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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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1장 스탈린
2장 다른 이피
3장 471, 짤막한 약력
4장 엔베르 아저씨가 영원히 떠났다
5장 코카콜라 깡통
6장 마무아젤 동지
7장 그들에게서는 선크림 냄새가 난다
8장 브리가티스타
9장 아흐메트가 학위를 받았다
10장 역사의 종말
2부
11장 회색 양말
12장 아테네에서 온 편지
13장 모두가 떠나고 싶어 한다
14장 경쟁 게임
15장 나는 항상 칼을 가지고 다녔다
16장 모든 것이 시민 사회의 일부다
17장 악어
18장 구조 개혁
19장 울지 마
20장 유럽의 나머지처럼
21장 1997년
22장 철학자들은 세계를 해석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세계를 바꾸는 것이다
후기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스탈린을 껴안았던 그날까지, 나는 자유의 의미를 스스로 물어본 적이 없었다. - 첫 문장
나는 자유에 관해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우리에게는 많은 자유가 있었다. 나는 너무나 자유롭게 느껴져서 종종 내 자유가 짐처럼, 가끔은 그날처럼 위협처럼 다가왔다. - 17면
나는 우리 가족이 나처럼 당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고, 나처럼 나라에 봉사하고 싶어 하고, 우리의 적을 경멸하고, 우리 가문에 기억할 만한 전쟁 영웅이 없다는 점을 걱정한다고 믿으면서 자라 왔다. 이번에는 느낌이 달랐다. 정치, 국가, 시위에 관한 나의 질문들,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질문들에는 무뚝뚝한 회피성 대답만이 돌아왔다. - 46면
부모님은 며칠 동안 그 면담을 준비했다. 무슨 말을 할지 미리 연습했고, 어떤 질문을 받게 될지 미리 생각했으며, 나에게는 당과 엔베르 아저씨에 관해 아는 모든 시와 탁아소에서 배웠던 새로운 빨치산 노래를 반복해서 외우게 했다. 당 중앙 위원회의 건물을 향해 초조하게 나아가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 엄마는 우리가 잘 따라 오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뒤를 돌아보다가, 갑자기 울부짖음과 비명이 섞인 소리를 질렀다. 「흰색! 흰색이잖아!」 엄마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내 머리를 묶은 리본을 가리켰다.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지시를 기다릴 것도 없이 곧장 몸을 돌려 집으로 뛰어갔다. 15분쯤 지났을까, 아빠가 숨을 몰아쉬면서 돌아왔다. 한손에는 빨간 리본을, 또 다른 손에는 천식 흡입기를 들고 있었다. - 104~105면
우리는 그곳에서는 줄을 설 필요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구든지 원하는 식품을 고를 수 있었다. 매대마다 물건이 넘치는데도, 그 가게 안의 손님들은 들고 가지도 못할 만큼 많은 물건을 샀다. 사람들은 배급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품목은 물론 수량에도 아무런 구매 제한이 없는 것 같았다. 우리는 사람들이 아무 때나 원하는 식료품을 살 수 있다면, 왜 그것을 비축해 두려 하는지 궁금했다. 무엇보다 식료품의 품목마다 고유한 라벨이 붙어 있다는 것이 어리둥절했다. - 115면
「할아버지의 아빠는 왜 할아버지가 파시스트와 싸우는 걸 싫어하셨어요?」 나는 프랑스, 알바니아, 또는 어디에서든 파시스트와 싸우는 데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우리 나라 전 총리와 성과 이름이 같을 뿐 아니라, 그와 같은 파시스트였다는 사실이 짜증 났다. 「글쎄, 모르겠구나. 그냥 좀 옛날 사람이어서 그랬나 보지. 정치에 관해 관점이 달랐던 거야.」 할머니가 약간 머뭇거리면서 대답했다. - 137면
1990년 12월에 사회주의를 기념하고 공산주의로의 진전을 축하하기 위해 행진하던 바로 그 사람들이 사회주의 종말을 요구하며 거리를 점령했다. 인민의 대표자들은 그들이 사회주의 아래에서 알고 있던 것은 자유와 민주주의가 아니라, 압제와 강압뿐이었다고 선언했다. (……) 텔레비전 화면에 정치국 서기장이 나와서 정치적 다원주의가 더는 처벌 가능한 범죄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믿지 못할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그 당에 투표하던 모습을 내가 늘 보았는데도, 부모님은 그 당을 지지한 적이 없다고, 당의 권한을 믿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 171면
서유럽은 다른 미래를 기대하며 도착한 수천 명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지만, 조만간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배제하고 더욱 숙련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시스템을 완성해 갔다. 그러는 동안 〈우리 삶의 방식을 보호〉하기 위해 국경을 방어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민을 바라던 사람들이 기어코 이민을 실행했던 이유는 바로 그 삶의 방식에 끌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스템에 위협이 되기는커녕, 가장 열렬한 지지자들이었다. 우리 나라의 관점에서 보면, 이민은 단기적으로는 축복이었고 장기적으로는 저주였다. 이민은 실업의 압박을 완화하는 즉각적인 안전밸브 역할을 했다. 한편으로는 가장 젊고, 가장 유능하고, 종종 더 많은 교육을 받은 시민들을 국가에서 앗아 가고 가족을 찢어 놓았다. - 239면
「부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야. 우리가 저 사람들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니? 구조 개혁.」 아빠가 말했다. 아빠의 얼굴은 방금 분장실 문에 손가락을 찧었다가 무대에 등장한 배우의 얼굴처럼, 애써 참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항구에서 업무 계약을 시작한 때부터, 아빠는 반 데 베르그 같은 외국인 전문가들과 함께 협상을 벌이면서 세계은행이 〈구조 개혁〉이라고 부르는 것을 논의하고 있었다. 나머지 모든 국영 기업과 마찬가지로, 항만은 적자 상태였고 비용 절감 요구에 시달렸다. 이번에는 정리 해고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는 사람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로드 맵〉을 작성했는데, 그 첫 단계가 주로 미숙련 노동자를 대상으로 일련의 해고를 하는 것이었다. 그 항구에서는 하역부, 청소부, 화물 운송부, 창고 작업부 등 수백 명의 집시가 일하고 있었다. 아빠는 그들 모두를 해고하는 책임을 맡았다. - 308면
엄마는 당의 주요 슬로건을 지지했는데, 사람을 무장 해제 시키는 그 슬로건의 단순함에는 좌절된 수십 년의 열망이 감추어져 있었다. 〈알바니아를 유럽의 나머지처럼.〉 내가 〈유럽의 나머지〉가 무엇을 뜻하는지 물었을 때, 엄마는 몇 단어로 요약했다. 부패 척결, 자유 기업 장려, 사유 재산 존중, 개인의 주도권 권장, 한마디로 자유였다. - 335~336면
★★ 『가디언』, 『파이낸셜 타임스』, 『선데이 타임스』 등이 선정한 올해의 책
★★ 『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오버, 『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추천
★★ 전 세계 30개국 출간, 화제의 베스트셀러
현시대 가장 중요한 사상가 레아 이피의 첫 번째 회고록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전환되는
격변 속에서 성장한 알바니아 여성,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묻다
현시대 가장 중요한 사상가로 손꼽히는 레아 이피의 첫 번째 회고록 『자유』가 출간되었다. 어린 소녀의 시선으로 1990년대 알바니아에서 벌어진 이념적 갈등과 사회적 변화를 생생하게 묘사하며 〈자유〉의 의미를 심도 있게 다루었다는 평가를 받은 이 책은 『가디언』, 『파이낸셜 타임스』, 『선데이 타임스』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30개국에서 소개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문학적 찬사와 대중적 성공을 모두 거두었다.
이피는 가장 고립된 나라로 알려져 있던 알바니아에서 자랐다. 그곳은 공산주의 이념이 절대적이었다. 물자는 부족했고, 정치적 처형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십 대 소녀에게 그곳은 마지막 스탈린주의의 전초 기지가 아니라 그저 집일 뿐이었다. 사람들은 평등한 대우를 받았고, 이웃은 서로를 도왔으며, 아이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리고 희망이 존재했다. 그러나 1990년 12월, 모든 것이 변했다. 공산주의가 붕괴하고 자본주의로 이행되는 과정을 거치며, 알바니아의 사회 문화상은 매서운 속도로 달라졌다. 일자리는 사라졌고, 나라는 파산에 이르렀으며, 수많은 사람이 망명을 시도하다가 희생되는 비극을 맞았다. 그렇게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는 가운데 자신의 가족이 숨겨 온 비밀까지 밝혀지면서, 이피는 진정한 자유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탐구하게 되었다.
공산주의의 몰락과 자본주의의 도입까지, 알바니아 현대사에서 주목할 만한 굵직한 사건들을 직접 경험한 이피는 이 책에 그 당시 일상생활의 면면을 유쾌하게 풀어내고 그와 동시에 어린아이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어두운 그림자도 드러냈다. 그렇게 개인사와 사회사를 넘나들며, 예리한 통찰력과 뛰어난 재치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희망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시대 전환기의 모습을 아름답고 치열하게 담았다.
공산주의의 끝자락에서 마주한 현실과 진실
이피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발칸반도의 작은 나라 알바니아는 독재자이자 총리였던 엔베르 호자의 지배하에 정통 스탈린주의를 표방하고 있었다. 소련과 중국이 수정주의를 채택했다고 비난하며 철저한 고립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이피는 〈많은 자유가 있었다〉고 굳게 믿었다. 비록 자신의 나라가 막강한 적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역사의 옳은 쪽에 있다〉고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이피는 거실에 놓아둘 엔베르 호자의 사진을 부모님에게 사 달라고 말하는 열렬한 꼬마 공산주의자였다. 그런 충성심이 무색하게도, 눈앞의 현실은 순탄하지 않다는 사실도 어렴풋이 짐작하곤 했다. 식료품을 사기 위한 줄은 늘 길었고, 빈 코카콜라 깡통을 애지중지하던 사람들은 겨우 그 빈 깡통 때문에 싸움을 벌였다. 게다가 이웃들과 서로 돕고, 파티를 하며 지내는 평범한 일상 속에는 왠지 모를 긴장감이 맴돌았으며, 그 누구도 거론해서는 안 될 금지된 대화 주제도 있는 듯했다.
동유럽 국가를 덮친 민주화의 물결이 마침내 알바니아에도 이르렀다. 1990년 12월, 며칠간 시위가 이어진 후 정권이 무너진 것이다. 이피의 세계는 거의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변하게 되었다. 뉴스에서는 〈정치적 다원주의가 더는 처벌 가능한 범죄가 아니〉라고 선언하고 있었고, 부모님은 〈그 당을 지지한 적이 없다고, 당의 권한을 믿은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이피는 혼란스러웠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던 가족의 이야기까지 알게 되었다. 그제야 사람들이 이토록 자유로운 나라에서 왜 〈자유〉를 외치는지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어린 소녀에게 모든 것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자본주의에서 또다시 반복되는 고통과 갈등
자유주의로 전환된 후, 알바니아 사람들은 몇몇 중요한 면에서는 더 나은 삶을 살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종교에 대해 다시 이야기할 수 있었고, 자신들의 의지대로 투표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그러나 나머지 면에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했다. 이피는 자신이 목격한 자유화와 민영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 낸다. 또 그것들이 자신과 자신의 가족, 그리고 이웃들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했는지도 밝힌다. 이피는 이를 두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보다 따라잡는 것이 더 중요했다〉고, 다들 〈유럽의 나머지처럼〉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지적한다. 새로 시행된 자본주의가 약속한 자유가 단순히 새로운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피는 〈1990년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와 똑같은 혼돈, 똑같은 불확실함, 똑같은 국가 붕괴, 똑같은 경제적 재앙이 있었다〉고 느낀다.
이피가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1997년, 알바니아는 비상사태에 처해 있었다. 학교는 문을 닫았고, 금융 기관들은 파산했다. 불안한 국내 정세 속에서 사람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고, 이는 내전으로까지 이어졌다. 알바니아 반체제 인사들을 환영했던 유럽 연합 국가들은 이제 그들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공산주의 체제하의 억압과는 또 다른 형태의 한계를 보게 된 이피는 우울했고 무력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주변 사람들을, 그러니까 사랑하고 싸우고 투쟁하면서 살아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피는 점차 성장해 나갔다.
이데올로기 아닌,
삶을 위한 자유가 절실했던 이의 기록
이피는 〈나의 세계는 부모님이 탈출하려고 애썼던 세계만큼이나 자유와는 거리가 멀다. 두 세계 모두 그 이상(理想)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아마도 그녀가 어렸을 때 겪었던 일들이 그러한 생각에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특히 이피의 가족은 그녀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우아하고 지적인 할머니, 언제나 유머를 잃지 않는 아빠, 강인함을 지닌 엄마는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으며, 저마다 다르게 〈자유〉에 대해 정의했다. 그 덕분에 이피는 어린 시절에 가졌던 진지한 신념을 반사적으로 무시하지 않고, 그 기억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유를 고찰하는 보기 드문 사상가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런던 정치 경제 대학교에서 마르크스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피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정반대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역사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 그 둘 모두 자유에 관해 생각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한다. 사회주의와 자유주의를 모두 경험했던 이피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성장담을 들려주면서, 그 두 가지 사회 시스템으로 인해 사람들이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렀는지, 또 얼마나 많은 모순에 직면했는지 다시금 상기시킨다. 이 매력적이고 놀라운 이야기는 우리 삶에서 추구해야 할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작가정보
Lea Ypi
런던 정치 경제 대학교(LSE)의 정치 이론 교수이자 호주 국립 대학교의 명예 철학 교수를 맡고 있다. 알바니아에서 태어난 그녀는 로마 라 사피엔차 대학교에서 철학과 문학으로 학위를 받은 후, 피렌체의 유럽 대학 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옥스퍼드 대학교 너필드 칼리지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온라인 저널 『폴리티컬 필로소피』의 공동 편집자이며, 주기적으로 『가디언』과 『파이낸셜 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낸 『자유』는 왕립 문학 협회 온다치상을 받았으며, 학문적 업적을 인정받아 영국 아카데미 정치학 우수상과 레버흄 우수 연구상을 받았다. 『가디언』, 『파이낸셜 타임스』, 『선데이 타임스』, 『데일리 메일』, 『뉴 스테이츠먼』, 『스펙테이터』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어 호평을 받았고 전 세계 30개국에서 출간되고 있다. 그 외 저서로는 『세계 정의와 아방가르드 정치 작용Global Justice and Avant-Garde Political Agency』, 『당파성의 의미The Meaning of Partisanship』(공저), 『이성의 지식 체계The Architectonic of Reason』 등이 있다.
1965년에 태어났다. 브리태니커 편집실에서 일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타네하시 코츠의 『세상과 나 사이』, 움베르토 에코의 『궁극의 리스트』, 『추의 역사』, 레슬리 제이미슨의 『공감 연습』, 『리커버링』, 에마 스토넥스의 『등대지기들』, M. 리오나 고댕의 『거기 눈을 심어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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