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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증도가원돈해

하택대사증도가삭원
법고소리

2024년 09월 24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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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0.85MB)
ISBN 979119885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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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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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책으로 두 권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신심명》과 《증도가》를 들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권의 글은 별교에 그치지 않고 원교의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시 《신증도가원돈해》에서는 월계선사의 탁월한 안목을 빌려 더욱 그 뜻을 분명하게 드러나게 해주고 있다. 조사의 뜻과 화엄법계의 도리를 통째로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제목은 《하택대사증도가삭원(荷澤大師證道歌溯源)》이다. 하택대사가 지은 증도가를 월계선사가 근원을 따라서 밝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증도가>는 원래 영가대사가 지은 것으로 모두가 알고 있는데, 어째서 <하택증도가>라고 했을까?
저 월계선사는 무슨 근거로 이렇게 제목을 정했을까?
여기에 대해 선사의 짧은 부연설명이 있다.
선사가 일찍이 서안 와룡사에서 송나라 판본의 <증도가>를 얻게 되었는데, 그 책 제목이 <하택증도가>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여기에 대해 스스로 의심을 하고서 이 <하택증도가>와 <영가집>의 문채와 어조를 비교하며 살펴보게 되었는데, 선사가 보기에 이 <증도가>는 분명 하택 신회대사의 문채(文彩)와 어조(語調)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송나라 판본을 근거로 하고 강설을 보태어 ‘하택대사증도가삭원’이라는 명칭을 붙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영가대사는 육조를 뵙기 전에 주로 천태 지자대사의 중도실상을 살피고 지관수행을 하였다. 그러기에 《선종영가집》에서는 ‘지관(止觀)’이나 ‘중도(中道)’라는 용어를 매우 자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증도가》에서는 이러한 용어들이 단 한 글자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하택 신회대사는 끊임없이 육조의 돈교법과 화엄법계를 거론하여 왔다. 그리고 이 《증도가》 역시 오직 조사의 도와 화엄법계를 끊임없이 노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차
머리말
저자
강설
번역 및 찬술
제1장 증도가 원문
제2장 증도가 강설
1. 배움이 끊긴 무위의 한가한 도인
2. 곧장 여래선을 깨닫다
3. 마음에 무가보를 감추다
4. 감로수를 마시는 것과 같다
5. 조계의 길을 열다
6. 참도 구하지 않고 허망함도 끊지 않다.
7. 배우는 사람은 수행을 쓰지 마라
8. 하나의 법이 일체의 법을 머금다
9. 역행과 순행은 하늘도 헤아리지 못한다
10. 오히려 거울 위의 자국과 같다
11. 원돈의 가르침
12. 한 법도 보지 않다
13. 법 가운데 왕으로 최고로 빼어나다
출판정보

1. 배움이 끊긴 무위의 한가한 도인


【證道歌1】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君不見。

[강설]
첫 구절을 열면서 곧장 모두가 불성을 갖추고 있다고 선포하였다. 모두가 보배창고를 구족하고 있지만, 스스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대중들에게 선포하였다.
《범망경》에서 세존께서는 말하였다.
“나는 이미 부처를 이루었지만, 그대들은 아직 부처를 이루지 못하였다.”開首即宣告大眾皆具佛性,皆具足寶藏,而不自見。《梵網經》云:「我是已成之佛,汝等是未成之佛。」

찬술:
무엇을 보지 못했는가? 부처의 성품을 보지 못하고, 부처의 성품이 곧 보배창고라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배창고라고 하는 것은 곧 부처의 지혜와 덕이 모두 여기에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證道歌2】
배움이 끊긴 무위의 한가한 도인을.
絕學無為閑道人。

[강설]
배움이 끊기었다는 것은 무시의 무명을 타파하고 몸소 부처의 성품을 보고, 본지풍광을 꿰뚫고서 더 이상 배워야 할 부처의 법이 없고, 더 이상 생사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없고, 더 이상 닦아야 할 선과 도가 없고, 더 이상 증득해야 할 열반이 없고, 저 삼장십이부 경전과 천칠백 공안이 한 차례의 웃음에 지나지 않기에 ‘배움이 끊기었다’고 이름한다.
絕學者,破無始無明,親見佛性,洞徹本地風光,無佛法可學,無生死可了,無禪道可修,無涅槃可證,三藏十二部經典,一千七百則公案,正所謂不過一笑,故名絕學。
무위란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였다’는 것이다. 다시 후유(後有: 후세의 과보, 삼계윤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승)무여열반을 증득하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무루(無漏: 번뇌없음)이다.

《유마힐경》에서는 말하였다.
“부처의 몸은 무루이다. 모든 새는 것이 다한 것이다. 부처의 몸은 무루이다. 모든 숫자에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무위란 ‘법을 얻는 바가 없다’는 것이다.

하택선사는 말하였다.
“얻는 바가 있다면 유위이다. 전혀 (도와는) 상응하지 않는다.”
無為者,諸漏 梵語Āsrava煩惱之異名也。漏為流注漏泄之義,三界之有情,由眼耳等六瘡門,日夜流注漏泄煩惱而不止,故名漏。又煩惱現行,使心連注流散而不絕,故名漏。煩惱如漏器漏舍也。俱舍論二十曰:「從有頂天至無間獄,由彼相續於六瘡門泄過無究,故名為漏。(中略)若善釋者,應作是言,諸境界中流注相續,泄過不絕,故名為漏。」大乘義章五本曰:「流注不絕其猶瘡漏,故名為漏。」法華玄贊一曰:「諸論皆云:煩惱現行令心連注流散不絕,名之為漏。如漏器漏舍深可厭惡,損汙處廣,毀責過失,立以漏名。」又漏失之義,煩惱漏失正道,故名。又煩惱使人漏落於生死,故名。法華文句一曰:「成論云:失道故名漏。(中略)毘曇云:漏落生死。」嘉祥法華義疏一曰:「成論人以失理取相之心名漏。」
已盡,不受後有,證無餘涅槃之謂,故無漏是也。
《維摩詰經》云:「佛身無漏,諸漏已盡,佛身無為,不墮諸數。」
又無為者,於法無所得,荷澤禪師曰:「以有所得,並是有為,全不相應。」

한가한 도인이란 마음을 밝히고 성품을 본 이후에 배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자고, 소나무 아래 물가에서 (마주하는) 연을 따라 세월을 보내고, 혹은 종일토록 설법을 하여 중생을 제도하지만 한 법도 설하는 바가 없고 한 중생도 제도하는 바가 없는 것을 말한다. 이 경계에 이르러서는 심신과 세계가 둘이 아니고 다르지 않는 것이다. 법신 밖에서 (따로) 색신을 분별하지 못하고, 색신 밖에서 (따로) 법신을 분별하지 못하고, 정토 밖에서 예토를 분별하지 못하고, 예토 밖에서 정토를 분별하지 못한다.

그러기에 《화엄경》에서는 말하다.
“불법에서는 세간법을 분별하지 못하고, 세간법에서는 불법을 분별하지 못한다. 불법이 곧 세간법이고, 세간법이 곧 불법이다.”

《지월록》에서 위산선사가 상당하여 말하였다.
“온 시방세계가 (이) 사문(沙門)의 온몸이다. 삼라만상이 금강의 바른 몸으로 무너지지도 않고 잡스럽지도 않고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다. 그러기에 한가한 도인이라고 이름한다.”
閑道人者,明心見性之後,飢來吃飯,睏來打眠,林下水邊,隨緣度日,或終日說法度眾生,而無法可說,無眾生可度,到此境界,身心世界,無二無別,不能法身外分別色身,色身外分別法身,淨土外分別穢土,穢土外分別淨土,故《華嚴經》云:「不能於佛法分別世間法,不能於世間法分別佛法,佛法即世間法,世間法即佛法。」〈指月錄〉溈山上堂曰:「盡十方世界,是個沙門全身,萬象森羅,是個金剛正體,無壞無雜,無欠無餘,故名閑道人。」

찬술:
무엇을 한가한 도인의 경계라고 하는가? 마음을 밝히고 성품을 본 이후의 경계를 가리킨다. 정토와 예토가 다르지 않고, 불법이 곧 세간법이고 세간법이 곧 불법이고, 삼라만상이 곧 금강의 몸인 경계를 가리킨다.
한가한 도인의 경계란 곧 이치와 현상이 둘이 아니고 물결과 물결이 서로 장애하지 않는 세계를 가리킨다. 본체와 본체가 서로 합하고 현상과 현상이 서로 장애하지 않고 본체와 현상, 현상과 현상이 원융무애한 세계를 가리킨다.

조주선사가 대중에게 말하였다. 趙州一日示眾云︰「未有世界早有此性;世界壞時此性不壞。」僧問︰「如何是此性﹖」師云︰「五蘊四大。」(僧)云︰「此猶是壞。如何是此性﹖」師云︰「四大五蘊。」

“세계가 아직 있기 전에 이미 이 성품이 있었다. 세계가 무너질 때도 이 성품은 무너지지 않는다.”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이 성품입니까?”
“오온사대(五蘊四大)이다.”
“이것은 오히려 무너집니까? 무엇이 이 성품입니까?”
“사대오온(四大五蘊)이다.”


【證道歌3】

망상을 없애지도 않고 참됨을 구하지도 않는다.
不除妄想不求真。

[강설] 
지공의 〈십사과송〉에서는 말하였다.
“중생은 도를 닦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중생은) 곧 번뇌를 끊어내고자 하는데, 번뇌는 본래 공적하다. 도를 가지고 다시 도를 찾고자 하는데, 일념의 마음이 곧 도이다. 하필 달리 헛되게 찾고 구할 일이리오.”

《원각경》에서는 말하였다.
“일체의 때에 머물지만 망념을 일으키지 않는다. 모든 망념의 마음을 또한 없애지 않는다. 망상의 경계에 머물지만 (그것을 망상의 경계라고) 알지 않고, 알지 않음에 처하여서는 진실을 (따로) 가려내려고 하지 않는다.”
부처의 성품은 본래 망념을 일으키지 않는다. 망상을 끊었다고 해서 있는 것도 아니고, 망념을 일으켰다고 해서 없는 것도 아니다. 만약 망상을 없애고 나서야 (부처의 성품이) 있고, 망상을 일으키고 나서는 (부처의 성품이) 없다면, 곧 부처의 성품 역시 생멸의 수레가 구르는 것에 속하는 것이다. 때문에 알아야 한다. 부처의 성품은 본래 원만하게 구족하여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다. 도를 증득한 사람은 망상을 없애지도 않고 또한 진실을 구하지도 않는다.
誌公〈十四科頌〉云:「眾生不解修道,便欲斷除煩惱,煩惱本來空寂,將道更欲覓道,一念之心即是,何須別虛尋討。」《圓覺經》云:「居一切時,不起妄念,於諸妄心,亦不息滅,住妄想境,不加了知,於無了知,不辯真實。」佛性本來不起妄念,非斷妄想而有,非起妄想而無,若因除妄想而有,起妄想而無,則佛性亦屬生死輪轉矣,故知佛性本來圓滿具足,無欠無餘,證道之人,不除妄想,亦不求真實也。

찬술:
만약 모든 번뇌를 없앤 이후에야 견성을 얻는 것이고, 번뇌 가운데에서는 불성을 보지 못한다면, 이것은 곧 부처의 성품 또한 생멸하는 성품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도를 증득한 사람은 망상을 없애지도 않고, 또한 참됨을 구하지도 않는다고 한 것이다. 왜냐하면 망상을 없애고서 있는 것이 아니고 참됨을 구하여서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삼승법이 아닌 오직 일승법을 얻는 것을 도를 증득하였다고 한다는 것이다.


【證道歌4】

무명의 실성이 곧 부처의 성품이고
無明實性即佛性。

[강설] 
마음을 밝히고 성품을 본 이후에 육근·육진·육식이 모두 변하여 부처의 성품이 된다. 마치 옛사람이 소리치고 방망이를 휘둘려 뼈아프게 꾸짖는 것과 같다. 눈을 깜박이고 눈썹을 치켜뜨고, 동쪽을 묻고 서쪽을 끊고, 주먹을 들어 올리고, 손가락을 세우고, 불자를 세우고, 방망이를 잡고, 두 손을 모아 차수를 하고, 활을 당기고, 구슬을 굴리고, 홀을 들어 춤을 추고, 돌을 끌고, 흙을 나르고, 북을 치고, 털을 불고, 한 차례 침묵하고, 한 차례 말을 하고, 한 차례 탄식하고, 한 차례 웃는 것이 모두 부처의 성품이다. 쟁반 채로 다 내보였다.

옛사람은 말하였다.
“음성과 언어가 모두 부처의 성품이다. 부처가 간 곳을 알고자 한다면, 오직 이 음성과 언어일 뿐이다. 청산녹수가 조사의 뜻이고, 푸른 대나무 누런 꽃이 옛부처의 마음이다.

《능엄경》에서는 말하였다.
”산하대지 우주만물이 모두 ‘여래의 묘하게 밝은 참된 마음(如來妙明真心)’이다.
明心見性之後,根塵識皆變為佛性,如古人喝棒痛罵,瞬目揚眉,問東拉西,擎拳舉指,豎拂拈槌,持叉張弓,輥球舞笏,拽石搬土,打鼓吹毛,一默一言,一噓一笑,皆是佛性,和盤托出,古人云:「音聲語言,皆是佛性,欲識佛去處,只這語聲是,青山綠水西來意,翠竹黃花古佛心。」《楞嚴經》云:「山河大地,宇宙萬物,皆是如來妙明真心。」

지공화상은 〈십이시송〉에서 말하였다.
“모양이 있는 몸 가운데 모양이 없는 몸이고, 무명의 길 위에 무생(멸법)의 길이다.”

《유마경》에서는 말하였다.
“세 가지 밝음을 구족하면 무명과 동등하다.”

육조께서는 말하였다.
“밝음과 무명을 범부는 두 가지로 보지만 지혜로운 자는 그 성품에 둘이 없음을 요달한다. 둘이 없는 성품이 곧 진실한 성품(實性)이다.”
誌公〈十二時頌〉云:「有相身中無相身,無明路上無生路。」《維摩經》:「具足三明,與無明等。」六祖云:「明與無明,凡夫見二、智者了達,其性無二,無二之性,即是實性。」

찬술:
‘무명의 실성(無明實性)’이라고 한 것은 곧 아뢰야식이 의지하는 참된 성품을 가리킨다. 이것은 곧 여래심을 가리킨다. 아뢰야식은 곧 여래심을 의지하여 생겨난 것이다.
‘둘이 없는 성품’이란 성품에 관한 한 부처의 성품과 마왕의 성품이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밝음과 무명이 둘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마음을 밝히고 성품을 본 이후에 육근·육진·육식이 모두 변하여 부처의 성품이 된다’는 것은 8식이 네 가지 지혜로 바뀐다는 것이다. 제8식이 대원경지로 바뀌고, 제7식이 평등성지로 바뀌고, 제6식이 묘관찰지로 바뀌고, 5식이 성소작지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물이 곧 물결이고 물결이 곧 물이라는 것이다. 물과 물결이 둘도 아니고 하나도 아니라는 것이다. 8식이 물결이라면 네 가지 지혜는 곧 물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곧 원교(圓敎)의 뜻이 함축되어 있다. 이 《증도가》는 통교나 별교가 아닌 원교와 뜻과 합하고 있는 것이다.


【證道歌5】

환화의 빈 몸이 곧 법신이다.
幻化空身即法身。

[강설] 
환화공신이란 지수화풍 사대의 가합(假合)으로 이루어진 몸을 가리킨다. 법신과 둘이 아니고 다르지도 않다. 색신 밖에 달리 법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법신 밖에 달리 색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옛사람은 말하였다.
“흩어지지만 다른 물건이 아니고 종횡으로 자유자재하지만 티끌이 아니다. 산하대지가 전체로 법왕의 몸을 드러낸다.”

사대의 가합으로 이루어진 몸이 곧 법신일 뿐만 아니라 우주만물이 모두 법신이다. 법신이 곧 정토이고 정토가 곧 법신이다.

때문에 《화엄경》에서는 말하였다.
“법신이 세계에 충만하여 일체중생 앞에 두루 나타난다.”
幻化空身,指四大假合之身,與法身無二無別,不能於色身外分別法身,不能於法身外分別色身,古人云:「撲落非他物,縱橫不是塵,山河及大地,全露法王身」,不但四大假合之身即法身,宇宙萬物皆是法身,法身即淨土,淨土即法身,故《華嚴經》云:「法身充滿於世界,普現一切眾生前。」

찬술:
‘지수화풍 사대의 가합(假合)으로 이루어진 몸’이라는 것은 지수화풍이 인연의 화합으로 이 몸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법신과 둘이 아니고 다르지도 않다’고 한 것은 곧 일체의 인연화합으로 이루어진 이 몸이 또한 중도실상의 뜻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인연의 화합이기에 그 몸의 본체는 빈 몸이고, 몸이라는 형체는 가유(假有)를 짓는 것이다. 그렇지만 공하고 가유하다는 것 또한 중도실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이 중도실상은 곧 법신을 가리킨다.


【證道歌6】

법신을 깨달으면 한 물건도 없으니
法身覺了無一物。

[강설] 
〈현종기〉에서는 말하였다.
“공적(空寂)을 알아야 법신을 안다. 법신을 알아야 참된 해탈이다.”

법신이 큰 깨달음이다. 본래 깨닫는다는 것은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지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 물건도 없다는 것은 모든 부처와 중생, 생사와 열반 등의 한 법도 세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옛사람은 말하였다.
“가슴 가운데 근원 ‘元’ 자의 다리조차도 두지 않는다.”
〈顯宗記〉云:「知空寂而了法身,了法身而真解脫。」
法身是大覺,本來覺了,非見聞覺知之覺。無一物者,諸佛眾生,生死涅槃,一法不立,故古人云:「胸中不留元字腳。」

찬술:
‘법신이 큰 깨달음’이라는 것은 곧 부처의 본체를 가리킨다. 달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다. 반야의 광채가 모두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본체에 관한 한 반야의 작용이 감추어지고, 반야의 작용이 일어나면 곧 본체가 숨는다. 그러기에 법신에 관한 한 한 물건도 두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證道歌7】

본래 근원의 자성이 천진한 부처이다.
本源自性天真佛。

[강설] 
불성은 우주와 세계, 만물의 근원이다. 아직 우주가 생기기 이전에도 불성은 이미 존재하였다. 중생이 이루어지고 불성을 구족하는 것은 천연함으로 말미암는 것이지 임시로 수행하고 간직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천진한 부처’라고 말한 것이다.

《육조단경》에서는 말하였다.
“보리의 자성은 본래 청정하다. 오직 이 (청정한) 마음을 쓴다면 곧 부처를 이루는 것을 요달하게 된다.”

또한 말하였다.
“각자는 관찰해보라. 마음을 잘못 써서는 안 된다. 경전에서는 분명하게 말하였다. 스스로의 부처에 귀의해야지 다른 부처에 귀의하는 것을 말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의 부처에 귀의하지 못하면 귀의할만 곳이 없다.”

〈현종기〉에서는 말하였다.
“열반이 능히 반야를 생한다. 이것을 이름하여 참된 부처의 법신이라고 한다. 반야가 능히 열반을 건립하기에 여래의 지견(知見)이라고 부른다.”
佛性乃宇宙世界萬物之根源,未有宇宙之前而佛性已存在,眾生現成,具足佛性,出自天然,不假修持,故曰天真佛。
《六祖壇經》云:「菩提自性,本來清淨,但用此心,直了成佛」,又云:「各自觀察,莫錯用心,經文分明言,自歸依佛,不言皈依他佛,自佛不歸,無所依處。」
〈顯宗記〉云:「涅槃能生般若,即名真佛法身,般若能建涅槃,故號如來知見。」

찬술:
여래의 지견(知見)이란 곧 성문연각의 일체지(一切智)와 보살의 도종지(道種智)를 모두 알고, 육안·천안·혜안·법안·불안을 모두 갖추는 것을 말한다.
‘열반이 능히 반야를 생한다’는 것은 곧 해가 광채를 토하는 것을 말한다.
‘오직 이 (청정한) 마음을 쓴다면 곧 부처를 이루는 것이다’라는 것은 곧 무심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곧 장차 부처를 이루게 한다는 것이다.
‘불성이 우주와 세계, 만물의 근원이다’라는 것은 곧 여래장이 아뢰야식을 생하고, 아뢰야식이 만물을 생한다는 것이다.
‘반야가 능히 열반을 건립하기에 여래의 지견(知見)이라고 부른다’는 것은 반야의 지혜를 통해서 대열반을 성취한다는 것이다. 이러기에 이 지혜를 여래의 지견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하택신회

하택신회(荷澤神會: 668~760):
당나라 시대의 선승으로 육조 혜능조사의 다섯 제자 가운데 하나이다. 호북 양양(襄陽)사람으로 속성은 고(高)씨이다. 어려서 오경(五經: 주역, 시경, 서경, 예경, 춘추)과 노장(老莊) 및 여러 역사서들을 두루 공부하였다.
후에 국창사로 출가하여 여러 불경을 수월하게 배우고 익혔다.
13세에 스스로 육조혜능조사를 찾아뵙고 가르침을 받았는데, 육조께서는 그가 무르익었음을 알고서 입적을 할 때에 곧 인가를 주었다.

육조께서 열반하시고 20년이 흐르자, 신수종이 동경과 서경 사이에서 크게 세력을 떨치면서 육조의 돈교법이 존폐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에 하택 신회대사는 732년에 하남 대운사에서 무차대회(無遮大會)를 열어 신수종 산동 숭원대사와 논쟁을 하여 신수의 가르침은 오조 홍인조사의 방계이며 점수법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 그리고 후에 현종 천보4년 745년에 《현종기》를 저술하여 남쪽의 혜능은 돈종이고 북쪽의 신수는 점교라는 것을 표명하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남돈북점(南頓北漸)’이라는 명칭이 생기게 되었다.

현종 천보12년 753년에는 어사 노혁(盧奕)의 무고로 인하여 낙양 하택사를 떠나 강서, 호북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다음 해에는 양양으로 옮겨갔으며, 다시 형주 개원사 반야원으로 옮겼다. 살피건대, 어사 노혁은 신수종의 사주를 받는 것으로 추정이 된다. 당시에 신수의 세력들은 끊임없이 음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후 755년에 안록산의 난이 일어나자, 각 관청에서는 계단도승(戒壇度僧: 출가자에게 징병을 면제해주는 면목으로 징병세를 거두는 제도)을 두어서 향과 물값을 거두어 군비를 충당하였는데, 이 일을 대사가 맡아주도록 청하였다.
난이 평정되고 숙종황제가 즉위하였는데, 황제는 대사에게 공양을 올리고 하택사 가운데 선우(禪宇)를 지어서 머물도록 청하였다. 당시 숙종황제는 혜충국사를 스승으로 두고 있었다. 이로써 하택대사라고 불리게 되었다. 대사는 하택사에 머물면서 육조의 종풍을 크게 드날렸다.
그리고 세수 93세 건원원년(乾元元年: 758년)에 입적을 하였다. 숙종황제는 대사에게 진종대사(真宗大師)라는 시호(諡號)를 내렸다.
정원12년(貞元十二年: 796년) 당나라 덕종황제 때에는 황태자 집제(集諸)선사가 선문(禪門)의 종지를 바로 하고서 대사를 선종의 제7조로 삼았다. 그리하여 하택종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문하에는 뛰어난 자들이 매우 많았다.
이상은 《육조대사법보단경》, 《원각경대소초》, 《송고승전》, 《경덕전등록》, 《하택대사신회전》 등에 기록된 내용이다.

저자(글) 월계선사

월계선사(月溪禪師: 1879~1965):
처음에 월계스님은 우두산 헌화암의 철암화상을 찾아뵙고서 물었다.
“화상께서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십니까?”
“옷을 입고, 밥을 먹고, 잠을 때린다. 산을 유람하고 물을 구경한다.”
“애석하게도 헛되게 시간을 보내시는 것이 아닙니까?”
“나는 허송세월을 보내는데, 그대는 나의 허송세월을 배우지 마라. 그대가 만약 한 조각의 밭에 이르면 그때는 역시 나의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을 배우라.”
“무엇이 한 조각의 밭입니까”
철암화상이 손가락 하나를 세우며 말하였다.
“나는 모른다.”
그러자 말하였다.
“저는 지금 망념을 끊고, 유와 무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것이 저 한 조각의 밭이 아니겠습니까?”
철암화상이 말했다.
“아니다. 그것은 무시무명의 경계이다.”
“임제조사는 말하기를, ‘무명의 깊고 깊은 흑암의 깊은 구덩이는 가히 두려워할 만하다’고 하셨는데, 이것입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마음을 밝히고 성품을 보겠습니까?”
철암화상이 말하였다.
“그대는 망념을 끊어서도 안 되고, 눈을 써서 유와 무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흑암의 깊은 구덩이 속에서 돌이켜 살펴보라. 행주좌와에 끊어짐 없이 살펴보라. 그리하여 인연의 때가 도래하게 되면, 무명의 깊고 깊은 흑암의 깊은 구덩이를 일시에 타파하고 마음을 밝히고 성품을 보리라.”
월계스님은 이 말을 듣고서 마치 감로수는 마시는 것과 같았다.

이날 이후로 참구하기를 다하여 형색이 초췌해지고 피골이 상접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어느 날 밤 창밖에서 바람이 불고 오동나무 잎이 소리를 내는 것을 듣다가, 활연히 깨닫게 되었다.
이후 사방으로 구름을 따라 유람하고 유명한 산을 두루 다니면서 인연을 따라 경전을 강의하고 법을 설하였다. 전국 방방곡곡으로 다니며 교화를 펼치며 족적을 남기었다.
선사는 1965년에 홍콩에서 입적하였는데, 세수는 86세이고 법납은 67세이다.
당시에 선사는 제자들에게 당부하기를, ‘원적한 이후에 감실에 봉하여 두고 8개월 뒤에 다시 열어보아서 금색의 몸을 증득하지 못하였거든 알아서 처분하라’고 하였다. 8개월 뒤에 열어보니, 과연 살아생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온몸이 황금색을 나타내었다. 그리하여 유언에 따라 붉은 가사로 감싸고 육신에 금칠을 보완하여 육신보살로 모시었다.
저서로는, 《金剛經講錄》、《圓覺經講錄》、《楞伽經講錄》、《維摩經講錄》、《心經講錄》、《佛教人生觀》、《佛法問答錄》、《大乘八宗修法》、《大乘絕對論》、《月溪語錄》、《參禪修法》 등이 있다.

월계선사는 중국 근대불교의 3대 선문종장(禪門宗匠) 가운데 한 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3대 종장이란 곧 월계(月溪)선사, 허운(虛雲)법사, 래과(來果)선사를 가리킨다.
19세에 출가하여 부처님 앞에서 왼손의 약지와 소지를 태우면서 세 가지 발심서원 一、不貪美衣食樂,修苦行,永無退悔。二、遍究閱三藏一切經典,苦心參禪。三、以所得悉講演示導,廣利眾生。
을 세웠다.
첫째는 아름다운 옷이나 음식의 즐거움을 탐하지 않고, 고행을 닦으며 영원히 물러나거나 후회하지 않겠다. 둘째는 삼장(경율론)의 모든 경전을 널리 살피고 열람하고 온 마음으로 선을 참구하겠다. 셋째는 얻는 바를 남에게 강의하고 지도하여 널리 중생을 이롭게 하겠다.

그는 생전에 항상 이렇게 말하였다.
“선종은 본래 계급이 없다. 한 차례 깨달으면 곧 깨달은 것이고, 깨닫지 못하면 곧 깨닫지 못한 것이다.” 禪宗本無階級,一悟便悟,不悟便不悟。

취산원장(翠山圓藏):
해인사로 출가하여 30년간 지관을 닦고 화두를 참구하다.
혜충국사의 무정설법을 참구하며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문득 물소리를 듣고서 들어가는 문을 얻다. 그리하여 임제스님이 대우화상의 아랫배를 주먹으로 찌르고, 향엄스님이 기와조각이 대나무에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영운스님이 복사꽃을 보고, 아난존자가 베개를 더듬다 깨닫는 인연 등등 백천구절이 저절로 드러나게 되다.
현재 『벽암록』, 『금강경백가해』, 『육조단경』, 『선으로 가는 불교통론』, 『육조의 마음을 담은 수심결』, 『화엄법계관으로 본 반야심경』, 『실참실구로 이끄는 몽산법어』, 『돈오입도요문론』, 『전심법요』, 『신증도가원돈해』, 『무문관』, 『조주록』, 『마조록』, 『임제록』, 『벽암록찬술』, 『화두100칙 염송집』 등을 번역하고 찬술하고 저술하는 중이다.
현재 충북단양에서 정혜쌍수(定慧雙修)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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