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2024년 09월 25일 출간
국내도서 : 2024년 09월 15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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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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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가는 아첨하지 않는다. 오랜 친구처럼 우리에게 진실의 차가운 냉기를 깊이 들이마시라고 무심한 얼굴로 짧게 말한다. 카프카, 울프, 카뮈, 베유, 톨스토이, 플라스, 니체, 아렌트…… 여기서 다룬 저자들은 다 그렇다. 그들에게 삶은 계속되는 소송이거나 400년 내내 분투한 뒤에야 겨우 이룰 수 있는 소망, 다시 굴러떨어지는 바윗돌, 보상 없이 행하는 사랑, 끝없이 헤매다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겨울 숲 같은 것이다. (…) 이들은, 내 책을 읽는다면 넌 아침에 슬펐어도 저녁 무렵엔 꼭 행복해질 거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너는 고통이란 고통은 다 겪겠지만 그래도 너 자신의 삶과 고유함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준다. 작가들은 진심으로 독자를 믿는다. 그들에게 그런 믿음이 없다면, 어떤 슬픔 속에서도 삶을 중단하지 않는 화자, 자기와 꼭 들어맞지 않는 세계 속에 자기의 고유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부단히 싸우는 주인공을 등장시킬 수 없을 것이다. (…) 릴케의 시구처럼 우리는 책에서 자신의 그림자로 흠뻑 젖은 것들을 읽는다.
_「책머리에」에서
체포됐어도 자유로운 K…… 차별금지법 없는 한국은?-프란츠 카프카 『소송』
‘올랜도’도 버지니아도 성별 제약 없는 다양한 삶을 원했다-버지니아 울프 『올랜도』
진리의 담지자를 자처하는 지도자여…… 그것은 카리스마 아닌 망상-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유대인을 두려워한 철학이 유대인 천재들을 낳았다-마르틴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번번이 죽고 태어나는 경험으로 붐비는 곳, 문학-모리스 블랑쇼 『문학의 공간』
피해자의 슬픔을 응시하는 문학적 용기-잉에보르크 바흐만 『이력서』
삶도, 시도 중단할 수 없었던 러시아 국민시인-안나 아흐마토바 『레퀴엠-혁명기 러시아 여성시인 선집』
비극적 삶으로만 조명되기엔 황홀하고 치열한 실비아의 시-실비아 플라스 『에어리얼』
‘자기 자신’으로 존재했기에 사후에야 세상과 만난 디킨슨-에밀리 디킨슨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예술가의 삶 아닌 냉철한 지성으로 성찰을 준 ‘할머니 시인’-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끝과 시작』
자식이 어디선가 비명을 지르고 있기를 바라는 부모…… 시로 쓴 참혹한 희망-아리엘 도르프만 『싼띠아고에서의 마지막 왈츠』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군국주의를 경계하다-이바라기 노리코 『처음 가는 마을』
하나도 잊지 않고 모든 것을 호명하는 다정함이 빚은 시-백석 『백석 시, 백 편』
삶의 가시는 시로 새 이야기가 된다…… 버스 운전사 패터슨처럼-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패터슨』
너를 밀어내고 나를 드러내야 이기는 세계…… 시인은 ‘사라짐’으로 답했다-라이너 쿤체 『은엉겅퀴』
공정은 정말 공정한가…… 막연함에 저항한 ‘디디온식 글쓰기’-조앤 디디온 『베들레헴을 향해 웅크리다』
카뮈가 말한다 ‘비극은 자각해야 할 운명’-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인간을 운명의 중력에서 뜯어내 영원으로 들어 올리는 것…… 시몬 베유의 ‘사랑’-시몬 베유 『중력과 은총』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
자유로운 집이여 오라…… 힘없는 이들에 던지는 희망의 몽상-가스통 바슐라르 『공간의 시학』
폭력적 현실에 띄우는 절박한 안부-존 버거 『A가 X에게』
사진, 과거와 현재가 함께하는 공존의 신비에 대하여-롤랑 바르트 『밝은 방』
먼저 떠난 오빠를 위한 192쪽의 기록…… 사랑은 기억이다-앤 카슨 『녹스』
예술을 ‘선물’하는 일, 그저 옛 인류의 순진한 발상일까-루이스 하이드 『선물』
삶의 습관으로 타인을 구원하는 인간…… 여우의 눈으로 포착하다-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주인과 하인」
돈과 행복을 신성화하는 조급한 현대인이여…… “신은 죽었다”-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젊은 릴케는 스승이 아닌 동료였기에 멘토가 되었다-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진정한 스승은 설명하지 않는다-자크 랑시에르 『무지한 스승』
후배 학자의 비판적 인용을 통해 생명 얻은 그리스 철학자들-『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
작가정보
저자(글) 진은영 저자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로 등단했다.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를 출간했다.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시를 가르치고 있다.
작가의 말
작가들은 진심으로 독자를 믿는다. 그들에게 그런 믿음이 없다면, 어떤 슬픔 속에서도 삶을 중단하지 않는 화자, 자기와 꼭 들어맞지 않는 세계 속에 자기의 고유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부단히 싸우는 주인공을 등장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목소리가 이해받을 수 있다는 믿음, 그런 삶을 소망하는 사람이 이 세계에 적어도 한 명은 존재하고 그가 분명 내 책을 읽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만 작가는 포기하지 않는 인물을 그리고, 희망 없이도 포기하지 않는 능력에 대한 철학을 펼칠 수 있다. 그렇다면 포기하지 않는 삶을 말하는 책이 포기하지 않는 독자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그 반대이다. 혹은 용감한 독자와 용감한 책이 서로를 알아보는 것이다. 릴케의 시구처럼 우리는 책에서 자신의 그림자로 흠뻑 젖은 것들을 읽는다.
-「책머리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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