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회를 생각한다
2024년 09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8월 3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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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1부 디지털 전환과 삶의 양식
1장 디지털 전환은 무엇을 바꾸고 있는가?: 기술, 지식, 연결 그리고 공간
2장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와 오해
3장 디지털 과잉: 착시 현상이 야기하는 위험들
2부 디지털 전환이 가져온 일터의 변화
4장 디지털화에 따른 일터의 변화: 재택근무
5장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의 노동: 플랫폼 노동의 속성은?
6장 코로나19 이후의 원격근무: 기술적 가능성과 현실적 한계
3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사회 변화 전망과 대응책
7장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변화: 기대와 우려
8장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규제와 대안
닫는 글
이전까지 학습은 사람만 하는 것이었죠. 내가 글로 쓰거나 타이핑해서 디지털화하면 기계는 카피만 했는데 지금은 사람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을 기계가 대신합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기계가 지식을 생성하는 위치에 오르게 된 겁니다. 그리고 그 지식을 다시 사용합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듭니다. 다만 아직 잘 못하는 것은 행동입니다. 물리적 세계에서 기계가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은 아직 어렵습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한 아이러니지요. 사람한테는 너무 쉬운 일이 기계한테는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게 말입니다. _18쪽
최근 이슈가 된 것이 IBM의 인공지능 ‘왓슨’의 의료용 영상 판독 능력이죠. 영상 전문의가 몇 년 내지 몇십 년이 걸려야 할 수 있는 것을 짧은 시간 내에 대신해 줍니다. 그러면 무엇이 달라지느냐 하면, 의사들이 수련 기간 동안 영상 판독을 하기 위해 쓰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 시간을 인간 의사는 또 다른 영역에서 쓰면 됩니다. 결국 인공지능은 뇌에 주어진 도구입니다. 엔진이 육체에 주어진 도구였고 그래서 육체를 확장시켜 주었다면 인공지능은 뇌를 확장시켜 주는 도구인 것입니다. _25쪽
미디어 영역에서는 투명성과 연대성, 포용성 개념들이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제일 합의가 어려운 개념은 공정성입니다. 인공지능, 컴퓨터 사이언스 쪽에서 이야기하는 공정의 개념과 사회과학에서 말하는 사회 정의 개념은 완전히 다릅니다. 기술 차원에서 말하는 공정은 절차적 공정, 할당에 있어서의 공정, 데이터에 대한 중요 변수의 불인식적 관점에서의 객관화 정도로 정의돼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과학에서 말하는 공정의 개념은 정의론적 관점에 바탕을 두고 있죠. 미디어 분야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이것이 합의되기 어려운 공정 개념입니다. _33쪽
GPT-3가 각광을 받으니까 나온 문제이기도 한데,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라는 현상입니다. 사전 학습 모델이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학습하는 것이다 보니까, 인터넷에는 잘못된 정보도 굉장히 많고 누군가 악의적으로 올려 놓은 데이터도 많은데 이런 것들을 구분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잘못된 정보도 정답인 것처럼 내놓는 문제가 생깁니다. 원 데이터가 잘못된 경우도 있고, 학습 데이터는 문제가 없지만 연관성 있는 답변을 만들다 보니 사실이 아니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문장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들을 모두 합쳐서 할루시네이션이라고 총칭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잘못된 정보를 그럴듯하게 내놓는 경우는 이것이 할루시네이션인지 아닌지 알아차리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 내용이 논문에 실리고 다시 인용되는 등 파급 효과까지 문제되고 있습니다. _63쪽
A에서 B까지 가는 경우, 보통 거리가 멀 경우에 할증이 붙습니다. 그 경우에 추가 배송비를 플랫폼 업체가 제공해야 되는데, 이때 ‘거리 깎기’라는 것이 이뤄집니다. 예를 들어 실제 거리가 3.4km인데 알고리즘이 2.1km로 계산을 해서 오차가 1.3km가 생기고, 그에 따라 140원 정도 배달료 차이가 나는데 그것을 지급하지 않는 거죠. 이런 점을 개별 라이더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라이더유니온에서 여러 팀을 짜서 검증하고 실험해서 이런 ‘거리 깎기’가 있다는 것을 밝혀 냈는데요. 이런 사례뿐만 아니고 플랫폼 업체가 운영하는 배달 지도상의 연산적 거리 측정 방식 자체가 굉장히 많은 문제를 가집니다. 겨울의 혹한기라든지 여름 장마철과 같이 계절과 날씨에 따른 상황을 고려하지 않기도 하고요. 층고가 높거나 오토바이가 지나갈 수 없는 장애물, 도로 공사 등의 상황들을 반영해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실제 거리를 측정한다고 해도 오차들이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_119쪽
기존에 회사에서 일하듯이 오전 9시~오후 6시 체제로 똑같이 일하면 될 것 같지만, 사실 집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낮 시간대에 아이를 돌본다든지 가사와 관련한 일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왔는데 간식을 주고 잠시 돌봐 주는 일도 할 수 없다면 재택근무를 하면서 돌봄 노동자를 고용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져야 하는 거죠. 이런 문제 때문에 코로나19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재택근무를 했을 때 남녀 노동자들의 만족도에 차이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남성들은 일도 차질 없이 할 수 있고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늘어나서 좋다고 하는 응답자가 있었던 반면, 여성들은 일은 일대로 온전하게 할 수 없고, 돌봄과 가사노동의 요구는 늘어나서 양쪽을 감당하느라고 번아웃이 온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택근무는 일의 시작과 끝 시간을 앞뒤로 조절할 수 있다거나, 연속되지 않아도 하루 노동시간의 총량을 채우기만 하는 식의 유연근무제와 병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_165쪽
플랫폼 노동이라는 게 실험실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기존에 이뤄져 오던 노동의 연장선상에서 대체돼 가는 것이거든요. 따라서 기존 노동시장이 어떤 상태였는가, 그리고 플랫폼 노동으로 대체되는 양상에 대해서 사회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서 확산 속도와 양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인데요. 우리나라에는 지금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흔히 ‘특고’라고 부르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많죠. 기업 입장에서는 선택지들이 많은 것입니다. 플랫폼 노동은 노동 통제를 안 하기로 사실상 약속하는 것이고 실제로 통제가 들어가면 그것이 알고리즘을 통한 통제라 하더라도 나중에 법원에 갔을 때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기업들은 그런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다른 선택지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처럼 비정규 노동이 팽배해 있는 사회에서는 플랫폼 노동의 장점이 적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달리 말하자면 그런 사회는 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이 더 쉽게 들어올 수 있습니다. _205쪽
저희가 행복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구성원들로 하여금 매일 행복을 기록하게 해서 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데요. 2022년에는 구성원들에게 “행복하다는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6개월 동안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로 ‘자율’이라는 코드가 나왔습니다. 가장 큰 비중으로 나온 단어들을 순서대로 말씀드리면 성장, 자율, 관계, 워라밸, 보상 등인데요. 어떻게 보면 평이한 단어들이라고도 할 수 있죠. 그런데 세부 정의로 들어가서 보면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구성원들은 자신이 일하는 방식을 직접 설계하고 선택하는 것이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자율’이 상당히 중요한 코드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결과에서 나온 다음 연구 질문은 ‘그렇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구성원의 행복을 높이는 길이며, 이를 통해 조직 관점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가?’였습니다. _243쪽
새로운 기술이 현실이 되고 상업화될 때마다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기술 자체를 포기해서는 그다음도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특히 잘파세대들이 이 기술 없이도 살 수 있을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기성세대는 “없으면 없는 대로 살지, 뭐.” 할 수 있고 또 국가의 경계를 비교적 중요하게 여기죠. 그렇지만 잘파세대의 경우는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기술의 활용이 가능하고 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지역으로 이동해 가는 쪽을 택하지 않겠는가, 그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_283쪽
“우리 시대의 문제는 미래가 예전의 미래와 다르다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은 인간의 일상, 제도, 기술 간 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책에서는 기술결정론적 관점에서 변화를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구성론의 입장에서 미래의 위험을 줄이고 바람직한 미래를 설계하는 지혜를 모았다. 책의 내용은 3부로 구성됐다. 1부 ‘디지털 전환과 삶의 양식’은 새로운 기술이 바꾼 일상을 추적한다. 개별화된 피드백 덕분에 경험하는 전례 없는 편리함과 시공간의 확장이라는 긍적적 변화의 반대편에,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정교한 알고리즘의 선택성과 통치성에 길들여지고 있는 현실을 진단했다. 2부 ‘디지털 전환이 가져온 일터의 변화’는 기술적 변화가 만들어낸 제도적 공백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디지털 전환의 가장 직접적인 충격은 노동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속히 확산한 원격근무 그리고 전통적 노사관계의 범위를 벗어난 플랫폼 노동은 일터의 변환을 가장 잘 드러낸다. 더욱이 챗GPT의 등장 이후 가속화된 생성형 인공지능은 본격적인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종류의 노동을 인공지능이 대체해가고 있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제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논의해보았다. 3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사회 변화 전망과 대응책’에서는 본격적으로 제도의 역할에 주목한다. 기술의 빠른 발전이 미칠 영향력을 평가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더 큰 역사적, 사회적 흐름을 파악하여 문제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가능한 대응 방안들을 제시해보고자 했다.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디지털 전환의 파고가 거센 만큼 우려도 심각하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은 친환경이 아니며 원유도 아니다. 심지어 공정하지도 않다.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할지는 개발자도 예측하지 못할 만큼 교묘하다. 이를 막아설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바로 제도의 개선이다. 이 책에서는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이해 변화하고 있는 각 나라의 정책과 제도를 연구하고 한국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분석한다.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이나 중국과 완전히 다르다. 토종 플랫폼이 살아남은 유일한 나라이자 인공지능 경쟁에서 풍부하게 구축된 한국어 데이터를 활용할 혁신의 생태계가 존재하는 나라,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엔지니어들이 존재하는 나라다. 우리만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발전 경로를 설정하고 다가올 위험을 최소화하며 새로운 문명을 구축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혁신적이고 건강하며 동시에 역동적인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바로 지금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그 단초가 이 책에 있다.
디지털 사회 시민을 위한 최고의 해설서
《디지털 사회를 생각한다》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플랫폼 노동, 로봇, 원격근무 등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디지털 전환 사회의 양상을 진단한다. 특정한 전문 분야가 아닌 사회 전체의 변화를 조망하고 있어, 각 분야의 변화는 물론, 그것의 역사적 의미와 사회적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로 이름을 올린 16명을 포함해 포럼에 함께한 37명은 학계와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사회변화를 가장 빠르게 관찰하는 이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최신의 기술과 변화의 양상을 마주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토론과 통찰이 모여서 만드는 우리 미래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책의 이해를 높이고 최신 기술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는 ‘Box’와 자료들도 이 책의 장점을 극대화해준다. 특히, ‘Box’는 본문에서 언급된 새로운 기술이나 용어에 대한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설명을 해주어 본문을 통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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