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
2024년 10월 10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9월 0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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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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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소녀’였던 우리 모두의 빛나는 생존기
모든 장르를 섭렵하며, 한국소설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작가로 자리한 강지영의 신작 『죽지 않고 어른이 되는 법』이 종합 출판 브랜드 ‘북다’에서 출간되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tvN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의 원작 작가이자, 올해(2024년 기준)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살인자의 쇼핑몰》 1, 2권으로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강지영은 이번 신작을 통해 또 한 번 ‘이야기’라는 세계 확장을 시도한다. 다회차 인생을 반복한다는 독특한 장르적 설정을 통해, 가장 약한 존재인 ‘소녀’(혹은 ‘소년’)가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통과해야 하는 무수한 고난과 시련의 과정을 시간을 여러 겹 쌓아 올린 듯한 다층적 구조로써 우리 앞에 생생하게 재현한다. 그러므로 곧 이 이야기는 한때 ‘소녀’였던 우리 모두의 빛나는 생존기이기도 하다. 과연 모든 어려움을 헤치고 정상적인 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1회 차 이해할 수 있을까
2회 차 감당할 수 있을까
3회 차 용서할 수 있을까
4회 차 책임질 수 있을까
5회 차 복수할 수 있을까
6회 차 사랑할 수 있을까
7회 차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작가의 말
어떻게 여섯 번이나 죽는 동안 한 번도 어른이 된 적이 없는지. 도대체 몇 번이나 이 짓거리를 해야 정상적인 엔딩을 볼 수 있는지 울화가 치밀었다. 죽어서 몸뚱이가 없으니 그냥 생각만, 어쩔 수 없이 생각만 그랬다는 얘기다. 솔직히 이번엔 별생각 들지 않았다. 다음 생엔 비건으로 살아볼까, 정도. _8쪽
울긋불긋한 불길이 할머니의 피부를 지글지글 태웠다. 불과 3초, 아니 1초나 2초밖에 안 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재이는 그게 할머니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재이가 눈을 깜빡거렸지만 불타오르는 낯선 노인은 그대로였다.
“다시 태어날 기회는 여섯 번이야.” _26쪽
재이의 목소리와 함께 콧구멍과 입으로 감당할 수 없는 거센 물이 공기처럼 들이닥쳤다. 얼굴에 붙인 모델링팩을 떼려고 손을 들었을 때, 아니 손을 든다고 생각했을 때 자신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또다시 재이가 죽었고, 종말이 찾아왔다.
소영은 2005년 5월 3일 아침 고시원에서 눈을 떴다. _72쪽
“괴물 같은 건 없었어. 매번 인간 행세를 한 악당이 나타나는 게 아닌 거 같아. 엄마와 엄마의 썸남이 나를 방치해서 사고로 죽었어.”
“이런…….”
“엄마를 제거할 수는 없잖아. 나 때문에 산다는 사람인데, 어떻게 없애.”
소영은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려 웃었다. (……)
그건 엄마들이 대를 이어 딸들을 세뇌해온 역사 깊은 멘트였다. 소영의 엄마 역시 자신의 선택으로 빚어진 불행에 늘 소영을 태그했다. 너만 아니었어도 진즉 이혼했다. 너 때문에 참고 사는 거다. _77쪽
재이의 생과 사는 마치 이음새가 있는 동그라미였다. 이음새 구간을 지날 때 죽고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했다. 그런가 하면 소영의 인생은 재이라는 동그라미를 훌라후프처럼 허리에 두른 직선이었다. 세상이 박살 났다 재조립되는 동안 그녀 홀로 머나먼 어딘가를 향해 뚜벅뚜벅 늙어갔다. _81쪽
온종일 집 안에 갇혀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언가를 먹는 것뿐이었다. 재이는 지루해도 먹었고, 우울해도 먹었다. 읽고 또 읽어 이제는 외워버린 동화책을 펼칠 때에도 뭔가를 오물거려야 다시 읽을 인내가 생겼다. 그렇게 런천미트와 라면, 마트에서 배달 온 빵과 중국음식으로 몸이 불었다. 재이는 팔자 망치는 음식을 먹고, 언젠간 미니스커트를 입으며 꼴값을 떠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_109쪽
지금은 가해자지만, 무수한 순간에 소영은 대체로 피해자였다. 80년대에 태어난 여자아이들은 이름 끝에 꽃잎 영(英)이나 아름다울 미(美) 자, 착할 선(善) 자가 많이 붙었다. 꽃처럼 예쁘거나 소처럼 고분해야 사랑받는 시대였다. 소영의 친구들 중 절반이 그랬다. 지영, 은미, 지선, 미영, 미선. 한 반에 꼭 한둘은 소영과 이름이 같아 키가 큰 그녀는 늘 큰 소영으로 불리었다. _201쪽
마침 도토리를 주우며 다가온 사람이 둘을 흘끗거렸다. 여덟 살 아이와 팔십대 노인이 나눌 법한 대화가 아닌 탓이었다.
“내가 내린 결론이 있어. 여긴 캡틴의 마음이 만든 세상이야. 나도 자라는 내내 죽고 싶었어. 평범한 여자아이들 모두가 그런 생각을 수도 없이 한단 얘기지. 어른이나 다른 성별에겐 대수롭지 않은 순간에도 우린 좌절하고 자책하며 죽기를 꿈꿨어.” _207~208쪽
저마다의 세계 앞에 놓인 종말을 견뎌내고
무사히 미래에 다다르는 것
재이(주인공)의 “생과 사는 마치 이음새가 있는 동그라미” 같다. “이음새 구간을 지날 때마다 죽고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환생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언제 어떻게 죽든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부모에게 태어난다는 것. 그저 원인 모를 우주의 현상이라 받아들이기엔, 생이 반복될수록 감당해야 하는 고통의 크기도 점점 커져간다.
재이에겐 죽음보다 환생이 더 고통스러웠다. 1회 차 때는 기억하지 못했던 일련의 출생 과정이 뚜렷이 느껴졌다. 자궁이 수축하며 좁은 산도로 밀려 나가는 순간에는 전신을 랩으로 감싸 비트는 것처럼 살결이 찢어지게 아팠다. (……) 재이는 의사 손에 양쪽 겨드랑이를 잡혀 무 뽑히듯 세상으로 나왔다. (30쪽)
어른들의 무관심과 방치로 1회 차의 삶을 허망하게 끝낸 재이는 다음번 생에서 자신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재이라는 동그라미를 훌라후프처럼 허리에 두른 직선”의 시간을 가진 소영이다. 재이의 종말과 동시에 세상이 리셋 되는 것과 달리, 오직 소영만은 축적된 시간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운명이다. 처음으로 자신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게 된 재이는, 어떻게든 정해진 운명의 패턴에서 벗어나 무사히 어른으로 성장하고자 노력한다.
“여긴 캡틴의 마음이 만든 세상이야.”
세상의 모든 ‘소녀’들을 구해낸
작지만 분명한 기적의 순간
“이제 와 무병장수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딱 한 번만 어른이 되어보고 싶다”는 재이의 바람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회차의 생을 통과하며 재이는 종말의 조짐이 느껴질 때마다 (이때 기억이 한 번씩 끊겼다 이어지는 점선의 시간을 가진 준서가 등장해 예언 같은 힌트를 주기도 하지만)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들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어른의 무관심과 방치, 부모의 불륜, 가정불화, 학교 내 괴롭힘과 폭력, 각종 범죄와 사고의 위험으로 인해 종말은 어김없이 찾아오고야 만다. 재이는 고통스러운 생을 반복하며, 어른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 어쩌면 기적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에도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자가 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소영이다. 위험으로부터 재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소영과 그런 소영이 자신의 종말과 환생 때문에 죽음에 가까워지지 않도록 있는 힘껏 생을 버텨내려는 재이의 마음이 아주 작지만 기적과도 같은 변화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세상엔 우리 둘밖에 없잖아. 잊은 거야?”
그러므로 이 작품은 한때 ‘소녀’였던 혹은 ‘소년’이었던 우리의 지난 생의 기록과도 같은 이야기다. 재이의 N회차 삶은 곧 우리 인생의 한 시기일 터이다. 그런 지난한 과정들을 거쳐 무사히 어른으로 성장한 우리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안도와 위로를 받기도 하고, 공감의 눈물을 흘리기도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저마다의 세계 앞에 놓인 종말을 견뎌내고, 무사히 미래에 다다랐으므로.
작가정보
작가의 말
작지만 분명한 기적들이 나를 키웠다. 시련과 좌절에서 번번이 나를 일으켜 세운 건 한때 소녀였던 J들이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J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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