씩 허물고 싶어 한다. 그런 의식을 치르기에 적절한 장소가 인도라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바라나시 가트에 앉아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것도 멋진 일이다. 살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적은 시점이 되었으니 버리고 지우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 된다.
저자는 인도에서 마지막 저녁을 즐기며 자신이 경험한 여행을 스스로 평가한다.
“오랜만에 차가운 맥주가 목젖을 타고 넘어 온몸으로 퍼지는 싸한 기분이 그만입니다. 비록 혼자지만 내 배낭여행을 마무리 짓는 마지막 만찬을 이렇게 즐깁니다. 그리 많은 나라들을 다니지 못했고, 깊이 있는 여행이었다고 평가할 수도 없고, 어떤 목적을 정하고 지향점에 맞춰 돌아다닌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과 교류를 이어가거나 이질적인 문화의 이해도를 크게 높이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슬렁슬렁 겉만 훑고 다닌 게으른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은 나에게 익숙한 환경과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라는 개체에 대해 침잠(沈潛)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주 미약하고 보잘것없는 하찮은 존재지만, 그러면서도 유일하다는 것을, ‘나’뿐만 아니라 다른 ‘나’ 누구도 다 그렇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존재 가치는 다를지라도 유일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특별합니다. 그 특별한 존재가 선한 가치로 빛날 때 세상은 아름다워질 것이라 믿습니다.”
- p.262, 〈인도에 머무는 마지막 날〉
저자는 남은 시간, 손잡고 걸으며 멋진 산수와,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시간을 아내와 공유하는 여행을 소망하고 있다니, 이제야 겨우 철들 나이가 된 것일까?
작가정보
저자(글) 이 씨
삶과 여행 이야기, 《여정(旅程)의 끝자락에서》는 이 씨가 썼습니다.
우리글 띄어쓰기는 꽤 어렵습니다. ‘이씨’와 ‘이 씨’는 그 의미가 다릅니다. 차이를 단순하게 설명하면 전자는 무리, 후자는 개체를 뜻합니다.
이 씨는 강원도 외진 산골, 빈집 문간방 하나를 얻어 2년 넘게 산 적이 있습니다. 그는 처음 만나는 동네 분들에게 이 씨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를 이씨라 여기기 시작하면서 다소 서먹했던 거리가 좁혀지고, 오래전부터 같이 살던 사람들처럼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씨 속에서 이 씨로 살아가는 것은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쉽고 편안함이 삶의 전부가 아닐뿐더러, 무리에 매몰되면 개체의 존재가 무의미해지기도 합니다. 조화를 이루는 것은 주체가 무엇이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 씨는 문예지를 통해 필명을 얻은 적이 있지만 글솜씨도, 치열함도 적어 소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름은커녕 그 사실을 말하는 것조차 민망합니다. 그러면서도 글쓰기를 이어가는 것은 그게 이 씨로 사는 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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